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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 베어백

7년째로 접어들었고, 두 번의 월드컵까지 함께 치른 사이임에도 우리는 그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승리보다 완벽한 준비를 앞세우는 그의 축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진짜 볼거리다. 아시안컵과 베이징 올림픽을 목전에 둔 핌 베어백 감독과의 다이내믹한 인터뷰. <br><br>[2007년 6월호]

UpdatedOn May 28, 2007

Editor 정석헌 Photography 김용식 HAIR 김원숙 MAKE-UP 박혜령
Cooperation NIKE, 길 옴므(넥타이) Assitant 김창규

시침과 분침이 약속한 오후 2시를 가리키는 동시에 육 척 장신의 거체가 고개를 숙이며 지하 스튜디오의 낮은 문으로 입장했고, 그 호수처럼 파란 눈과 미처 설렘을 감추지 못한 나의 눈이 마주쳤다. 오랫동안 염원한 그와의 만남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수석 코치에서 감독으로 대한민국 축구와의 인연이 7년째 지속되고 있는 핌 베어백(Pim Verbeek). 올림픽 대표와 아시안컵 대표팀, 두 집 살림을 맡고 있는 그는 지루할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건만, 승리에 목마른 언론과 팬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얻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2002년의 ‘치명적’ 기억과 거스 히딩크의 그늘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과 한국 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외국인 감독으로 베어백을 지목한 건 다름 아닌 우리들이었다. 이제 그 다수를 만장일치로 돌려놓을 차례다. 3시간 남짓 그를 면밀히 관찰한 나의 잠정 결론은 ‘그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와 다른 구석을 재확인하는 질문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해 생략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고, 꾹 참아낸 내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두 번째 만남에서는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게 되었나?
한국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일하고, 뭔가 이루겠다는 욕구가 강해 보인다. 유럽 사람들이 인생을 즐기자는 주의인 것과 좀 다르다. 이곳도, 이곳 사람들도 내가 처음 한국에 왔던 7년 전에 비하면 꽤 많이 변했지만…. 열심히 일하는 건 내가 살았던 로테르담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서울이 좋다.

그 사이 한국 축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예나 지금이나 한국 축구는 특별하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감독에 대한 태도와 90분 내내 열심히 뛰려고 하는 정신적인 면 또한 좋다. 반면 한국 선수에 비해 유럽 선수들은 팀 중심의 사고가 약하다. 실제로 난 한국에 와서 정신 무장을 위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경기장들도 환상적으로 바뀌었고 팬들을 포함해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알다시피 한국 축구는 오래전부터 유럽 축구를 롤모델로 삼아 변화를 거듭했다. 유럽 축구를 한국 축구에 접목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 건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이다. 유럽 축구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필드 안에서의 플레이도 그렇지만 주위의 환경, 즉 축구에 대한 문화 저변 또한 한국에 비해 앞서 있다. 어제(4월 25일) 성남 일화의 AFC 챔피언스 리그 F조 예선 경기에는 고작 2천 명 정도가 보러 왔을 뿐이다. 유럽의 챔피언스 리그는 늘 많은 관중이 몰려와 경기를 즐긴다. 이건 너무 너무 큰 차이다.

아무리 그래도 잘 변하지 않는(그래서 당신도 존중하는) 한국 축구 고유의 컬러가 있나?
한국 축구는 무척 빠르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임무를 수행하려는 투지를 불태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한결같이 체력과 활동량이 좋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뛰려고 애쓰는 선수들이다. 잉글랜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배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국 축구 고유의 색깔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은 2002년에 한국 축구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팬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높은 기대치나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정작 하고 싶은 축구를 못한 적은 없나?
난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나보다는 선수들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주기 위해서는 팬들이 정말 중요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U-23 국가 대표 경기의 관중석에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A매치에 4만6천 명이 운집해 함성을 지르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선수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측면에서 팬들은 부담이 되거나 방해가 되지 않는다. 팬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들이 바로 축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니까.

난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들락날락하다가 운 좋으면 8강에 드는 정도의 실력을 갖췄으면 좋겠다. 죽기 전에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음…, 안 될 것도 없는 일이다. 월드컵이 끝나면 지구상의 모든 팀들이 팀을 재정비한다. 선수들은 나이가 들고 다가오는 월드컵을 위해서 젊은 선수들을 수혈해 새로운 팀을 꾸려야만 한다. 새로운 선수들을 데려와서 경험을 쌓고 실수를 덜 하게 만드는 게 이전의 성적을 뛰어넘기 위한 골자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2002년과 같은 결과를 얻자면, 조직적인 선수 육성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시작한 사람이고 그것이야말로 내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과 선수들은 죽을 때까지 2002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영표는 <아레나>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전적으로 영표의 말에 동의한다. 한국 미디어는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02년은 과거의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서양인이라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은 좀 다를 것 같은데, 세 나라의 국민을 구분할 줄 아나?
아니, 하지 못한다(웃음). 여전히 일본인과 한국인의 얼굴도 구별하지 못한다. 다만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격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좀 더 개방적이고 친밀하며 유럽적인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일본인들처럼 수줍어하고 예의를 지키지만 그들과 달리 자기 의사표현이 빠르고 분명한 편이다. 난 한국인의 그런 오픈 마인드가 좋다.

세 나라의 축구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일본 축구는 브라질 축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쇼트 패스 위주의 기술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한국 축구는 강한 투지와 공격적인 태도가 큰 장점이다. 중국 축구는 한국 축구보다 훨씬 더 터프하지만 기술이나 조직력은 다소 모자란 것 같다. 한국 축구도 감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그런 면이 더욱 심해 때때로 컨트롤이 안 될 정도가 되기도 한다. 세 나라의 축구가 정말 많이 다르고, 그래서 서로 싸우기도 힘들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 호주가 합류하면서 변수가 더 많아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모든 면에서 더 어려워졌다. 피파가 주도하는 세계 축구의 트렌드도 그렇지만,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7-0 같은 점수가 흔했지만 이제는 그런 큰 점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시안컵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월드컵 티켓을 따는 것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다.

미안한 소리지만, 덕분에 팬들은 더 즐거워졌다.
그렇다. 축구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어 재미있는 거니까. 상황이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지만 내게는 ‘좋은 도전’이다.

아시아권 국가 대표팀의 대부분이 외국인 감독을 두고 있다. 객관적인 시각 외에 외국인 감독으로서 또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이 외국인 감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립을 지킨다.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실력 있는 선수들을 고를 뿐이다. 나는 학연, 지연 같은 각종 연줄과 윗사람의 압박, 인간관계 등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 예전의 한국도 그랬고, 일본에도 있어봤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그 관계들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중요시한다면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나는 각종 커넥션으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나는 한국어를 못해서 언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웃음)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당신이 성인 대표와 U-23 대표팀 감독을 겸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분명 중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나와 나의 코칭 스태프들이 두 팀을 맡고 있는 게 한국 축구에 유익한 일이라고 자신한다. 첫째, 한국 축구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17세에서 33세까지 모든 선수가 같은 시스템 안에서 훈련하고 관리되기 때문에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에 더 용이하다. 둘째, 대표팀 감독 간에도 선수를 보내지 않으려고 옥식각신하곤 하는데 그런 일에 힘을 소모할 필요도 없다. 언론의 반복되는 코멘트 때문에 조금 피곤하지만, 나는 그런 비판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영원한 숙제가 하나 있다. 당신에게 포백과 스리백은 전술상 어떤 차이를 의미하나?
한국 축구에서 동의를 이끌어내기 가장 어려운 문제다. 유럽은 99퍼센트의 팀이 포백을 쓰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적응돼 있다. 한국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전과 다른 전술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그렇고 거의 모든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포백의 장점은 포백이 공간을 커버하기 좋고 수비와 공격 모두 더욱 쉽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좋아 보여서가 아니라 포백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유럽 축구와 겨루고 이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전술적으로 스리백은 파이브백이나 다름없다. 그러면 미드필더에서 1명을 잃어 중원 싸움을 하는 데 불리해진다.

당신의 축구는 4-2-3-1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포맷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나와 나의 팀은 항상 수비 조직과 공격 조직의 밸런스를 추구한다. 간단히 말해서 수비할 때는 6명의 수비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와, 4명의 보다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가 경기장에 있는 것이다. 4명의 수비수와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를 위해 노력하지만, 공격할 때는 4, 5, 많게는 6명의 선수가 공격적인 마인드를 갖고 전진해야 한다. 스리백은 좌우 윙어가 수비에 전념해야 되기 때문에 공격할 때 비효과적이다.

오늘 내가 본 당신은 무척 신중하고 신사다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실험 정신’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난 무척 조직적이고 원칙적인 사람이다. 축구가 아닌 일에도 그렇고 축구에서도 그렇다. 선수들을 교체하는 일도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직감적으로 넣거나 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난 그리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경기에서도 선수들에게 그들이 할 일을 미리 다 말하는 편이다. 경기장 밖 라인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댄다면 그것은 팬이지 감독이 아니다. 난 선수들이 무엇을 할지 미리 말하고 말한대로 진행할 뿐이다.

하기는 ‘임기응변’이 아니라 ‘임시방편’인 용병술인 경우도 많이 봤다.
바로 그거다.

당신은 오랫동안 K리그를 지켜봤다. 여전히
큰 경기장에 비해 부끄러운 평균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다. K리그 활성화는 대표팀 전력과도 직결될 것이다. 묘안이 없을까?
대표팀 경기에 구름처럼 몰려든 팬들을 클럽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들 때마다 내 눈을 의심한다. 그들은 정말로 축구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축구를 진정 사랑한다면 어느 경기나 보러 와야 마땅하다. 국가끼리 맞붙는 큰 경기만이 흥미를 끄는 건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아마도 마케팅의 문제인 것 같다. 4백 만 명이 사는 부산 같은 도시에서 1천 명만이 축구를 보러 경기장에 온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별로 할 말은 없지만….

당신과 K리그 감독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바늘과 실? 아니면 물과 기름?
사실 특별한 관계는 없다. 경기 일정이 바쁜 탓에 미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나는 그들과 경쟁하거나 싸우지는 않는다. 모두 각자의 책임이 있을 뿐이다. K리그의 감독들은 각자 자기 팀의 경기를 진행하고 그들의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책임이 있고, 나는 대표팀을 위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 것이 주 업무이다.

외국에서도 대표팀 감독과 리그 팀 감독들의 관계가 이렇게 소원한가?
그렇지 않다.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훨씬 더 많다.

알다시피 FC 서울의 귀네슈 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가 한국 축구에 흥행적인 측면 외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나?
그의 시도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이슈를 몰고 왔고, 다른 축구 문화와의 혼합이 결국 한국 축구에도 이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터키에서 온 그의 스타일을 선수들과 감독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이미 어떤 의미에서의 발전이다. 이번 시즌이 끝날 무렵, 그와 한 번 대화를 나누고 싶다.

당신을 감독 자리에 앉힌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혹 서운한 감정을 느낀 적은 없나?
난 KFA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이 좋은 결과를 낼 감독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와 계약했고 날 지지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K리그와 KFA 간의 협력 관계는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24일(토요일) 우루과이와의 경기 전에도 선수들은 수요일에 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와야 했다. 그런 것과 아무 상관없이 대표팀 경기에서 최상의 결과를 낼 수는 없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경기를 하는 대표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제출하라고 말하는 건 무리다.

대표팀 운영과 훈련 방식에서 당신이 절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는 룰은 무엇인가?
룰이 있지만 현실적인 것과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존재감은 대표팀에서 비롯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K리그 팀들이 대표팀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은 내가 할 말이 아니라 KFA가 해야 할 일이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해외파의 활약이 한국 대표팀의 탈아시아 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물론 그렇다. 그들이 유럽에서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동료 선수들과 나누는 것은 앞선 축구에 근접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 축구 이미지에도 고무적으로 작용한다.

웨인 루니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호나우딩요 등을 일컬어 ‘경기의 흐름을 바꿀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들 부른다. 국내 선수 중에서 그런 가능성을 본 적이 있나?
그렇다. 한국에도 몇몇 선수들이 그 정도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월드 클래스와 한국 선수들을 둘러싼 환경과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를테면 어떤 환경과 문화를 말하는 건가?
유럽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존경하기보다는 비판하고 경쟁하는 거친 관계를 유지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충분한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축구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란 측면에서 보면 문제를 풀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비판하지 않는데, 유럽에서는 서로 비판하거나 날을 세우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다. 이렇게 다른 문화에 적응하는 일이 제일 먼저다.

박주영과 안정환에 대한 평가가 다소 인색한 편인데, 그 이유를 직접 듣고 싶다.
난 그들이 상당히 비슷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아주 위협적인 골을 넣는 선수들이다. 난 항상 안정환의 팬이었다. 그는 압박이 심한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고, 언제 어디에서나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박주영은 아직 배울 게 많다. 그는 해트트릭을 하고 나서 여러 경기에서 골을 전혀 못 넣기도 한다. 여러 번 골을 넣고, 또 여러 경기 동안 침묵하는데도 여전히 그를 천재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얼굴을 찾는 일이 흥미로울 듯하다. 좋은 점수를 주는 기준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두 가지다. 현재의 능력과 미래의 잠재력. 출신 학교나 지명도는 과거지사일 뿐이다. 지금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보다 뛰어나서 경기에 당장 투입해도 좋은 현재의 능력과 머지않아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 발전 가능성이 나의 잣대이다.

축구와 아무 상관없는 당신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인가?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난 여덟 살 때부터 축구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이런 내가 지겨워 보이나?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웃음)

난 오늘처럼 중요한 날 수트를 꺼내 입는다. 당신에게 수트를 입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어떻게 다른 의미가 있나?
공식적인 자리나 경기가 있을 때 수트를 입지만 평상시에는 청바지와 티셔츠에 멋진 신발을 조합하는 것을 즐긴다. 유럽에서 일할 때는 청바지를 입어도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이다. 나도 당신이 지금 내 앞의 근사한 모습을 늘 과시해주었으면 좋겠다.
참, 얼마 전에 좋은 일을 했다고 들었다. 아우디 유소년 축구 클럽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축구공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건 가장 멋진 일이다. 상업적인 것과는 무관한 일이어서 참여했다.

이제껏 당신이 겪은 것 중에서 최고의 게임과 최악의 게임을 꼽는다면?
2002년 월드컵의 첫 게임인 폴란드전이 최고의 경험이었다. 엄청난 부담에 시달렸지만 잘 이겨냈고, 결국 전력 이상의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반면 2006년 월드컵 16강에 나가지 못하게 된 스위스전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도하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이라크에 졌을 때가 최악이었다. 그날 우리 팀은 정말 좋은 경기를 하고도 졌다.

해외 클럽 중에 당신이 ‘하고 싶은 축구’에 가장 가까운 팀을 꼽아보면 어떨까?
여덟 살인가, 아홉 살인가, 아무튼 그때 잉글랜드에서 아스날 경기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날부터 사랑에 빠졌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그 이후로 아스날의 빠르고 조직적이며 창의적인 축구를 늘 동경해왔다.

당신은 26년째 여러 팀의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휘해왔다. 혹시 경기에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나의 팀을 잘 ‘준비’하는 것이다. 조직력을 점검하고 경기에 필요한 트레이닝을 시키고 선수를 최상의 상태로 이끌어놓는 것들이 그 준비 작업에 포함된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내게 승패보다 중요한 건 바로 ‘완벽한 준비’다. 완벽히 준비하고도 진다면 그건 운이 없었을 뿐이고, 그게 바로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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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석헌
Photography 김용식
HAIR 김원숙
MAKE-UP 박혜령
Cooperation NIKE, 길 옴므(넥타이)
Assitant 김창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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