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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보내는 마지막 편지 독점 공개

굿바이 마왕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추모공원엔 그가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라던 ‘민물장어의 꿈’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목청껏 외치던 그의 노랫소리도, 그의 독설도 들을 수 없다. 신해철은 그렇게 떠났다.

On November 27, 2014

그 이후 아내의 이야기


그가 떠난 지 2주, 그날 이후로 날씨는 부쩍 쌀쌀해졌다. 마왕이 떠난 뒤 집 안에는 한기가 돌았다. 마당 한쪽에 심은 나무에는 마지막 남은 낙엽이 안간힘을 다해 가지 끝을 붙잡고 있었고, 아이들이 뛰놀던 정원도 그날 이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잃었다. 텅 빈 주차장 한편엔 주인 잃은 청소도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의 아내를 만났다. 걸치고 있는 검은색 코트 때문인지 하얀 그녀의 얼굴이 더 창백해 보였다.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요. 작은아버지도 걱정이 되시는지 절 도와주러 와 계세요. 저도 저지만 시부모님이 많이 걱정돼요. 두 분께서는 어떤 말씀도 없으시지만 충격이 크실 테지요.”

그녀는 최근 남편의 사망 경위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했다. 남편을 잃은 악몽 같은 시간을 3시간의 경찰 조사에서 고스란히 뱉어냈다. 윤씨는 출두 3시간 30분 만에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

“남편의 죽음이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물지 않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발인날, 미망인은 위태롭게 서 있었다. 오열하다가도 가끔 멍한 눈으로 공중을 응시했다. 슬픔으로 젖은 온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몸이 불편한 시아버지와 아들을 앞세워 망연자실한 시어머니를 부축하기도 했다. 엄마가 울 때면 아이들도 따라 울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다가도 금세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웃음은 빈소를 찾은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쳤다.

“아이들은 아직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죽음이라는 단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밖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가도 집에선 갑자기 울기도 해요. 아이들을 달랠 때면 저도 한쪽 가슴이 먹먹해지다가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죠.”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걱정해주시고 자신의 일처럼 슬퍼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어요. 남편도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이처럼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슬퍼하는 걸 알고 놀랄 테죠.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도, 해결해야 할 일도 많지만 남편이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줄 거예요. 그 사람은 그렇게 늘 든든한 존재였어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는 뒤돌아섰다. 가볍게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줄 마왕은 먼 곳에 있을 뿐이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마왕
전투적이고 까다로운 남편과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냐고들 물어요. 하지만 집에서는 아이들 앞에서 녹아내리는 아빠이고, 저한테는 유머러스한 남편의 모습이랍니다.

오히려 밖에서 보이는 까칠한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져요. 예전에 출연한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속 그의 모습이 남편의 평소 모습과 가깝다고나 할까요? 알고 보면 귀여운 구석이 많은 남자죠. 물론 여러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기는 한가 봐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남자는 늙어서도 아이다.’ 전 남편을 아이 대하듯 합니다. ‘마왕’ 신해철씨가 우리 집에서는 셋째 아들쯤? “아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어?” “슬펐구나~” “아팠지?” “누가 우리 여보를 힘들게 했어?”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남편 포함)은 제게 온전히 마음을 열죠. 상대방이 내 편이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남자는 정말 어린아이 같은 구석이 있어요. 질문을 던지면 신이 나서 줄줄 읊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열정을 어여삐 여겨 받아주고 칭찬해주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으쓱’해지는 마왕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요.

<우먼센스> ‘신해철’ 아내 윤원희의 일상다반사 中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윤원희는 지난 2013년 10월호부터 <우먼센스>에 신해철과 그 가족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칼럼을 연재해왔다. 그녀가 보낸 지난 1년간의 편지.


#2013년 11월
부부 금실의 시작은 화 다스리기
사람이 화를 낼 땐 화라는 감정에 앞서 진짜 감정이 있다고 해요. 그 진짜 감정을 표현하거나 공감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죠.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남편에게 화를 내기 이전에 자신의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남편에게 설명해야 그가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랬습니다. 신혼 초,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늘 꼭두새벽이었어요. 총각 때 하던 그대로 생활이 바뀌지 않은 거죠. 그게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신랑이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지만, 신혼 초부터 독수공방이라니…. 입이 나올 만큼 나왔죠. 저만의 방법으로 바가지를 긁고 투정과 협박도 해봤지만 남편은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곤해했어요. 하지만 진짜 제 감정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나는 이 사람과 같이 지내고 싶은데 이 사람은 나랑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건가? 너무 서운하다’가 진짜 감정이었던 겁니다. 자존심도 상하고요.

이걸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있는 그대로 남편에게 이야기했죠. “그동안 내가 표현을 잘못한 것 같아. 뮤지션이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인정하니 늦게 들어오는 게 마냥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나는 당신과 같이 있고 싶은데 당신은 안 그런 것 같아서 서운했던 거야.” 그제야 남편은 아주 명쾌하게 이해했다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와이프가 내 행동이 싫다는 게 아니라 나 좋다고 그러는 거구나!” 하며 ‘마누라는 내 편!’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2013년 12월
남편은 지금 서열 다툼 중!
셋째가 생겼습니다. 동물 관련 방송을 촬영하기 위해 생각지도 않았던 미니피그를 위탁받아 키우게 되었습니다. 말이 미니피그지 이미 꽤 많이 자라서 4개월 된 미니피그는 도착한 날 재어보니 몸무게가 무려 9kg에 육박하는 아이였습니다. 남편은 식량이 모자라 굶어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집에서 돼지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난리였어요. 먹이 조절을 하지 못하면 50~100kg까지 커진다는데 그 정도로 커지면 잡아먹을 것이냐고 질색하더군요.

어쨌든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니피그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은근히 매력 있는 이 녀석을 보자마자 남편은 살짝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 싶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미니피그를 우리 집 막내로 맞이하고 하루하루 지내고 보니, 미니피그는 아이들과 참 많이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기 고집이 있고 의외로 똑똑하고 천천히 걸어와서는 어색한 애정 표현도 해요.

집 안에 어린 생명이 뒤뚱뒤뚱 돌아다니고 아이들이 귀엽다면서 돌봐주고 안아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은근 진정한 셋째(?!) 생각도 나는 요즘이랍니다. 돼지는 본능적으로 철저히 서열을 가리는 성향이 있어요. 요즘 우리 집 미니피그 ‘꽃순이’는 남편 등 뒤로 올라타려 해요. 남편은 이런 꽃순이와 셋째 자리를 놓고 경쟁 중입니다.


#2014년 3월
신해철 패밀리의 패션 공식
저는 가끔 아이들에게 직접 옷을 고르게 합니다.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요? 언젠가 유치원에 가는 지유와 동원이에게 직접 옷을 고르게 했습니다. 한참 뒤에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보니 ‘코 평수’가 평소보다 넓어져 뿌듯한 표정들입니다. 큰딸 지유는 심각한 자아도취 상태로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동원이는 플레이보이인 양 의기양양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엔 뭐랄까, 형형색색 그 자체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촌스러움이랄까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 유니크한 조합에 그만 웃음이 터집니다. 더 트렌디하고 시크하게 바꿔 입혀주고 싶었지만, 두 아이의 표정을 보니 그럴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행복하면 됐지 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고로 남편은 한 계절에 한 벌씩 유달리 애정을 쏟는 옷이 있습니다. 주로 추리닝이죠. 계절이 바뀔 때까지 절대 갈아입지 않고 주야장천 그 옷만 입습니다. 서른 살 때 택시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허름하게 입고 다니는데도 사람들이 알아보네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서야 자기가 패션 테러리스트인 줄 알았다고 해요.(웃음) 그래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워너비 아이템’인 추리닝을 입고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2014년 4월
나만의 리미티드 에디션
“어쩜, 아직도 그렇게 남편과 사이가 좋아?” 하고 묻는 지인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자주 못 붙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고 답하곤 합니다. 늘 같은 시간에 퇴근해 밤마다 집에 있는 직업이 아니기에 신혼 때는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덕에 결혼 11년 차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반갑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여전히 신혼 같다고 하면, 믿으실래요?(웃음)

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겠지요. 예전에 몇 번 많이 아팠던 적이 있어요. 이후 자주 되새김합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기에 슬프면 슬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그날그날을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게 느끼며 지내보자고 말입니다. 이후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이 모든 것이 소중합니다. 지금 제가 마주하는 것,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남편의 한마디,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 소리, 문득 반가운 문자 메시지들…. 제가 너무 철학적으로 돼버렸나요? 새싹이 돋아나려 하니 오감이 열렸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자신만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소중히 여기며 기뻐하고 있나요?


#2014년 7월
사랑하면 닮는다
저와 남편은 신체적으로 비슷한 증세를 겪는 경우가 자주 있어 저희끼리는 ‘링크돼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신했을 즈음부터 링크가 강화되더니 결혼 12년 차인 요즘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연일 이어지는 공연을 하고 났더니 제 성대에 폴립이 생겨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노래는 남편이 했는데 폴립은 전업주부이던 제게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남편이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라고 말할 때쯤이면 희한하게 제 월경 기간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편두통이 심하거나 어깨가 아파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같은 시각에 남편도 두통이나 어깨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반복되자 저희 부부는 서로 일부분이 링크돼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몇 주는 남편이 신곡을 발표하기 직전이라 음악 작업에 초집중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 다양한 악기 소리 녹음, 믹싱, 엔지니어링 등 모든 작업을 남편이 혼자 다 하며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니, 링크된 제게도 영향이 왔습니다.

최근 몇 주간 베이킹에 푹 빠져 매일 빵을 구워댔거든요. 제빵기도 없이 간단하게 집에서 빵을 구울 수 있는 레서피를 일본 출장 때 구해온 덕분에 드라이이스트와 밀가루만 구매하면 나머지 재료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재료로 아주 쉽게 빵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완성한 빵을 며칠째 귀가하지 못하고 작업실에 있는 남편에게 매일 같이 배달했습니다. 다이어트 중이었던 남편은 제가 매일 빵을 구워대는 탓에 살이 빠질 틈이 없다며 투덜댔어요. 그래도 여전히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입니다. 이윽고 매일 조금씩 빵의 재료와 모양, 크기, 식감이 바뀌는 것을 음미하며 ‘주식회사 원희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더군요.


사건 경위

지난 10월 27일 신해철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부검 결과 그의 사망의 주된 원인은 의료 과실로 인한 심낭의 천공으로 밝혀졌다. 이에 S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각각 ‘과실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 전가에 나섰다. 고인의 아내 윤씨는 S병원을 상대로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그의 빈소가 마련됐다. 서태지·이은성 부부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의 6촌 동생이자 후배 음악인인 서태지는 “신해철은 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조용필, 신대철, 임창정, 백지영, 태진아, 김창렬, 채연 등 그의 음악을 팬으로서 사랑했던 많은 연예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0월 31일 발인이 시작됐다. 가톨릭식 입관예절(미사)을 마친 뒤 그의 주검은 예정되어 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빈소를 빠져나갔다. 그리곤 화장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결국 화장은 진행되지 않았다. 석연찮은 죽음을 맞은 젊은 아티스트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동료들의 뜻 때문이었다.

이승철, 싸이, 윤종신, 남궁연, 유희열, 신대철, 넥스트 등 동료 가수들은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장이 아닌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이승철은 “여기 모인 신해철의 동료들은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유가족에게 부검을 요청했다”면서 “화장을 중단하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자 한다. 유족도 심사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부검 결정을 알렸다.

신해철의 부인 윤씨는 서울 송파경찰서에 S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지난 11월 1일 S병원에 수사관들을 보내 2시간가량 압수수색, 신해철이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심정지에 이르기까지의 의무기록을 확보했다.

이틀 뒤인 11월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의인성 손상 가능성’이 있다며 신해철의 1차 부검 결과를 밝혔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논란이 된 신해철의 사인은 복막염 및 심낭염, 그리고 이에 합병된 패혈증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 천공에 대해서는 당초 알려진 장 천공 외에 심낭 천공이 추가로 발견됐음을 알렸다.

최 소장은 “천공이 심낭과 장에서 두 군데 발견됐다. 장 천공 외에 심낭에 0.3cm가량 천공된 부위가 발견됐다. 천공은 주로 외상과 질병으로 인한 것인데 이번 신해철의 천공은 수술 부위와 인접했고, 부검 소견상 심낭 내에 깨와 같은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어 “1차 부검 결과 신해철의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산 병원에서 수술이 진행돼 봉합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 조직 슬라이드와 소장 적출 부위를 인계받아 검사를 진행할 것이며, 검사가 끝나야 천공의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의인성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1차 부검 결과를 전했다.

의료 과실의 가능성이 제기되자 S병원 측은 천공은 응급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에서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며 환자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병원 측에서 주의를 당부한 사항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수술을 받을 때부터 심장 안에 오염 물질이 가득 차 있었으며 S병원 변호사의 말은 책임 전가의 맥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논란 가운데, 11월 5일 뒤늦게 장례식이 진행됐다. 가족들만 조촐하게 모였다. 그의 시신이 서울추모공원으로 들어왔고, 그제야 아내 윤씨와 아이들은 목 놓아 울었다.
당일 오후 4시 30분,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족대표 김형열씨의 기자회견이 처음이었다.

“고인이 사망한 지 열흘 만에야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영면하게 됐습니다. 고인의 사망과 그간의 상황이 가족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시간이었고,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슬픔을 이겨낼 수 있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인의 사망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국과수에서 부검이 실시됐으나 아직까지 상반된 입장이 나왔습니다.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밝히겠습니다. S병원 원장님은 지금이라도 전문의로서의 책임감, 의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진실을 명확히 밝혀주길 바랍니다.”

이어 소속사 측에서 신해철이 S병원에서 장유착박리술을 받았던 지난 10월 17일부터 사망일인 27일까지의 진행 경위를 보고했다. 이번 보고를 통해 신해철이 열흘간 계속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왔으며 S병원의 소극적인 대처 방법이 드러났다. 그리고 나흘 후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했던 S병원장 강 모씨가 서울 송파경찰서에 출두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으며 모든 것은 경찰 조사에서 밝히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0시간 가까이 조사가 진행되면서, 강 원장은 자신의 의료 행위의 적절성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실에 대한 책임 전가를 두고 떠드는 세간과 달리 고인은 말이 없다. 그렇게 긴 잠을 청한 마왕은 미련도 없이 떠났다.

  • 신해철 사망 경과 정리

    2009년
    위 밴드 수술

    2014년 10월 17일
    갑작스러운 복통 호소,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 후 입원

    19일
    오후 퇴원

    20일
    새벽 수술 부위 통증과 미열로 S병원 방문 후 귀가.
    오후 고열로 S병원 방문 후 귀가

    22일
    새벽 복부와 흉부 통증 호소, S병원 입원. 심정지 발생해 심폐소생술 시도 후 서울아산병원 후송.
    오후 장 절제, 유착 박리술, 심막 수술 시행

    27일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

    31일
    1차 발인, S병원을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 유족 측 부검 결정

    11월 2일
    서울아산병원 수술 기록에서 소장 1cm 천공 확인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실시, 심낭 0.3cm 천공 확인

    11월 5일
    서울에서 화장 후 경기도 안성에서 영면

KEY WORD

  • #캐멀컬러
  • #패션템

CREDIT INFO

취재
전유리
사진
최낙운,최항석
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취재
전유리
사진
최낙운,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