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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고은

배우는 설령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다르다고 해도 연기에 몰입해 극 중 캐릭터와 일체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한고은은 대체로 ‘까다롭고 강하고 도도한 여자’로 살아왔으리라. 하지만 얼마 전, 개그우먼 이영자와 식탐 경쟁에서 이겨 ‘그지 같은 여배우’라고 놀림을 받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서 여덟 살 차의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한고은의 오늘에 조금 변화가 생긴 듯하다.

On December 08, 2014

블랙 앙고라 니트 톱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블랙 팬츠 듀엘, 골드 스터드 장식 부츠 지니킴.

블랙 터틀넥 보브, 블랙 니트 비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몸매 관리 비결이오? 어느 정도 타고난 것도 있죠.(웃음) 20대까진 다이어트를 한 적이 없어요. 30대가 되면서부터 식단 조절을 하고 있죠. 극단적으로 살을 빼야 할 때는 닭가슴살이나 고구마를 먹으면서 운동을 하지만, 평상시에 조금씩 칼로리를 낮춰 먹는 것이 제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먹거나 카라멜마키아토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식이죠. 일상에서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습관화되면 그게 다이어트예요.”

실버 니트 톱 마쥬, 가죽 패치 레깅스 토리버치, 블랙 앙고라 롱 카디건 로우클래식.


“요즘 고민이 있냐고요? 음… 전혀요! 언제부턴가 고민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마흔이 넘으면서 모든 일에 초연해진 것 같거든요. 아무리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돌아보면 고민하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지금 이 순간, ‘빡세게’ 일하고 ‘빡세게’ 노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해요. 2015년 새해에는 예쁜 사랑도 하고 싶고 여배우로서 더욱 성장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건강하기를 간절히 바라고요.”

그레이 모직 톱 랑방컬렉션, 다크 그레이 핀턱 와이드 팬츠 시스템, 그레이 스웨이드 스트랩 슈즈 지니킴.


스타일 아이콘, 한고은
키 크고 늘씬한 여배우를 만날 때마다 그녀가 뭘 입고 나타날지에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궁금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한고은’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그녀의 스타일과 패션 아이템이 실시간 검색어로 자주 등장하거니와 드라마나 예능에서 선보인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면서 ‘완판녀’로 등극한 터라 더욱 그랬다. 막상 마주한 그녀의 옷차림은 의외로 수수했다. 카메라 속 모습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한 블랙 티셔츠와 청바지, 퍼 트리밍된 블랙 패딩 차림은 길쭉하고 시원스러운 그녀의 실루엣을 돋보이게 했다.

“대학 때 의상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잠시 그쪽 일을 한 적이 있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옷을 입을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크게 고민하진 않아요. 입었을 때 가장 편한 옷이 가장 멋진 옷이라고 생각해요. 몸에 잘 맞는지 피트감을 따지는 정도? 우리나라는 유난히 트렌드에 민감해서 ‘누가 입어서 완판 됐다’고 하면 거리에 그 아이템이 쭉 깔리잖아요. 저는 트렌드에 따라 옷을 입진 않아요. 브랜드를 따져가며 입지도 않고요. 제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가방을 들었는지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 때도 있다니까요.”

인터넷에 한고은이라는 이름만 검색해도 ‘한고은 패딩’ ‘한고은 앰풀’이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포착되건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그것이 자신의 단점이라고 콕 집어 말한다. 협찬이나 광고 모델을 노리면서 ‘계산기 두드려 고른’ 제품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예뻐서 입고, 잘 맞아서 쓰는 거란다. 그것이 이슈가 됐다면 ‘예쁘게 봐주니 고맙다’는 식의 의연한 태도만 취할 뿐이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느냐’며 출처부터 따지고 들 마음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최근 인터넷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연예인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과 관련한 분쟁과 소송으로 시끄럽기만 한 연예계 속에서 한고은은 그런 일조차 초연한 듯 여유로워 보였다.

‘오늘’ 지상주의
“종종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다고 말해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저는 걱정 없이 산다기보다 걱정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쪽이에요. 어느덧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니 모든 일에서 한 발 떨어져 ‘마인드컨트롤’을 하게 돼요. 예전에는 작은 일 하나에도 집착했는데 요즘은 딱 견주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포기도 빠르거든요.”

‘오늘을 잘 사는 것’. 여자 한고은이 나이의 언덕을 넘어서며 얻은 삶의 모토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틀렸다고 깨닫는 순간이 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가는 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단다.

“제 인생에서 평온한 느낌을 가장 오래 지니고 있는 시기가 요즘인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에, 연말 행사에 몸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하고 즐거워요. 나름대로 인생의 법칙 같은 게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오늘 하루에만 집중해요.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소용없고 10년 뒤 걱정은 지금부터 할 필요 없으니까요. 오늘처럼 촬영이 있는 날은 빡세게 일만 하고 또 내일은 죽은 듯이 집에서 잘 계획이에요. 저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무조건 쉬는 날로 정해요.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점점 고갈되는데 강약 조절에 실패해 에너지가 방전되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죠. 집에서 잠을 자든, 가만히 앉아 책을 보든, 혼자 영화를 보든 무조건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트위드 소재 더블 코트 에트로, 화이트 와이드 팬츠 라우드무트, 블랙&화이트 토트백·파이톤 부티 모두 지니킴, 퍼 장식 뉴스보이캡 퓨어리.


로맨스가 필요해
한고은은 12월 말 방영을 앞둔 KBS N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는 미혼모, 이혼녀 등 사회적 편견에 의해 약자가 된 여성들의 인생 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로 한고은은 이혼한 과거가 있는 ‘오주리’ 역을 맡았다. 드라마를 검색해보니 공개된 내용은 오직 ‘로맨틱 멜로드라마’라는 정보뿐이었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사랑받는 유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던 그녀의 바람이 이뤄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됐다.

“아쉽지만 로맨스물은 아니에요. 물론 사랑과 연애 스토리도 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약자가 된 여성들의 인생 고군분투기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에요. 저는 이혼 후 자신의 생활을 확립해 나가는 ‘강한 여성’을 연기하고요.”

대중이 한고은에게서 주로 보길 바라는 캐릭터는 거침없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인 듯하다. MBC <사랑해서 남주나>의 ‘정유라’, MBC <불의 여신 정이>의 ‘인빈 김씨’, MBN <수상한 가족>의 ‘천지인’ 등 지금껏 맡은 역할들의 인물 소개란을 보면 ‘강한 여성’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쓰여 있다. 그 옷이 너무나 그녀와 잘 어울려 매번 강한 인상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저만의 느낌, 이미지가 확고하게 있다는 것은 너무도 감사한 일이죠. 다만, 지금까지 저는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캐릭터를 못 해봤어요. 재밌고 유쾌한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연기 활동은 물론, 실제 삶 속에서도 사랑을 꿈꾼답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에브리원 <로맨스의 일주일>에서 한고은은 8세 연하남 마띠아와 이탈리아에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볼 키스’ ‘스파 데이트’ ‘몸짱 커플’ 등 수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젯거리를 낳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가 배경이 된 방송이었던 만큼 모든 것이 다 아름답고 행복했어요. 방송 이후 마띠아와 따로 연락을 하진 않지만 제가 언젠가 또다시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면 편하게 만날 수도 있겠죠?(웃음)”

<로맨스의 일주일>에 출연한 이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사랑에는 늘 열려 있다는 그녀다.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물음표 상태. 30대 초반에는 결혼을 꿈꾸고 엄마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30대 중반 이후 ‘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인생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드니 두려움이 커진 건 사실이다.

“저는 좋아하면 점점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내가 좋아서 그 마음이 식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겠죠? 2015년에는 그 꿈이 이뤄지길….”

거침없는 B형 여자
몇 시간 함께 촬영한 게 다지만 한고은은 감정이 겉으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솔직한 타입인 듯하다. 혈액형을 물으니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B형’이란다. 담아두지 않고 다 표현하는 그녀는 ‘거침없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여배우가 아닌, 마흔한 살 여자의 내공은 사람을 끌어당겼다. 자신의 판단하에 옳다고 결정하면 거침없이 직진하는 사람이랄까? 되돌아오는 일도, 후회하고 주저하는 일도 없다. 오래된 얘기지만 1995년, 미스코리아 출신인 언니의 잡지 화보 촬영장에 따라갔다가 광고 모델로 캐스팅되었을 때 1주일 만에 ‘이 길이 나의 길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그녀의 일화는 꽤 유명하다. 지금껏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저는 포기가 빠르다고 했잖아요. 결정도 빠른 편이죠. 작품을 선택하고 여행을 가는 것 등 매사에 우물쭈물하지 않죠. 올해로 방송 데뷔 19년 차. 이 길도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10~20년 더 직진할 거예요. 지금의 확신이 언젠가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성공도 실패도 인생에는 계속해서 오는 고비다. 특히 배우라는 직업이 어느 때는 잘 풀렸다가 또 언제는 위기를 겪을 때가 있기 마련. 그때마다 예민하게 굴기 시작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그녀이기에 결과에 대해서는 늘 담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잘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어찌 됐든 그녀는 지금 이대로가 너무 좋다.

CREDIT INFO

기획
정미경
취재
김은혜
사진
목정욱
디렉팅&스타일링
박만현, 김미현 패션
어시스트
한선경, 남자현, 방영은
헤어
이소영(제니하우스 청담점)
메이크업
자영(제니하우스 청담점)
제품협찬
에스까다(02-3014-7400), 로우클래식(070-7826-7788), 지니킴(02-516-0100), 마쥬·토리버치·랑방컬렉션·마이클 마이클 코어스(02-3444-1708), 스와로브스키 모어투어도어(02-6930-9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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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기획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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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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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현, 김미현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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