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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AT?

On December 28, 2012 0

누가 뭐라든 진구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했다. 중요한 배역을 맡아도 그저 본인 필모그래피의 한 부분일 뿐 욕심나거나 크게 바라는 부분은 없다고. 문제적 화제작 <26년> 개봉을 앞두고도 그저 그는 담담할 뿐이었다.


- 티셔츠는 쟈딕앤볼테르, 카디건은 조이리치, 팬츠는 래그앤본 by 바이커맨,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켈턴 소품은 조이파티.



- 레더 재킷은 필립 플레인, 티셔츠와 팬츠는 조이리치, 풍선은 조이파티.

진지함 과묵함 그리고 까칠함 사이, 그 어디쯤에서 배우 진구를 발견할 것이란 편견이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앞두고 적잖이 긴장됐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그는 묵직한 말을 내뱉다가도 금세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작품 얘기를 진중하게 늘어놓다가 가십거리로 화제를 전환하기도 했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가 이제 조금은 연기에 대한 부담을 벗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난 듯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이름을 검색했는데, 여진구 씨 기사가 더 많더라고요”라고 말을 떼자 진구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 친구 요즘 대세잖아요. 잘되고 있는 친구니까 사람들이 저보다 더 궁금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부럽긴 한데, 그런 감정에 무뎌진 지 이미 오래됐어요. 하하하. 그 때문에 여진구란 이름이 먼저 나온다고 해도 제겐 특별하지 않은 걸요.”

오랜만에 복귀한 탓에 신인 배우 여진구한테 밀린 것이 아니냐고 묻자 “솔직히 전 거의 매년 작품 활동을 해왔어요. 영화 <모비딕> 이후로 거의 1년 만에 복귀한 건데, 이 두 작품 사이에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도 출연했어요. 대중한테 제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람들 기억에 제가 없는 것일 수도 있죠.” 그는 그 흔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SNS에 울렁증이 조금 있어요. 원래도 SNS를 멀리했지만 지금 시작하면 남들에 비해 너무 늦게 합류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거든요. 지금까지도 SNS 없이 사람들 잘 만나고 있고, 소통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나중에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SNS를 시작할래요. 그래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33세, 10년 차 배우인데도 여전히 그에겐 아역 이미지가 남아 있다. “제가 <올인>에서 이병헌 씨 아역을 연기했을 때가 23세였어요. 군 제대하고 나서죠. 워낙 인지도가 높은 드라마였기에 아역을 연기한 제 모습이 사람들한테 많이 각인된 거죠. 촬영할 땐 전혀 몰랐는데, 작품이 다 끝나고 나니까 엄청난 대작이었더라고요.” 아직 아역 이미지를 벗지 못한 그에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는 게 다소 부담스러울 것도 같았다. “누구나 나이 드는데, 저라고 특별할 건 없죠.
한 살 더 먹으면 무엇을 이루겠다고 계획하는 거. 저한테는 그런 모습은 없어요. 그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길 바랄 뿐이죠. 연기도 분명히 어제보단 오늘이 나을 테고 내일이면 더 좋아질 테니까요.”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의 영화 복귀작 <26년>이 무척 궁금해졌다.


<26년>의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스토리 라인 때문에 요즘 화제인 것 같아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 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 업체 실장이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을 그린 영화예요. 그래서 ‘어떤 정치적 성향을 품고 있는 영화가 아니냐’면서 많은 사람이 묻더라고요. 영화를 직접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운 내용의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생각보다 유머 넘치고 재미있는 요소도 많거든요.


2008년 첫 제작 시도 후에 작품이 수차례나 무산될 뻔했죠?
그땐 절망적이었어요. 당시 봉준호 감독의 <마더>란 작품을 찍을 때였는데, <마더>와 <26년>의 영화사 두 곳에서 서로 조율하면서 두 작품 모두 찍을 수 있게 배려해준다고 했거든요. 두 작품 모두 욕심났고 동시에 소화만 할 수 있다면 제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필모그래피도, 경제적 사정도 모두 좋아질 거라 느낀 거죠. 그런 때에 <26년>이 무산될 뻔하자 제 꿈도 반토막 나는 것 같았죠. 영화가 무산될 뻔했을 때 약간은 화도 났고요.


그때 캐스팅에도 큰 변화가 있었죠?
처음 배역이 누구였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처음 기획 단계에선 조연이었는데, 전화위복이 돼서 제게 큰 배역이 주어졌죠.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 출연한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26년>은 픽션이긴 한데, 실제 사건보다 더 리얼하잖아요.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데 부담은 없었어요?
어쨌든 픽션이잖아요. 실제 일어난 적은 전혀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안 일어날 일이고요. 크게 부담되진 않았어요.


강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만큼 원작과 영화 사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뭐였어요?
원작이 워낙 재미있고 몰입도도 높아서 저한테 영화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배역에 대한 접근이 쉬웠죠.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무거워 보이지만, 감독님이 제게 멋진 임무를 주셨어요. 행동할 때는 누구보다 무섭지만 일상에선 웃기고 착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한 거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라고 할 거예요.


출연작이라고 해서 좋게만 말하는 거 아니에요?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해서인지 더 정이 많이 가네요. 원래 전 제가 출연한 작품을 다 좋아해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막내 (임)슬옹이에 관한 거예요. ‘연기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친구가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되느냐’란 얘기가 많이 든 것 같은데….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을 만큼 연기를 잘했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며 연기에 대한 자극을 받았죠.

전작이나 <26년>을 택한 것도 그렇고, 일부러 센 배역만 맡는다는 느낌도 들어요.
<모비딕>, <비열한 거리>를 촬영했을 때 세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두 영화에선 무거운 대사도 많이 했고 욕하는 장면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어요. 슬픔을 간직하고 살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배역이었거든요. 분명 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가진 캐릭터지만 유머러스하고 위트 넘치는 장면도 많아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함께한 배우며 스태프 모두 다 착했어요. 불쾌지수가 아주 높은 여름날에 강행군을 했는데도, 어느 누구 짜증 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변수가 많은 영화 촬영장에서 한 번도 갈등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 같은데요?
감정과 감정이 부딪치면 제가 먼저 낮은 자세를 취하는 방법을 택해요. 공격보다 더 무서운 수비를 하는 거라고만 해둘게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믿거든요.


이번 영화가 본인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이 또한 지나가는 작품 중 하나일 뿐이죠. 왜냐하면 이미 현장에서의 작업이 모두 끝났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이 작품이 사람들 관심에서 조금씩 잊히면 제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겠죠. 이 영화가 흥행 대박이 나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고 해도 큰 감흥은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작품처럼 소중한 필모그래피 중 하나인 거예요.

그래도 오랜만에 복귀한 건데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면 상처받진 않을까요?
내 자식을 학교에 보내놓고 1등 하면 뛸 듯 기뻐하고, 꼴등 하면 내 자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흥행하건 못하건 다 내 자식과 같은 작품들이에요. 한 가지 자부할 수 있는 건 10년 동안 연기하면서 지금까지 욕은 한 번도 듣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런 마음이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영화에 관한 인터뷰를 끝내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무렵 진구의 절친한 친구가 인터뷰 자리에 합류했다. ‘가장 아끼는 게 무엇이냐’란 질문에 친구를 꼽을 만큼 특별한 친분을 과시한 그였다. “부모보다 저를 더 많이 아는 친구예요. 그래서 아는 기자들은 이 친구한테 제 얘길 묻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좀 더 진솔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걸출한 작품들에 많이 출연했음에도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배우란 게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잖아요. 솔직히 전 인지도가 뛰어난 배우가 아니니 대중이 저를 궁금해할 만한 타이밍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에도 강약이 있듯 연기 활동에도 일정한 흐름을 두는 거죠. 지인들 앞에서는 제 모습을 편하게 다 드러낼 수 있지만 대중 앞에선 그럴 수 없으니까요.”

배우를 벗어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은 없느냐고 묻자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배우를 시작한 거예요. 대중에게 받는 리액션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고 표현해야 맞겠죠. 다른 일을 하면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테니 생경한 분야에 한눈팔진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진구는 이번 작품을 많은 필모그래피 중 하나이자, 본인 인생을 지나가는 작품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영화 <마더>로 상을 탔고 <비열한 거리>로 충무로에서 인지도를 높였다고 해서 두 작품만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작품들 대부분을 폭염 속에서 촬영했는데, 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날씨가 덥지 않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져요.” 그는 영화에 참여할 때마다 크게 바라는 것도, 도를 지나쳐서 기대하게 되는 것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작은 것에도 쉽게 만족하는 편이죠. 그래서 10년 동안 영화 작업을 하면서도 영화 감독이나 상대 배우와 트러블이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아요. 제게 주어진 작품과 배역 그리고 인지도까지. 그냥 지금 제 모습 이대로가 좋아요.”


editor CHO YUN MI, KIM YEON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UNG
stylist CHOI HEE JIN
makeup MIKA
hair GO HOON
assistant KIM SOO JI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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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YUN MI, 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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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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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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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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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OO 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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