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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거나, 진지하거나

On August 05, 2011 0

최다니엘의 한마디 한마디에 촬영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는 또 그렇게 심각할 수가 없다. 유쾌하거나, 진지하거나. 이건 스물여섯이라는 뜨거운 청춘에 서 있는 최다니엘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 베이지 점프수트는 재희신, 화이트 슬리브리스는 링 by 에크루, 스틸 시계는 구찌, 블랙 팔찌는 트롤비즈.
- 라이더 재킷은 호레이스 by 데일리프로젝트, 카키 반바지는 제너럴 아이디어, 반지는 H.R.

<동안 미녀> 촬영이 지난주에 끝났다. 소감이 어떤가?
홀가분하다.
섭섭하진 않고?
아우, 원래 그런 건 없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더라. 배우끼리도 친해 보이고.
류진 선배도 그렇고 나라 씨, 민서 씨랑도 마음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진욱을 선택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고 어떻게 보면 약간 만화 같은 면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시청자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시놉시스가 재미있었다.
이제까지 맡은 역할 중 본인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꼽는다면?
사실 어떤 캐릭터도 비슷한 건 없다. 어떤 걸 보고 들었을 때 그에 대해서 반응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각 캐릭터에 맞게, 내게 내재된 캐릭터를 좀 더 끄집어내는 식이다.
드라마에서는 연상을 좋아했는데 실제로는 어느 쪽에 더 끌리나?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 만나면 느낌 있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예뻐도 그냥 맹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들은 별로 안 예쁘다는데 나만 설레는….
그 느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의외성을 발견할 때다. 왜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일 것 같다는 편견이 생기지 않나. 그런 편견이 깨졌을 때, 의외성을 느끼고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인터뷰할 때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봐서 보이시한 사람이 좋다고 하면 그게 타이틀로 나간다. 여자인데 보이시하다는 건 의외성이 있는 거다. 그러니까, 보이시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또 여성스러운 사람을 좋아하는 거지.
<우유시대>라는 단편 영화를 선택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물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겠지만, 상업 영화는 어떤 제도나 구조에 맞춰 비즈니스를 해야 하니까 많은 사람이 얽혀 있다. 그러다 보니 상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눈높이에 맞춰진 것이 많다. 인디 영화는 그것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이 더 많은 것 같다. 상업 영화는 아무래도 트렌드에 따라 비슷한 것만 찍어내니까 저게 다인가 보다 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인디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거지. 그럼에도 대중한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니까 그게 안타까운 거고.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단편 영화에 출현하는 배우가 많아지면 참 좋겠다.
사실 <우유시대>는 어떤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러다 보니 뭐랄까. 아무래도 장사 안에 있는 문화이긴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본인의 선택을 믿는 편인가? 주위 사람들 말을 듣는 편인가?
그냥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했던 거 같다.
판단은 책 읽으면 바로 나오나?
여자친구 만나는 거랑 비슷하다. 하고 싶은 작품은 보고 있으면 눈이 막 초롱초롱해지고 생기가 돌고 안 볼 때도 생각나고 그렇다.
그렇겠다. 뭔가 타이밍도 맞아야 할 거고.
타이밍이 맞으면 좋지. 그런데 타이밍을 맞춘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한테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타이밍을 맞춘다는 건. 꽤 많은 역할을 했지만 지훈 때의 인상이 강해서인지 뭘 해도 단정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그와 다른 이미지를 찾은 건가?
어느 한 캐릭터가 잘되면 그 이미지의 캐릭터가 계속 들어오게 마련이다. 사실 내가 싫증을 잘 내는 편이다. 끈기가 좀 부족하다. 지훈이 캐릭터와는 좀 다른, 더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었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또 비슷한 걸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더 잘된 거네. 연기 학원에 붙어 있는 간판을 보고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우리 집이 유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다닐 때 ‘아, 일을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그걸 보게 됐다. 단순히 ‘스타’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다. 막연히 연예인을 동경하는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뭔가 자신감이 있었으니 그런 직업을 동경한 게 아니었을까?
‘배우를 하겠다’보다는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난 어릴 때부터 주목받는 걸 싫어했다. 이름부터 특이했고, 키는 큰데 뼈는 가늘고 모든 게 다 콤플렉스였다. 발표하는 것도, 주목받는 것도, 누가 날 쳐다보는 것도 싫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걸 하게 됐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얼떨결에 시작했어도 진지하게 이 일을 생각하게 된 시점은 있지 않았겠나?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는데 선생님들이 ‘연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며 가르쳐주더라. 그런데 ‘왜 꼭 그런 식으로 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해야 되는 거지? 난 그렇게 느끼지 않는데…. 그러면서 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오기 반, 자존심 반으로 이를 악물고 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실생활에서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걸 계속 찾아봤다. 그냥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면서도 눈을 깜빡인다든가, 손의 제스처를 이렇게 한다든가, 호흡은 어떻게 쉬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몇 년 동안을 계속 그렇게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할 수 있는 것, 할 줄 아는 건 이거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끈기가 없다더니 그렇지도 않다. 아버지가 많이 좋아하겠다.
이 일을 하는 거에 대해 처음엔 반대를 많이 하셨는데, 지금 내가 나름 잘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신다. 나가면 친구들한테 아들 자랑도 하시고…. 그런 모습을 볼 땐 좀 뿌듯하다.

- 블랙 베스트는 앤 드뮐미스터, 블랙과 네이비 투 톤의 슬리브리스는 마리오스 by 데일리프로젝트, 도트 무늬의 배기팬츠는 준야 와타나베, 블랙 슈즈는 체사레파조티, 블랙 체인 링과 팔찌는 H.R.
- 그레이 베스트는 언컨디셔널 by 탱고드샤, 블랙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와일드 블랙 팬츠는 재희신, 스웨이드 목걸이와 팔찌는 H.R.

어릴 때 형한테 엄청 맞았다고 들었는데, 형은 어떤가?
그땐 참 미웠는데, 지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 형이 잘 되고, 내가 망나니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뭐 꼭 그러라는 거는 없는데. 아무래도 맏이가 집안의 기둥이 되면 좋지 않나. 형하고 나하고 역할이 바뀌었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막내아들이니 아버지한테 애교도 좀 부려야겠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 형, 나. 셋이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다들 자기 일하러 나가고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별로 대화가 없다. 집에 들어가면 ‘밥 먹었니? 어, 밥 먹었어’ 그게 다다. 사실은 엄마 아빠 다 있고 부모님이랑 친구처럼 지내고 엄마한테 투정 부리고 그런 거 보면 되게 낯설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빠한테 애교 부리는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가 많다.
밥해서 아버지 상도 차려드리고 하면 좋을 텐데.
하긴 하는데 남자끼리 사니까 큰 솥에 콩나물국 딱 끓여놓고 김치랑, 달걀 프라이, 스팸 먹는 게 다다.
강하게 자라서 그런지 두려운 게 없어 보인다.
나방 되게 무서워한다. 거미도.
하하. 바퀴벌레 보면 나처럼 도망가는 건가?
아니. 바퀴벌레하고는 같이 오래 살아서 친근하다. 근데 나방은 트라우마가 있다. 어렸을 때 우리 형이 나 놀린다고 나방 날아갈 때 가루가 떨어지는데 그게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고 했는데, 나는 정말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사실이 아닌 줄 아는데도 아직도 나방을 잘 보지 못한다.
그렇군. 정말 의외의 면이 있다. 데뷔한 지 이제 6년 차인데 돌이켜보면 어떤가?
그땐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거 같고 지금은 지금 나름대로 재미있다. 그냥 나 혼자 투덜대면서 지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투덜댄 건 기억 안 나고 좋았던 게 기억난다. 뭔가 잊어버리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순간을 즐기기 때문에 그게 지나가면 순간은 잊히는 것 같기도 하고.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에는 어떤 게 있나?
일단 생활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생활 말이다. 개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별로인 것도 있겠지. 연기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거 같다. 그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어떤 절실함이라든가 그게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 상태에 따라 사람들에 의해 달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나 스스로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가 좋은가, 만들어진 걸 볼 때가 좋은가?
그 둘이 너무 다른데 굳이 답을 하자면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만들 때가 좋다. 만들고 나서 제출하면 끝인데, 만들 때는 이것도 생각나고 저것도 생각나고, 그래서 이렇게 해볼까?, 아님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나 자신이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편인가?
무신경한 편이다. 신경이 쓰여도 일부러 안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 주위의 세세한 것들에 신경 쓰느라 정작 할 일을 잘 못하면, 오히려 그게 더 나를 바라봐주는 대중한테 불친절한 행동인 거 같다.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의외로 나얼, 장기하 씨랑 친분이 있더라.
브라운아이즈 때부터 나얼 형 팬이었는데, ‘러브 발라드’ 뮤직비디오 출연 제의를 받게 되었다. 단번에 오케이하고 촬영을 했고, 그때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도 다 만났다. 후에 콘서트장 가서 콘서트 보고 같이 뒤풀이도 하고, 가끔 따로 만나서 축구도 보고 햄버거도 먹는다.
장기하 씨랑은 왠지 닮은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둘이 닮았다고 자리를 만들어줬다. 직접 만나보니 나랑은 좀 달랐다. 뭔가 되게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았다.
엄청난 주당으로 알고 있는데 만나면 힘들겠다.
사실 내가 체력이 좀 약하다. 그래서 되게 부끄럽다. 어디 나가서 말하기가. 촬영할 때 더위도 많이 타고 며칠 밤새우면 식은땀도 막 흘리고 그런다.
운동 엄청 잘하게 생겼는데.
운동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수영도 못한다.
어깨가 그렇게 넓은데 수영을 못한다고?
물에는 뜬다. 요즘 운동이 아니라 뭔가 내 사람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수영을 배워볼 생각이다. 나중에 행여라도 내 자식이 물에 빠졌는데 ‘아우, 여보.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할 수는 없지 않나. 서로 못한다고 119를 부를 수도 없고, ‘아가야, 좀만 기다려봐’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수영은 빨리 배우려고 한다.
진짜 그래야겠다. ‘살면서 이것만은 지키고 싶다’는 게 있다면?
내가 챙겨야 될 사람은 챙기면서 살고 싶다. 뭐든 다 그렇지만 연인과의 만남에서는 참 뜻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연인을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난 분명히 챙긴다고 생각하는데 표현이 부족하다든가, 빌어먹을 타이밍이라든가. 또는 그 사람이 나보다 너무 빨리 가서 더 이상 챙길 수 없게 되거나…, 정말 챙기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잘 못 챙기게 되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챙기려고 한다.
자기 전에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나?
내 주위 사람들이 다 잘되게 해달라고. 내 사람들이 잘돼서 행복하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은데 염치가 없어서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냥 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매번 기도한다.

PHOTOGRAPHED BY MOKE NA JUNG
editor CHO SO YOUNG
STYLIST SEO SU KYUNG
HAIR & MAKEUP KANG SUNG HEE
ASSISTANT YU DA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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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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