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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치는 아이의 속마음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시시때때로 토라져 뾰로통해 있는 아이.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게 차라리 속 편할 정도로 엄마를 곤혹스럽게 하는 고집불통 심리 속에는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별것 아닌 일로 아이가 팩 토라져 고개를 돌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엄마는 진땀이 난다. 어르고 달래도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 엄마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오게 마련. 
삐치는 행동은 떼쓰거나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한 방법이다. 떼쓰기나 욕하기, 소리 지르기는 언어로써 표현하는 단순한 감정 표출인데 반해, 토라진다는 것은 비언어적 수단으로 아이가 자신의 기분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의도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자주 삐치는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떼쓰는 것보다 토라지는 게 엄마를 더 난처하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밀당’인 셈. 단순한 떼쓰기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단계의 감정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왜 삐칠까?
삐쳤을 때 보이는 가장 보편적인 행동은 말을 하지 않고 본체만체하는 것.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의도된 것이라 해도 어른의 그것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인이 삐칠 때는 대개 감정 조절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짜증이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신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 즉, 화를 삭이는 수단으로 토라지는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고, 한편으로는 삐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오히려 솔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의도된 행동이 아니라 기질적으로 잘 삐치는 아이들도 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아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친구들은 물론 엄마아빠와도 잘 지내고 싶어 하는 것. 동시에 상대방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감정적인 분위기에 쉽게 휩싸여 사소한 일로도 마음을 다치곤 한다. 
만약 부모가 아이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잘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껴 초조함, 불안감, 반발심 등의 표현으로 삐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이 남아에 비해 더 잘 토라지는 것도 기질적으로 감수성이 더 예민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삐쳤다면 단순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달라는 표현이기도 하고, 아이다운 시각에서 상황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아빠가 “귀여운 우리 돼지!”라고 말하면 아빠의 사랑이 담긴 표현이 아니라 자신을 돼지라고 놀린다고 생각하는 것. 이럴 때는 “네가 뚱뚱해서 돼지라고 한 게 아니라, 아기 돼지처럼 볼이 통통하고 귀여워서 한 말이야”라는 설명만 해줘도 금세 풀린다. 
다만 습관적으로 삐치는 아이를 계속 달래주다 보면 버릇이 나빠질 수 있다. 또한 토라지면 숨거나 도망가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자칫 사고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아이가 삐쳤을 때는 바로바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



case 1. 욕구불만을 표출할 때 
엄마한테 우유를 갖다 달라고 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으면 금세 삐치는 아이가 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삐치는 행동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것. 이럴 경우 대부분은 우유를 줘도 먹지 않거나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는 등 행동을 보인다. 
이처럼 욕구불만을 느낄 때 떼쓰거나 소리를 질러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토라지는 아이들은 주로 자존심이 센 경우가 많다. 즉각적으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신 삐치는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넌지시 전달하는 것인데 아이 나름대로 일종의 품위 유지를 하는 셈.
how to
먼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준다. “엄마가 우유를 갖다 주지 않아서 서운했구나. 엄마가 지금 바빠서 가져다 줄 수 없으니 직접 가져다 먹지 않을래? 다음에는 엄마가 챙겨줄게”라는 말로 아이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깟 일로 삐치니?” 식의 말은 아이의 인격을 문제 삼는 발언이므로 삼가야 한다. 또한 “그래, 먹지 마. 삐치면 너만 손해지 뭐” 식의 반응도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case 2.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질 때 
아이들은 판단 능력이 미숙해 눈앞의 상황을 곧이곧대로 믿게 마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상황을 오해해 아주 단순한 일로도 삐칠 수 있다. 가령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는데 아이가 덜 익은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엄마는 당연히 먹지 못하게 한다. 이때 아이는 단순히 엄마가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다는 것에만 집중할 뿐, 엄마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헤아리지 못한다.
how to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만큼 자라면 괜찮아지지만, 엄마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어 오해를 막도록 한다. 덜 익은 고기를 먹으려 할 때는 “아직 덜 익었으니 먹지 마!”라고 말하기보다는 “고기를 빨리 먹고 싶구나. 근데 덜 익은 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나. 엄마는 사랑하는 00가 배탈이 나면 안 되니까 먹지 못하게 한 거야”라고 아이를 이해시키는 것. 자칫 “그것도 못 참니?” 식의 반응으로 아이를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case 3. 생각하지 않고 감정대로 반응할 때
습관적으로 자주 삐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사소한 일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 생각하지 않고 느껴지는 감정대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엄마의 말을 무조건 잔소리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how to
보통 아이들은 그냥 넘어갈 만한 일인데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가령 “너는 왜 매일 엄마 말을 안 듣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 아이들은 ‘내가 언제 매일 말을 안 들었어? 흥!’ 하고 삐치는 것.
아이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방법이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왜 고집을 피우니?” 식의 말로 아이를 비난하는 건 금물. 평소 아이의 감정을 잘 헤아리고 칭찬을 많이 해주면 도움이 된다.

삐치면 사라지는 아이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거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팩 토라져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이도 있다. 떼쓰고 억지를 부리는 아이보다 소극적인 행동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더 영악하고 위험한 행동. 아이가 사라진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 근처라면 아이는 대개 자신이 아는 곳으로 간다. 대부분 스스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 내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처음 가본 곳, 특히 사람이 많고 복잡한 장소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릴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토라질 때마다 자주 사라진다면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기분이 상했다면 아파트 1층 현관에 가 있어. 그러면 엄마가 나중에 찾으러 갈게” 혹은 “네가 기분이 나쁠 때 가 있을 곳을 정해서 엄마한테 알려줘”라고 말해주는 것. 
엄마가 당황해서 크게 야단을 치거나 아이를 윽박지르지 말고 기술적으로 상황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 혹시나 마음이 약해져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절대 금물. 이런 식으로 사라지는 행동이 엄마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시시때때로 토라져 뾰로통해 있는 아이.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게 차라리 속 편할 정도로 엄마를 곤혹스럽게 하는 고집불통 심리 속에는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Credit Info

기획
남현욱 기자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일러스트 제공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푸른숲 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