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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명의가 말하는 7가지 생활 수칙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먹고살기 바빴던 1980년대부터 일찌감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해온 피부과 전문의 윤문수 교수가 스무 번째 명의로 선정된 이유다.

On January 20, 2015


올겨울 중 가장 추웠던 12월의 어느 날, 세찬 바람에 시달리며 도착한 분당 차병원에서 인자한 미소의 윤문수 교수를 만났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얼굴 곳곳의 주름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피부과 전문의답게 맑은 안색이 눈에 띈다.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윤교수는 겸손하게 웃었다. 환자들과의 감정적 교류, 상호 소통을 뜻하는 ‘래포(Rapport)’를 중시하는 의사답게 권위적인 모습은 없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의학보다는 감성적인 국문학 등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등학교 때 문과를 더 좋아했는데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연세대 의대에 진학했어요. 의사라는 직업을 어른들이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가긴 갔는데 재미있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 간다고 하고 다른 데 놀러 가기도 하고, 겉으로는 모범생인 척하면서 나름대로 반항도 했죠.(웃음) 워낙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했어요.”

말로는 반항을 했다고 하지만 윤 교수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실하게 공부하며 의사로서 소양을 쌓아갔다. 당시만 해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고 위급한 중병을 다루는 외과 등의 전공이 선호될 때였지만 그는 자신만의 소신으로 피부과를 택해 석사·박사 학위를 받으며 지식의 폭을 넓혀간 것. 끊임없는 연구와 수학(修學) 덕분에 윤 교수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와 성균관의대(삼성병원) 피부과 외래 부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저는 그때부터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서 피부과를 선택했어요. 죽고 사는 병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작은 병을 고쳐 삶의 퀄리티를 올려주는 것도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 것은 제 성격과도 맞지 않았고요. 그리고 피부과는 직접 눈으로 좋고 나쁨이나 치료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어요. 치료 경과를 그때그때 눈으로 확인하고 개선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의사로서 보람 있고 재미있었어요.”

윤 교수의 말처럼 일반적인 피부병은 사람의 생사를 가르진 않는다. 신체적인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병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병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에 큰 문제를 겪기도 한다. 백반증이 대표적인 예다. 인구 1백 명 중 1~2명이 겪고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질병이지만 외모상 다른 모습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백반증은 외적인 변화를 제외하면 통증도 없고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없어요. 그저 부분적으로 피부색이 달라지는 것뿐이죠. 그런데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전염성을 염려하며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옛날 유럽에서 한센병(나병)에 걸리면 피부가 하얗게 되는 증상이 있었는데 그게 백반증과 구분이 안 돼서 격리를 당한 역사가 있거든요. 그것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의 오해나 편견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실제로 많은 피부병 환자들은 질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윤 교수가 강조하는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이 때문에 피부과 질환에 시달린 환자들 중에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많다는 게 유 교수의 말이다.

“환자들의 특징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해요. 다른 사람들은 남의 얼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도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고 그런 거죠. 콕 집어 얘기해줘야 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병변을 가지고도 병원에 올 정도로 예민한 사람도 있고요. 심한 경우 대인기피증까지 겪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들이 협진을 원하지 않아요. 오랫동안 지켜보고 ‘래포’가 형성되면 얘기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달가워하지 않죠.

다행인 것은 예전에는 심각한 수준이 돼야 병원에 왔는데 요새는 초기에 오는 사람이 많아 진행을 늦추고 치료하는 게 수월해졌어요. 백반증이 예전에는 보험이 안 됐었는데 최근에는 손, 발, 얼굴 등 노출 부위에는 보험이 적용돼 환자들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요. 사회적으로 피부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윤 교수가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피부병은 건선이다. 건선은 붉은 반점과 비늘처럼 일어나는 피부 각질(인설)을 동반한 발진이 주로 압력이나 마찰을 받는 부위, 즉 팔다리 관절 부위, 엉덩이, 두피 등에 나타나는 질환. 손발톱 무좀과 유사한 변형이 손발톱에 나타나기도 하며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감기를 앓고 나서, 혹은 약을 잘못 복용한 후 전신에 작은 반점이 갑자기 번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최근에는 유전자와 면역학적 이상이라는 결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건선은 한번 생기면 잘 치료되지 않는 만성 질환이고 예방도 할 수 없는 질병이에요. 오래 앓으면 혈관 질환,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 같은 것이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기도 하고요. 따라서 건선 환자들은 빨리 치료를 받고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상에서의 관리는 보습을 잘하고 때를 미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죠. 식이요법을 권장하지만 강요하진 않아요. 등 푸른 생선에 있는 EPA라는 성분이 도움된다는 연구는 있는데 약으로 먹자고 들면 너무 많은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는 안 하는 거죠. 다만 술과 담배는 건선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자제할 것을 권해요.”

의료 기술은 발달해가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은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애기 엄마들은 가려움증에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짓고, 성인들도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염, 여드름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환경도 문제지만 스스로 병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피부는 우리 몸과 외부 환경 사이의 장벽이므로 온도나 바람, 습도와 같은 외부적인 환경에 손상을 받아요. 기분이 좋을 때 농담을 들으면 재미있는데 기분 나쁠 때 들으면 화나고 싸움 나듯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특히 여자들은 클렌징을 너무 과하게 해서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요. 과도하게 씻어서 피부 보호막을 파괴하는 거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 엄마들은 너무 청결을 강조해요. 숲에서 흙을 만지며 자라는 유럽 아이들의 생활 습관이 아토피 등 피부 질환이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되었어요. 아이들은 밖에서 흙을 만지고 뛰어노는 게 좋아요. 우리나라는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는데 실내가 너무 건조하거든요. 습도가 60% 정도 돼야 건강에 좋은데 아파트는 대부분 40% 이하이고, 아무리 가습기를 틀어도 50% 정도밖에 되질 않아요. 온도를 낮추면 습도가 올라가니까 온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피부과 명의가 추천하는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법은 무엇일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균형 잡힌 식단과 수면상태가 중요해요.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에요. 피부도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건강하려면 일단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그리고 피부 노화의 종류가 햇볕에 따른 일광 노화와 세월에 따라 생기는 자연 노화, 두 가지가 있는데 일광 노화는 자외선차단제를 써서 늦출 수가 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외선차단제를 쓰는 것이 중요하죠. 비타민 D의 합성이 부족하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비타민 D는 손만 노출돼도 충분히 합성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따라서 해변이나 스키장 같은 자외선을 많이 받는 야외 활동에서는 노출된 부위를 모두 차단하고 도심에서는 얼굴만이라도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을 추천해요. 이렇게 기본만 지켜도 요새 말하는 좋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어요.”

과도하게 씻고 바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나타냈다. 많은 여성이 2~3단계의 복합 클렌징에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로션, 영양 크림 등 많은 것을 바르고 있지만 이런 것이 피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라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닦고 얼굴에 뭘 많이 바르려고 하는데 피부는 하나의 장벽이에요. 어느 정도 보수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문지르면 무너질 수도 있는 거죠. 또 망가진 피부 장벽이 새로 만들어지는 시간도 필요한데 그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벗겨내면 문제가 생겨요. 또 좋은 것을 많이 바른다고 다 흡수되는 것이 아니에요. 피부 상태와 연령에 따라 보습제 하나 정도만 잘 골라 발라도 충분해요. 여름에는 가벼운 것, 겨울에는 지방 성분이 함유된 진득한 것으로요.”

이야기를 할수록 의사를 만난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친근했다. 어려운 의학 용어 대신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준 덕분에 자연스럽게 환자 입장에서 궁금한 점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에 생기는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래포’가 형성된 느낌이었다.

“처음엔 저도 의사는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학교 선생님처럼 환자들을 도와주는 길잡이 같은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피부 질환은 대부분 죽고 사는 병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좋게 살아보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병을 이해하고 잘 치유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고요. 그래서 어려운 용어를 쓰기보다는 비유로 알기 쉽게 얘기하고, ‘절대 술을 먹지 마라’가 아니라 ‘술을 조금 줄여보세요’라고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해요. 환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도 심어주고요. 거창하진 않지만 그게 제 진료 철학이에요.”

윤문수 교수를 보며 ‘의술(醫術) 위에 인술(仁術) 있다’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화려한 기술보다 마음으로 환자를 헤아리고 보듬어주려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 그리고 윤 교수 같은 따뜻한 의사가 삭막한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명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REDIT INFO

취재
이현경
사진
신빛
2015년 01월호

2015년 01월호

취재
이현경
사진
신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