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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백미는 역전이라지만,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특히 9회 역전 승부가 많이 일어난다.물론 9회에 유독 강한 팀이 있는 반면, 뒷심 부족으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팀도 있다. 이 독특한 불균형의 이유.<br><br>[2008년 7월호]

UpdatedOn June 22, 2008

WORDS 박동희(네이버 <스포츠 춘추> 운영자) illustration 김창규 Editor 이기원

5월 16일 롯데와 우리 히어로즈전이 열리는 부산 사직구장. 9회초를 앞두고 홈팀 롯데가 히어로즈를 6대5로 리드하자 관중석은 대학 축제장을 옮겨다놓은 듯 열기로 가득했고 패배를 직감한 히어로즈 타자들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그때 롯데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로 오르고 있었다. 순간 히어로즈 타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반대로 홈 관중은 자신들에게 닥쳐올 불행을 예감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몇몇은 손을 모아 기도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네 살의 롯데 마무리 투수 임경완에게 침묵과 기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었다. 임경완은 두 명의 타자를 쉽게 돌려세웠지만, 연속 3안타를 맞으며 가볍게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롯데는 이 경기에서 히어로즈에게 6대7로 졌고 임경완은 세 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단독 1위에 올랐다.
따지고 보면 롯데의 9회 역전패와 임경완의 블론 세이브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그리 유별난 장면이 아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9회는 마지막 이닝이 아니라 9번째 이닝에 지나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MBC ESPN 허구연 해설위원은 말한다. “프로야구 사상 이렇듯 역전이 많았던 시즌도 없다.” 과연 그럴까. 이른바 ‘필승조’로 불리는 구원투수진이 7회 이후부터 등장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7회 이후 역전 경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다.
시즌 196경기가 진행된 6월 7일 현재 7회 이후 역전승은 총 18경기에서 나왔다. 확률로 따지면 9.2%다. 지난해에는 7회 이후 역전될 확률이 5.9%, 2006년도에는 8.1%에 그쳤다. 시즌 초반 투수가 타자보다 유리하다는 야구 상식을 참고한다면 분명히 올 시즌 역전 증가는 기현상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무리 투수의 부재다. 올 시즌 8개 구단의 9회 평균자책점은 4.18이다. ‘철벽 마무리’ 오승환의 삼성과 ‘언더핸드 마무리’ 정대현이 버티고 있는 SK가 각각 2.54, 2.68로 유일무이한 9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나머지 6팀은 모두 4점대 이상이다. 이 가운데 꼴찌팀 히어로즈는 9회 평균자책점이 무려 6.75로 ‘마무리’ 투수를 올린 게 아니라 ‘아무나’ 올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K와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유력한 팀으로 꼽히는 이유가 튼튼한 마무리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 반해 롯데와 두산은 상대적으로 약한 마무리로 상승세 유지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무리 투수의 하향세는 시즌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오승환, 정대현, 한기주(KIA)는 잦은 국가 대표팀 차출과 부상 등이 겹치며 구위 하락이 점쳐졌고 정재훈(두산), 우규민(LG)은 지난해에도 좋지 않았다. 한화, 우리, 롯데는 기존 마무리 투수의 부상과 재창단, 감독 교체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마무리 투수를 시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무리 투수들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9회 2~3점 차이는 안심할 수 없는 점수라는 말이다.
반면 올 시즌 유난히 9회에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는 팀도 있다. ‘역전의 명수’로 불리는 한화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한화는 7회 이전까지 열세였던 30경기에서 6승 24패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7회 이후 역전승을 6번이나 기록한 셈이다. 20%의 역전 확률은 단연 리그 최고다. 한화가 9회에 강한 건 이닝별 점수를 봐도 알 수 있다. 한화는 9회 36득점을 거둬 평균 0.80득점을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그 어느 팀도 특정 이닝에 평균 0.80득점을 넘지 못했다. 상대팀 마무리 투수가 등장하는 9회에 이처럼 많은 점수를 기록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화가 이렇듯 9회에 강한 이유는 이도형과 이영우 등 노장 선수들의 공이 컸다. 특히나 이도형은 9회에만 6타수 3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9회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영우도 9회 14타수 7안타로 타율 5할, 5타점을 거두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9회 막바지 찬스에서는 역시 경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의 역할이 큰 것이다. 반대로 삼성은 7회 이전 리드한 24경기에서 역전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삼성의 모토인 ‘지키는 야구’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삼성은 7회 이후 한 번도 역전에 성공하지 못한 팀이기도 하다. 그럴 만도 하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선취점을 지키는 데 능한 감독이지 열세를 극복해 이기는 데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7회 이후 삼성팬들이 TV 채널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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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박동희(네이버 <스포츠 춘추>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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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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