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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똥파리 - 양익준

On March 22, 2013 0

이번 달 <나일론>에서는 한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영화감독 양익준과 대담을 나눠보았다.


영화 <똥파리> 이후 양익준 감독이 어떤 영화로 복귀할까 궁금해하던 차에 그를 발견한 건 SBS <강심장>, KBS 2TV <착한 남자>에서였다. 영화로 돌아올 줄 알았던 그를 브라운관에서 먼저 만나다니 뜻밖의 행보에 놀랐다. 그런데 그는 <똥파리>를 만들기 전후의 삶이 현격히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똥파리> 이후 일본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해 단편 영화를 찍고, 40분짜리 중편 작품도 만들었다. 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연출한 <주리>에 출연했으며, 양영희 감독의 문제적 화제작 <가족의 나라>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처럼 쉼 없이 달려왔음에도 양익준 감독의 처녀작 <똥파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거다.

“이 영화가 그만 뇌리에서 사라져야 하는데, 참 어려워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평생 영화를 수십 편 찍었지만, 여전히 그의 처녀작 <비열한 거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걸 보면 저도 <똥파리>의 기억을 쉽게 지울 순 없을 것 같아요.”

<똥파리>는 시나리오부터 연기, 제작, 홍보까지 양익준 감독이 일당백 노릇을 한 영화다. 영화 속 허름하기 짝이 없는 연희의 집은 실제로 그의 집이었으며, 영화 촬영 중반쯤에 제작비가 떨어져서 스태프가 해산한 상태로 촬영 퍼스트와 둘이 나머지 분량을 찍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렇게 바닥까지 치면서 완성한 영화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경험이었다.

“최근 우디 앨런의 인터뷰집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그동안 영화 30여 편을 찍으면서 얻은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디 앨런은 ‘첫 작품 빼고는 큰 감흥이 없다’고 답한 거예요. 설익은 처녀작이었다고 해도 우디 앨런이 평생에 해볼 거의 모든 도전 과제가 첫 작품 안에 다 담겨 있다는 뜻이었죠. 그 말에 정말 깊이 공감했어요. 제 생애에 <똥파리>만큼 무모하게 도전한 영화도 열정을 쏟아부은 영화도 다시 없을 테니까요.”


양익준 감독을 보면 ‘일장일단’이란 고사성어가 틀리지 않아 보인다. 3년간 시나리오 집필, 제작, 홍보까지 혼자 폭주하다 보니 이후 꼬박 3년 정도 공황 상태를 겪었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연출에 대한 의욕도 사라진 상태였다. “영화가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소화시켜주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직접 시나리오를 쓰건, 연출 제의를 받건 먼저 마음이 동해야 하는 거죠. 다른 감독이었으면 장편 영화 두세 편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저는 계속 <똥파리>의 그늘 속에만 있었죠. 마치 섹스리스 부부처럼 영화와의 정서 교감을 전혀 할 수 없었어요.”

양익준 감독은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매일같이 일기를 쓴다.

“<똥파리>를 찍었을 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이며 부정적 내용으로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면, 최근 1년 사이에 긍정적인 이야기로 일기를 새롭게 채우고 있어요. 아직까지 장편 연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어요. 다만 일기에 쓴 언어들이 긍정적이라는 것에 기대를 하고 있죠. 뭔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쌓인다면 본격적으로 장편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그땐 <똥파리>처럼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어야죠!”

새 영화에 대한 말을 아끼는 양익준 감독이란 걸 알기에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차기작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에디터 KIM YEON JUNG

스타일리스트 OH SE HYUN

장소협찬 Mo¨bel Lab(02-3676-1000)

Credit Info

에디터
KIM YEON JUNG
스타일리스트
OH SE HYUN
장소협찬
Mo¨bel Lab(02-3676-1000)

2013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KIM YEON JUNG
스타일리스트
OH SE HYUN
장소협찬
Mo¨bel Lab(02-367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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