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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December 31, 2010 1

곧 발매된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음반들이 한번에 쏟아졌다. <나일론>은 이 뮤지션들을 귀찮게 쫓아다니며 짧은 뮤직 비디오에 그들의 연주와 목소리를 담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들의 음악은 꼭 듣고 넘어가야 한다

재지팩트
힙합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배꼽까지 내려오는 목걸이를 걸고 땅만 보며 걷는 게 아니라는 건 재지팩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째지하고 몽환적인 비트에 힘든 인생을 노래하는 가사를 좋아하는 시미 트와이스와 통통 튀고 세련된 힙합을 좋아하는 빈지노의 절충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는 ‘Addicted 2’. 이 노래를 무료로 배포한 뒤 1년여 만에 첫 음반 를 내놓았다. 발라드만 챙겨 듣는 친구가 듣고도 반할 만한 음반이다. 어릴 적 들은 음악은_빈지노: 초등학교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투팍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 뒤로 힙합 음악을 조금씩 찾아듣다가 처음 산 게 쿨리오의 ‘See You When You Get There’ 싱글 테이프였다. 클래식을 샘플링한 힙합인데 밝고 신나더라. 학창 시절에 지오디를 좋아하는 친구와 ‘그게 랩이냐’며 싸우고 그랬다. 시미 트와이스: 현진영이나 엠씨 헤머의 ‘This is what we do’가 들어 있는 닌자거북이 OST LP를 들은 게 기억난다. 어릴 때부터 비트 있는 음악을 좋아했는데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던 빈지노와 점심시간에 만나 밥 먹으면서 시디를 교환하곤 했다. 작업 방식은_빈지노: 철저히 분화된 시스템이지만 서로의 의견은 계속해서 말한다. 시미 트와이스가 비트를 만들어 보내면 내가 가사를 붙이는 식. 각자 집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우리는 메신저 친구다. 하하. 사람들이 이 음반을 듣고_시미 트와이스: 재즈 힙합이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스타일이니까 이 음반을 계기로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왼쪽부터) 시미 트와이스, 빈지노


브로콜리 너마저
2년여 만에 나온 정규 음반 <졸업> 때문에 며칠 동안 음악 관련 커뮤니티에는 브로콜리 너마저에 관한 얘기로 도배되었다. 보컬 계피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밴드 사운드는 훨씬 두터워졌다.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는 덕원과 키보드를 치는 잔디, 드럼을 연주하는 류지, 기타를 치는 향기는 이번 음반을 정의하는 걸 꺼렸지만 어학 연수 문제만을 다룬 게 아니란 건 확실하다. 2집 음반<졸업>을 내고_향기: 만들면서 우리끼리만 들으니까 많이 외로웠는데 사람들과 같이 듣게 되니 좀 덜 외로운 느낌이다. 덕원:음반을 발매한 설렘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생기는 좌절감이 동시에 든다. 거의 1년 전부터 계속 12곡으로 작업하면서 데모 시디를 내고 멤버와 이야기하면서 자기 색을 찾은 것 같다. 그중 11곡이 음반에 수록되었다. 가사_잔디: 모든 가사를 덕원이 쓰는데 자기 검열이 심해 믿고 맡기는 편이다. 덕원: 사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걸로 위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이나 ‘힘을 내면 좋겠다’는 말은 너무 가벼운 것 같다. 단어 한마디 한마디도 어렵게 꺼냈다. 브로콜리 너마저에 대한 오해_덕원: 분위기를 타긴 하지만 조용한 성격은 아니고 왁자지껄하고 직설적인 걸 좋아한다. 연주도 비트감 있고 사운드 레벨 자체도 큰 게 좋다. 향기: 초기 동아리에서 시작된 밴드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아마추어리즘의 풋풋함’이라고 하는데 그 오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드럼 전공자인 류지다.
(왼쪽부터) 류지, 덕원, 잔디, 향기


캐스커

아직도 캐스커를 이준오와 융진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그룹이라고 명명하는 곳이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케이팝이라고 이야기하는 캐스커의 새 음반 에는 보컬인 융진이 작곡한 어쿠스틱한 곡들이 섞여 들어가면서 어떤 장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캐스커만의 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5집 가수_준오: 처음 시작했을 때 캐스커란 이름으로 이렇게 많은 음반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땐 전자 음악 신이 거의 없고 먼저 음반을 낸 선배들도 음반 서너 장을 내고 멈추는 경우가 많아 5집 음반이 나온다고 할 때 ‘5집’이라는 어감이 낯설었다. 5집을 서른에 비교한다면 서른이 다가올 때 굉장한 무게로 느껴지지만 그 시기가 넘어가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지니까 이 음반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음반 재킷은_융진: 숲에서 찍었는데 자연이 배경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인공적인 느낌도 있다. 배경이 되는 그림자와 숲은 대칭이라서 데칼코마니처럼 접으면 정확히 일치한다. 꼭 재킷을 쫙 펴서 봐야 한다. 캐스커의 음악을 듣는 법_준오: 시디로 들어달라. 마음 같아서는 스튜디오에 모아놓고 들려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면 그다음 좋은 환경에서 들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곡의 순서나 배치, 곡 간의 간격에도 의도가 들어 있고 전체를 한 권의 소설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이번 음반에서 8, 9, 10번 곡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왼쪽부터) 이준오, 융진

한희정

타이틀 곡 ‘잔혹한 여행’과 동명의 음반을 발표한 한희정을 홍대 카페에서 만났다. 졸린 눈을 겨우 뜨며 연주해준 ‘잔혹한 여행’의 전주 부분은 후렴부만큼 중독적이었다(이 노래를 듣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사람, 오 사람 여행같던 사람’ 하고 흥얼거리게 될 거다). 지난 음반까지 모든 걸 혼자 준비했다면 이번은 조금 다르다. 공연 때마다 도와주던 세션들과 함께 작업을 한 첫 밴드 녹음 음반이다. 감상법으로는 아주 조용한 곳에서 볼륨은 조금 크게 들을 것을 추천한다. 본인의 음반 중 가장 빠르고, 리드미컬하다_예전부터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한 밴드를 하고 싶었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에 반해 격정적인 연주가 있는 타이틀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한 거다. 새 음반에 대한 평가_얼마 전 캐스커의 준오가 시디를 가져갔는데 그가 트위터에 ‘한희정 씨의 잔혹한 여행은 참 좋은 곡이네요, 폐쇄된 저의 기억 회로에 로그인한 기분? 날 로그인하게 만들다니…’라고 썼다. 최고의 칭찬이다. 근데 한참 웃었다. 이번 음반 재킷의 사진_사진의 콘셉트는 내가 정했다. 이번 음반에서는 음악도 동적이니까 춤추는 듯한 이미지를 포착하고 싶었고 평소의 내 사진과 달리 약간 역동적이다.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_정민아와 같은 공연에 선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가야금 소리를 직접 들었다. 항상 녹음된 거나 방송되는 소리만 접했는데 직접 들으니 너무 좋았다. 다음에 같이 작업하자고 얘기했다.

수상한 커튼

남잔지 여잔지, 여러 명인지 혼자인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게 하는 이름을 가진 수상한 커튼은 원맨밴드다. 수상한 커튼이 뭔지 알려달라고 떼써도 그녀는 스스로 단어를 정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그 이름을 듣고 그려내는 이미지로만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불친절하게 느껴질 만큼 담담한 목소리와 듣고 있으면 꽃잎이 떨어지는 나무 밑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전주에 흐르는 바람소리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이 음반을 만들면서_편곡이 가장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작곡보다 중요한 게 편곡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곡도 피아노랑 보컬만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오케스트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요즘은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에 관심이 많다(수상한 커튼의 음반 <아직 하지 못한 말>에는 퍼커션, 신시사이저,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 구성이 나온다). 좋아하는 이미지_데이비드 린치를 좋아한다. 방에 붙어 있는 이미지를 보면 공포스럽고 그로테스크한 게 대부분이다. 영화 <기담> 같은 미쟝센이 아름다운 공포 영화 OST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영향을 받은 음악_밴드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한다. 그들이 영상과 같이 공연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나도 ‘보이는 음악’을 해봐야지 하고 생각한 것 같다. 그때부터 팝송을 많이 들어서인지 가사도 그냥 사운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음악을 들을 때 가사가 너무 튀지 않고 음악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텔레파시

텔레파시는 프로듀싱과 작사, 작곡, 보컬을 맡고 있는 최석과 기타를 치는 황재연, 베이스를 치는 테테(Tete), 드럼을 치는 홍성민, VJ 박유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멤버는 보컬과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최석이 독재한다고 투덜대지만 록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섞어내고 영상과 음악이 내는 시너지를 경험하는 게 신나 보인다. 어떤 음악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공연장에 가보라고 권한다. 텔레파시가 공연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엄청나게 빠른 비트가 사람들을 어떻게 춤추게 하는지 볼 수 있을 거다. 최근에 나온 2집 음반 는 한마디로_최석: 인디 록 팬들에게 드리는 방구석 댄스 뮤직. 넌 마치 UFO_최석: 1집에 있던 노래인데 2집 음반에 또 들어가 있다. 1집은 홈레코딩해서 음질이 안 좋으니까 앞으로 음반을 내면서 한 곡씩 살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 공연하고 싶은 무대_테테: 올해 글로벌 게더링에서 공연을 했으니 내년엔 글래스톤베리? 하하. 박유석: 낮에 영상을 틀면 잘 안 보여서 무대가 아쉽다. 우리의 진면목은 밤에 볼 수 있다. 사운드도 잘 뽑아낼 수 있는 장소면 좋겠다. 사운드가 좋으면 확실히 관객의 반응부터 다르다. 그건 사람들이 얼마나 뛰고 노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_테테: 겉보기에는 정말 강해 보이는데 우리는 의외로 순진하다. 술도 잘 먹을 것 같이 생겼지만, 다들 맥주 한 잔도 잘 못 마셔서 주로 커피숍에서 만난다.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왼쪽부터) 황재영, 홍성민, 최석, 테테, 박유석

PHOTOGRAPHED BY HWANG HYE JEONG

EDITOR KIM YO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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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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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ON JUNG

2010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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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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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OON JUNG

1 Comment

전혜원 2010-03-01

재밌는 기사네요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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