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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서재 사이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혼자라서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부엌과 서재 그리고 그 사이.<br><Br>[2007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20, 2007

photography 이정금 Editor 김민정

멀티라는 미명 아래 제대로 된 무엇 하나 갖추지 못하고 설레발을 떨던 곳이 얼마나 많았던가. 게다가 경박하지 않게 ‘멀티’의 의미를 살리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다양한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 주는 번잡함, 어느 한구석에서는 노름판이 벌어지고 또 한구석에서는 아이 몇 명이 울고 있는 명절 풍경 같은 그런 거실이 싫다면 여긴 어떤가. 부엌 특유의 그 맛깔스러움과 서재의 독립성이 공존하는 ‘부엌과 서재 사이’. 부엌이라는 단어에 여성스러운 공간을 그려내겠지만 몇 차례 찾아가본 그곳의 느낌은 의외로 에로틱하고 남성적이다. 한쪽에는 소설과 미술 서적을 비롯한 다양한 책들이 있고, 부채꼴 모양의 내부는 보일 듯 말 듯 테이블 사이에 장막을 만든다. 부엌과 서재가 주는 은밀한 느낌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10번 테이블’을 예약한 뒤 사랑하는 그녀를 데려가자. 부엌에서 갓 차려낸 밥상과 서재에서의 안위, 그 둘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위치 교대역 6번 출구 100m 전방,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문의 02-593-2735

미각 만족 지수 90%
캐주얼한 이탈리아 요리가 주 메뉴지만 해물 쌀국수나 홍합찜 같은 동남아 퓨전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음료는 각종 차와 와인, 칵테일과 맥주가 준비돼 있으며, 간단한 수프와 파스타, 리소토, 스테이크까지 식사 메뉴가 다양하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을 딴 메뉴가 색다르다. 가령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마를린 먼로가 연기한 로렐라이-프랑스 대륙에 유럽이라는 나라가 있는 것으로 알 정도로 멍청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녀-는 매콤한 새우와 웨지감자 그리고 약간의 샐러드와 홀그레이 소스가 한 접시에 풍성하게 나오는 메뉴 이름으로 변했다. 음식 맛은 미각을 적절히 자극할 정도이며, 다양한 메뉴 또한 누구와 함께 가든 어울린다. 닭가슴살과 라즈베리 소스가 색다르게 버무려지고 아멜리에 같은 톡 쏘는 해물 리소토 또한 같이 온 그녀에게 권할 만하다. 게다가 남자들끼리 가도 느끼함에 치를 떨 듯한 메뉴가 없는 것이 만족스럽다.

주변 만족 지수 80%
과거 삼풍백화점 자리에 세워진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지하는 프라이빗한 멋이 있다. 멋진 야경을 꿈꾸며 종로 한복판에 가봤자 어지러운 자동차 행렬만 보다가 식사를 끝내기 일쑤다. 지하라 답답할 거라는 걱정은 버릴 것. 널찍한 공간에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레스토랑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간간히 보이는 분수대 또한 지하라는 핸디캡을 완전히 잊게 한다. 하지만 식사를 마친 후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곳의 어정쩡한 위치에 조금은 난감할 듯.

안락 만족 지수 80%
부엌과 서재 사이는 무빙 파티션으로 각 모임에 맞게 테이블을 분리해준다. 혹 창가의 2인 테이블이나 앞서 말한 10번 테이블에 앉게 되면 서버가 들어오지 않는 한 내내 단둘이 된다. 왠지 소개팅 장소로 좋아 보이는 것은 이런 독립성 때문이 아닐까. 최소한 다른 테이블의 이성을 멍하게 쳐다볼 일은 없을 테니. 하지만 상가 내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왠지 커프링크스까지 갖춘 채 오토바이 타는 기분이다.

흡연 만족 지수 80%
흡연석과 비흡연석이 분리되어 있다. 흡연석에 앉아 식사를 하면 어두운 실내와 담배 연기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지갑 만족 지수 90%
음료는 3천원부터, 간단한 후식은 1만원 안쪽이며, 식사 또한 1만원에서 3만원 사이다. 오후 2시 30분까지는 런치타임으로 1만4천원과 1만6천원에 각각 파스타와 리소토 세트 (샐러드와 커피 포함)를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모두 세금(VAT)이 포함된 가격이다!

주차 만족 지수 100%
서초동에 갈 때 한 가지 팁. 아크로비스타 방문 차량은 무조건 1시간 무료 주차다. 게다가 ‘부엌과 서재 사이’를 찾는다면 무조건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서비스 만족 지수 80%
노련해 보이는 서버들이 다소 어색한 메뉴판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테이블 사이에 무빙 파티션이 놓여 그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식사 시 커다란 물병 하나는 확보하고 있어야 맘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수시로 서버를 호출해야 하는 종이컵 크기의 물잔에 불만을 느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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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정금
Editor 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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