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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ting Fat

여름이 온다고 살을 빼야겠다 결심한 건 아니다. 난 편한 게 좋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을 빼는 것보다 편하고 효율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있으면 도전해보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이내믹 레이저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br><br>[2007년 5월호]

UpdatedOn April 23, 2007

Editor 성범수 PHOTOGRAPHY 김지태 COOPERATION BeS피부과(02-549-6550)

떨쳐낼 수 없는 뱃살 때문에 크게 고민하며 살진 않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온 뱃살인 터라 어쩌면 내성이 생겨 둔감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내 몸에서 살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군대에 있을 때 뿐이었다. 그때가 차라리 어색할 정도였으니까. 그 당시 난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 5km 이상을 달려야 했다. 어쩌면 그 기억이 날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러너스 하이’ 같은 걸 느낄 여지는 전혀 없었다. 낙오하면, 고참의 질타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역시나 억지로 운동을 해서 살을 빼는 것에 대해 난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움직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살들은 언제나 내 주변에 몰려들었고, 여전히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생해서 살을 떨쳐내고 싶은 생각이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의리로 똘똘 뭉친 난 동고동락의 오래된 정분 그리고 내가 자제하지 않고 먹어서 생긴 인생의 동반자를 쉽게 떨쳐 보내지 못할 거 같다. 떨쳐버리려고 해도 그들은 강력한 접착제로 고착된 듯 굳건히 붙어 있기도 하지만.
게으른 사람에겐 쉽고 간단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돈을 주고 다이어트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찬성하는 쪽이다. 물론 과도한 나머지 빚을 내 다이어트의 대열에 동참하는 건 무지한 인간의 발상이긴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살을 빼야겠다는 불타는 일념과 줄어드는 몸을 몸소 경험할 때, 그 불꽃은 화염이 되어 내 지방을 모두 태워버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내 몸에 잘 맞는 적합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물론 게으르기 때문에 직접 나서는 것보단 이미 성공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준이겠지만).
내 배에는 오랫동안 지방들이 뭉쳐 있었기 때문에 셀룰라이트가 다량 형성돼 있다. 단단하게 뭉친 셀룰라이트는 여간해선 없애기 힘들다. 살 좀 빼보겠다고, 운동하다 쉽게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숨은 턱까지 차고 다리는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는 데 몇 시간 후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은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다. 역사와 전통에 미루어볼 때 희생과 봉사 정신으로 뭉친 성인군자들의 몫인 거니까. 그러고보니 성인군자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살찐 사람이 없었던 거 같다.
오랜 시간 뚱뚱한 채로 살다보면, 사람들의 놀림에도 강건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말은 내 적층된 살을 투과하기는커녕 조금의 떨림도 주지 않는다. 역시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무엇보다 동기 부여다. 난 체험 기사를 써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내게 없던 강력한 동기 부여가 어쨌든 생기게 된 거다. 난 결국 지인의 소개로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다이내믹 레이저라는 시술을 알게 됐다. 망설임 없이 난 다이어트의 지원군을 만나러 BeS피부과로 찾아갔다.
조금 어렵고 무서운(파괴력이 막강한 레이저는 영화 속에서 공격 무기가 아닌가?) 이름을 가진 이 시술을 풀어 설명하자면, 흡성대법처럼 지방을 직접 빨아들이는 지방 흡입술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거다. 몸속에 있는 지방을 없애 즉각적인 효과로 살을 빼주는 시술이다. 하지만 다이내믹 레이저 시술은 보기에 역한 노란 지방 국물과의 대면식을 치룰 일이 없다. 근본적으로 다이내믹 지방 파괴술은 지방 흡입술과는 차원이 다른 시술인 거다. 지방 세포를 제거한다는 결과론적 접근은 동일하지만, 마취가 필요 없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 더구나 지방 흡입으로 생길 수 있는 멍자국이나 출혈, 배를 조이는 압박 붕대도 필요 없다. 그러면서도 복부 기준으로 2~5cm를 줄여주는 효과는 동일하다. 불편하진 않지만 효과가 높다는 건 그리고 살이 울퉁불퉁해질 부작용도 없다는 건 정말 평소 내가 꿈꿔온 편안한 다이어트인 거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따뜻한 레이저를 배에 대고 지방 세포를 녹이는 건 좋은데, 분해된 지방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느냐는 거였다. 혹시 자리를 옮겨 다른 부분에 똬리를 틀고 안착하게 된다면, 배 모양만 달라질 뿐이니까. 하지만 요즘은 내 생각처럼 눈속임만으론 가능한 게 없는 만만치 않은 세상이다. 절대로 분해된 지방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이해는 잘되지 않지만, 혈액으로 흘러 스며들어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래서 다이내믹 레이저 지방 분해 시술을 받고 난 후 운동을 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거다. 운동을 하면 당연히 살이 빠지지만, 땀이 많이 흐르면, 그만큼 녹아내린 지방들이 쉽게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2~5cm는 평균적인 결과일 뿐이다. 운동만 하면 난 ‘몸짱’이 될 수 있다. 의욕이 최고치까지 달아오른 순간이었다.
BeS피부과에서 두 번의 시술을 받기로 하고 첫 도전을 위해 불룩 나온 배를 천하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내 배를 촬영했다. 사실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살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배가 그리 ‘과대’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술 전의 사진과 시술을 받고 난 후 열심히 운동한 다음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는 거다. 부끄러운 촬영을 하고 난 후, 체지방 검사와 몸무게를 쟀다. 시술 후의 변화와 비교하기 위한 세 가지의 기본 과정을 모두 수행했다. 체지방 측정 후 난 시술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수술실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격적인 도구들이 난무할 거라 예상했던 내게 의아한 장소가 펼쳐졌다. 공간의 느낌은 다이내믹 레이저가 간단한 시술이라는 걸 은근히 드러내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내 지방을 ‘쭉쭉’ 녹이는 것이 수술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은 사라졌다. 난 편안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됐다.
레이저 시술 전에 앤더몰로지라 불리는 시술이 진행됐다. 진공 빨판처럼 배를 마구 빨아들이는 시술인 앤더몰로지는 지방이 축적된 부위에 음압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수축과 이완작용을 해주는 시술이다. 이런 반복의 과정은 지방의 연소를 도와주고 파괴된 지방 조직을 혈관과 림프관을 통해 배출시켜준다고 한다.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지방의 양도 동시에 줄어드는 맘에 쏙 드는 과정이었다. 또한 만년 골칫덩어리였던 셀룰라이트로 인해 울퉁불퉁하던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기능도 있단다. 앤더몰로지는 다른 시술과 함께 진행될 때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고 한다(시술 후 내 배가 조금은 더 동그랗고 매끄럽게 변한 건 다이내믹 레이저 덕분이라기보다는 앤더몰로지 때문인 거였다). 시술은 약간의 고통이 따랐지만,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시원했다. 집에 두고 등이 결릴 때마다 부황을 뜨듯 등에 해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앤더몰로지 시술을 받을 땐 사실 고통스러웠다.
강약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위를 낮춰달라고 부탁만 하면, 고통 없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도를 낮추면 효과가 감소될 것만 같았다. 난 이왕에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때린 데 또 때리듯,
내 배의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흡입했다 풀어놓을땐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난 무조건 참았다. 배 라인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앤더몰로지가 끝나고 다이내믹 레이저가 이어졌다. 배 위에 젤을 발랐고, 레이저를 쏘아대는 기계가 배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끔 뜨거움이 느껴졌지만, 화상의 위험은 없다고 했다. 기계 앞부분에 냉매가 있어 레이저의 뜨거움으로 인해 홍조가 된 배를 볼 일은 없다는 거였다. 꽤 오랜 시간 레이저 시술이 이어졌다. 이렇게 해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것에 내심 감탄하며, 난 웃으며 누워 있었다. 갑자기 시술을 시작했을 때보다 배가 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이저의 지짐이 내 배를 재편하고, 지방 세포들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그렇다면 배의 모양은 변하고 배는 들어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술이 끝난 후 거울을 보니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레이저가 즉각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한 번 시술을 받으면 3주 내에 다시 시술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건 적어도 시술을 받은 후 2주 동안 다이내믹 레이저가 계속적으로 내 몸속에 잔존 세력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효력이 남아 있는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준다면, 2~5cm 이상의 배 둘레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살도 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배에 레이저를 쏘였다고 해서 온몸에 레이저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아니다. 레이저 시술이 동기 부여가 돼 열심히 운동을 하다보면 다른 부위도 당연히 빠질 거라는 말이다. 그리고 난 디올 옴므라도 입을 수 있는 에디 슬리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부류의 남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시술을 받고 나니, ‘하이폭시’라 불리는 자전거를 타라고 했다. 하체 부분을 저압 상태로 만들어놓은 자전거를 타는 것인데, 하체 비만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자전거는 저압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하는 것보다 운동 효과를 한층 더 끌어올려준다. 저압 상황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주기 때문이다. 혈액 공급이 증가되면, 지방 연소가 즉각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30분 동안의 자전거 타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저압 상태의 공간이 내 몸을 빨아들였지만, 페달을 밟는 두 다리는 훨씬 더 가벼웠다. 문제는 30분의 자전거 타기가 끝난 다음이었다. 기계에서 내려온 내 다리엔 힘이 없었다. 30분 운동으로 2시간 동안 운동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던 건 사실이었던 거다.
어쨌든 난 3단계로 구성된 패키지를 끝내고 상담을 받았다. 다이내믹 레이저를 시술받은 후 몇 시간 동안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말라고 했다. 그 외 특별한 제약은 없었다. 내 몸에서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밥을 먹지 않고 나왔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홀쭉하게 느껴질 뿐 시술에 따른 효과 같은 건 없었다. 입에 쓴 게 좋다더니 시술 자체가 너무 쉬워서 이런 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들 정도였다.
난 다음 날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갔다. 내 인생에서 보기 힘든 그런 장면이었다. 그날 난 몸무게를 쟀다. 놀랍게도 무려 2kg이나 빠져 있었다. 이건 정말 내 인생 역정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이다. 그동안 내 몸무게는 오르기만 했지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염에 걸려 신음하던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배 둘레는 재보지 않고 기다렸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특별하게 운동을 하지 않고도 2kg이나 줄었다는 걸 알고 나니 운동이 꼭 필수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마감 기간과 피곤함을 핑계로 그 이후로는 피트니스 클럽에 가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달 기사 중에 ‘운동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라는 글을 읽고나니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술 약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2kg이 빠졌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야 했으니까.
두 번째 시술을 받을 때 배 둘레를 쟀다. 불행하게도 내 생활 리듬이 문제였던 거 같다. 거의 최저 수치인 2cm 정도만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운동을 별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결과였지만, 스스로 부끄러워 머리가 숙여졌다.
그리고 다시 전과 같은 과정을 반복해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레이저가 강력하게 내 배를 자극하는 것 같지 않았다. 시술을 받을 때 난 반복적으로 뜨겁지 않냐는 질문을 들었다. 난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다. 뜨거웠지만, 무의식적으로 통증을 제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지한 내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도를 높이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모든 시술은 끝났다. 기사를 쓰기 전에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브리핑을 하자면, 최종적으로 배 둘레는 5cm가 빠졌다. 몸무게는 4kg 줄었다. 운동을 더 했으면, 효과는 더 했을 거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두 번째 다이내믹 레이저 시술을 받은 지 2주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마감 때문에 운동을 하러 가지 못하곤 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내 배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거다. 내일은 꼭 운동을 하러 갈 테니까 말이다.
아아, 세일할 때 샀던, 살 빼면 입을 거라며 구입했던 34인치의 데님 팬츠를 사놓고 입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입어봤더니 내 허리에 딱 맞았다. 허벅지가 조금 꼭 끼긴 했지만, 난 그거면 됐다. 충분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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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성범수
PHOTOGRAPHY 김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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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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