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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2천억 일본 최대 모발 관리 기업 이끄는

재일교포 노승정 사장 성공 노트

생계를 위해 도일했던 재일동포 2세.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동차 수리공, 세탁업소 종업원을 거쳐 1백20개의 직영점을 거느린 모발 클리닉 ‘리브21’을 키워낸 입지전적인 사업가 노승정. 그는 지금도 아침 6시에 출근해 화장실 청소를 직접 할 만큼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파란만장 성공기.

On October 07, 2013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또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라’며 도덕성을 키워주셨고 ‘콩 한쪽도 나눠 먹어라’라는 배려심을 늘 가르쳐주셨습니다"


약 2천6백만 명이 탈모로 고민한다는 이웃 나라 일본. 가발에서 발모제까지, 탈모 관련 산업이 일찌감치 발달한 그곳에 일본 최초로 ‘모발 관리 클리닉’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한국인이 있다. 바로 일본 최대의 모발 관리 전문기업 ‘리브21’을 이끌고 있는 노승정(69세) 사장이다. 그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1백20여 개가 넘는 모발 클리닉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TV 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올해로 13년째, 세계 유일의 발모 콘테스트를 진행하며 탈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서온 기업인이기도 하다. 현재 연매출 1조2천억원의 회사를 이끌고 있는 노 사장은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과 싸우며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걸어왔다.

history 1 사장이 되고 싶은 ‘조센징’
공주가 고향인 노승정 사장의 부모님은 일제강점기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노 사장은 8남매 중 여섯째로 일본에서 태어났고, 당시의 생활은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조센징’이란 놀림을 당하면서도 늘 당당하게 행동했고, 자녀들에게도 당당하도록 가르쳤다. 그런 가르침이 있었기에 노 사장도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부끄럼 없이 받아들이긴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위의 차별과 놀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니 말이다. “어머니는 의기소침해 있는 저에게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워주셨죠.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요. 또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라’며 도덕성을 키워주셨어요. 또 ‘콩 한쪽도 나눠 먹어라’라는 배려심을 늘 가르쳐주셨습니다. 덕분에 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지요.” 어려운 시절을 겪어서일까?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오직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한 일이었다. 어떤 분야의 사장이 아니라, 그저 ‘사장’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어 먹여 살리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history 2 치아는 새로 나는데 왜 머리카락은 안 나지?
노 사장이 처음부터 탈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 하던 일은 세탁업이었다. 청년 노승정은 어느 날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종업원이 치과에 다녀와서는 영구치가 빠지고 그 자리에서 새 치아가 난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치아는 새로 나는데 왜 머리카락은 빠져서 새로 나지 않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사람한테 문제가 있는 건지, 머리카락이 나게 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발모에 대한 궁금증이 무한히 생기더군요.” 어찌 보면 치아가 새로 나는 것보다 머리카락을 다시 나게 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고, 이 엉뚱한 궁금증이 오늘날의 ‘리브21’을 만들게 된 초석인 셈이다. 그렇게 시작된 의문점을 풀기 위해 그는 자료를 모아 밤마다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 당시 결심했던 게 하나 있다. 바로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구해야겠다는 것. 사람 머리에 발라야 하기 때문에 조금의 트러블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탈모에 도움이 되는 ‘토닉’을 개발하기 위해 세탁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 연구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 효과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하기 시작했다.

탈모를 이기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시작한 기획이 세계 유일의 ‘발모 콘테스트’다. 이는 리브21의 회원 중 1년간 가장 성공적으로 머리카락이 난 사람을 뽑는 대회로, 처음에는 탈모를 이겨낸 사람들을 격려하고자 기획했는데, 이제는 그 가족들까지 모인 잔치가 되었다. TV를 통해 탈모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발모 콘테스트를 통해서 탈모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다

history 3 ‘리브21’ 오사카 in 1976
스스로 제조한 샴푸와 토닉을 손님들에게 나눠주며 반응을 살핀 노승정 사장은 이제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했음을 알고, 1976년 오사카에서 리브21의 전신인 탈모 클리닉 개념의 매장을 열게 된다. 물론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러다 만난 첫 손님은 20대의 젊은 청년. 탈모 때문에 데이트도 할 수 없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그를 지극 정성으로 관리했고 1년 후 결실을 보았다.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희열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죠. 그 청년이 찾아와 정말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며 기뻐했을 때 전 그 친구보다 몇 배나 더 기뻤는지 몰라요.”
지금도 노 사장은 그때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애초에 토닉의 효과는 확인했지만, 새로운 성분을 더해 확실한 효과를 보는 토닉을 만들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렸고, 이 토닉은 지금도 출시되고 있다. 이후 이 모발 관리 센터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번성하기 시작한다.

history 4 일본 전역에 1백20개 지점
지금 리브21은 일본 전역에 1백2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점포들이 프랜차이즈점이 아니라 본사 직영점이라는 것. 그리고 노승정 사장은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언젠가 한 중년 여성 고객이 발모에 성공한 뒤 노 사장에게 왜 진작 리브21을 알리지 않았느냐고 원망 한 일이 있다. 만일 자신이 일찍 리브21을 알았다면 수십 년간 고민하고 부끄러워하며 살지 않았을 거라는 원망 아닌 원망이었다. 그날부터 노 사장은 탈모로 마음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리브21을 적극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history 5 세계 최초로 발모 콘테스트를 개최하다
지금도 메인 시간대에 TV 광고를 하는 것은 물론 매주 6백만 장의 전단지로 리브21을 알리고 있다. 탈모 인구는 점점 늘어가는데 탈모 때문에 마치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탈모를 이기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시작한 또 하나의 기획이 세계 유일의 ‘발모 콘테스트’다. 이는 리브21의 회원 중 1년간 가장 성공적으로 머리카락이 난 사람을 뽑는 대회로, 처음에는 탈모를 이겨낸 사람들을 격려하고자 기획했는데, 이제는 그 가족들까지 모인 잔치가 되었다. TV를 통해 탈모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발모 콘테스트를 통해서 탈모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다. 탈모는 숨겨야 할 창피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리브21 발모 시스템의 원점은 자연 치유력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바르고 먹어도 몸이 건강하지 않다면 발모 효과는 일시적으로 그치게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머리카락이 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몸 자체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리브21이 고집하는 것은 천연 재료를 통한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고객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까지 일일이 체크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리브21 연구소에서는 부작용 제로의 천연 재료와 줄기세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장 및 전 직원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노 사장이 추구하는 독특한 경영 철학
노 사장의 일과는 아주 단순하다.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흰 러닝과 반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그는 회사 근처 오사카 성 앞에 내려 아침운동을 한다. 그리고 오전 6시경 사무실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화장실 청소. 물론 건물에 화장실 청소 담당자가 있지만 사장실이 있는 층의 화장실 청소는 노 사장이 직접 한다. 출장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한단다. 모두들 이 사실을 알면 의아해하지만 답변은 간단하다. 모두가 외면하는 지저분한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어제의 근심과 걱정도 함께 씻어내고 어떠한 힘든 일도 최고로 해내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란다. 화장실 청소로 대변되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전 직원의 존경을 받고 있다.
리브21의 문화는 직원 못지않게 사장도 직원들에게 예의를 표하는 게 특성이다. 출근할 때나 직원을 만날 때는 물론 업무를 보러 외출할 때도 사무실 입구에 서서 직원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한다. 업무로는 지시를 하지만 업무 외에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90도로 인사하는 것이다. 점심 식사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소통한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임을 알기에 언제든 편하게 할 말을 하게 분위기를 만들자는 게 노 사장의 소신이다.
리브21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첫째가 사무실 내의 신발이다. 사무실에서는 전 직원이 신발을 벗고 업무를 본다. 신발을 신고 다니면 사무실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라고.
두 번째는 회의실에 의자가 없다. 회의 시간도 15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회의 공간에는 의자 없이 탁자만 있고, 시간을 체크할 타이머가 있다. 그리고 리브21에는 비정규직이 없다. 1천여 명의 직원이 모두 정규직이다. 직원이 자기 일에 대한 성취감과 동기를 가지려면 비정규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한 리브21에는 직급이 없다. 사장 외에는 모두 평사원이다. 물론 업무 팀장은 있지만 직급은 없다. 그리고 모든 의사결정은 각 지점 스태프의 몫이다. 그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을 믿는 것이 사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특한 경영 원칙과 철학으로 차별과 역경을 딛고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노승정 사장. 누구나 큰 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항상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에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두려움을 모르는 그의 쉼없는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탈모에 도움이 되는 ‘토닉’을 개발하기 위해 세탁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 연구를 했다. 새로운 성분을 더해 확실한 효과를 보는 토닉을 만들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렸고, 이 토닉은 지금도 출시되고 있다. 이후 이 모발 관리 센터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번성하기 시작했다.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취재
이지은
자료협조
리브21
2013년 10월호

2013년 10월호

기획
장은성
취재
이지은
자료협조
리브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