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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조금씩 달라

On August 12, 2011 0

음악성 있고 지적인 진행자들이 매주 고상한 유머를 늘어놓으며 가창력 있는 가수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안에도 시대의 흐름에 맞춘 나름의 혁신과 유연한 변형이 있으니 비슷한 듯 다른 음악 프로그램 4가지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 윤도현의 머스트
이 컬럼에서 언급되는 프로그램들이 관습적인 토대 위에 구성된 음악 프로그램들이라면, <윤도현의 머스트>는 현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적극 반영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갤럽과 미투데이를 통해 매주 새로운 테마를 정하고, 그에 따라 대국민 리서치를 통해 선정된 노래 1백 곡을 발표하는 <머스트>는 음악 잡지의 추천 음악이나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의 테마 음악과 같은 토대로 진행된다. 여기에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두시의 데이트>, 최근의 <나는 가수다>에 이르기까지 진행에 잔뼈가 굵은 윤도현이 쇼의 무게 중심을 잡으며 방송되는 음악과 출연한 음악가와 관객의 방향을 안내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 이론이나 역사, 해석이나 분석과는 무관한 곳에 놓인 채 소비된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킨다. 우리는 어떤 음악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전문가들이 제아무리 가치 평가를 해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좋은 음악은 자신의 사적인 경험과 직결된 음악인 것이다. 바로 이 사실을 주목하고 있는 <머스트>는 그것이 음악의 본질에 좀 더 가깝다는 점에서 어느 음악 방송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태도와 방식이 음악을 오히려 음악에서 멀어지게 할 가능성도 높다. 요컨대 ‘듣고 싶은 음악만 들을 수 있는 음악 방송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머스트>에서 방석 속 바늘처럼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해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머스트>에 주어진 미션일 것이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과 토크를 접목한 TV 라이브 음악 쇼의 등장이라는, 당시 대학로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라이브 공연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서 시작된 이런 트렌드는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 이후 문화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가요 산업이 거대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안착했다. <이문세 쇼>나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이 오히려 소수 취향으로 남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라이브 공연 중심의 가수들을 부각해 음악의 다양성보다는 ‘가창력’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민 것도 침체에 한몫했다. 초반 김장훈이나 이승환, 박정현 등이 출연한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최근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가창력으로 환원된 음악 프로그램의 딜레마는 더 깊어졌다. 이때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섭외 1순위인 가수들이 비슷한 포맷의 다른 방송에 고정 출연하게 된 상황을 기획력으로 돌파했다. 이 배경에는 메이저와 인디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대신 각각의 레이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재 가요 산업에 대한 안목이 작동한다. 게다가 유희열이야말로 예능과 음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대중성을 획득한 인물이기에,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엠 사운드플렉스
정원영과 박경림이 진행하는 <엠 사운드플렉스>는 라이브 중심의 음악 쇼다. 사실 이 쇼는 두 사람이 출연한 엠넷의 <비틀즈 코드>의 연장이라고 봐도 좋은데, 농담으로 시작해 농담으로 끝나는 ‘음악 중심의 토크쇼’ <비틀즈 코드>에서 정원영과 박경림의 놀라운 평행 이론이 낱낱이 밝혀지기도 했다(어쨌든, 농담이니까). 이벤트에 불과했을 그 방송은 이후 두 사람이 진행하는 새 프로그램 <엠 사운드플렉스>의 공개로 실현된 셈인데, 정원영이 음악적 전문성을 토대로 음악적 코멘트와 소개를 맡는다면, 박경림은 예능 진행자처럼 분위기를 편안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마치 이현우와 김광진이 진행하던 <수요예술무대>의 재림인 것처럼 <엠 사운드플렉스>는 서로 다른 경력과 정체성의 콤비 진행자를 통해 독특한 음악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특히 여기서 중요한 건 백밴드의 역할인데 정원영, 한상원 밴드에 소속된 연주자들이 참여한 라이브 무대는 음악적 수준이나 완성도에서 공중파를 웃도는 실력을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여러 음악 방송을 통해 훈련된 엠넷의 연출력과 구성력, 그리고 레코딩 수준을 한 번에 과시하는 역할도 한다. 음악 전문 채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엠넷의 여러 시도 중 하나로, 특히 대중적이고 가벼운 분위기의 라이브를 감상하는 데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이소라는 이미 라디오와 TV 프로그램 진행으로 특유의 대중적 감각을 증명한 가수다. 가수로서의 실력과 곡을 고르고 음반을 지배하는 안목 모두를 겸비했다는 점에서 이소라만 한 진행자는 쉽게 찾기 힘들다. 그 점에서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이소라가 그동안 구축해온 감각을 선보이는 자리이자, 90년대의 전설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사람들을 겨냥하는 프로다. 이때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성이나 진행에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이소라의 프로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바로 그 점이 현재 방송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한다. 예민한 시청자라면, 이젠 더 이상 공중파에서 이런 ‘구식’ 음악 프로그램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10여 년 전의 향수를 품은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김으로써 음악 프로그램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어떤 맥락으로든,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이소라라는 진행자에 의해 좌우되고 유지되는 프로그램인 건 분명하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정작, 음악 방송이 꼭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를 되묻는 데 있다. 조금 구태의연하면 어때, 밴드와 싱어송라이터의 라이브를 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오래 살아남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


CONTRIBUTING EDITOR CHA WOO JIN
일러스트 RYU WO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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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 WOO JIN
일러스트
RYU WON HEE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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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WO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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