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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각자의 레시피

On April 22, 2011 1

남극에서도, 멕시코의 가축우리 옆에서도, 음식점이 문 닫은 새벽에도, 그리고 혼자 있는 방에서도 요리는 계속된다. 혹여나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입을 벌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레시피를 훔쳐보았다.

+ <쿠킹 드로잉 북>의 홈메이드 나가사키 짬뽕
홍대에 있는 작은 서점 유어 마인드에서 만들어낸 <쿠킹 드로잉 북(Cooking Drawing Book)>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요리 책이다. 유어 마인드의 대표 이로는 레시피 책을 내고 싶었지만, 커다란 음식 사진과 요리법이 적힌, 뻔한 요리 책을 만들긴 싫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재료, 요리 순서, 완성된 요리가 모두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그는 재료와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요리법을 공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작가들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부터 ‘다이빙 맛 푸딩’ 같은 상상의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공개했다. 그중 진솔이 그린 나가사키 짬뽕은 이 책에 담긴 요리 중 가장 시도해볼 용기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그전엔 집에서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일본식 라면을 만들어놓고 나면 그럴싸할 것 같았다. 챠슈나 돼지 발을 양념해 함께 우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골 국물 팩으로 대체한 부분에서는 혼자 사는 모든 자취생을 대표해 박수를 쳤다(하지만 더욱 정성을 들이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무료한 일요일 오후, 번화가로 밥을 먹으러 가기 귀찮고, 김치와 김만 달랑 있는 휑한 밥상에 앉아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그녀의 나사가키 짬뽕을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림으로 그린 요리 과정을 감상하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므로 이 책을 소장할 가치는 충분하다.

홈메이드 나가사키 짬뽕_우선,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 가다랑어포를 넣고 우린 국물과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골 국물 팩을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먹기 좋게 썬 돼지고기를 굽는다. 고기가 반쯤 익으면 당근, 양파, 양상추, 마음에 드는 해물(새우, 홍합 등)을 차례로 넣고 센 불에서 재빨리 볶는다. 큰 냄비에 만들어놓은 마른 버섯 국물, 사골 국물, 프라이팬에 볶은 재료, 비프 스톡, 우유 15ml를 넣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팔팔 끓으면 숙주, 팽이, 청경채, 파를 넣고, 따로 삶은 면이나 밥을 그릇에 담고 짬뽕을 부으면 완성!

+ <남극의 셰프>의 냉동 야채로 만든 3단계 요리
영화로 먼저 알려진 책 <남극의 셰프>에서는 남극 관측대의 요리사로 파견된 니시무라 준의 이야기를 영화보다 정신 없고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바깥 온도가 영하 72도까지 떨어지는 남극에서 잘 먹고 잘살기를 고민하는 건 꽤 골치 아픈 일일 것 같은데, 오히려 그와 대원들은 남극에 온 이유가 관측 때문인지, 원 없이 먹기 위해선지 헷갈릴 정도로 때마다 파티와 요리의 향연을 즐긴다. 그래도 남극은 남극인지라, 냉동 감자와 냉동 양파로 요리를 해야 하고, 음식을 만들다 케첩이 떨어져도 가까운 슈퍼에 사러 갈 수 없다. 게다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관측을 가서 설상차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는 특히 제약이 많이 따른다. 음식물 쓰레기도 문제. 남은 음식물을 비닐에 담아 밖에 내놓는다고 해서 쓰레기 차가 오진 않기 때문에 니시무라는 ‘남은 음식 재사용 작전’을 펼쳐야 했다. 그중에서 토란, 당근, 표고, 죽순 등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포장한 ‘냉동 야채’로 만든 3단계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혹시, 우주 여행을 가거나 지하 벙커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이 레시피를 활용해도 좋을 듯.

첫 번째 요리_조림 간장을 넣은 육수에 살짝 볶은 냉동 야채를 담그고 자작하게 끓여 일본식 조림을 만든다. 설상차에 있던 대원들은 추운 날씨에 고기가 먹고 싶었던 탓인지 대량으로 만든 야채 조림을 대부분 남겼다. 두 번째 요리_다음 날, 니시무라의 경우에는 탕수육을 먹고 싶다는 한 대원의 요구로 닭고기 탕수육(기지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오지 않았던 탓)을 만들었다. 우선, 닭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녹말을 묻혀 프라이팬에 굽는다. 이대로 먹다 남은 조림에 구운 닭고기를 넣기만 하면 어제의 조림 요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마늘을 참기름에 볶아 향이 나기 시작할 때, 해파리나 오이에 뿌리는 중화 드레싱을 넣어 끓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수용성 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고, 만들어놓은 닭고기 야채 조림을 넣어 잘 섞는다. 감쪽같이 중국 요리 맛의 탕수육 완성. 세 번째 요리_그다음 날 그래도 음식이 남았다면, 먹다 남은 ‘닭고기가 들어간 전날 남은 조림에 중화 드레싱을 첨가한 탕수육’을 접시에 늘어놓고, 마요네즈를 듬뿍 뿌려 220도로 가열한 오븐에 구워 낸다. 그러면 흡사 그라탱 풍 요리가 완성되는데, 결과적으로 남극 대원들은 세 번째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 <심야식당>의 어제의 카레
새벽 12시, 배는 고픈데 먹을 만한 걸 파는 가게라곤 편의점밖에 없다. 더 이상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간 방부제 때문에 죽어도 썩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거다. 우리 동네에도 ‘심야식당’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10만 부가 넘게 팔린 만화책 <심야식당>에 나오는 그 식당 말이다. 아베 야로가 그린 이 만화책에는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여는 이상한 식당이 등장한다. 왼쪽 눈에 칼자국이 있는 주인이 만들어내는 메뉴는 손님이 요청하는 건 무엇이든(물론, 거위 간이나 고래 눈알 같이 구하기 힘든 힘든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이 식당에 들러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 따끈한 밥 위에 가다랑어포를 얹은 고양이 맘마, 엄마의 맛이 느껴지는 고기 감자 조림 등 간단하지만 다른 식당에 가서 ‘이런 메뉴가 있냐’고 물어보기는 민망한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어느 때고 군침이 나는 음식은 그런 소박한 음식이 아닌가. 특히, ‘어제의 카레’는 다른 식당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메뉴다. 보통의 카레를 냉장고에 하루 정도 쟀다 내놓는 식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새벽에 가서도 ‘시금치 좀 무쳐주세요’라고 주문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으면 하고 오늘 밤에도 자기 전에 기도한다. 아니면 새벽에 문을 두드려 ‘간장과 달걀 프라이를 넣은 비빔밥’을 같이 먹자고 징징대는 친구가 동네로 이사 오길 바라거나.

어제의 카레_ 우선, 자신에 취향에 맞는 재료(예를 들면, 돼지고기, 감자, 양파, 당근, 사과)를 깍둑 썬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준비한 재료를 볶은 후, 물을 넣고 조금 끓인다. 여기에 카레 가루를 넣고 잘 풀어서 마음에 드는 만큼 걸쭉해지면 상온에서 식힌다. 어느 정도 식으면 냉장고에 하루 동안 뒀다가, 그다음 날 꺼내 먹는다. ‘어제의 카레’는 오늘의 카레보다 농도가 짙고, 시원한 감자의 식감이 장점!

+ <쿡스투어>의 오악사카식 닭고기 타말레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을 들춰낸 건, 그가 최고의 요리사여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음식의 특별함을 누구보다 잘 설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뒤로 새로 나온 요리 에세이에서 다른 필자들은 자신이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프랑스 고급 요리를 배웠는가를 얘기하던가, 쉽게 만드는 반찬 50가지 같은 실용적인 팁만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쿡스투어>의 앤서니 보뎅은 잘 알려진 대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완벽한 한 끼’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완벽한 한 끼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그가 주방 동료들과 자주 했던 ‘최후의 만찬 게임’을 해보면 당장에 알 수 있다. “자넨 내일 아침에 전기 의자에 앉게 될 신세야. 자, 이승에서 먹는 밥은 딱 한 끼 남았어. 오늘 저녁에 뭘 먹고 싶어?” 게임에 참여한 사람 중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코스 요리를 꼽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요리사들은 이 게임을 할 때마다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라자냐, 여자 친구네 집 냉장고에 언제나 들어 있던 돼지고기 볶음밥, 빗길을 한참 걸은 후 집에 와서 먹은 수프 등 흔해 빠진 메뉴를 얘기했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재료를 맛본 기억도 오랫동안 생생하게 남아서 그와 비슷한 추억을 만든다고 앤서니는 말한다. 그는 이런 기억을 더 많이 갖고 싶었던 거다. 포르투갈, 프랑스, 베트남, 스페인 등을 누비며 시골 식당에서부터 도시의 레스토랑까지 그가 원하는 장소에서 마음껏 먹었다. 이제 소개하는 건 그의 기억 속 완벽한 한 끼에 가까운 음식 중 하나인 닭고기 타말레(멕시코 전통 요리로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서 그 안에 닭고기, 돼지고기, 야채 등 소를 넣고 찐 음식)다. 정확히 말하자면, 멕시코의 시골 마을인 오악사카의 한 가정집 축사 옆에서 맛본 오악사카식 닭고기 타말레다. 참고로 멕시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지 않는 한 그가 맛본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맛은 느낄 수 없겠지만, 집에서 잡은 닭이나 막 갈아 낸 옥수수 가루라는 재료보다 더 멋진 사람과 함께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오악사카식 닭고기 타말레_보통 타말레를 만들 때 옥수수 껍질을 사용하지만, 앤서니가 멕시코에서 맛본 타말레는 속을 쌀 때 바나나 껍질을 이용했다. 우선, 부엌 옆 축사에서 미리 잡아서 삶아둔 닭고기를 냄비에서 꺼내 잘게 찢는다. 그리고 방금 마을의 공동 방앗간에서 갈아 온 옥수수 가루에 돼지기름을 섞어 반죽하고 코말(토르티야를 굽는 점토판)에 살짝 구운 바나나 잎에 속을 넣고, 바나나 향기가 코를 찌를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진득하게 찐다.

EDITOR KIM YOON JUNG
사진 KIM JUNG HO, JUNG JAE HWAN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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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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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UNG HO, JUNG JAE HWAN

201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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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신지민 2011-09-17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명언은 too young to live, too fast to die가 아니라 too young to die, too fast to live로, 죽어버리기엔 너무나 젊고, 그렇다고 살아가기엔 이미 너무나 타락해 버렸다. 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견해지만 각각의 패션스타일과 생활패턴, 그리고 성가치관조차 완벽하게 달랏던 펑크의 피스톨즈, 메탈의 AC/DC, 글램의 이기팝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으면서 전혀 비슷하지도 않았고 엮이지도 않었던 히피룩이란 장르로 묶어 버리시는건 노브레인과 조용필과 샤이니을 모아놓고 국악을 얘기하는 것 만큼, 상당히 극단적이면서도 말이 안되는 무책임한 결론이 아닐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언급하셧던 히피정신은 플라워 무브먼트라고 불려질 정도로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집단으로서 혈기넘치는 록 밴드들의 반항과는 정 반대로 평화적 저항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던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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