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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

On December 09, 2011 0

요즘 잘나가는 프랑스 배우가 샤를로트 갱스부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새로운 프렌치 시크의 젊은 여배우들은 잔 모로만큼 매력적이고, 브리지트 바르도만큼 뇌쇄적이다.

멜라니 로랑 melanie laurent
멜라니 로랑은 얼마 전에 개봉한 <비기너스>에서 이완 맥그리거의 상대역인 프랑스 여배우로 등장한다. 청순한 얼굴과 코스모스처럼 가녀린 몸매는 보호 본능을 절로 일으키는데,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서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삐뚤빼뚤한 글씨로 “왜 슬퍼요?”라고 적은 쪽지를 이완 맥그리거에게 건네주고는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입을 헤벌쭉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이 조금은 이해될 거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할지 몰라도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그녀는 그 흔하고 진부하다는 ‘친구 따라갔다가 배우 된 케이스’다. 16세 때, 단짝 친구를 따라 친구의 아버지가 일하는 영화 촬영 현장 구경을 갔다가 캐스팅되어, 그 바로 다음 주에 <브릿지(The Bridge)>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게 데뷔한 계기니까 말이다. 2004년에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라는, 그녀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홍콩 영화에 프랑스 교환 학생으로 출연하기도 하며(이 영화에서 그녀는 철학을 좋아하는 4차원 여대생으로 나온다) 보통 프랑스 여배우들과는 좀 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또 한 가지, 그녀만의 매력은 화려하게 꾸민 모습보다 아무렇게나 대충 머리만 질끈 묶은 민낯이 더 예쁘다는 사실이다. 레드 카펫에서는 좀 억울할지 몰라도 프랑스 여배우 중에서는 맨얼굴에 파자마를 입고 얼굴을 부비는 모습이 가장 예쁜 배우일 거다.

뤼디빈 새그니어 ludivine sagnier
처음 뤼디빈 새그니어를 본 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뮤지컬 영화 <8명의 여인들>에서였다. 아직 10대였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 톰보이 같은 막내딸 카트린으로 등장해 잠옷 바람으로 율동과 함께 ‘아빠는 시대에 뒤처졌어요’라며 ‘빠빠빠’거리는 노래를 불렀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지한 얼굴로 열창하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은 몇 번을 돌려봐도 재미있다. 2003년에는 (또다시) 프랑수아 오종의 <스위밍 풀>에서는 샤를로트 램플링과 투 톱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램플링의 포스에도 전혀 눌리지 않는 그녀만의 오라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약간 쉰 듯한 목소리와 귀여운 얼굴에 숨어 있는 요염함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보다는 매력적이지만 의뭉스러운 옆집 여자가 어울린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웃을 때만큼은 여전히 영락없는 소녀 같은 뤼디빈 새그니어는 어떤 역을 맡겨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줄 아는데, 10세 때부터 시작한 오랜 경력이 전혀 상관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뤼디빈 새그니어’라는 이름만 듣고도 영화를 선택하게 만들 줄 아는 그녀가 연기만 잘해서 이렇게 인정받은 건 아니다. 똑똑한 배우는 작품 선택도 잘한다고, 그녀는 어떤 작품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안다. 무슨 얘긴지 확실히 알고 싶다면 <우리의 릴리>를 보시길.

클레멘스 포시 clemence posey
‘DREAM’이라는 단어야말로 프랑스 여배우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말이라면, 클레멘스 포시야말로 그 단어에 정말 잘 어울리는 여배우일 거다. 꾸미지 않은 듯한 순수함과 타고난 우아함은 연기력을 논하기 이전에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 듯 이런 배우의 연기란 관객을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연극배우이자 감독인 아버지 덕분에 14세 때부터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한 그녀는 의외로 시대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거만한 애굣덩어리, ‘플뢰르 델라쿠르’ 역으로 이름을 알리고 <가십걸> 시즌 4에서 척의 여자친구로 출연해 인기 굳히기에 성공했다. 프랑스의 TV 영화

아나 무글라리스 anna mouglaglis
매력적인 여자를 말할 때 우리는 외모뿐 아니라 그 여자의 태도, 스타일, 그리고 눈빛을 본다. 빠져들 것처럼 깊고 강렬한 눈빛을 가진 아나 무글라리스는 아슬아슬한 매력을 가진 여배우다. 2000년 영화배우로 데뷔하고 2002년부터는 샤넬의 뮤즈가 된 아나 무글라리스는 영화에서도 결국 샤넬을 선택했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서 꽤 큰 키의 ‘샤넬’ 역을 맡은 그녀는 오드리 도투와는 전혀 다른, 중성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냉소적이고 오만한 샤넬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샤넬의 ‘알뤼르 센슈얼’은 무글라리스를 염두에 두고 만든 향수이기도 하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렬하고 묘한 눈빛과 시원시원하고 뚜렷한 이목구비, 아무 말 없이 서 있어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묘하고 뇌쇄적인 분위기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오라를 만든다. 신경질적인 듯한 얼굴에는 우울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어떤 역할을 맡든 치명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섹시하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선상을 오가는데, 이런 그녀의 매력은 남자친구의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검은 바다>, 시아버지와 위험한 관계를 갖는 며느리로 출연한 <내 사랑, 세르주 갱스부르>에서 잘 나타난다. 하지만 비슷한 역할만 선택하는 편중된 작품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모성애 강한 엄마’를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루 두아이옹 lou doillon
스타일도 유전자가 있는 걸까? 루 두아이옹이 어딘지 모르게 제인 버킨과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반쯤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시대의 아이콘인 그녀들과 한 핏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좀 보기 미운 뻐드렁니도 시그너처 룩처럼 늘 한 손에 끼고 있는 담배처럼 그녀만의 매력으로 보이는 건, 앞으로도 그녀가 그 흔한 교정이나 양악 수술 따위는 할 마음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제인 버킨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는 그녀는 장난기 있고 개성 있는 마스크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지만, 연기로는 아직 언니인 샤를로트 갱스부르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시의 뮤즈였던 그녀는 거침없고 화려한 스타일 덕분에 패션계에서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 마르니 드레스에 라이더 재킷을 완벽하게 매치한 사진 한 장만 봐도 감각을 알 수 있다. 톰 포드는 “에르메스엔 ‘버킨 백’이 있죠? 전 올가을에 ‘루 두아이옹 백’을 만들었답니다. 그녀를 떠올려보세요 아주 현대적이면서 클래식하죠. 그런 그녀의 매력을 그대로 닮은 백이에요”라고까지 했으니 디자이너들의 루 두아이옹 예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될 거다. 얼마 전 영화 <지골라>에서는 여성들의 마음을 홀리는 남장 여자로 분하기도 했다. 몸에 꼭 맞춘 듯 잘 어울리는 턱시도에 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한 말투와 아직 영글지 않은 소년 같은 제스처로 일관하지만, 자살을 시도하고 병원에서 깨어난 후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나, “나 임신했어요”라며 낭창하게 엄마를 바라보는 얼굴은 그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게 한다.


editor LEE SANG HEE

사진 KIM JEONG HO
어시스턴트 KANG HY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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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ANG HEE
사진
KIM JEONG HO
어시스턴트
KANG HYE YOUNG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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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A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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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EONG HO
어시스턴트
KANG HYE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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