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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몽하몽

On November 04, 2011 0

감출수록 드러나는 것이 욕망이다. 치장하고 가릴수록 공공연해지는 것 또한 욕망이다. 패션이라는 휘장 아래 감춰진 우리의 나른한 욕망들. 칼 라거펠트와 데이비드 라샤펠, 두 남자가 남긴 뜨거운 기록.

칼 라거펠트와 데이비드 라샤펠. 충분히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이미지가 뿜어내는 긴장으로 가득한 이 두 남자의 사진을 보며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을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이미지엔 표현은 달라도 인간의 몸과 욕망에 관한 탐미적 시선이 고스란하다. 비가스 루나 감독의 <하몽하몽>은 페넬로페 크루즈의 풋풋하면서도 육감적인 모습에 최근 연기파 배우로서 절정에 다다른 하비에르 바르뎀의 매력까지 만날 수 있는 영화. 소금에 절여 숙성한 돼지의 뒷다리를 이르는 ‘하몽’은 영화에서 이미지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어떤 욕망을 대변한다. 사랑의 이면을 지배하는 자본의 위력, 그걸 감추기 위해 작동하는 거짓과 위선 등. 개봉 당시 이 영화는 흔할 말로 ‘야한 영화’라는 딱지를 달았지만 실제론 꽤나 진지하게 현대인의 속내를 파헤친 영화였다. 어쨌든 두 남자의 사진을 훑다 보면 분명 만나게 될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돈과 명예라는 훈장으로 우리를 대변하는 스타들, 무엇보다 패션이라는 아주 그럴싸한 포장력까지. 우리 안의 하몽하몽, 그 적나라한 인간의 냄새를.

Work in Progress
대림미술관에서 내년 3월 18일까지 열리는 칼 라거펠트의 전시 제목은 이다. 칼 라거펠트가 늘 하는 말 ‘모든 작업은 진행형이며 발전해야 한다’라는 지론이 반영된 제목일 것이다. 사실 이 제목만 놓고 보면 샤넬과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더구나 꽤나 감각적이고 방대한 분량의 사진 작업을 해온 그에게 어울리는 글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전시이자 사진, 출판, 단편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망라된 전시장의 구성을 볼 때, ‘모든 것을 진화시켜가는’ 그의 결과물을 볼 때 틀린 말도 아니다. 그도그럴 것이 이번에 소개된 그의 사진은 패션은 물론 인물, 누드, 정물, 풍경,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스타일도 그렇다. 어떤 것은 지극히 고요하고 정숙하며 또 어떤 것은 자극적이며 재치가 넘친다. 평소 ‘패션은 변화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의 사진 역시 변화하고 진화한 흔적이 보인다. 샤넬과 펜디의 2011 F/W 컬렉션 사진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고 실험 영화까지 선보인다. 라거펠트의 뮤즈로 시작해 최근 몇 년간 남자 모델 부문 랭킹 1위를 고수한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올 초 70세가 넘은 라거펠트가 그와의 결혼을 발표해 세간을 떠들석하게 한 기사를 떠올리고 보면 때론 잘 빚은 석고상처럼 때론 귀여운 반항아처럼 때론 우수에 찬 제임스 딘처럼 등장하는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의 변신을 기껍게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또 다른 작품에는 리히텐슈타인의 팝 아트풍 이미지 ‘행복한 눈물’을 장쯔이의 이미지로 패러디한 것도 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풍의 동화적인 이미지도 있다. 노련한 디자이너의 눈으로 해석한 패션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때론 회화처럼 때론 우화처럼 등장하는 그의 패션 사진들은 패션이란 게 실은 저 혼자 잘난 것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많은 것들 속에서 영혼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David La Chapelle in Seoul
‘사진계의 페데리코 펠리니’ 데이비드 라샤펠의 첫 국내 특별전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역시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린다. 헬무트 뉴턴은 그의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라샤펠은 나를 웃게 한다. 내 생각엔 그가 가장 명랑하고 가장 웃기고 가장 훌륭하다”라고. 파격적인 스타일과 원색적인 컬러 스펙트럼, 여기에 은근슬쩍 끼여든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헬무트 뉴턴을 웃게 할 뿐만 아니라 한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이미지의 파장을 자랑하는 그의 작품을 만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은 바로 라샤펠에 관해서다. 그는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에게 발탁돼 <인터뷰> 매거진의 사진작가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세계 유수 잡지들의 표지 사진은 물론 볼보, 리바이스, 버거킹, H&M, 에스티 로더 등의 광고 사진, 드라마 , <위기의 주부들> 등의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메리칸 포토>가 선정한 ‘현재 사진계에서 가장 중요한 10인’ 중 한 명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유명한 그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노라 존스, 에이브릴 라빈, 노 다웃, 모비, 엘튼 존, 로비 윌리엄스, 제니퍼 로페즈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으며, 이 중 그웬 스테파니의 ‘It’s My Life’는 MTV 뮤직비디오 어워즈에서 최고의 뮤직비디오 상을 수상했다. 공연 연출에도 탁월한 그는 2004년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에서 열린 엘튼 존의 ‘The Red Piano’에서 직접 무대 디자인과 쇼의 디렉팅을 맡았는데, 이 공연은 그해 열린 라스베이거스 공연 중 최고의 인기 공연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관심은 당연히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런 무자비(?)한 그의 이력보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작품 자체다. 그로테스크, 에로티시즘, 금기를 깨는 통쾌함, 괴짜, 엽기의 이미지와 함께 패션과 광고 사진의 거물로 자리 잡은 그의 작품에선 안젤리나 졸리도 캐머런 디아즈도 마이클 잭슨도 제 캐릭터와 개성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이 유명 스타들은 오히려 철저하게 그가 재현한 세계에 녹아든다. 그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소위 스캔들 메이커를 주 모델로 삼는데, 스타의 성격과 사회의 논란거리에 맞춰 주인공을 분류하고는 그들을 대중적·성적 욕망에 기반한 이미지로 풍자한다. 그 결과 이 세간의 ‘영웅들’은 한낱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거나 퇴폐적이고 해괴망측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고 해서 우리의 우려처럼 그를 비난하는 이들은 없다. 그들은 오히려 새로운 상상력의 주인공이 된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초현실적이고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이미지는 충분히 되새기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인을 흡입하듯 다이아몬드를 탐하는 아만다 레포어, 거인이 되어 남자의 방을 훔쳐보는 캐머런 디아즈, 꽃밭에서 신음을 내지르는 안젤리나 졸리 등 그의 사진에 등장한 스타들은 장담컨대 자신의 새롭고 기발한 모습에 기꺼이 깔깔거리는 웃음을 날려줄 것이다.

editor KI NAK KYUNG
문의 대림미술관(02-720-0667),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02-58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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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NAK KYUNG
문의
대림미술관(02-720-0667),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02-580-1705)

2011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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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NAK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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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02-720-0667),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02-58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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