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그 여자의 책 198쪽

On November 25, 2011 0

잘나가는 시인과 소설가가 골라줬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 동인 작란이 추천한 천고마비의 목록들.



그레이트 하우스 - 니콜 크라우스(민음사, 2011)
추천 시인 서효인
여기 책상이 있다. 한때 스페인 시인 로르카의 것이었다고 전해지는 이 책상은 육중한 본체에 서랍이 19개 달려 있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여러 사람의 방에서 함께 산다. 여러 사람은 다른 여러 사람의 애인이며, 아들이고, 친구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책상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책상과 만나는 사람들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건과 시간을 견디며 살고 있는 당신과 당신, 우리와 그들이다. 한 인간이 부다페스트에서 던진 돌멩이는 런던과 산티아고, 예루살렘을 지나 뉴욕에 떨어진다. 우리는 또 다른 우리와 긴밀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인생의 어떤 순간도 다음 시간의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을 살 뿐이다. 이 소설의 페이지마다 수십 페이지 뒤의 복선이 된다. 동시에 그것은 허무맹랑한 연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러하지 않던가. 당신이 바다에 무심코 버린 인형이 마다가스카르의 어선 그물에 걸려 나오더라도, 그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집'에서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살고 있는 사랑하는 타인이니까.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민음사, 2005)
추천 소설가 정한아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별명을 지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그녀의 첫 장편 < 낯선 승객 > 은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된 적이 있고, < 재주꾼 리플리 > 는 르네 클레망 감독의 < 태양은 가득히 > 와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 리플리 > 로 2번이나 영화화되었지만, 정작 그녀의 소설을 우리말로 읽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 < 검은 집 > 은 슬라보이 지젝이 자신의 이론서에서 인용할 만큼 냉소적인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단순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 명명할 수 없는 공포,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서늘한 잔혹성은 우리 자신의 공포, 불안, 잔혹과 동떨어지지 않았다. 윤곽이 모호한 공포가 그리는 그림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향한 로르샤흐 테스트. 더할 수 없이 흡인력 있는 이 그림자들과 맞닥뜨리면 마음의 살갗에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문학동네, 2011)
추천 시인 유희경
주사위를 던져라. 도르르 굴러 나온 숫자의 합이 당신의 미래다. 그런 걸 두고 팔자소관(八字所關)이라고도 하고 '신의 뜻'이라고도 한다. 일도 연애도 생각처럼 되진 않는다는 거다. 허무하다고? 꼭 그렇지는 않다. 복불복.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뭐든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다. 이 책은 유럽이라는 거대한 보드게임판 위 6명의 대활주(혹은 추격전)를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가득한 문체로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김중혁다운 장편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주사위 숫자가 나오는 대로 달릴 뿐이다. 우리 인생처럼. 하지만, '될 대로 돼라'는 정답이 아니다. 지금의 주사위는 내가, 그리고 다음 턴 주사위도 내가, 던지는 거니까. 12칸 앞에 뭐가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게 인생의 묘미 아니겠는가? 그러니 주사위를 던져라. 당신에게 놀라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타일의 모든 것- 이기성(문학과지성사, 2010)
추천 시인 오은
가을은 풍요로운가? 과연 풍요롭기만 한가? 불안한데도 가을이니까 부러 말짱한 척하지는 않는가? 이기성의 이 시집은 우리에게 타일을 살짝 들춰보라고, 가면을 한번 벗어보라고 꾄다. 그렇다. 우리는 풍요로우면서도 뭔가 불안한 것이다. 황금빛 논 앞에 서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어도 어떤 사단이 날 것 같은 것이다. 어떤 순간은 너무 완벽해서 결국 와장창 깨져버리지 않던가. 그러나 어떻게든 이 불안함을 껴안고 가려면, 불안의 색깔을 하나씩 배워가기 위해서는,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런 시집이다.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깊이를 종잡을 수 없는 저수지에 발을 밀어 넣는 심정과 그 저수지가 품고 있는 꿍꿍이를 파헤치기 위해 요리조리 눈알 굴리는 심정이 공존하는 책.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아침은 충분히 어둡습니다만, 밤에는 어쩌면 밝아질 수도 있잖아요. 희망이 됐든 뭐가 됐든 솟아오를 수 있잖아요, 불쑥. 그렇게 우리는 용감해지고 천연덕스러워진다. 곧 들이닥칠 서슬 퍼런 겨울 앞에서, 함께 흥미진진해진다.

사진 KIM JEONG HO
editor KI NAK KYUNG

Credit Info

사진
KIM JEONG HO
editor
KI NAK KYUNG

2011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사진
KIM JEONG HO
editor
KI NAK KYUNG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