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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첫 장애인 총학생회장 이경환씨 S대 구하기

마른 체구에 안경 너머로 환한 웃음을 짓는 영민한 청년. 서울대 역사상 최초로 장애인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이경환씨다.

On June 16, 2014

“선거운동을 할 때만 해도 장애가 있다는 건 부각되지 않았어요. 전신이 나온 사진과 포스터가 그렇게 많이 붙었는데도 몰랐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별로 티가 안 나나 봅니다. 오히려 당선되고 나서 이슈가 됐죠. 저는 그 사실이 별로 싫지 않아요. ‘서울대 최초 장애인 총학생회장’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진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제56대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이경환(28세, 물리학부 05학번)씨는 오른팔 팔꿈치 아랫부분이 없다. 1989년, 그가 세 살 되던 해에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집 근처 정육점에 갔다가 고기를 써는 장비에 팔을 다친 것이다. 너무 어릴 때라 사고에 대한 기억은 없다. 연필을 잡아보기도 전에 팔을 잃었으니 자신이 선천적인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부모님께는 큰 불효죠. 팔을 다쳤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거잖아요. 부모님께서는 나중에 제가 힘들게 살게 될까 봐 ‘공부하라’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그래야 네가 먹고살기 편하다고요.”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반에서 2, 3등 정도의 성적이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적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교 1, 2등으로 성적이 부쩍 오른 것.

“성적이 수직 상승한 건 아마도 용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에게는 10만원이 정말 큰돈이잖아요. 부모님께서 90점 이상 평균 점수의 뒷자리 숫자에 따라 용돈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91점이면 10만원, 92점이면 20만원을 주셨죠. 과학을 좋아해서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디지털카메라가 한창 보급되던 때였어요. 용돈으로 좋은 디지털카메라도 사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빌려보던 설움에서 벗어나 소장용 만화책도 샀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으레 그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오히려 장애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어린 시절, 팔이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아이답게 금방 잊어버리고 또 친구들과 어울렸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착하고 순진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따돌림이나 놀림이 있었다면 그의 성격이 이렇게 밝지 못했을 것이다. 결핍이 있기는 했지만 별다른 상처를 받은 기억은 없다.

흔히 장애인이라고 하면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혼자 힘으로는 무슨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경환씨의 생활은 달랐다. 거의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하기 시작해 지금껏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집안일도 대부분 혼자 힘으로 해결한다. 설거지와 싱크대 청소, 욕실 청소와 방 정리는 물론 요리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금껏 만난 서울대 학생 중에 자신보다 요리를 잘하는 친구는 못 봤단다. 쓰레기 분리수거 봉투를 묶는 것이 힘들었는데 청 테이프로 붙여버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굳이 꼽으라면 이삿짐 옮기는 것이 힘들단다. “그건 뭐 두 손 있는 사람들도 힘든 것 아닌가요?” 하며 씨익 웃는다.

생활의 달인이다 보니 그가 이번 선거 때 내건 공약도 이전까지 나왔던 공약과는 조금 다르다. 학생들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주거 환경, 교통 수단, 아르바이트 등을 둘러싼 학생의 기본권을 강조한 것들이다. 요즘은 혼자 사는 학생들을 위한 1인용 응급 키트 마련과 단과대별로 대형 구급박스를 마련하는 사업을 논의 중이다.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교육의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생각해요. 통학이 편해야 수업도 잘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생활이 안정돼야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학생들이 학교에 내는 등록금에는 이런 간접적인 비용도 포함돼 있는 거죠. 총학생회는 한 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 쉬는 것까지도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들은 ‘서울대 최초의 장애인 총학생회장’의 탄생을 지켜보며 ‘용기와 희망의 아이콘’이라 말한다. 사회적 약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 역시 사회문제에 관심이 깊다. 05학번이니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교를 꽤 오래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광우병 파동이 났고, 그때 현장에서 열심히 시위하느라 학교에는 거의 나가지 못했다고. 학사경고를 받아 제적을 당해 2009년에 재입학했다. 당장은 서울대 총학회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총학생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살면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충실하게 수업을 듣고 2년 후 졸업할 생각이에요. 주거문제와 관련해서 세입자 권리운동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당장은 학생들의 생활 복지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죠. 서울대가 더 좋은 모습을 갖춘 학교가 되어서 ‘우리 아이가 서울대를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서울대 총학생회장 중 대중적인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총학생회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런 만큼 책임감이 크다. 신록의 계절에 찾은 대학 캠퍼스에 신록보다 더 눈부신 건 열정과 패기다.

  • 서울대 총학생회장 이경환씨의 서울대 이야기

    1 자기답게 생각하라
    요즘은 자신의 방식대로 공부하고, 과외 활동도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그의 경우, 물리를 좋아해 도서관에서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물리책을 혼자 낑낑대며 본 적이 있다. 서울대학교 입시 면접 때 그때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학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디서든 좋은 평가를 받는 길이다.

    2 아이에게 체육을 허하라
    요즘 중·고교 수업은 체육 시간이 줄고 입시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그 시간을 모두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억지로 책상에 앉혀 놓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아침밥은 꼭 먹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운동장에서 뛰어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고 체력도 다질 수 있다.

    3 평가에 집착하지 마라
    요즘 고등학생들은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하니 평가에 대해 지나친 집착이 생긴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려 봤는지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이의 관심사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환씨 역시 사춘기 때는 국어사전에서 야한 말을 찾아보기도 하고, 백과사전에서 여성의 몸 해부도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독서 목록에 <카네기 평전>이 있다고 해서 그 아이가 카네기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최항석
2014년 06월호

2014년 06월호

기획
정희순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