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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거절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거절하지 못하는 병이라도 걸린 걸까?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자문한다. 실속 없는 나날이다.

On April 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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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손 큰 어머니

결혼 3년 차 맞벌이 부부예요.
열혈 시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저희 집에 오셔서 게장, 장아찌, 나물 등의 반찬을 통 크게 만들어주세요. 물론 바쁜 며느리를 생각해 그러시는 거 잘 알아요. 그런데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베란다에 뒀다가 상하는 반찬도 많고, 냉장고에 쟁여둔 음식도 버리기 일쑤예요. 처음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나중에는 어머님이 오시기 전날 슬쩍 내다버렸어요. 남편에게 “어머니 고생하시니까 반찬 안 해주셔도 된다고 말 좀 해줘”라고 말했는데 “그래도 엄마 성의가 있는데 어떻게 그래~” 하고 대꾸하더라고요. 며칠 전엔 어머니가 근처 시장에서 오이만 두 박스를 사 오신 거예요. 퇴근하고 돌아오니 엄청난 양의 오이지를 담그고 계시더라고요. 이번 봄엔 오이만 먹어야 하는 건가요?
- 박□□(34세, 손 작은 며느리)

아들 사랑이 남다른 시어머니군요.
‘내 귀한 아들, 어디 그거 먹고 힘이 나겠어?’라는 무언의 뉘앙스죠. 이런 말이 있잖아요. 3등 시어머니는 김치 담가다 주는 시어머니, 2등 시어머니는 김치 담가다 경비실에 맡기는 시어머니, 1등 시어머니는 김치 담가서 택배로 보내주는 시어머니라는 우스갯소리요. 댁의 시어머니는 눈치가 좀 없으시긴 하네요. 아니면 눈치가 없어도 좋으니 아들부터 먹이고 보자? 그럴 땐 현실을 보여주는 편이 나아요. 보내주신 음식이 썩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얘, 음식이 다 썩고 있더라”라고 한마디 하시면 아주 죄송한 투로 진실을 말하면 돼요. 그러면 시어머니가 삐쳐 앞으로는 반찬을 안 해주시거나 아주 조금씩만 해주실 거예요.
- 강□□(60세, 일등 시어머니)
 

CASE 2 시어머니의 카카오톡 메시지

결혼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어요.
임신하려고 1년간 노력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 돼 몸 관리를 하려고요. 남편 출근시키고 집에서 혼자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 달 정도 넘어가니까 좀이 쑤시더군요. 이참에 평소 못 만났던 친구들이라도 실컷 보자는 생각에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심심해~ 놀아줘~’로 바꿨어요. 헉!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죠. 상태 메시지를 바꾼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로부터 카톡이 왔어요. “심심하면 놀러 와^^” 그 후로도 종종 카톡으로 말을 걸어오세요. 앙큼한 이모티콘과 함께요. 이제 저 어떡해요?
- 김○○(29세, 놀고 싶은 전업주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너무 ‘노땅’ 취급하는 것 같은데요?
‘놀러 오라’는 시어머니 말씀을 곧이들을 필요 없어요. 심심해 보이는 며느리의 외침에 센스 있게 답변해준 것뿐인데 너무 오버하진 마세요. 요즘 시어머니들은 자주 찾아오는 아들 내외가 귀찮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요. 그대보다 더 바쁘다는 말씀!
- 고○○(57세, 내 나이 묻지 마세요)
 

CASE 3 자식 키우는 엄마의 ‘웃픈(?)’ 이야기

가뜩이나 생활비가 쪼들려 죽겠는데 이것저것 사달라고 떼쓰는 중학생 아들 때문에 골치 아파요.
지난겨울엔 1백만원에 육박하는 패딩을 사달라며 조르기에 돈 없다고 잔소리했더니 “나만 싸구려 입어. 쪽팔려!”라며 획 나가는 거예요. 최근에는 유행하는 운동화를 운운하며 시위를 해요. 요즘 애들은 다 그런가요? 행여 주눅 들까 싶어 괜히 아들이 짠하기도 하고 돈에 벌벌 떠는 내 상황이 짜증나요. 예민할 때라 무조건 거절할 수만도 없는데, 카드 할부로 사줘야 하는 건가요?
- 정□□(45세, 등골 휘는 엄마)

엄마들은 몰라요.
우리가 멋 부린다고 해야 고작 교복 위에 걸치는 점퍼 한 벌이거나 운동화 한 켤레예요. 생각해보세요. 엄마도 친구들 만나러 나갈 때 비싼 옷에 명품 백 들고 가고 싶잖아요. 지난번 계모임 때도 “□□이 엄마 이번에 명품 가방 새로 샀더라?” 하면서 아빠한테 말씀하시는 거 다 들었어요. 다들 입는 패딩, 유행하는 운동화 한 켤레 없으면 왕따라고요. 저도 이러기 싫어요! 확 고무신 신고 다닐까 보다!
- 오□□(15세, 예민한 중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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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기자를 ‘신’으로 아는 지인들

잡지사 기자로 일해요.
그렇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많이 받아요. “이사를 가는데 ‘벽지’ 협찬 안 되니?” “가구를 바꿀 건데 프레스 할인 되니?” “내 조카가 연예인 지망생인데 데뷔시켜줄 수 있니?” “그 뮤지컬 공짜로 좀 볼 수 없나?” “<개콘> 녹화장에 한번 데리고 가면 안 돼?” “지드래곤 사인 하나 받아줄 수 없어?” “연예인이랑 술 한잔할 수 없니?” 심지어 몇 다리 건너 아는 지인은 “연예인 개인 번호 알려줘”라는 부탁도 합니다. 제가 무슨 흥신소 직원도 아니고…. 다짜고짜 거절하기가 민망해 “알아볼게요”라고 말하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잡지사 기자를 ‘신’으로 아는 사람들, 어떡하면 좋아요?
- 정□□(35세, 짜증 에디터)

할 수 있는 건 해주세요.
그러면 그 빚을 갚습니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보면 황당한 미션이 자주 떨어지잖아요. 그때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경험엔 그랬어요. 그리고 해줄 수 없는 부탁이라면 솔직히 말하세요. “안타깝지만 제 담당이 아니에요. 다른(구체적으로) 거 부탁하시면 해드릴 수 있는데…” “그 브랜드는 연예인도 할인 안 해줘요”라고 말하는 거죠. 그들이 한번 해본 부탁에 마음 쓰지 마세요. 시간 아까워요.
- 박□□(39세, 그냥저냥 에디터)
 

CASE 5 친구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친구로부터 온 문자 한 통.
“뭐 해?” “그냥 집에 있어.” “그럼 쇼핑 가자.” 집에서 한가롭게 쉬려고 했는데 이미 시간 있다고 한 뒤라 거부할 틈이 없었어요. 그리고 거부에 익숙한 스타일도 아니고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친구와 만났어요. 근데 옷 매장을 몇 바퀴씩 도는 친구를 따라다니려니 무척 피곤하더라고요.
말도 못 하고 인상만 쓰고 쫓아다녔죠. 그렇게 겨우겨우 블라우스 하나 고른 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충격적인 건 더치페이를 하는 분위기? 짜증나서 내가 내버렸어요. 애초에 외출하는 게 아닌데…. 거절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 이□□(32세, 뒤끝 있는 여자)

그대가 지갑을 여는 순간, 그녀도 민망했을 거예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러므로 당신이 윈(Win). 한데 거절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도 있어요. 친구들이 자꾸 자신한테만 부탁하죠? 평소 이미지를 바꿔보세요. 똑 부러지는 여자, 까칠한 인상,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당돌함. 그렇다면 감히, 괜히, 부탁 따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친구가 “시간 있어?”라고 했을 때 “왜?” 하고 먼저 물어보지 그랬어요. 거절할 수 있는 이유는 많으니 다음번엔 시도하시길!
- 김□□(35세, 뒤끝 앞끝 다 있는 여자)
 

CASE 6 상사의 친구 신청

페이스북을 하면 수시로 알림이 와요.
“□□□님이 자신의 상태를 업데이트했습니다” “□□□□님이 사진을 추가했습니다” 등 친구들의 SNS 동향 알림이죠. 그리고 지난 주말, 상사의 이름이 떡하니 적힌 알림을 받았어요. “□□□님을 아세요?” 회사에서 저를 그토록 못 살게 굴던 꼰대 상사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겁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못 본 척 창을 닫았어요. ‘어떡하지? SNS 폐업 선언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다시 휴대폰 알림이 울리는 겁니다. “□□□님이 친구 요청을 보냈습니다.” 아뿔싸! 그 상사였어요. 차마 거절은 못 누르겠더라고요. 더 재미있는 건 구경을 했으면 답글을 달든가, 그냥 쓱 보고 나가는 그 관음증 성향은 뭡니까?
- 정□□(28세, 난 소중한 막내 사원)

SNS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지라 이 건은 개인의 성향에 맡깁니다.
싫으면 친구 신청 받지 마세요. 확인을 안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미 했다면 ‘먼 친구’ 기능을 이용해보세요. 친구 상태이지만 상대에게 당신의 소식이 안 보입니다. 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다면 그냥 수락을 누르세요. 잡아먹습니까?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심심할 때 한 번씩 들여다보겠죠.
- 신□□45세, 외로운 팀장)

CREDIT INFO

취재
정희순
2015년 04월호

2015년 04월호

취재
정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