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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1%의 팁 열번째

법이 효자를 만들까?

On November 01, 2015



‘효도를 장려하고 불효를 방지하기 위하여 불효자방지법을 만드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하라.’ 1955년, 그러니까 50여 년 전 서울대학교 법학과 시험 문제다. 당시 효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했었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문제에 ‘법을 만든다!’라고 답한 학생은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하니 효도는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통념이었던 것 같다.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재산을 상속받고도 부모 부양을 외면하는 ‘불효자식’을 막는 법안의 도입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른바 ‘불효자방지법’이다. 물론 상속을 받은 뒤 자식이 부모를 홀대하면 상속했던 재산을 몰수하는 취지이니 그럴듯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자식이 부모를 폭행해도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처벌을 원치 않으면 국가가 나서서 그 자식을 처벌하지 못하던 것을 개정하여,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면 무조건 중형에 처하는 법이니 우리나라 정서상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속살해인 경우 처벌을 가중하는 법이 있다. 즉, 일반인을 죽이거나 폭행하면 받게 되는 처벌보다 부모를 죽이거나 폭행하면 가중처벌을 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부모나 조부모 등 존속을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45건이던 존속살해가 2009년 58건, 2010년 66건, 2011년 68건으로 증가세를 나타내 올해 들어서는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된다. 자식이 부모에게 집을 상속받은 뒤 그 집에서 부모를 쫓아내고 폭행하며 심지어 재산 문제로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발생하다 보니 드디어 법이 나선다는 것인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가운데 두고 부모 자식 간에 눈치 게임이 시작되고, 돈을 담보로 효도를 강요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법이 효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예를 들어 시어머니가 재산을 상속해준 뒤 며느리에게 무조건 복종을 강요한다고 치면, 그걸 거부하면 불효일까? 법원과 판사가 과연 효도와 불효를 측정할 수 있을까? 존속, 즉 부모에 대한 범죄에 분명히 가중 처벌을 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모를 죽이거나 폭행하는 범죄가 많다는 것은 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일례임에도 우리 법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개입하고 싶어 한다.사실 중국에는 이미 효도법이 있다. 자식이 부모를 한 달에 한 번 찾아뵙고 용돈을 드리도록 하는 법인데 정말 ‘창조 경제’란 말이 생각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빠서 부모를 찾지 못하는 자식을 대신하는 대행업이 생긴 것이다. 자식이 대행 업소에 의뢰하면 그곳 직원이 부모를 찾아뵙고 같이 식사를 하고 용돈을 드린다. 과연 대행 업소를 통해 효를 다하는 것은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일까? 효는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효도가 될 수도 없다. 가족 간의 문제까지 법이 개입한다? 글쎄다. 법은 최소한으로 규정될 때 살기 좋은 세상인 것인데, 법이 너무 많아진다. 법학자로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이 법이 과연 대한민국을 효자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 효도법 개정안
    우리 민법 556조에는 부모에게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학대와 그 밖의 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도 포함하여, 부모를 부양하지만 이를 소홀히 할 경우에도 재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이미 물려준 재산도 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 현행법에서는 재산을 준다는 약속은 취소할 수 있어도 일단 준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되어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미 줬더라고 다시 뺏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모두 사용한 후라도 부모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형법상의 불효자방지법은 존속 폭행과 같은 패륜에 대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자식이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거나 처벌을 원치 않아도 법이 나서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글쓴이 류여해씨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회 법제실의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한국사법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재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로 재임 중이며 MBN <류여해의 통쾌한 법>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녀는 모른다> 등이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2015년 11월호

2015년 1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