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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On March 23, 2012 0

뉴욕에 사는 타마는 패브릭으로 동물의 세계를 꾸미고, 사만다는 펠트로 어른의 마을을 만들었다. 남다른 아이디어와 감수성으로 무장한 그녀들의 인형들은 차라리 작품이다.

어른이 되면 금속성의 딱딱한 전자 제품을 만지며 산다.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반들반들한 창에 이리저리 손가락을 움직여댄다. 라디오의 버튼도, TV의 리모컨도, 컴퓨터 자판도 모두 틱틱, 툭툭 소리를 낼 뿐이다. 어느덧 유년 시절이 아련한 나이가 되면 가끔 꿈을 꾼다. 물렁물렁한 바다 위를 총총거리며 뛰어다니고 분홍돌고래와 함께 하늘을 나는 꿈. 엄마가 짜준 목도리를 칭칭 감고 커다란 막대사탕을 입에 문 채 동물원에 가기도 한다. 세상은 반쯤 달콤하고 하나같이 부드러운 물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딜 가나 막 햇볕에 말린 솜이불 같은 그런 종류의 신선한 친근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아, 이제 난 잠자기 전 페루에서 어떤 할머니들이 짰다는 블라블라 인형을 매만지고 잔다. 가끔 고 녀석을 볕 드는 창가에 앉혀두기도 한다. 어린 조카의 분홍 양말을 신겨놓기도 했다. 때론 이런 감촉이 순수하다 칭하고픈 어린애적 습관이 필요하다. 무럭무럭 자라는 건 늘어나는 시곗바늘로도 족하니까.

SAMANTHA COTTERILL
http://mummysam.com
사만다는 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인형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작업할 때 천연 재료를 이용하는데,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천연 펠트 안에 순한 양털을 집어 넣는 식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이 어린 시절 꼼짝 않고 들여다본 리처드 스캐리(Richard Scarry)의 동화와 셸 실버스테인(Shel Silverstein)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의 정서에 깃든 영국적인 모든 것, 또 즐겨 모으는 빈티지 북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쨌든 자신만의 바느질과 스티치 노하우, 펠트를 활용한 핸드메이드 오브제를 모은 책, 를 출간하기도 한 그녀는 당분간 일련의 작업을 접으려고 한다.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그녀의 인형들을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사만다의 페인팅이 어떨지 기다려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object of samantha
머리에 핑크빛 작약을 달고 장 보기에 나선 아줌마와, 외투 자락 휘날리며 고양이와 산책 중인 아가씨, 새장을 머리에 인 푸른 옷의 소년이며, 단란한 토끼 가족과 여우에 관한 동화들. 사만다의 섬세한 손작업이 탄생시킨 펠트 인형은 범상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아이디어로 치장한 인물들이다. 그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일 수도 있고 금방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누군가일 수도 있다. 때로 그녀는 리넨 위에 아무것도 아닌 낙서를 하고 붉은 실로 드르륵 글씨를 쓰거나 노트처럼 줄을 긋는다. 병따개가 카메라 렌즈가 되기도 하고, 낡은 옷의 목덜미에 붙은 상표가 훈장이 되기도 한다. 때로 책가방을 멘 소년은 새 몇 마리를 뒤로하고 외로이 서 있고 뜨개질 바늘을 든 이웃집 여자는 푸른 배경 앞에서 흘끔거린다. 컬러풀한 펠트로 다양한 인물을 만들어 한쪽 벽에 모아두니 재밌는 가족사진이 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골목 한구석, 다리 위의 바람 부는 곳, 한가한 오후의 가정집 풍경이 있는 그대로 도시의 하루, 우리의 하루다.사만다는 천연 펠트로 인형을 만든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스케치를 하고 바느질을 해 순한 양털을 집어 넣는데, 가끔 리넨에 특별할 것 없는 낙서를 하고는 액자로 만들기도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이나 오래된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데, 캐릭터마다 이야기와 특별한 개성이 있다.

TAMAR MOGENDORFF
http://tmogy.com
타마는 브루클린에 산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보트와 목마를 좋아했고, 동물들의 신나는 모험이 담긴 동화책을 읽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새소리를 친구 삼아 너구리 발자국을 쫓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연을 대하는 그녀의 감성은 언제나 생생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복잡한 뉴욕에서 그건 일종의 샘이고 원천이다. 작업을 앞둔 그녀, 먼저 패턴을 생각하고 구상이 끝나면 바로 스케치를 시작한다. 동료와 함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작업에 어울리는 패브릭을 찾고 중간 중간 수다를 떨거나 까르르대면서 바느질을 한다. 한땀 한땀 그녀들의 본능에 맡긴 채로.

object of tamar
타마의 작품은 일종의 동물원이다. 뿔 달린 사슴이 벽 한쪽에서 숲 속 공기를 내뱉고 새장 속의 새들은 단체로 합창을 한다. 노란부리백조는 우아한 흰 날개를 펼치고 공작은 길고 반짝이는 순백의 깃털을 뽐낸다. 쟁반 위에서 오소소거리는 버섯과 과일, 해마와 바다고래도 공중에서 춤을 춘다. 이 모든 것이 패브릭이고 수수한 바느질 자국을 간직하고 있으며, 때론 그윽한 눈으로 때론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타마가 만들어낸 동물의 세계에선 패브릭으로 가능한 숱한 조합을 만날 수 있다.
반짝이는 천이 잎새 달린 황금 사과가 되고 색색의 실이 모빌을 만들고 우수에 젖은 사슴과 말의 눈이 된다. 알록달록한 도트 무늬 천은 생기발랄한 새장이 되어 모여 있고 볼록 솟은 아기 토끼의 귀도 된다. 보송보송한 울 패브릭이 산양의 뿔이 되고 다람쥐의 도토리 주머니가 되는 것은 또 어떤가? 인형이란 게 배 볼록한 테디 베어쯤으로만 생각한 이들에게 타마의 그것들은 그야말로 신세계. 얼마나 많은 사물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유년의 뜰 안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올 수 있는지, 또 어른들의 메마른 시간을 부드럽고 화사한 눈길로 쓰다듬을 수 있는지 충분히 느끼고 감각할 수 있다.타마의 인형은 자연 그대로의 대상이 모티브다. 어린 시절 살던 마을의 기억, 숲과 동물로 가득 찬 유년의 뜰이다. 그녀만의 안목으로 고른 패브릭은 우아한 백조가 되기도, 앙증맞은 북극곰과 새소리 뛰어다니는 새장이 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 훌륭한 오브제고 평화로운 지구의 한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editor KI NAK KYUNG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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