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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는 가지 마세요

동행 금지

또래 아이를 함께 키우며 가족 이상으로 친해지는 주부 친구들. 어중간하게 친하고 애매모호하게 어려운 이들 사이에서도 동행해선 안 될 금기의 장소가 있다.

On August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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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외여행

또래 아이를 둔 몇몇 엄마들끼리 떠나는 동남아 여행! 남편 혹은 친정엄마에게 SOS를 쳐놓으면 설렘 지수는 최고치를 찍는다. 그런데 그렇게 콧노래가 나오는 건 딱 공항에서 출발 직전까지다. 멤버 중 꼭 한 명은 초를 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 1분 1초도 아쉬운 판국에 시시때때로 애들 걱정, 남편 걱정 일색이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에 가도 한숨이나 푹푹 쉬면서 “우리 애들도 수영 얼마나 좋아하는데” “우리 신랑 힘들게 일하고 있을 텐데”라고 연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함께 간 사람들까지 김이 팍 샌다. 신나게 여행을 즐기던 다른 주부들을 순식간에 죄인으로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가만 보면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대는 친구도 꼭 있다. 호텔 객실이 작다는 둥, 호핑 투어용 배가 작다는 둥, 지난번에 갔던 어느 여행지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음식이 너무 맛이 없다 등등 마음에 드는 건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럴 거면 왜 왔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올 지경이지만 여행지에서 싸웠다간 되돌리기 힘들 것 같아 꾹꾹 눌러 참는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나 보다. 여행 가서 안 싸우면 평생 남을 친구라는 거.
신갈동 룰루랄라(주부, 38세)

2 쇼핑

함께 쇼핑 간 친구는 내가 입어보는 옷마다 “예뻐!”를 외쳤다. 결국 나는 그날 잔뜩 과소비를 했고, 며칠 뒤 환불하러 다시 갔던 쓰라린 경험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너무 솔직해도 문제다. “뚱뚱해 보여, 안 어울려” 하며 연신 돌직구를 날려대던 한 친구는 급기야 “내가 한번 입어볼게” 하며 연타까지 날렸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장 점원은 친구를 향해 “어머,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하는 거다. 결국 나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일산 순정녀(바리스타, 36세)

3 부부 동반 모임

남편들의 술버릇이 얌전한 편이라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런 자리는 될 수 있으면 만들지 말자. 무엇보다 남편과 내 단짝 친구가 너무 친해지면, 이후에는 친구에게 남편이나 시댁에 대한 한풀이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친구와 남편, 두 사람을 모두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들은 가급적 멀수록 좋다는 사실!
판교 사르르(개인사업, 35세)

4 캠핑

친구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났다. 공기 좋은 곳에서 단란한 바비큐 타임! 낭만적인 캠핑을 기대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먹는 사람 따로 있고 굽는 사람 따로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내 역할은 뭐였냐고? 바비큐 타임 내내 자리에 한 번 앉지도 못하고 고기를 구워댔다. 캠핑장에서 가장 얄미웠던 건 애교 많은 성격의 친구. 나는 바비큐 열기에 질식사 하기 직전이었는데, 그녀는 하하 호호,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남편들 사이에서 술잔을 돌리는 황당한 상황. 결국 난 남들이 취기가 올랐을 때쯤 되어서야 숟가락을 들 수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주변 정리를 마치고 힘든 몸으로 텐트 안에 몸을 뉘였는데, 잠자리는 또 왜 그렇게 불편한 건지…. 술에 취해 침낭 속에서 곤히 잠든 남편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이튿날 아침은 최악이었다. 팥쥐 같은 그녀는 지난밤 너무 과음했다며 콧소리를 내고 결국 김치찌개를 끓이는 것도 내 몫이 됐다. 캠핑 전쟁터에서 꽃피는 우정은 버라이어티 쇼에서나 찾으시길.
가락동 신데렐라(주부, 38세)

5 학원 레벨 테스트

내 아이의 학원 레벨 테스트의 결과는 엄마들이 받는 성적표와도 같다. 평소 털털하고 극성맞아 보이지도 않던 친구, 그녀의 아이라면 우리 아이보다 레벨이 낮을 것이라 으레 생각했다. 아뿔싸! 그런데 그 친구 딸과 내 아들의 레벨이 똑같다고 나온 거다. 그동안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았다. “우리 애는 학원 한 번 보낸 적 없는데…” 하며 배시시 웃는 친구를 뒤로하고 아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서래마을 신사임당(주부, 40세)

6 목욕탕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가릴 곳은 가려야 한다. “보기보다 통통하네?” 혹은 “앞뒤 비슷하구나.” 둘 중 무슨 말을 듣든 기분이 좋을 순 없다. 아무리 편한 사이가 됐다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는 각자 상대의 약점을 잡게 되어 있다. 준비 없이 몸매 오픈했다가 괜히 동네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비루한 몸은 되도록 가리자.
돈암동 통통이(학원 강사, 37세)

7 종교 모임

대학 때 ‘청담동 노는 언니’로 통했던 친구. 한번은 그녀를 따라 교회에 갔는데 깜짝 놀랐다. 가식적인 말투를 듣고 있노라니 온몸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나서서 대표 기도까지 하는 것을 보니 ‘얘가 내 친구가 맞나’ 싶기도 했다. 그녀의 개과천선은 축하할 일이지만 목사님 말씀보다 그녀의 행동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잠실에서 놀았던 언니(주부, 42세)

8 미용실

오랜만에 파마나 해볼 생각이었다. 딱 그거였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길었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왜냐고? 다 친구 때문이다. 5~6시간 걸리는 헤어 케어 시간이 지루해 데려갔던 친구가 대뜸 “요샌 단발머리가 유행이래”라고 툭 내뱉은 거다. 나도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래 한번 해보지 뭐’ 하고는 디자이너 선생님에게 단발로 잘라달라고 말했다. 5년간 고이 길러온 머리카락이 우수수 잘려나갔다. 거기까진 좋았다. 친구가 뒤에서 계속 훈수를 두는 거다. “길이가 좀 어정쩡한 것 같은데요?” “오른쪽이 좀 긴 것 같은데요?” 디자이너 선생님의 가위질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나는 학창 시절 이후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길이의 단발머리가 됐다. 친구와 디자이너 선생님은 작당모의라도 한 듯 “괜찮아, 예뻐” 하며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내가 현실을 직시한 건 “웬 버섯이야?” 하는 퇴근한 남편의 첫마디 때문이었다.
마포구 송이버섯(주부, 35세)

9 명품 매장

현실은 매대에 ‘누워 있는’ 옷을 뒤적이지만 구두 굽을 또각거리며 명품 매장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끔씩은 즐기고 싶다. 매번 사지는 못하더라도 명품 아이쇼핑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친구와 잘못 갔다간 그 환상이 산산이 깨질 수도 있다. 매장에서 수백만원대의 제품을 척척 일시불로 구매하는 친구를 보면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심까지 느껴진다. 신상은 꿈도 못 꾸고 어디 할인하는 제품 없나 찾고 있는 내 모습이 초라할 지경. 어딜 봐도 저 친구가 나보다 나은 구석은 없는 것 같은데 어쩜 저렇게 남편 복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괜히 집에 돌아와 남편 바가지 긁고 싶지 않다면 그런 친구와 함께 명품 매장 방문은 삼갈 것.
압구정 베이비파우더(주부, 42세)

10 대형 마트

코스트코, 빅스 등 연회비를 받고 운영하는 대형 마트들은 주부들의 핫 플레이스다.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번들 상품이 많기 때문에 마음 맞는 주부 여러 명이 가서 함께 구입한 다음 똑같이 나누면 그 효과도 쏠쏠하다. 그런데 문제 역시 거기서 생긴다. 견물생심인지라 나에게는 필요도 없던 물건을 옆집 언니가 산다고 하니 따라 사는 것은 물론이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친구가 산다고 하니 똑같이 사서 나누게 된다. 그렇게 서로 꼬임에 넘어가 물건을 구입하다 보면 수십만원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 알뜰 쇼핑 하러 간다고? 결과를 따져보면 혼자 집 앞 슈퍼에서 사는 게 훨씬 알뜰 쇼핑이다.
양재동 죽순이(주부, 46세)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기자
취재
박지영(프리랜서)
2015년 08월호

2015년 08월호

기획
정희순 기자
취재
박지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