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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잊지 말아요

On May 27, 2011 1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 속 그 어느 봄날의 폴라로이드.

싫어하는 건 주인공이 죽는 영화, 이해 못하는 건 뮤지컬의 대사들, 좋아하는 건 가사 없는 연주곡, 즐겨 입는 건 위트 있고 유니크한 프린트 티셔츠들. 소심하지만 때로는 대범한 그녀의 티셔츠는 3만3천원 도크.


하루키의 에세이를, 이와이 슈운지의 오래된 영화를, 카우보이 정키스의 CD를 몇 번이고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일요일 아침 같은, 그녀만큼이나 포근하던 스트라이프 니트 티셔츠는 25만5천원 마인.

취미는 프라모델 모으기, 스트레스 해소법은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 그녀는 언제나 굽 높은 구두를 신는 법이 없었다. 취향을 예측할 순 없지만 스커트에도, 팬츠에도 항상 함께한 캔버스 슈즈는 10만원대 스페리.

토라진 그녀를 웃게 만드는 법. 그 어느 꽃도 섞지 않은 깨끗한 안개꽃 한 다발, 집 앞까지 배달하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 그리고 새벽 2시의 노래 한 곡. 사소한 행복에 감동하던 그녀의 코튼 백은 가격미정 산드로.

진주 귀고리도, 그 흔한 가는 금줄 목걸이도 할 줄 몰랐다. 거추장스러운 건 딱 질색이라며 ‘그래’ 또는 ‘아니야’로 똑 부러지게 대답하던 그녀의 유일한 액세서리. 컬러풀한 밴드 손목시계는 각 10만원대 란쯔.

스커트는 절대 입지 않지만 블라우스는 좋아한다. 짧은 핫 팬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도, 시크한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 톱은 흔쾌히 OK. 아기네스 딘을 롤 모델로 삼던 그녀의 도트 프린트 블라우스는 26만8천원 매긴 나잇브리지.

박민규의 소설을 좋아하고 햄버거에 콜라 대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그녀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 티셔츠를 고집해도 팬츠는 늘 오렌지, 핑크, 그린이었다. 봄날의 벚꽃 같던 그녀의 핀 스트라이프 팬츠는 45만8천원 이자벨마랑.

발목 양말을 신고 무릎에서 끊어지는 모범생 청스커트를 입는 날엔 어김없이 벤치에 앉아 유키 구라모토를 듣곤 했다. 착한 실내화처럼 말끔하게 세탁한 아이보리색 운동화와 너무도 잘 어울린 패치워크 스커트는 3만9천원 H&M.

어깨 끝에서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줄에 늘 신경이 쓰였다. 살짝 잡아 어깨 위로 치켜올리는 그녀의 새하얀 손끝이 좋았다. 그 고운 손끝만큼이나 아찔하게 하얗던 숄더백은 15만5천원 브라스파티.

고갱보다는 고흐, 동물원보다는 수목원, 햇살 쏟아지는 바다보다는 그늘진 산이면 좋겠다고 했다. 좋으면 좋다는 말 대신, 싫으면 싫다는 말 대신 웃거나 웃지 않거나 할 뿐이던 그녀의 플랫 슈즈는 15만9천원 나인웨스트.

아이스라테의 얼음을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좀비 영화를 즐겨 보지만 사 모으는 건 언제나 키티, 핑크, 리본과 레이스. 알 수 없는 AB형,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리본 디테일 지갑은 24만6천원 씨 바이 끌로에.

온 세상 바닷속 물고기는 다 보고 싶다고 했다. 보홀의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차가운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집트에 꼭 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햇살 속 눈부신 그녀의 라피아 햇은 1만9천원 H&M.

Photographed by hwang hye jung
EDITOR: song bo young
Assistant: um s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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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b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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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 se eun

201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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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김지혜 2012-06-18

아디다스와 오프닝세리머니! 보아도 그렇지만 스타일링이 너무 예쁩니당 어서 빨리 화보를 통해 만나보고싶어요! 오늘 서점들렸더니 아직 안나왔더라구여 내일도 들려볼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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