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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옆모습

겉으로 보여지는 게 전부는 아니다. 새로운 각도로 보니 이상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On December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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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만큼 승승장구하며 달려온 배우도 드물다.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를 앞세워 MBC 드라마 <에어시티>(2007년)에 출연한 이후 줄곧 따라다니던 서울대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더라도 그의 인생은 화려했다. 데뷔 2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차더니 <인생은 아름다워> <짝패> <내 딸 서영이> <엔젤아이즈>까지 어느 작품 하나 실패하지 않고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다소 시청률이 저조한 작품이었다 할지라도 언론과 평단은 그에게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tvN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첫사랑 하노라(최지우 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차현석을 연기한 이상윤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상윤과의 인터뷰는 화기애애했다. 똑똑하고 젠틀한 그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잘생긴 얼굴에 스스로 정화되는 안구는 덤이다.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에게 그가 방긋 웃어 보인다. “팬이라서 궁금한 게 많아요.” 이상윤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팬으로 남아주세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두번째 스무살>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촬영 스케줄이 촉박해 힘들었지만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에요. 배우들과 제작진이 포상 휴가를 받았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얼떨떨하면서도 좋아요.

촬영 기간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들었어요.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어요.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새우잠을 자는 정도였죠.

평소에도 여성 팬이 많았지만 <두번째 스무살>을 보고 이상윤의 ‘덕후’가 됐다는 사람이 많아요.
어느 팬분이 댓글에 ‘이상윤에 입덕했다(팬이되다)’고 쓰셨더라고요. 한분 한분의 의견이 소중해요. 그런데 사실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모든 걸 최지우 선배님이 잘해주셨고, 전적으로 제가 덕 본 거죠.

드라마 속 설정처럼 2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이 불치병에 걸린다면 이상윤은 어떻게 할까요?
아마 온 마음을 다해 도와줬을 것 같아요. 사랑이 아니라 의리 같은 거죠. 하물며 친구가 아파도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이 있는 여자친구라면 더 그래야죠.

그렇다면 2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의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조금 고민이 되네요.(웃음) 저의 행동 때문에 평온한 가정이 깨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마 행동의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2007년 <에어시티>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난 최지우와의 찰떡 호흡도 화제였어요.
최지우 선배님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 분이에요. 그 기운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함께 연기한 배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처음에는 저를 이끌어주셨고, 드라마 중반으로 갈수록 서로에게 의지하게 됐죠.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공부도 했고요.

최지우씨는 신인 시절의 이상윤씨를 기억하던가요?
<에어시티>가 데뷔작이라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모습이나 촬영 환경이 궁금해 답사를 간 적이 있어요. 최지우 선배님이 그때의 저를 기억하시더라고요. 까마득한 후배인데도 잘 챙겨주신 선배님이에요. 그때 연기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만회하고 싶어서 이번 작품에 더 욕심을 내기도 했고요.

애드리브가 많았던 촬영 현장이라고 들었어요.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버라이어티한 거예요. 연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죠. 최지우 선배님도 현장을 즐기신 것 같아요.

이상윤은 애드리브를 즐기는 배우인가요?
아뇨.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이 워낙 차분하고 반듯했기 때문에 애드리브를 할 만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라이어 게임>에서 만났던 조재윤 형님처럼 애드리브로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배우들을 보면 부러워요. 저도 경험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동안 모범생 캐릭터를 주로 맡았어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연기적 갈증이 있을 것 같기도 해요.어느 배우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다양한 상황이나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있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군요.

모든 연기자가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연기,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좇고 기다려요. 다만 연기자로서 감독님과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으면 그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갈고닦으려 해요. 다음 기회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웃음)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이상윤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모습이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가방끈이 긴 역할을 맡았어요. 실제 저는 굉장히 소탈하고 친근한데 말예요. 악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욕심도 나고요.

스스로에게서 악한 모습을 발견하곤 하나요?
그럼요. 많이 보죠.(웃음)

가방끈 이야기나 나와서 물어볼게요.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연예계 대표 브레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좋은 머리를 주로 어디에 쓰나요?
사실 저 머리 안 좋아요. 잔머리 굴리는 데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아요.(웃음) 어릴 때는 진짜로 제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지금은 기억력이 많이 쇠퇴했죠. ‘공부는 어릴 때 해야 하는구나’라고 많이 느껴요.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 10년이 걸렸어요. 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연기에 매진할 법도 한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졸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장을 받는 것보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는 데 의미를 두었죠.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연기 쪽으로 대학원을 갈 수도 있을 거고요. 고민이 많았지만 결론은 하나였죠. 졸업을 하자.

서울대학교 출신 감독님들과 여러 번 작업을 했어요. 학벌의 덕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몰랐는데 이번 드라마의 김영식 감독님도 서울대학교 출신이더라고요. 학연 때문에 캐스팅된다기보다 서울대 출신 배우라서 느낄 수 있는 고충을 더 잘 이해해주시는 것 같기는 해요. 서울대생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요.

서울대생에게도 한계나 단점이 있군요?
아무래도 이성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연기자로서는 치명적 단점이죠. 데뷔 초에는 물리적으로 파악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연기자에게는 굉장한 약점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한 번도 실패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도 실패를 해본 적이 있어요. 최선을 다해도 안 되면 인정하는 법을 배웠죠. 나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몇몇 대학교 동기들은 실패를 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좌절하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저는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더 단단한 것 같기도 하고요.

‘서울대’나 ‘브레인’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본다면 이상윤의 매력은 뭘까요?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내 매력은 뭘까’를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연기나 역할도 중요한데 매력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노력하고 있어요. 중년이 갖게 되는 중후하고 포근한 매력을 갖고싶어요. 어떻게 늙어야 매력적일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다 이루고 사는 것처럼 보여요.
정말 희한해요.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결국에는 생각하는 대로 돼요. 하고 싶은 일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복 받은 사람이죠.

부러운 능력이네요. 그렇다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나요?
아직 없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죽기 전에 이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저를 돌아봤어요. 그동안은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지금이라도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려고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여행을 계획 중이에요. 욕구에 비해 많이 다니지 못했죠.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남극이나 히말라야 같은 극한 지대도 가보고 싶어요.

히말라야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인가 봐요.
신기하잖아요. 거길 언제 가보겠어요. 히말라야에 시체가 그렇게 많다는데 안 죽게 준비를 잘해야겠죠.

스무 살의 이상윤도 도전 정신이 강했나요?
어릴 때 저는 소극적이었어요. 해보지 않은 일은 일단 시도조차 하지 않던 제가 배우가 되겠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죠.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놀라는 친구들이 아직도 있을 정도라니까요.

소심했던 이상윤이 배우가 됐으니 놀랄 법도 하죠. 연기가 맞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당연히 힘들 때도 있었죠. 성격 탓에 부끄러워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벗어난 것 같아요. 해야만 해서 해봤고, 막상 해봤더니 재미있고, 그러니까 더 재미있게 하는 법을 배우는 식으로 조금씩 변화해왔죠.

이상윤을 변하게 한 결정적 작품이 궁금해요.
<내 딸 서영이>요. 모든 걸 다 가진 캐릭터 강우재를 연기했는데 ‘강우재는 너에게 없는 이미지야’라는 주위의 시선과 걱정이 많았죠. 그때 가장 많이 혼났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었어요.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오기였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때 ‘변화’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죠.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크게 변화 없는 삶을 살았겠죠? 성인이 된 후 성격이 바뀌긴 했지만 인생이 180도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계속 공부를 했을 거고 아마도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배우 이상윤은 최근 무슨 고민을 하고 있나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른스럽게 늙는 것, 멋있게 나이를 먹는 것이 30대가 되면서 계속 고민하는 키워드예요. 그 나이에 맞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근에 같은 소속사에 있는 천호진 선생님이 <육룡이 나르샤>에서 묵직하면서도 강렬하게 연기하시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했죠. 철도 들어야 할 것 같고요. 예전에는 옷도 편하게 입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격식 있는 옷을 입으려고 하죠. 20대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30대가 달라지고, 30대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40대의 삶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을 했어요. 결혼 생각이 간절해지는 요즘이죠.(웃음) 생각해보니 지금 아이를 낳아도 아이가 스무살 때 제가 환갑이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되도록 마흔 전에는 결혼하고 싶은데 지금은 결혼할 여자가 없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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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이진하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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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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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