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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실천해볼까? 도시 엄마 3인 자녀와 한 달 제주살이

제주에서 자녀 키우기가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와 함께 맘껏 뛰어놀며 ‘행복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것. 도시에서 자녀를 키우던 세 엄마가 제주에서 한 달간 살며 경험하고 느낀 생생 체험기를 본지에 보내왔다.

On October 15, 2013

세 엄마와 자녀들
햇살(서나연)-유영준(5세, 남), 유영찬(2세, 남) 미소(이애란)-이준규(5세, 남) 나팔꽃(임주현)-오설아(5세, 여), 오서빈(3세, 남)

도시에서 자녀를 키우던 세 엄마가 모험을 감행했다. 도시를 떠나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달 살기’를 실행한 것. 세 엄마와 다섯 아이들의 신나는 제주 생활이 펼쳐졌다. 과연 제주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도시를 떠나 제주행을 감행했나?
저희 세 엄마는 작년부터 경기도 용인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준비 모임’에 참여했던 엄마들이에요. 올해 2월에 다니던 어린이집을 모두 졸업하고 6월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오픈할 때까지 3개월이 비는 거예요. 2월까지는 날씨가 쌀쌀해서 바깥나들이는 잘 못하고 친구 집과 키즈 카페, 어쩌다 날씨가 좋으면 에버랜드에 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 틀을 좀 깨고 싶었어요. 늘 실내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거든요. 저희는 어렸을 적에 문만 열고 나가면 놀이터에서 흙놀이를 원 없이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제 그런 놀이를 돈 주고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여기 지역 카페에서 보니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 모래놀이터를 없애고 타이어를 깐 놀이터를 만든다고 엄마들이 환호하더라고요. 지금 아이들의 놀이 환경이 이래요.
그러던 중 문득 예전에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간 살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어요(<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그래서 모임에 참여한 엄마들에게 제안했죠. “우리 모두 3개월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니 제주도에나 한 달간 가보자!” 하고요. 그랬더니 두 엄마가 눈을 반짝이며 달려들었죠. 그게 ‘나팔꽃’과 ‘미소’예요(공동육아 모임에서는 별명을 부릅니다). 미소(이애란)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는 친군데 신랑이 해외 출장이 잦아요. 한 번 출장 가면 상당히 오랜 기간 집을 비우기 때문에 미소는 어디든 짐을 풀면 그곳이 집인 케이스였어요. 나팔꽃(임주현)은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 되기 전에는 유명 게임회사 디자이너였어요. 그때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살이를 꿈꾼 적이 있다고 해요. 결혼해서도 신랑한테 종종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팔꽃은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저는(햇살) 자연과 너무 동떨어진 내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고 사실 좀 쉬고 싶었어요.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 세 가족이 모여 마침내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지요.

‘한 달 제주살이’ 준비하기

step 1 - 남편 설득하기
제주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편을 설득하는 일. 남편들은 대부분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는 도시에서 쓰는 각종 보육비를 아끼면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 가족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부담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부분의 남편이 수긍한다.

step 2 - 비용 산출하기
크게 숙박비, 생활비, 교통비, 각종 체험관 입장료 등으로 나뉜다. 숙박비는 월세 50만원, 생활비 25만원, 항공권 및 자동차 렌트비 25만원 등을 합하면 대략 1백만원 선. 월세는 세 가족이 공동 부담하면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드니 총경비는 기타 비용을 합치더라도 1백만원 내외다. 이는 정부에서 나오는 아이의 한 달 보육료 25만원을 보태고, 키즈 카페 등 값비싼 각종 체험 놀이 시설, 에버랜드 이용료 등을 절약하면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step 3 - 숙소 알아보기
숙소는 그야말로 온갖 사이트에 들러 정보를 총동원해 알아보아야 한다. 좀 괜찮은 곳은 월세가 1백만원 선. 하지만 여기저기 알아보면 월세 50만원의 숙소를 찾을 수 있다. 이들 가족이 머문 협재해수욕장 근처의 펜션이 바로 월세 50만원. 시설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세 가족이 한 달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step 4 - 자동차 렌트하기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자동차 렌트. 한 달 렌트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그렇다고 인천에서 배를 이용해 차를 가져가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제주 도보여행에 관한 책(<아이와 함께 제주도 배낭여행하기>)에 나온 대로 되도록 걷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먼 곳은 그때그때 자동차를 렌트해서 이동했다. - 한 달 스케줄 짜기
떠나기 전에 엄마들이 모여 제주 여행 관련 서적을 토대로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의 리스트를 10곳 정도 정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북촌돌하르방공원, 김녕미로공원, 자연사랑갤러리, 한림공원 같은 체험지뿐만 아니라 한살림 생산지나 제주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방문했다. 여행지보다 더 고민한 것은 재미도 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되기 위해 우리만의 여행 문화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텔레비전은 보여주지 않는다, 매일 저녁은 숙소에서 함께 먹고 매일 ‘아이들 칭찬하기’를 하자, 등등이었다.

실제 제주에서 살아보니…

제주에 도착한 첫날이 정말 잊히지 않아요.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데 설렘은 잠시였어요. 협재 쪽에 점점 가까워지니 내내 밭만 보이는 거예요. 예상했던 제주 전통 초가집은 잘 안 보이고 낮은 주택이 몇 가구씩 보이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방이나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지 않은 숙소는 불편했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았지요. 도착하자마자 집이 너무 그리웠어요. ‘바다만 보더라도 좋아’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금세 맘이 바뀌더라고요. ‘아~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했을까? 내가 여기서 정말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혼자였으면 아마 한 달 못 채우고 올라왔을지도 몰라요.
제주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해요. 그래서 매일 저녁 다음 날 코스를 짰어요. 날씨가 좋을 땐 어디, 흐리거나 비가 오면 실내로 들어갈 수 있는 곳 어디, 이렇게 두 가지 안을 짜서 돌아다녔어요. 날씨가 안 좋거나 비가 오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숙소에 종일 머물기도 했는데,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죠. 아이들은 원룸을 오고가며 자기들만의 놀이에 빠져서 놀았어요. 엄마들은 각자의 방에서 하고 싶은 것을 했죠. 뜨개질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인터넷을 한다거나, 부족한 잠을 잔다거나….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걸 발견했어요. 방마다 텔레비전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고장 나서 안 나온다며 한 번도 안 틀어주고 오직 스케치북과 색종이, 색연필만 줬어요. 그랬더니 그걸 가지고도 여러 가지 놀이를 하더라고요. 색종이를 뜯어서 요리를 하고 스케치북의 그림을 들고 인형놀이를 하고, 그린 그림을 잘라서 놀고, 그림 편지를 쓰고. 집에서는 수많은 장난감을 가지고도 심심하다고 난리였던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죠.
아이들도 즐겁고 엄마도 행복한 여행이었으면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니까 5살짜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추려서 보러 다녔어요. 고사리 따기 체험 같은 것도 할 수 있었는데, 5살짜리 아이들에게 버거운 것은 뺐죠. 그리고 도시에서는 자주 보지 못하는 자연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경마공원, 에코랜드, 노루생태관찰원, 국내 사료로 한우를 키우는 한울공동체(한살림 생산지)에서 소 먹이 주기 체험, 제주마방목지, 해변 등.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토이파크, 기적의 도서관 등에 가기로 했죠.
그날 갈 곳을 정하면 대략 거기서 무엇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가령 도서관에 가면 책을 봐야지, 경마공원에선 말을 보고 말도 타고 와야지, 초콜릿박물관에 가서는 무방부제 초콜릿을 맛봐야지, 제주마방목지에서는 말을 구경해야지…. 한번은 정말 기대감 없이 초콜릿박물관에 갔어요. 오늘은 숙소에서 버스로 갈 수 있는 곳 한 군데를 갔다 오자 하고요. 그 박물관 앞마당에 작은 들꽃이랑 클로버가 많은 거예요. 도착하자마자 점심 도시락을 먹고 클로버 꽃으로 반지며 팔찌, 목걸이를 만들며 그 앞마당에서만 한 시간이 넘게 놀았어요. 우리보다 늦게 관람 온 사람들도 이미 다 가고 없었죠. 박물관 관람도 생각보다 재미있었지만 우리는 그날 앞마당에서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이렇게 뜻밖의 장소에서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한번은 <삐뚤이 당근과 무 사진전>을 한다기에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싶어서 갔어요.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자연사랑갤러리’로 정말 엄청나게 넓은 운동장이 있는 곳이었어요. 가장자리로는 노란색의 작은 들꽃들이 깔려 있고 미끄럼틀이랑 축구 골대가 하나 있었는데 너무 정겨운 모습이었어요. 엄마들은 오랜만에 본 옛 모습을 간직한 학교에 반하고 아이들은 거기 동네 아이들과 논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려니숲길 초입에서 만난 ‘숲속유치원’이라는 곳에선 나뭇가지를 줍고 흙을 파며 논다거나, 경마공원에서 말뿐만 아니라 공짜 자전거도 타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놀이터에서 각종 미끄럼틀을 탄다거나. 제주마방목지에서는 말에게 먹이를 주겠다고 풀을 열심히 뽑았죠.
그리고 또 정말 재미있는 건 아이들은 어디를 가도 똑같은 놀이를 한다는 거예요. 생전 보지도 못했던 작은 들꽃을 꺾어 선물로 주고, 경쟁적으로 더 멋진 나뭇가지를 줍거나 땅에 있는 벌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놀이를 함께 하다 보면 엄마들도 재미를 느끼게 돼요. 또 다른 즐거움을 얻죠. 저녁때 “오늘 영준이는 어떤 게 제일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면 여러 곳을 돌아다닌 날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딱 뭐라고 말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자기 전에 아이가 “엄마, 오늘 하루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면 너무 행복했죠. ‘그래, 내가 그 말 들으려고 여기 온 거야’라는 생각으로 뿌듯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거의 매일 들었지요.

녀와 함께한 제주도 체험 여행지
2박 3일 여행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2박 3일의 여행에서는 목적지가 중요하죠. 시간이 빠듯하니까 빨리 그걸 보고 또 다른 곳엘 가야 해요. 하지만 우린 오늘이 아니면 내일 가도 되죠. 시간이 여유롭다 보니 주위를 더 잘 보게 되고 새로운 즐거움을 많이 발견하게 돼요. 아이와 손잡고 걸어보면 알 수 있어요.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곳에 가면서 아이와 함께 한 놀이들, 함께 나눈 이야기들, 생각보다 강한 아이들을 보게 되는 놀라움, 아이들의 기발함을 보기도 하고, 지나가면서 만나는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들. 이전에는 못 느꼈던 것을 많이 보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제주에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공원이나 박물관, 갤러리가 많아요. 한 개인의 집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많지요.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북촌돌하르방공원, 김녕미로공원, 자연사랑갤러리, 한림공원이 그런 곳이에요. 그곳을 만든 분들의 정성과 숨결을 느낄 수 있죠. 천천히 둘러보면 만든 이의 노고와 애정이 느껴져서 그런지 다 소중하고 애틋하더라고요. 그런 곳에 다녀오면 저도 제가 하는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살, 3살, 2살의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 엄마들이 꼽은 최고의 여행지는 사색과 치유가 있는 ‘사려니숲길’보다는 그곳에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피터팬이 왔다 갔을 법한 ‘숲속유치원’과 1천원의 입장료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경마공원이고, 파워레인저 놀이가 아닌 꽃놀이를 하게 해준 올레길, 원 없이 모래놀이를 하고 소라 줍고 게도 잡을 수 있는 협재해수욕장이었어요. 엄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아이들은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는 포도나무펜션의 카페도 그중 하나죠.

한 달 제주살이를 통해 얻은 것
제주살이를 한 지 보름쯤 되니까 그것도 일상이 돼서 처음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이 좀 줄고 기뻐하는 일도 조금 줄기도 했어요. 떠나기 전에는 여행의 의미나 목적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여행이 중반쯤 되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의미 있게 보내고 있는 건가?’라고요. 한 일주일 동안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서 그냥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는 데 집중하자며 잊어버렸죠. 그런데 그건 서울로 돌아와서야 알 수 있는 것이었어요. 부족한 살림으로 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구나’ 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또 ‘내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정형화된 장난감은 하나도 필요 없다’는 교육관도 생겼죠. 제주 올레를 함께 걸으면서 본 내 아이의 강인함에 아이를 믿는 마음도 커졌어요. 잔소리는 해도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는 남편에게도 고마웠고 더 존경하게 되었죠. 한 달 전만 해도 지겹던 일상이 다 새롭게 보였어요. 감사했죠. 그래서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서 한다고 하나 봐요.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서나연
사진
임주현
2013년 06월호

2013년 06월호

기획
장은성
서나연
사진
임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