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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탄생

On October 05, 2012 0

요즘 싸이가 대세다. 싸이는 전 세계적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8월 말 인터넷엔 온통 싸이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이티 페리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말춤을 배우겠다는 트윗을 남겼고, ,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은 싸이의 음악에 대한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그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저스틴 비버의 기획서와 미국 활동을 공식화한 후 싸이는 더 난리가 났다. 쇼 프로그램 <엘렌쇼>는 싸이의 출연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투데이쇼>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으며 ‘강남스타일’은 11개국 아이튠스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싸이는 최근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출연해 리한나, 케이티 페리 등 유명 팝스타 앞에서 공연을 하곤 “죽이지?”라며 한국말로 공연 소감을 말해 화제가 됐다. 싸이의 말마따나 싸이는 현재 죽여주는 K팝 스타다. 도대체 전 세계 사람들은 왜 싸이에 열광하는 걸까? 싸이가 머나먼 타국 땅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유튜브와 SNS를 통한 입소문이 한몫했다. 유튜브 트렌드 매니저 케빈 얼로카에 따르면 SNS에서 흥행하는 비디오의 요인 중 하나는 기발함이다. 기발하고 웃긴 건 유튜브에서 파급력이 크다. ‘아이돌이 곧 K팝’이라는 해외 리스너들의 편견을 깨고 나온 싸이의 영상이 그랬다. 싸이의 영상이 퍼져 나갈 수 있었던 이면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유저 베이스 문화가 있다. 보기만 하던 유저들이 영상을 재편집하고, 가공하는 유저 베이스 문화는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그 영상을 확대 재생산해 파급력이 가속화된다. 화제에 오른 싸이의 영상도 그렇게 퍼져 나갔다. 전 세계 네티즌이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하고 미국 온라인 매체에서 그 영상이 소개되며 급물살을 탔다. 그 사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1억6천만을 넘었다.

아이돌은 뭐했느냐고?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 아이돌은 꾸준히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K팝을 알리고 전 세계 팬을 양산했다. 그중에서도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SM이나 JYP 엔터테인먼트보다 그 성과가 뚜렷하다. YG는 지난 2008년부터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들고 인터넷 TV로 자체 방송에 나섰다. YG는 별다른 홍보 없이 콘텐츠만으로 일정 수익을 낸다. 일례로 YG 소속 가수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매번 조회수1천만을 넘기고 작년에 발매된 태양의 싱글 음반은 공식 활동이나 홍보 없이 캐나다 아이튠스에서 음원 상위권을 차지했다. 음악 평론가 차우진은 싸이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싸이가 YG의 소속 가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상에서 퍼지게 된 건 트위터 팔로우 3만 명을 지닌 2NE1의 팬이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하면서부터다. 그 후 유명한 셀럽들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이 이를 리트윗하기 시작했고, 뮤직비디오는 확대되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퍼지게 된 것도 결국 YG의 팬덤 문화 위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싸이는 소속사의 덕을 좀 봤다. 어쩔 수 없이 싸이 신드롬 뒤에는 ‘YG니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명제가 따라붙는다.

전문가들은 싸이가 미국 시장에서 눈에 띌 수 있었던 다른 이유로 싸이의 독창적 콘셉트를 든다. 싸이는 유머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코드를 뮤직비디오 콘셉트로 잡았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화장실에서 변을 보면서 노래하고 움직이는 오리배 위에서 말춤을 춘다. 뮤직비디오에서 정작 싸이는 한 번도 웃지 않는데, “그래서 더 웃기다”라는 반응이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가사가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린다는 공방도 일었다. 싸이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유재석은 ‘오픈카 맨’, 노홍철은 ‘엘리베이터 변태남’, 현아는 ‘섹시걸’로 불리며 ‘누가 누군지 몰라도 어쨌든 웃겨서 좋다’는 식의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1994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스페인 팝 듀오 로스 텔리오의 ‘마카레나’ 열풍과 비슷하다. 이런 신드롬 속에서 우리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싸이의 음악성에 관한 얘기다.

사실 그 누구도 싸이의 음악성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떤 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기존에 싸이가 부른 ‘챔피언’, ‘Right Now’와 차이점을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차우진은 이에 대해 “‘강남스타일’은 전작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라고 한다. ‘강남스타일’에서 보이스 뒤로 깔리는 전자 사운드가 미국 팝 음악이 보여주는 것과 비교될 만큼 세련돼졌다는 것. 대중문화 평론가 하재근은 “‘강남스타일’의 장르라 볼 수 있는 일렉트로닉 팝은 현재 가장 인기 있으면서 접근하기 쉬운 장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LMFAO나 더 론리 아일랜드 같은 가수가 인기 있는 이유도 장르를 잘 선택한 탓이 크다. 그런가 하면 사이트 ‘빌보드 닷컴’이나 음악 잡지 <롤링스톤스> 등에 음악 칼럼을 기고하는 제프 벤저민은 ‘강남스타일’의 흥이나는 비트와 반복되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후렴구를 흥행 요인으로 꼽으며, 특히 싸이의 독창적 랩 스타일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싸이의 랩 속엔 여러 캐릭터가 존재한다”라며 싸이의 음악성에 주목한 몇 안 되는 칼럼니스트 중 하나다. 하지만 음악평론가 노준영은 “싸이의 음악은 음악만 놓고 볼 게 아니라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적 환경과 함께 봐야 한다”라고 말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유머코드, 재생산을 통한 파급력 등 전후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어쨌든 이를 종합해볼 때 싸이가 음악성 없이 말춤과 웃긴 뮤직비디오로 떴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싸이는 미국에서 싸이 신드롬을 이어갈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싸이의 세계적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유머 코드를 바탕으로 한 이슈는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싸이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다시 말해 ‘강남스타일’ 이후, 또 한 방이 없으면 싸이는 그저 웃긴 노래를 부른 한국의 가수쯤으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싸이의 해외 진출 과정은 아이돌 그룹의 진출 과정과 전혀 다르다. 아이돌 그룹은 프로모션을 동반한 해외 현지 공연, 현지 음반 발매, 방송 출연 등 정해진 수순을 따른다. 반면 싸이의 사례는 정반대다.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트위터 같은 SNS에서 입소문이 난 뒤 언론 보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VH1의 아침 프로그램 <빅 모닝 버즈 라이브> 등의 방송 출연으로 이어졌다.

YG는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 뮤직비디오를 노출시켜서 해외 진출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싸이의 사례는 ‘기획’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강제 해외 진출’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런 현상은 미국인에게도 우리에게도 기현상이다. 기현상이란 소리는, 싸이의 인기가 언제 어디서 꺾일지 모른다는 걸 방증한다. 그럼에도 싸이가 어쩌면 미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저버릴 수 없다. 그건 이 현상이 빅뱅, 소녀시대, 동방신기, 2NE1이 아니라 싸이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도 복귀할 수 없을 거라 여긴 그인데, 싸이는 지금 대한민국의 핫 이슈이며, 세계적 뉴 아이콘이다. 어쩌면 싸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해외 시장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가 ‘설마?’ 하면서도 싸이 신드롬이 계속되길 기대하고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assistant editor KIM SO HEE

일러스트 275c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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