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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남녀

On July 08, 2011 0

여자들은 남자 하나를 앞에 두고 스위치를 눌러대고, 한 무리의 남녀가 내 짝을 찾아 ‘애정촌’에 입성한다.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어야 돼?’라고 하면서 오늘도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 짝
‘짝’. 둘이 서로 어울려 한 쌍을 이루는 것. 비슷한 말은 배필, 배우자. 어린이집에서 생애 첫 짝을 만난 3세 된 조카도, 매주 소개팅을 해도 내 남자는 없다며 울부짖는 이모도, 내 짝을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고민을 함께하자는 의도였을 것이고,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로운 강자가 되고 싶은 야심이 숨은 <짝>은 7박 8일 야생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신년 특집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3부작 ‘나는 한국이다’ 중의 한 편으로 기획된 <짝>은 ‘한국인의 사랑’을 러브 게임이라는 떡밥으로 엮었고, 시청자를 낚는 데 성공했다. 이에 ‘필’ 받은 방송국은 지난 3월부터 <짝>을 정규 편성했고, 지금까지 여덟 그룹 이상이 짝짓기 마을 ‘애정촌’을 다녀갔다.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허점투성이 형식이다. 짝을 찾고 싶은 욕망에 충실한 출연자들? 인정한다. 1주일 동안 ‘1호’, ‘2호’, ‘3호’로 불리며, 경쟁자들과 의식주를 함께하는 열의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짝>이 내세우는 경쟁 조건과 검증이라는 평가 방식, 수시로 바뀌는 구성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누가 어떤 차를 타고 오는지를 공개하면서 ‘스펙’에 대한 선입견을 시청자와 참가자 모두에게 심어놓는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것도 신상 공개 후부터는 급속도로 무의미하다. 상대에 대한 검증 방법도 1차원적이다. 세레나데 부르기, 씨름하기, 깃발 뽑기 등 단순한 게임에 그친다. 그러니 참가자가 자존심을 굽히다 못해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떠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매회 참가자 남녀 비율과 인원수가 달라지고, 장소가 바뀌는 것도 신선하기보단 어수선하다. 매회 시청자를 배신하는 건 외모와 스펙을 따지는 솔직한 출연자들이 아니라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제작진이다.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필살기를 보여줄 때다. 선택받지 못한 참가자들이 눈물의 도시락을 혼자 먹으면서 심기일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짝>의 진행자였던 싸이도 중도 하차하는 날까지 “혼자서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둘이 만나서 짝”이라고 외쳤다. 시청자와 짝이 되고 싶다면 좀 더 현명한 프러포즈를 시도하라. 짝짝짝 박수칠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다. 정유미(<무비위크> 기자)


+ 우리 결혼했어요
2008년 설날 연휴를 맞아 파일럿 방송을 내보낸 이 프로그램이 햇수로 4년째인 지금까지 방송되리라곤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한 PD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알렉스와 신애, 김현중과 황보를 거쳐 정용화와 서현까지)의 가상 결혼을 훔쳐본다는 독특한 포맷은 초기에는 분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큼 인기를 끌었고, 시즌 1에 출연한 연예인 대부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 후로 장 보고 밥 해먹는 반복되는 패턴에 질릴 때쯤 실제 커플인 황정음과 김용준이 출연해 다시 관심을 받았고, 가인과 조권이라는 다크호스가 다시 한 번 부흥기를 가져오나 싶었지만 여전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성기의 신선함을 못 따라간다는 아쉬움과 지나친 설정이 난무하며 아이돌의 놀이터로 변질되어간다는 실망감이 남아 있다. 오늘도 시청자는 가상 결혼을 수행하고 있는 저 둘이 ‘진짜 사귀는가 연기인가’를 알아채기 위해 매의 눈으로 브라운관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빅토리아와 닉쿤은 연인보다는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동지 같은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 야구장에서 시구하기, 1일 기자 체험, 운전면허 따기 등 미션 완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지금 틀어놓은 채널이 MBC인지, 아이돌이 나와 팔씨름 대회에서 1등을 하려고 애쓰는 KBS인지 헷갈리는 거다. 등장인물도 그렇다. 정용화와 서현이 부부였을 때는 둘만의 에피소드보다 그들이 속한 씨엔블루나 소녀시대 멤버와 함께 출연하는 경우가 더 빈번했다. 그들 중 누구 하나가 일어나 춤이라도 추기 시작하면 <우리 결혼했어요>인지, 걸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케이블 프로그램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제작진은 히든카드를 내밀었다. 오래된 친구 사이인 김원준과 박소현을 섭외한 것. 18년째 친구로 지내온 이들이 과연 이 프로그램 최초로 실제 부부가 되는 기록을 세울 것인지 많은 사람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장우와 함은정도 캠퍼스 커플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부부로 합류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해야 할 거다. 집들이 핑계로 티아라를 데려다 장기 자랑하는 순간 채널은 돌아갈 거란 걸 말이다.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러브스위치
물론 이런 세계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걸 납득하려면 이제까지 믿고 지지해온 세계관을 상당히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게 현실이니까’라고 넘겨버릴 순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러브스위치>가 흥미롭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적나라하기 때문이다.이 프로그램의 동력은 여자들의 욕망이다. 그것도 세속적인 욕망이다. 남자는 마트 계산대에 오른 ‘상품’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 자기소개를 쏟아내고 여자들은 버튼을 눌러 호불호를 표시한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여자들이 밝히는, 그 남자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보통 예상을 뒤엎는다. 그걸 이경규와 신동엽은 특유의 역할 분담으로 위트 있는 대화와 유머로 승화한다. 그런데 보통 스펙도 좋고 인물도 좋은 남자들은 끝까지 남는다. 그러니까 <러브스위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욕망에 집중한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천박하게 여겨질 만큼 솔직하게.욕망이란 누가 드러내느냐에 따라 그 맥락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자의 욕망이 흥미로운 건, 그게 여전히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어딜 여자가…’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그걸 증명한다. 욕망에 거리낌 없는 <러브스위치>의 여자들은 ‘막장’이란 타이틀을 얻는다. 하지만 적어도 <러브스위치>는 ‘교양’이니 ‘다큐멘터리’니 따위의 가면은 쓰지 않는다. 그냥 ‘우린 속물’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여기다. 속물을 동경하든 혐오하든 그건 오직 시청자의 몫이다. 제작진은 어설프게 가르치거나 야단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아슬아슬할 뿐이다. 상당히 권위적인, 자기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TV 프로그램(사실 그렇다, 생각해보라) 틈에서 <러브스위치>는 제 분수를 안다. 나대지 않는다. 이때 신동엽과 이경규의 콤비 플레이는 잘 계산된 조합이란 생각도 든다. 종합적으로, <러브스위치>는 만만치 않은 엔터테인먼트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차우진(대중문화 평론가)

+ 환상의 커플
tvN에서 제작한 <환상의 커플>의 첫 방송은 3월 25일, 김새롬과 유세윤이 진행자로 나섰다. 적어도 유세윤이 MC라는 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내용이 어찌 됐든 그는 웃기니까.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포맷은 기존의 젊은 커플들이 출연해서 평소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을 표출하고, 유세윤과 김새롬을 비롯한 남녀 패널들에게 조언을 얻는 방식이다. 배틀(?) 마지막에는 1백 명의 커플 판정단이 남녀 중 누구를 지지할지 투표한다. 자연스럽게 김새롬은 여자 출연자의 편, 유세윤은 남자 출연자의 편을 들게 되는데, 서로를 위해 변호하는 이유나 김새롬이 간간이 던지는 농담(재미있으라고 하는 거?)은 프로그램의 방향을 산만하게 흐트러뜨리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라고 외치고 싶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의 불만이라는 게 어딘지 어색하고 급조된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늘상 거울을 끼고 살며 셀카를 좋아하는 모델병 걸린 남자친구나, 데이트할 때마다 여동생을 데려오는 여자친구 등이 싸움의 주제가 되는데, 경악할 정도로 심각한 것도 아니지만 귀엽다고 하기도 힘들다. 커플이 작정하고 나와서 싸우며 시청자의 구미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은 전에도 <연애 불변의 법칙>, <스캔들 2.0> 등 케이블 채널을 통해 여러 번 제작됐다. 하지만 <환상의 커플>은 그에 비하면 강도도 훨씬 약하고, 문제점을 재현하는 영상이나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어설프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이 포맷과 방향성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상적이고 어설픈 자극을 기대하며 만들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작정하고 막장으로 갈 거라면 욕은 먹더라도 화두에는 확실히 올랐을 테고, 재미를 추구하려고 한 거라면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했다. 유세윤에게는 안됐지만, 시작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 프로그램이 종영됐다. 소리 소문 없이 시작해서 제대로 된 욕 한번 못 듣고 막을 내린 <환상의 커플>.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케이블 채널에서 준비하고 있는 ‘연애’ 프로그램은 아직도 수두룩하니까.
이상희(<나일론> 피처 어시스턴트 에디터)

Assistant Editor LEE SANG HEE
사진 JUNG JAE HWAN
어시스턴트 YU DA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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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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