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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 유럽 노래자랑입니다~

On June 12, 2014

‘수염 난 언니(bearded lady)’가 한 방 세게 먹였다. ‘유로비전 노래 경연대회(Eurovision Song Contest, 이하 유로비전) 2014’ 얘기다. 이 대회는 매년 5월에 열리는데 올해엔 오스트리아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인 콘치타 부르스트(Conchita Wurst)가 우승했다.

유로비전은 유럽 각국에서 대표로 뽑힌 가수들이 나와 노래 실력을 겨루는, 말하자면 ‘전 유럽 노래자랑 대회’이다. 유럽의 중심이라 자부하는 스위스 사람들도 이 대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유로비전은 1956년 시작돼 올해 59회를 맞았다. 아바(ABBA), 셀린 디온도 알고 보면 유로비전 우승자 출신이다. 실력이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승할 경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고 앨범 발매 등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승을 결정하는 건 유러피언의 투표. 자기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 가수들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투표를 하고, 각 나라별 투표 결과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자의 출신국에서 이듬해 대회가 열리며, 올해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총 37개국이 참가했다. 올해는 여러모로 화제가 됐던 대회였다. 참가자의 수준이 사상 최고라는 것, 트랜스젠더 가수가 등장한다는 점.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럽 전역에 퍼진 반(反)러시아 정서로 결선이 열리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

특히 대회 우승자인 콘치타 부르스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도 일부러 수염을 깎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해 논란을 부추겼다.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가 처한 상황과 그들의 권익에 대해 널리 알리려 한 것이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대 6억 명이 TV와 인터넷으로 시청하고 라디오로 경청하는 이 쇼가 그에겐 좋은 기회였던 것.

이를 놓고 벨라루스와 러시아 등 일부 ‘인권 후진국’에선 ‘유로비전을 생중계할 때 콘치타가 나오는 장면은 방영하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이 접수됐는가 하면, 콘치타의 조국인 오스트리아에서조차 ‘반(反)부르스트’ 움직임이 일어났다. 콘치타가 오스트리아 대표로 선정된 뒤 페이스북엔 ‘안티 부르스트(Anti Wurst)’ 페이지가 생겼고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수많은 안티에도 불구하고 ‘불사조처럼 비상하라(Rise Like a Phoenix)’라는 제목의 곡으로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쥔 콘치타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미래를 믿는 모든 사람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힘겨웠을 것이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는 그의 삶을 응원하는 유러피언들의 표 덕분에, 콘치타는 자신이 부른 노래처럼 잿더미에서 일어선 불사조가 되었다.

유로비전 2014에서 우승을 차지한 콘치타 부르스트. 오스트리아의 트랜스젠더 가수인 그는 일부러 수염을 깎지 않고 대회에 참가했다.

폴란드의 대표팀은 댄서들의 ‘19금’ 안무를 선보였다.

아이슬란드 그룹 폴라퐁크(pollaponk)가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글쓴이 김진경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해커와 결혼해 현재 취리히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사진
김진경 통신원, 유로비전 2014 공식 웹페이지
2014년 06월호

2014년 06월호

기획
정희순
사진
김진경 통신원, 유로비전 2014 공식 웹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