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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On March 02, 2012 0

마흔을 넘기고도 한 살이나 더 먹은 이 남자가 이렇게 귀엽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거다.

- 티셔츠는 아크네 바이 에크루, 팬츠는 카반데주카 바이 에크루, 신발은 아디다스,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팔찌는 칩먼데이, 북극곰인형은 한사토이.

요즘 뭐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일이 없어서 줄곧 집에 있어요.
지금 촬영 중인 작품은 없어요?
몇 개 하던 게 다 끝나서 지금은 놀고 있어요.
끊임없이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끊임없이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고 하던걸요?
촬영·개봉이 몰릴 때가 있어서 그런 얘길 듣긴 하는데, 사실 요즘은 일이 없어요. 이번에 개봉하는 <가비>도 1년 전에 찍은 거고.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는 최근에 찍었는데 개봉 시점이 비슷해서 바빠 보일 뿐이에요.
<가비>는 1년이나 후반 작업을 하고 있고, 개봉 시기도 여러 번 늦춰졌네요. 그런 걸 지켜보면 출연 배우로서 좀 불안하죠?
불안하죠. 계획한 시기에 딱딱 개봉을 해야 작품마다 개봉 시기가 안 겹치는데 그걸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죠. 사정이 있어서 늦춰지는 거니까….
오늘 촬영은 왜 이렇게 일찍 잡은 거죠?
보통 배우들은 아침 10시부터 촬영하려 하지 않아요. 얼굴이 부으니까요.
아, 그쪽에서 그렇게 잡은 거 아닌가요?
제가 잡은 시간은 아닌데? 그리고 일어난 지 몇 시간 지난다고 얼굴 부기가 확 빠지고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얼굴 크기로 먹고사는 배우는 아니잖아요. 제가. 얼굴 크기로 먹고사는 배우가 아니라도 작년에 <혈투> 때 인터뷰를 했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졌는걸요? 혈색도 그렇고,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아아, 그렇죠? 우리 만난 적 있죠?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아는 척을 안 해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왜 아는 척을 안 한 거예요?
한 번 인터뷰했다고 모두 기억하지는 못할 것 같아서요. 괜히 아는 척했다가 어색해지면 인터뷰하기가 어렵잖아요.
이름도 낯이 있고, 얼굴도 낯이 익었어요. 그때 막 누구 소개해준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하하. 아는 선배를 소개팅해드린다고 했죠. 그런데 제가 그때 정말 정신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때라 타이밍을 못 맞췄어요. 정신이 없던 사람으로 기억은 해요. 하하하.
그래도 그때 소개를 안 시켜줘서 더 좋은 일이 있지 않았나요? 몇 개월 후에 바로 열애설이 나더라고요.
그렇죠.
그때 만약 소개팅을 해줬다면 박희순 씨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겠네요?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공개 연애를 처음하는 건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아요?
그래서 되도록 그쪽 얘기는 하지 않아요. 서로 얘기를 안 하기로 했어요.
그분 얘기 나오니까 되게 쑥스러워하네요.
네. 멋쩍네요. 이래저래.(웃음)
연기자와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연기를 하는 것에는 전혀 상관이 없죠. 아, 그런 건 있겠네요. 촬영이 힘들거나 현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뒷담화를 할 수는 있죠. 다 아는 사람들이고, 현장 얘기를 조금만 해도 쉽게 알아들으니까요.

- 그레이 티셔츠는 H&M, 데님 셔츠는 웨스트트와이스 바이 에크루, 팬츠는 쿠로 바이 셀러브레이션.

- 니트와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신발은 던힐, 시계는 스털링, 고릴라 인형은 한사토이.


박희순 씨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뭘 하고 놀아요?
TV도 보고, 음악도 듣고, 인터넷도 해요.
인터넷으로는 뭘 찾아보는데요?
영화 쪽 검색해요. 요즘 영화계 동향은 어떤지, 뭐 그런 거요.
요즘 영화계 동향은 어떻죠?
지금, 저한테 영화계 동향을 물어보는 거예요?
네. 어떤데요?
요즘은 최배우 님이 나오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잘되고 있죠. 제가 아는 측근들 위주로 검색하니까, 영화계 전반의 동향은 잘 모를 수도 있으니 너무 깊이 묻지 마요.
그런데 친한 친구, 배우들의 이름을 매일 검색한다고요?
네.
자기 이름도 검색창에 넣어보겠네요? 인터넷에 얼마나 자주 ‘박희순’이란 이름을 검색해보죠?
아, 그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건데? 일어나자마자 제 이름부터 인터넷에 쳐봐요. 블로그에 제가 나온 영화나 제 연기에 관한 얘기를 쓰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서 읽어요. ‘누가 나를 씹고 있나’ 이런 거 체크하는 거죠.
하하. 누가 박희순 씨 연기를 씹으면 거기에 댓글도 달아요?
아, 그건… 안 달아요. 굳이 그럴 것까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까 지나가는 말로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듣는 게 편하다고. 그럼 인터뷰를 하고 일문일답 형식으로 말하는 게 편하지는 않죠?
질문에 따라 다르죠.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영화가 조금이라도 잘되도록 하는 게 제 의무니까요.

<가비>에서 맡은 역이 고종인데, 시놉을 보고 예고 트레일러를 봤더니 극 중 주인공은 주진모 씨와 김소연 씨고 박희순 씨는 주조연 정도 분량으로 나오는 것 같았어요. ‘고종 암살 작전의 비밀’이라지만 주진모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는 영화인데, 굳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뭐죠? 하정우와 장혁에게 묻힌 <의뢰인>처럼 될 수도 있어서 걱정되더군요.
무슨 말씀인 줄 알아요. 고종은 주진모 씨와 김소연 씨의 러브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인물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계속 주연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작은 역할이라고 무조건 안 할 수는 없어요. 물론 역의 비중이 작더라도 선택할 때는 분명히 명분이 있어야겠죠. 제가 생각하는 명분은 두 가지인데, 영화 속에서 그 역할이 꼭 필요하거나, 그 외의 다른 게 있다면이죠. <가비>는 전자예요. 역할이 작아도 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고 그만큼 무게가 있어서 연기를 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죠. 반면에 <의뢰인>은 후자였어요. 처음엔 고사했는데, 하정우가 한다고 하고, 장혁이 한대요. 배우들 욕심이 생겼어요. 쟤들은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궁금했으니까요. 얘들하고 하면 내가 비중은 크지 않아도 영화는 재밌게 찍을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한 거죠.
<의뢰인>에서 함께 연기해보니 장혁과 하정우 씨는 어떻던가요?
(하)정우 같은 경우는 굉장히 본능적으로 연기하지만 똑똑해요. 자기가 어떤 포지션에 어떻게 가야 할지가 딱 눈에 잡히나 봐요. 그걸 잘 활용하는 배우죠. 그 또래 배우 중 가장 똑똑했어요. 영악하다고 말하면 딱 맞겠네요. (장)혁이 같은 경우는 집중력이 대단해요. 하정우가 되게 산만해도 자기 것을 찾아 먹는 스타일이면, 혁이는 내내 집중하면서 연기에 다가가죠.
그럼 박희순 씨는요? 본인의 연기도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한가요?
처음에는 조연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역할만 볼 줄 알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차 주연급이 되고 원톱도 맡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능력도 있고, 계산할 게 많은데 아직 그 부분은 좀 더 익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의뢰인>, <가비> 같은 작품을 중간 중간 하는 거예요. 한 작품을 다 이끌고 가야 하는 영화를 하고 나면 조연급으로 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 욕심이 나거든요. 호흡을 가다듬는 거죠.

고종이란 인물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재현됐고, 이번 영화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아무것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힘들었죠?
예전에 제가 극단에 있을 때 <도라지>라는 작품을 할 때 고종 역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 작품에서 고종은 대신들 앞에선 꾸벅꾸벅 졸고, 나라가 망해도 무관심한 무기력한 남자였죠. 그 역을 연기해봐서인지 저도 고종에 관한 고정 관념이 있었어요. 그러다 이번 작품에 들어가면서 책을 찾아 봤어요.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같은. 그걸 보면서 느낀 게 고종이란 인물이 일본에 의해 많이 왜곡됐을 수 있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고종은 명성 황후가 시해된 다음 러시아공사관으로 자기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걸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대의를 도모하기 위해 몸을 피한 거였죠. 생각해봐요. 이 남자가 얼마나 불쌍해요? 아내를 처참하게 잃고,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지 않고, 나라는 주권을 뺏기기 직전이고…. 이 남자는 매일 울었을 거예요. 정말. <가비>에서 연기를 하면서 고종의 그런 감정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어요.
가편집본은 봤죠? 어땠어요?
좋아하는 부분 하나가 빠져서 안타깝긴 한데, 전반적으로 괜찮게 나왔어요.
빠진 부분이 어떤 장면인데요?
고종이 계속 버티려고 하다가 갑자기 자기를 모두 놓고 김소연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백성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보는 장면인데 그게 빠졌어요. 그 장면이 나와야 고종의 후반부 감정도 더 잘 살고, 고종이 입체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워요.

- 티셔츠는 꼼데가르송, 니트 카디건은 던힐, 팬츠는 시스템 옴므, 슈즈는 퓨마 블랙스테이션.


<가비>는 국내 최초의 바리스타에 관한 얘기기도 하죠. 고종이 커피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나오던데, 박희순 씨도 실제로 커피를 좋아하나요?
커피, 좋아하죠. 그런데 그 영화 찍으면서 속이 쓰리도록 마셔서 좀 줄였어요.
어떤 커피 좋아해요?
아메리카노가 좋아요. 라테는 위가 좋지 않아서 바로 설사를 하거든요.
하하하. 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하는 거죠?
그냥 사실을 말한 거죠. 뭐 섞여 있는 그런 것보다는 아메리카노처럼 맑은 게 취향엔 맞아요. 그런데 정말 영화 찍으면서 공사관 안에 있는 장면만 찍어서 편했는데, 속은 난리도 아니었어요. 쓴 커피 때문에 속이 정말 쓰렸거든요.
연기 욕심이 많은 배우니,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배우도 있죠?
얼마 전에 김태용 감독하고 공효진 씨하고 단편 영화 <아름다운 그녀>를 찍었어요. 홍콩영화제 폐막작에 나간다는데 아직 보진 못했지만 재미있게 찍었어요. <만추>의 남자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제주도에서 놀면서 일하면서 찍은 작품이에요. 그걸 해보니 공효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 친구는 연기를 NG처럼 내면서 해요. 효진이란 친구와 길게 하나 더 하고 싶어요.
연기 좀 잘한다고 눈여겨보는 보는 배우는 누군데요?
김수현, 잘하지 않아요? 제가 <가비>에서 왕 역할을 맡기도 해서 더 유심히 봤는데 그 친구는 나이에 맞지 않게 잘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왜 드라마에는 안 나오는 거죠? <얼렁뚱땅 흥신소> 이후 특별한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네요. 트렌디한 작품도, 사극도 다 잘 어울릴 텐데….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같은 역할 말이에요.
하하. 세종이면 나갔죠. 그런데 윤제문 씨가 맡은 역 제의가 왔어요. 좋은 작품 있으면 할 거예요. 드라마라도.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 역 같은 거요?
그 자리를 욕심내면 그건 안 되죠. 제 나이가 몇 살 인데요? 물론 시켜준다면야 할 수는 있겠지만요. 하하하.
앞으로도 연기는 계속할 건가요?
그럼요. 저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할 작정인데요? 예전엔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런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다면 될 것 같아요. 이른바 빅 3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형도 나이를 먹으면서 주연을 하며 제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그 형들을 따라가면 저도 엇비슷하게는 가겠죠. 그 형들 따라가면서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쉬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은 없어요?
<가비>,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를 찍고 나서 여행을 가야겠다 싶었는데,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와서 특별히 다른 여행 계획은 없어요.
그게 여행이에요? 영화를 찍느라 간 거였다면서요?
그렇죠. 하지만 놀면서 찍어서인지 여행 같았어요.
박희순은 워커홀릭인가요?
조금 그런 것 같아요.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주변 사람은 피곤하겠어요. 하루 종일 연기만 생각하는 남자라서요.
피곤하죠. 많이 피곤할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부분은 좀 그래요.


editor CHO YUN MI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stylist MANA
makeup LEE SO YEON
hair LEE EUN HYE
assistant YANG YOON MO
cooperation HANSAT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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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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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YUN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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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O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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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EUN 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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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 YOON 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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