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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씬시티>의 원작이 출간됐다. 미국 만화계의 살아 있는 전설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한국에서도 번역본으로 만나게 된 거다.<br><br>[2006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3, 2006

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성범수

1980년대로 접어든 미국 만화계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로버트 크럼으로 대표되는 1970년대 언더그라운드 만화 붐이 점차 쇄락하고 슈퍼맨, 배트맨 등의 미국 슈퍼 영웅들마저 지구를 떠나야 할 판이었다. 코믹스라 불리는 미국의 전통 만화가 매너리즘이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침체기를 타계한 건 작가 정신으로 무장한 그래픽 노블의 출현이었다. 최초의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윌 아이스너의 <신과의 계약>, 만화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슈피겔만의 <마우스> 등은 바로 이 시기 만화에 새로운 미학을 불어넣고 만화의 범위를 정치·사회·철학까지 확장시킨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만화는 작품이라는 가치는 인정받았지만 새로운 슈퍼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던 미국 만화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진 못했다. 결국 대안은 과거 영웅들의 복귀였다. 1986년에 발표한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알란 무어의 <워치맨>과 함께 슈퍼 영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바꿔놓았다. 정신적 혼란과 광기마저 보이는 배트맨과 부패한 정부의 앞잡이로 전락한 슈퍼맨, 이미 전작 <데어데블>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한 프랭크 밀러는 슈퍼 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들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5년 뒤 1990년대 최고 화제작 <씬시티>를 출간한다.
한국에서 2006년 하반기까지 7권이 모두 완간될 <씬시티>는 로드리게즈 감독과 함께 <씬시티 2>가 영화화되고 있다. <씬시티>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인물은 미키 루크가 분했던 마브다. 그는 거칠고 머리도 나쁘다. 걸핏하면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다. 절대 ‘선’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개념을 가지고 처한 상황에 맞서 몸부림친다. <씬시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마브와 유사하다. 프랭크 밀러가 그려낸 강렬한 흑백 대비는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와 오차 없이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독자들을 강한 흡입력으로 끌어들인다.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를 구축한 <씬시티>는 프랭크 밀러와 함께 만화의 전설로 기억된다. 무심하게 덮어두기엔 그 매력이 지나칠 정도다. 각권 9천원.

Wish List

떠나지 못한 휴가에 대한 위안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우리시대에>
아테네, 9천8백원
헤밍웨이는 자신의 청소년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단편소설 <우리 시대에>를 1925년 뉴욕에서 출간했다. 닉 애덤즈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8편의 단편과 함께 총 15편을 담고 있으며 각 장이 시작과 함께 한 편의 스케치들을 소품처럼 배치했다. 이 단편들은 닉이라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용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돼 있다. 전쟁, 남녀 관계의 갈등 같은 삶의 리얼리티 속에서 때로는 방황하고 좌절하면서 삶의 가치관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젊은 헤밍웨이가 미국에서 작가로 공식 데뷔한 작품이다.

2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은행나무, 9천4백원(1권), 9천원(2권)
부르주아 국가의 전복을 목표로 하는 혁명당인 아시아 혁명 공산주의자 동맹의 전설적인 행동대장으로, 현재는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아버지를 둔 사춘기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성장 소설이다. 이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에 휘둘리는 가족과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지로의 이야기가 두 권의 책을 부담없이 읽어내려가게 한다. 일본 전국 서점 직원들이 뽑은 가장 권하고 싶은 책으로 2006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쿠다 히데오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집필한 성의 있는 소설이다.

3

조영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한겨레출판, 9천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우리네 도시의 어두운 이면 속에서 어떤 경우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인 열세 살짜리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 상진은 첫눈 오는 날 여우를 만난다. 여우는 쓸쓸한 세상에서 뭔가 모를 희망을 주는 대상이다. 주인공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우리의 메마른 현실을 흔들림 없는 눈으로 보여준다. 작가 조영아는 현실, 뉴타운으로 발전해가는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고독과 침묵을, 여우를 통해 절절히 녹여냈다. 2006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4

손홍규 <귀신의 시대>
랜덤하우스 중앙, 9천8백원
제목 때문에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납량 특집 소설은 절대 아니니까. 한 소년이 마을 사람 하나하나에게 역사적이고 전설적인 생동감을 입혀주고 그들을 통해 삶과 죽음, 역사와 개인사 그리고 역사적 환부를 들춰내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재미는 소년의 정체에 있다. 소설을 읽어갈수록 소년의 정체는 모호해진다. ‘소년인 채로 죽었다’라든지 아니면 ‘손가락을 닮은 물고기’처럼 소년의 모습이 익사한 시체나 물고기처럼 묘사되는 점은 소년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듯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해볼 숙제다. 손홍규의 첫 번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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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성범수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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