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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대한민국에서 모터사이클은 아무리 비싸도 `오토바이`대접 이상을 받긴 어렵다. 열악한 인프라와 이륜자동차를 다른 모양의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 사륜자동차들의 위협.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사이클과의 동침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그녀에게 보내는 어느 생판 초짜의 연애편지.

UpdatedOn April 24, 2006

 모터사이클이 트렌드다. 그것이 베스파든, 할리 데이비슨이든 BMW 모토라드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바이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바이크가 트렌드다 보니 소유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패션 소품이기도 하고,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출퇴근용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또, 터프가이들에게 남자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도구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삶의 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아무튼 거리에서 모터사이클 보기가 경차 보기보단 쉬운 세상이다.

국내법상 125cc 이상의 대형 바이크를 몰기 위해선 별도의 2종 소형 면허를 따야 한다. 에디터로 말할 것 같으면, 오토바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생판 초짜 수준의 실력이었다. 그런 내가 2종 소형 면허를 따려고 맘먹은 건, 굳이 새로 나온 BMW 모토라드의 R1200S와 F800S/ST의 시승 행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모터사이클이라는 트렌드를 뒤늦게라도 따라 잡아보자는 치기 어린 마음은 더더욱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보호 장비로 온몸을 완벽히 무장한 채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볼 때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벗어나 한 번 쯤 저렇게 달려보고 싶다는 남자 본연의 욕심이었다.

2종 소형 면허를 따기 위해선 국가에서 운영하는 면허시험장에서 따거나, 사설 운전 전문학원에서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면허시험장은 합격률이 매우 낮기로 유명하다. 단 한 번의 실수만 인정되는 시험 특성상, 사전의 연습 없이 맨 처음 통과해야 하는 굴절 코스를 무사히 지나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무면허로 몇 년간 바이크를 몰던 사람들도 그곳에 가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에디터가 선택한 곳은 바로 강남에서 제일 가까운 광일 자동차 전문 학원. 이곳에선 다른 종류의 면허 소지자라면 15시간의 기능 시간만 이수하면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여러 대의 250cc짜리 시험용 바이크가 있었는데, 경험상 43번과 48번의 합격률이 가장 높다. 48번이 그나마 가장 최근에 들여왔고, 43번은 토크가 가장 안정적이어서 핸들링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 2대의 바이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 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다른 바이크도 타보고 자신에게 맞는 바이크를 선택할 수 있다. 에디터는 43번으로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강남 일대에서 유일한 2종 소형 면허 학원이고 앞서 말했듯이, 바이크가 트렌드다 보니 광일의 졸업생들은 유명 무도장보다 더 물이 좋다. 실제 에디터의 동기생 중 탤런트 유인촌 씨와 김민준 씨도 섞여 있을 정도.

막상 면허를 땄지만, 기어 바꾸는 법도 배우지 못한 나로선 대형 오토바이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렇다고 스쿠터로 연습할 수도 없는 터. 우선은 BMW의 F650 모델로 감을 익히기로 했다. BMW 모터사이클의 가장 작은 모델인 F650은 단기통 모델이지만, 믿을 수 없는 힘을 낸다. 쉽게 150km/h의 속도를 낼 뿐 아니라, 작은 오토바이답게 골목길에서도 엄청난 기동성을 발휘한다. 며칠 출퇴근용으로 이용하자 어느덧 자동차보다 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워밍업은 마치고,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으로 날아가 BMW 모토라드의 새로운 머신 R1200S와 F800S/ST를 탈 일만 남은 셈. 약간은 두려웠지만, 날 믿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타본 결과, 차보다 사람이 관여하는 비중이 높은 바이크는 타는 사람만 조심하면 어떤 면에선 차보다 더 안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바이크와 친숙해졌다고 하지만 면허를 딴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에디터가 무려 1200cc가 넘는 모터사이클을 몬다는 건, 태어난 지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최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쉽지않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바이크를 타는 곳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서울처럼 낯익은 곳이 아니라, 자동차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에 달려 있고, 차들은 좌측통행을 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면,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라고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리는 과연 이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로 얼마 전까지 흑백의 차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던 나라. 2010년 월드컵 개최지라는 걸 알면 그나마 합격점을 줄 만하다. 그곳의 행정수도는 프리토리아이고, 공용어는 아프리칸스어와 영어다. 다이아몬드로 유명할 뿐 아니라, 그나마 백인의 비율이 14%에 이르는 아프리카의 유럽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경제가 발달한 나라라는 것 정도만 알면 에이플러스 답안이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정서적으로도 무척 멀었지만, 물리적인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서울 집에서 나와 케이프타운 인근에 있는 프란체호크 호텔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딱 34시간. 하지만 케이프타운 공항 인근에서 비행기 좌석에 앉아 바라본 희망곶은 그런 모든 고난을 한순간에 씻게 해줄 만한 풍경이다. 지리책 텍스트로만 인식했던 아프리카 최남단의 땅을 300m 고도에서 바라보는 감동. 모든 전자 제품의 전원을 끄라는 기장의 엄중한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디카의 셔터를 눌러대는 에디터의 행동이, 그때 그 현장에 있었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거다.

앞서 언급했지만, BMW 모토라드의 시승 행사가 있었던 곳은 케이프타운 인근의 프랜쉬호크(Le Franschhok)란 곳이었다. 한적하면서도 한편으론 활기에 넘치는 작은 도시였다. 와인으로 유명한 곳답게 높은 산과 계곡, 그리고 포도밭이 줄지어 있었다. 아름다웠지만, 유럽의 도시들처럼 깨끗하진 않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한쪽으로는 백인 지역의 풍요로움과 흑인 지역의 빈곤함이 교차하고, 만 이틀째 수그러들 줄 모른다는 산불과 그 산불을 끄려는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 곳. 그렇게 그곳은 모든 게 우리나라와는 반대였다.

시승 첫날.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어느새 말끔히 개어 있어 우리에게 청량한 바람과 하늘을 선사했다. 다행히 새벽비 덕분에 산불은 완전히 진화되어 있었다.

첫날 시승 차량은 R1200S. BMW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박서엔진이다. 혹자는 박서가 아닌 BMW는 BMW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다. 양옆으로 노출되어 있는 122마력의 1170cc 박서엔진은 R1200S로 하여금 본격적인 스포츠 성능을 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파워를 제공한다. 또, ABS 브레이킹 시스템과 히팅 그립 등 호화 옵션이 단순한 바이크들과 차별화된다. 이 새로운 머신의 가장 큰 특징은 가볍다는 것.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에도 겨우 213kg으로 다운시킨 경량 기술은 실제 주행 시 모든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첫 코스는 와인딩 로드에서 큰 차답지 않은 놀라운 핸들링을 선보였다. 급격한 산길에서조차 마음 놓고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를 반복했고, 특히 코너링에 큰 이점을 보였다. 사실 BMW 모토라드 측에서도 완전 초보자에게 이런 큰 차를 맡기기엔 부담이 있었는지, 산악길과 레이싱트랙에선 전문가의 등 뒤에 타게끔 배려했다. 하지만 R1200S는 뒤에만 타고 만족하기에는 나의 피를 들끓게 했다. 어쩔 수 없는 내 감성의 명령으로 드디어 앉아본 R1200S. 분명한 것은 내가 특별한 운동신경의 소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 특별히 운전에 별다른 소질이 없음에도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차체가 워낙 커서 다루진 못했지만, 1단에서도 50km/h를 내는 놀라운 파워는 기어 조작에 익숙지 않은 나에게 충분한 워밍업 시간을 제공했다. 그날 본 풍경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산을 타고 넘어가는 안개폭포수. 낙차가 100m는 족히 되어 보이고 폭은 수백m에 이르는 말 그대로 장관인 폭포다. 브라질에 있다는 세계 최대의 폭포인 이과수 폭포는 비할 게 아니었다.

둘째 날은 F800S/ST였다. 사실 에디터는 이 모델에 더 기대를 걸었다. 조금은 다루기 어려운 R1200S보다는 초보인 에디터에겐 이 날렵한 중형 모델이 더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 타본 느낌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 더 큰 모델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루기가 쉬웠다. 그뿐 아니라 시트고도 높지 않아, 넘어질 상황에서도 두 다리로 쉽게 버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한가? 족히 설악산은 되어 보이는 높은 산을 가뿐하게 올랐을뿐더러, 조금이라도 직선도로가 나오면 3.5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는 가속력을 선보였다. 산악지형을 통과하자 곧 광활한 평원이 나왔다. 북미 지역의 대평원과 비견할 만한 넓고 평평한 지형은 그곳을 달리는 에디터에게 많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F800S의 서스펜션은 훌륭하기 그지없어 타는 데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않지만, 그래도 바이크는 지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내 등줄기를 타고 전해져오는 대지의 미세한 움직임과 시속 150km를 넘나들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바람 소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빠짐없이 들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차를 타고 그곳을 지나갔다고 가정하면, 많은 부분에서 이런 느낌을 겪어보지 못했으리라 확신한다. 안락한 서스펜션을 통해 걸러지는 지면의 정보와 빵빵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콜드플레이의 음악 그리고 푹신한 시트는 세계 어느 도로에서도 맛볼 수 있는 편안함이지 않은가? 애환과 삶의 질곡이 깃든 아프리카에서는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바이크가 제격이다. 그래서 BMW 모토라드에서도 이곳 아프리카를 시승 장소로 선정한 것이다. 대평원 지역을 지나자 바로 해안도로가 나왔다. 해안을 따라 잘 닦인 도로 위를 달리자, 마치 유럽 지중해의 어느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악도로에서 핸들링과 코너링, 대평원에서 질주 능력을 시험했다면 이곳 도로에서는 말 그대로 주행 능력과 승차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달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멈춰 서는 것이다. 멈추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마음껏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BMW의 바이크는 안정감을 준다. 앞뒤 브레이크 모두 뛰어난 제동력을 보였을 뿐 아니라, 옵션인 ABS 시스템은 위급상황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게 틀림없다.

이틀간에 걸친 시승은 모터사이클이라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다시 찾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남녀 누구라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바이크만 잘 고르면 최고의 라이더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노파심이긴 하지만 아무리 귀찮아도 보호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시트에 앉아야 한다는 것. 사고 시에도 생명을 지켜줄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마음의 안정을 주어 훨씬 즐거운 라이딩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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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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