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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the flames

On July 20, 2012 0

배우의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아본 건 아닌지 걱정이다. 영화계의 핫한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전부터 ‘물건’이라 불린 조정석을 두고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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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조정석의 가치를 진작에 알아보지 못한 걸까. 누적 관객 수 400만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를 연기하며 신 스틸러라는 찬사를 받기 이전부터 <펌프보이즈>, <트루웨스트>, <내 마음의 풍금>, <스프링 어웨이크닝>, <헤드윅>까지 8년 동안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 조정석은 관객에게 재미와 작품성을 담보한 믿음직한 배우였다. 또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근위대장 은시경 역을 맡아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작 드라마임에도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극을 끌고 나가는 조정석은 주인공들보다 더 강인한 잔상을 남겼고, 무엇보다 배우로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제때, 제자리에서 보여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잠재력을 낱낱이 파악당하고 착취당할수록 행복한 사람이 배우일지도 모른다. 2011년 MBN에서 방영된 <왓츠업>은 조정석의 첫 드라마 데뷔작. 비록 대중은 이 드라마를 외면했지만 조정석의 연기만은 빛났고, 이런 찬사에도 그저 조정석은 뮤지컬 무대와 드라마 프레임 사이의 간극을 경험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조정석을 유심히 관찰한 감독을 만나면서 그의 이력은 흥미진진한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왓츠업> 편집 작업에 참여한 이재규 감독이 일찍부터 <더킹 투하츠>의 근위대장 역으로 조정석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이재규 감독의 촉은 정확했다. 군인이란 캐릭터, 특히 각이 뚜렷한 이야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형성을 조정석만의 독창성으로 해석해 진중함과 인간적 매력을 간직한 은시경 역할을 제대로 표현했다. <왓츠업>에 출연했을 때는 대중이 몰라보다가 이제서야 주목하기 시작한 시청자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왓츠업>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다만 편성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힘들었던 것뿐이죠. 당시 방영이 무산될 뻔한 위기에 놓였는데, 다행히 방영되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연기한 드라마가 TV에 방영된 것만으로도 제겐 큰 의미가 있죠”라며 의연하게 답한다.

혹자는 <더킹 투하츠>를 스토리는 잊히고 캐릭터만 남은 드라마라고도 했다. 주인공보다 조연이 돋보이는 독특한 드라마라고. 이런 평에 대해 조정석은 “칭찬해주셔서 고맙긴 한데, 감독님, 작가님, 이하 여러 스태프와 함께 고생하며 만든 것인데, 은시경 역할만 남았다고 하면 너무 송구한 일이죠. 그저 은시경을 연기한 배우 조정석으로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그가 연기한 은시경은 엘리트 육사 출신 대위로 가장 가까이에서 왕을 보좌한다. 굉장히 똑 부러지는 성격의 원칙론자랄까. “은시경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그의 대사들이 잊히지 않아요. ‘썩은 과자, 저는 먹지 않습니다’, ‘전하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왕입니다. 부디 더 당당해지세요’와 같은 대사요. 강건함 속에 부드러움을 갖춘 가장 은시경스러운 부분을 함축해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짧은 몇 마디 대사를 내뱉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감정선을 잡고 드라마 속 캐릭터로 변했다.

조정석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배우란 직업이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주는 일, 우리가 잊고 있던 얼굴을 상기시키는 직업이란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된다. 독특한 대사로 존재감을 알린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란 캐릭터가 그렇다. 때론 엉뚱하고 지나치게 과장된 이야기를 하지만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승민이 괴로워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를 건넨 친구가 바로 납득이였다. “누구나 한 번쯤 밝고 유쾌한 납득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그런 짐작을 바탕으로 제 특유의 밝고 긍정적 면모를 납득이스럽게 발전시켰죠. 실제 저보다는 몇 배나 과장된 모습이지만요, 제 안에 있던 유쾌한 면모를 극대화한 것뿐이에요. 제 주변에 영화 속 승민이 캐릭터를 닮은 친구들이 많지만, 납득이 스타일은 전혀 없답니다. 그 때문에 승민을 닮은 친구와 함께 대사의 합을 맞춰보면서 납득이의 캐릭터를 잡았죠.”

- 티셔츠는 SOLID HOMME, 재킷은 FRANCO FERRARO,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건축학개론> 대본에 납득이에 대한 지문은 ‘재수생’이었을 뿐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는데, 조정석은 본인의 경험을 살려 맛깔스러운 캐릭터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실제로 조정석은 배우가 되기 위해 삼수까지 했다. 재수생 시절엔 교회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과 교제한 적도 있다. 배우가 되길 간절히 원했고 준비 시간이 길었기에 그만큼 그에게서 끌어낼 가능성도 많았다. 작품 속에서 그가 펼친 연애에 관한 진솔한 화법은 여전히 화제다. “지인들을 만나면 가끔씩 저한테 납득이 대사를 시켜요. ‘어떡하지, 너?’, ‘아구창 날릴까?’, ‘키스라는 건 말이야…’ 뭐 그런 대사들 말이에요. 제 대사가 유행어가 되고 덕분에 유명세를 탄 게 신기하고 또 관객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실제로 연애할 때 납득이처럼 허풍이 많은 편이냐고 묻자 “오히려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하는 순정남 같은 면모가 있어요. 3년 전, CC인 여자친구와 연애를 했는데, 아직도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한 느낌과 추억이 남아 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죠. 물론 과거형이랍니다.”

인터뷰 전에 조정석의 트위터를 살펴보면서 진중함과는 거리가 멀고 까불까불하고 엉뚱한 면이 많을 것 같았다. 그의 멘션에서 애교를 엿보았다고 하자, “아마 제가 막내여서 그런가 봐요. 4남매 중 막내고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죠. 그런 평상시 모습이 대화할 때나 연기할 때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도 그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덕분에 촬영하는 내내 스태프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쨍한 한낮에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연기하는 것이 짜증스러울 법도 한데 오히려 스태프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의 나이스한 면모는 촬영장에 있었던 남자 스태프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핫한 여배우와 예쁘고 귀여운 여가수들에게도 꿈쩍 않던 한 남자 스태프가 촬영 한 번 만에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을 정도니까.

영화계 사람들은 최민식, 송강호 등과 같은 선 굵은 배우의 탄생이라면서 조정석을 반기는 분위기다.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내러티브가 선명한 시대극 <구국의 강철대오>다. 이 영화에서 조정석은 1970년대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하는 운동권 학생으로 출연한다. “배우 김인권 선배님과 유다인 씨가 주인공이고 전 이번에도 조연이에요.” 작은 역할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하다니, 그는 내 짐작보다 더 느긋하고 진중한 사람 같았다. “너무 바쁘면 절대 연기에 몰입하지 못해요. 들어온 작품을 모두 소화하면 좋겠지만, 스케줄 때문에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면 아쉬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스스로 멀티로 일할 수 없는 성격임을 인정했죠. 이번엔 <구국의 강철대오>에만 집중할 거예요.” 드라마 끝난 후 단 며칠간 쉬었을 뿐 곧바로 영화 촬영 현장에 뛰어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연기의 롤 모델은 없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기를 열심히 할 거고, 믿음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건전하고 멋진 은시경, 유쾌하고 발랄한 납득이,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운동권 학생 역할까지. 연기의 품사가 훨씬 풍요로워진 조정석을 보면서 단순히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였다.


editor 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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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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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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