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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ashion generation

On November 26, 2010 1

스스로 패션지를 만들고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브랜드에 도입하고 패턴부터 재봉까지 옷을 직접 다 만드는 등 지금 서울의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혁신적이다. 그들 덕분에 우리의 옷 입기가 즐거워지고 있다.

1. cho gye joo

조계주, ‘멜로플라넷’ 디자이너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이, 색감으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붉은색 톤이 모자라요. 그래서 붉은색 계열의 현란한 모자를 썼고….” 조계주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 패션계에서 애용하는 대여섯 개의 영어 형용사 단어 없이도 자신의 패션에 대해 참신하게 설명할 줄 아는 디자이너다. 길게 늘어뜨린 퍼 장식이 뒤에 오는 사람을 놀리는 느낌을 준다면서 메신저백의 이름을 ‘메롱메롱’이라고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옷을 입는 방식도 참신하다. 인터뷰를 하던 날 그는 팬츠와 운동화 사이로 보이는 발목 부분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프린트가 들어간 팬티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씨스타의 ‘Push Push’ 뮤직 비디오와 무대 의상을 디자인할 때 소품으로 산 것이라고). 지난해 연말 브랜드 멜로플라넷을 만든 후 조계주는 토요일마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과 가방을 걸치고 명동 거리에 나갔다. 패션 커뮤니티 리포터에게 촬영을 당해 자연스럽게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반장도, 누가 추천해서 되는 거랑 자천해서 하는 거는 다르잖아요. 자존심의 문제죠.” 다른 건 몰라도 조계주는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방식에서만큼은 확실히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을 지킨다. 고등학교 때 교복 와이셔츠에 손뜨개질로 버버리와 빈폴 마크를 새긴 이후 그는 늘 수작업을 고집했다. 또 고대 잉카 문명과 개구리, 박쥐를 비롯한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주로 선보이는데, 상업적으로 모방해도 전혀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그의 꿈은 언젠가 멜로플라넷의 주문자 명단에서 헨릭 빕스코브와 메르시보쿠의 디자이너 우츠키에리의 이름을 보는 것인데, 당장의 목표는 일단 ‘파산만 피하자’다. 원단 살 때 앞뒤 계산 없이 돈을 펑펑 쓰는 바람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작업 중간에 맘에 들지 않아 폐기한 옷을 파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고개를 내젓는다. 이유는 물론, 자존심이 상해서다. KIM GA HYE

2 . lee soo kyung, hwang sun young, park su jin, lee ho yeon

이수경, 황선영, 박수진, 이호연, ‘패션단과반’ 멤버들 류시원 4차원 스타일링, ‘이상과 현실의 괴리’와 같은 괴상한 의상학과 졸업 작품 제목, 패션지의 프렌치 시크 강박, 트루릴리젼이 잘 팔리는 이유…. 여기까지만 읽어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세인트 마틴이나 파슨스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 얘기들은 ‘패션단과반’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5명의 멤버(그중 한 명인 최태순은 군대에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가 녹음기 하나만으로 완성한 2권의 책 <패션에 관한 407분의 대화> <초면에, 패션 대화했습니다>에 나온다. 그들이 나눈, 때로는 쪼잔하고 때로는 철학적인 대화를 그대로 기록해 책 한 권으로 만드는 데 든 비용은, 택시비, 밥값, 인쇄비 등을 정산해보니 6만9천원. 사실 시작은 ‘지금의 아이러니한 패션 문화를 비판해보자’는 거창한 의도가 아니었다. “처음엔 숙제 때문이었죠.”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들은 한 강의의 과제가 그들의 입을 떼게 했다. 녹음기 하나를 놓고 빙 둘러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하자, 그들은 패션에 대해 느끼는 2가지 감정, 냉소와 열망까지 얘기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옷 잘 입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을 옷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누구나 패션에 대해 남과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등 말이다. 그들만 해도 그렇다. 온라인 숍을 운영하는 이수경은 1년 중 3백60일을 운동화만 신는다. 철학과 학생인 황선영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면>의 여자 주인공 시즈쿠를 옷 입기의 뮤즈로 삼고 있다. 박수진은 의류 회사에서 일하면서 환경에 유해하고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패션의 속성에 의문이 든다. 모델 지망생 이호연은 그런지하게 입고 다니다가 사복 경찰에게 현상 수배범으로 오해받은 적이 있다. 그들이 패션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한다 해도 ‘매일 아침의 미적 판단’인 패션의 즐거움을 모르는 건 아니다. “패션은 개인적인 것일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아침에 어색하게 이것저것 집어 입었는데 뭔가 내 마음에 들 때 생기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 같은 거 말이죠.” NAH JI U

3. song joo hyeon
송주현, 패션 블로거 21세, 남자, 프레타 포르테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21세 남자인 송주현은 블로그에 프레타 포르테 리뷰를 쓴다. 또래 중에는 프레타 포르테가 뭔지도 모르는 남자애가 많겠지만 그의 입에서는 SPA브랜드라든지 에비에이터 재킷이라든지 하는 패션 용어가 줄줄 나온다. “고2 때부터 잡지를 찾아가면서 공부했어요. 그전까지는 패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는데 우연히 본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죠. 사람들이 블로그하는 걸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송주현이란 이름보다 미스터 엘리(mr.eli)라는 닉네임이 더 친숙할 거다.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분석하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그의 블로그에는 많을 때는 하루에 2천 명이 찾아온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재미있어요. 아무도 못 입을 알렉산더 맥퀸 드레스를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니까요.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단순히 ‘이번 시즌에는 이 옷이 예쁘네요’ ‘이렇게 스타일링하세요’라는 식보다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잡지에 나오는 컬렉션 리뷰에도 성이 차진 않았다. 옷에 대한 추상적인 묘사를 읽고 나면 나중에 그 쇼에 어떤 아이템이 나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컬렉션을 설명해준다. 컬렉션 전체에서 키워드를 뽑아 분류하거나 한 디자이너의 쇼를 보고 전체적인 무드, 주목해야 할 룩, 아이템별로 정리한다. 예를 들면 가레스 퓨의 컬렉션을 보고 바이어스 컷, 글램, 그런지, 케이프 등 디자이너의 그 시즌 특징을 파악하고 키워드로 정리해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패션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그는 최근 비슷한 2가지 다른 브랜드의 아이템을 비교해 설명하는 코너도 새로 시작했다. 이 정도면 프레타 포르테를 모르는 남자애들도 패션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joohyeon94.blog.me KIM YOON JUNG

4. wesley
웨슬리, 커스텀 슈즈 디자이너 아들이 그 지역에서 고등학교에 갈 성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웨슬리의 아버지는 그의 모든 힙합 바지를 찢어버리고, 운동화를 죄다 차 트렁크에 싣고 며칠간 감금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부모님 두 분 다 클래식 음악을 하셨거든요. 대중음악은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20세에 등 떠밀려 파리로 유학을 가긴 했지만 음악 학교 졸업 점수만 간신히 받아온 그는 군대를 제대한 후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한 힙합 잡지에 나와 있는 깨알 같은 캡션에서 커스텀 슈즈 전문 크루인 에어매지네이션(Airmagination)을 찾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아크릴 페인트로 그린 그림과 잡지에 나온 이미지를 콜라주해서 만든 이미지를 본 (흑인)멤버는 흔쾌히 그를 받아주었다. 브롱크스의 한 허름한 주택가에서 콘로 헤어에, 등판에 ‘Wesley’라고 그려 넣은 스타디움 점퍼를 입고 돌아다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가 말했다. “그땐 정말, 제 영혼이 흑인이라고 생각한 거죠.”(웃음) 소호에 있는 숍들을 통해 주문을 받으며 뉴욕에서 제법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던 그가 잠시 한국에 왔다가 다시 눌러앉게 된 데는, 션의 도움이 컸다. “한국에서 처음 맡은 작업이 션 형의 딸 운동화에 스펀지밥을 그린 거거든요.” 그 후 계속 새로운 작업이 들어왔다. 빅뱅, 은지원, 비, 크라운제이, 애프터스쿨, f(x) 같은 가수들의 무대 공연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커스텀 슈즈를 만들게 된 것. 지난해 <나일론> 1주년 기념호에서 지드래곤이 신고 있던 스파이크 장식의 검은색 하이톱 슈즈 역시 웨슬리의 솜씨다. 지금까지 작업한 신발 중 가장 아끼는 것은 지드래곤의 신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커스텀한 존 로렌스 설리번의 하이톱과 빅뱅의 대성이 신어 유명해진 도라에몽을 페인팅한 나이키 덩크다. “바닥이 하늘색인 그 덩크 모델이 단종 됐어요. 괜히 팔았다 싶더라고요.(웃음) 꽃무늬 갈색 덩크는 절대 안 팔려고요. 일본에서 생산하는 꽃무늬 원단을 붙인 건데 단종됐거든요.” 웨슬리는 곧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어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혹시 화려한 큐빅으로 신발을 뒤덮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신의 발 사이즈를 원망하게 될지 모른다. 신발 사이즈 10mm가 큐빅의 개수에 미치는 영향에 새삼 놀라게 될 테니 말이다. 장소협조 kasina pinnacle

KIM GA HYE

5. yang min young, choi won seok, yoo seung hyun, park ji seon

양민영, 최원석, 유승현, 박지선, <뉴키즈 온 더 매거진>을 만든 사람들 패션의 빠른 속도와 조금 위압적인 분위기는 누군가에는 현기증을 일으킬 만한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옷을 입지 않으면 당장 바보가 될 것처럼 말해놓고서는 금방 또 아직도 그 옷을 입고 있느냐며 무안을 주는 것 같다고 할까. 기존 패션지에서 보아온 트렌디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과거의 향수, 문화와 스타일을 되돌아보기를 원하는 잡지가 바로 <뉴키즈 온 더 매거진>이다. “엄청 럭셔리하거나 엄청 뿅뿅(무조건 현란하게 튀고 보는 패션)하거나 이 2가지가 패션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중간도 있는 거고, 그들과 다른 옷 입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게 좋잖아요.” 이번 작업에서 전체 편집 디자인과 반패션적이고 반소비적인 패션 브랜드 슬로우 앤 스테디 윈스 더 레이스(SSWTR)와 인터뷰를 진행한 양민영의 말이다.

남다른 패션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5명, ‘예비’ 포토그래퍼(최원석, 천영상), 스타일리스트(박지선), 피처 에디터(유승현), 편집 디자이너(양민영)가 완성한 이 잡지는, 어쩌다 술자리에서 내뱉은 말이 빚은 친목 도모의 조악한 결과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 사람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일어나는 문화 변동의 중심에 있는 파티 사진가 채드의 옆모습을 건조하게 찍은 (백)커버 사진 하며, 니브스의 잡지를 볼 때 느껴지는 종이의 부드러운 질감, 심플한 타이포그래피와 여백의 미를 활용한 편집 디자인이 세련된 인상을 준다. 채드와 가방 디자이너 구본호를 비롯해 서울에서 창의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서울 키즈 5명과의 인터뷰, 클래식하지 않은 듯하면서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에 대한 화보, 빈티지에 대한 각자의 특별한 취향에 대한 이야기 등 기획도 절대 가볍지 않다. 물론 그동안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 모였을 때 5주 동안 만들기로 한 잡지는, 무려 5개월 만에 완성됐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최원석은 인터뷰하는 동안 계속 다른 멤버에게 거듭 사과했다. “저는 제가 기획한 화보만 찍고 리터칭 끝난 후로는 아무것도 안 했네요. 책임감이 부족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들 이번 작업을 통해 잡지 하나를 만드는 데는 남다른 감각과 시야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협동심 역시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눈치다. KIM GA HYE

6. lee ha jeong, seo han young

이하정, 서한영, ‘비바 에이치’ 디자이너 비바 에이치(viva.H)는 이하정, 서한영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듀오의 이름이자 그들이 만드는 브랜드다. ‘비바 에이치가 여성복이에요?’라고 묻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남성복도 아니지만 굳이 성별을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 “우리도 남자 옷을 사 입고 요즘 남자 애들은 워낙 스키니해서 여자 옷을 사 입기도 하니까 구분이 없는 것 같아요. 비바 에이치 옷이 타이트하거나 유행 타는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여자가 보면 매니시한 라인이고 남자들도 무난하게 입더라고요. 실제로 남자들이 재킷에 대해 많이 문의해요.”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일하면서 만난 둘은 작년에 비바 에이치를 론칭했다. 스스로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정말 ’우리가 옷을 안 만들었으면 뭘 입고 다녔을까‘ 싶을 정도로 닳도록 입고 다녔다. “불편한 옷은 절대 안 만들어요. 편하게 입는 게 첫 번째죠. 그리고 소재에 신경을 많이 써요.” 어깨가 직각으로 떨어지는 구조적인 재킷, 군더더기 없는 롱 스커트와 티셔츠 등 기본적인 아이템이지만 가죽 롱 원피스나 비닐로 된 스웨트 셔츠처럼 소재 면에서 그들만의 색을 갖는다.

작년 초만 해도 셀렉트 숍에서 너무 강한 디자인이라고 입점을 거절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먼저 제안해온다고 한다. 작년에 발맹이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어깨 뽕에 대해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강한 디자인의 옷이 대중화된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든 옷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요. 작년에는 가죽 티셔츠를 만드는 브랜드도 우리뿐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많아졌고. 친구들이 가끔 옷 가게에 걸려 있는 카피 제품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해요.” 그들은 너무 앞서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올봄에는 일본의 라포레 백화점에서 스페셜 브랜드 데이 동안 매장 메인 자리에 비바 에이치의 전 시즌 상품과 그날을 위해 특별히 만든(사진에서 입고 있는 재킷) 옷을 걸었다. 이번 겨울 시즌에는 퍼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다니 비바 에이치의 새로운 라인을 곧 만날 수 있을 듯하다. www.viva-h.com KIM YOON JUNG

7. andeath

안데스, 패션 블로거 “오늘의 콘셉트는 삼선짬뽕 같은 거예요. 모자는 제가 직접 만든 거고 아저씨 와이셔츠와 아줌마 티셔츠를 입었어요. 어떤 계열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까.” 맞은편에서 열심히 오늘의 코디에 대해 설명하는 안데스는 홍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근방에 빼곡이 들어선 옷 가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녀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무심하게 입은 듯한 패션을 추구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떠나서 모든 옷이 평등하게 1천원에 팔리는 서울 황학동과 부산 남포동 시장에서 쇼핑을 한다. 매일 자신이 입은 옷을 데일리 코디(dailycodi.com)에 기록하는 건 2006년부터 시작해 벌써 4년째. 지난해 4월에는 갤러리 풀에서 1천 회 기념 패션쇼 <옷 입는 게 가장 쉬웠어요>를 열었다. 안데스는 친구의 결혼식이나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갈 때도 쉬지 않고 자신의 미를 추구한다. “거창한 날에 거창한 옷을 입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자신의 흐름을 계속 유지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패션 용어에는 TPO(의복을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착용하는 것)란 단어도 있던데, 왜 시간과 장소에 따라 스타일을 나누고 자신을 거기에 맞출까 의아했어요. 그래서 나만의 TPO를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죠. 예를 들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물 마실 때, 버스 탈 때 등 상황을 더 세분화하는 거예요.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스타일링 법칙을 만들어 제안하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도 물론 있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꼭 하는 말이 있어요. ‘패턴이 있는 아이템을 포인트로 착용했으면 나머지는 모노톤으로 맞춰’라고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반대로 패턴이 있는 아이템으로만 코디를 하죠. 그래도 조형적으로 충분히 아름답거든요.” 그녀에게 유일하게 통하는 패션 법칙은 아무리 옷장에 많은 옷이 쌓여 있어도 입을 옷이 없다는 것이다. 황학동에 가면 ‘한국적인 걸 어떻게 모던하게 풀 것인가’ 하는 숙제를 간직한 채 산더미처럼 쌓인 옷을 뒤지고 있는 안데스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dailycodi.com KIM YOON JUNG

8. lee in woo, lee hyun suk

이인우와 이현석, ‘슬립워커’ 디자이너 질보다는 트렌드를 우선하는 명동 거리에 지쳤다면, 조금만 발걸음을 옮겨 소공동 맞춤 양복점 거리에 가보는 게 좋겠다. 거기 힐톤 양복점에서 4백만원 내고 수트 한 벌 맞추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그 양복점 4층에 있는 남성복 브랜드 슬립워커(SLWK) 쇼룸에 들어가면 좋은 가격에 아주 잘 만든 옷들을 만날 수 있다. 원단 빼고는 모든 걸 직접 다 만드는(디자인·패턴·재단·재봉 등) 이인우와 이현석이 뭐, 시간이 남아돌아 그러는 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라는 그들의 대답 뒤에는 예산 안에서 최고의 옷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접 만들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옷들이 무채색이 많은 건 마음에 드는 원단이 그 색뿐이기 때문이고 밤을 새우며 손에 상처를 내며 직접 만드는 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가격에 가장 질 좋은 옷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걸까? “그냥 저희 자신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것 같아요”라는 이인우의 말에 이현석은 “미디엄 사이즈는 인우, 스몰 사이즈는 저요”라고 말한다(“그럼 라지는?” “인우의 형이 있어요”). 정말, 리바이스 청바지 빼고는 주로 슬립워커 옷을 입는다는 그들을 보자니, 옷들이 덩치 큰 여자가 입기에는 좀 작아 보인다. “저희의 장점인 ‘맞춤’이 있잖아요. 여자도 많이 사요.” 사이즈 얘기를 괜히 꺼낸 게 아니라 슬립워커의 옷은 실용적이다. 심플한 디자인은 지구가 멸망해서 다른 행성에서 산다 해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옷이고 가격표의 숫자는 보고 기겁하지 않을 정도로 합리적이다. 이현석이, 슬립워커 옷 중 가장 좋아하는 게 겨울에 입으면 절대 안 춥다는 털 달린 솜 점퍼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환절기 때 벗어서 들고 다닐 수 있게 트렌치코트 안에 끈을 넣어두거나 겉은 평범한 포트폴리오 백인데 안을 열면 엄청나게 주머니가 많다거나 하는 실용성은 위트가 돼 그들의 옷을 심각해 보이지 않게 한다. 또 하나 즐거워해야 할 일은, 그들은 서로에 대해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 왜 신발이 더러워지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만 빼면 모든 면에서 생각이 같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중에 광고를 하게 됐을 때 모델로는 누구를? “아오이 유우요.” “이나영요.” 그전에 둘의 의견이 일치되겠지? www.sleepwalker.co.kr NAH JI UN

9. min sooki

민수기, 편집 숍 ‘므스크’ 대표 남자 옷은 다 뻔하다고 투덜거리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편집 숍인 므스크 숍(msk shop)에 데리고 가서 옷을 입혀볼 것을 권한다. 스트리트 브랜드는 너무 가볍고 하이엔드 브랜드는 너무 아방가르드해서 고민인 사람에게는 이 숍이 답이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파는지는 므스크 숍을 운영하는 민수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인터뷰한 날에는 아워 레가시의 재킷, 스펙테이터의 셔츠, 서상영의 팬츠를 입고 해피삭스 양말, 클레이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셀렉트 숍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잉하는 사람의 취향에 숍의 색깔이 따라가게 되죠. 가격을 떠나서 손이 자주 가는 옷이 좋은 옷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힙합 문화를 많이 접하고 좋아했는데 그런 스트리트 키즈가 자라서 입는 옷이에요.” 평소 알고 지낸 포토그래퍼 최다함에게 브랜드 핏보우의 전경빈 디자이너를 소개받은 받은 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아르바이트하러 간 핏보우에서 그는 디자이너, 매장 관리, 박스 포장까지 옷을 만들고 유통하고 회사를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배웠고, 스웨덴 브랜드 아워 레가시의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스웨트 셔츠, 블레이저, 레인코트, 치노 팬츠에 반해 국내에 독점 판매하려고 한 게 지금 해외 브랜드와 국내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셀렉트 숍이 된 거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 있어도 규모가 작고 힘이 없어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던 디자이너에게 므스크 숍은 좋은 거래처이자 친구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요. 결제 확실히 해드리고요, 재고 관리에 신경 쓸 뿐이죠. 다양한 디자인이 생기면 더 다양한 셀렉트 숍도 생길 겁니다.” 손님들은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새로 들어온 브랜드 소식을 전해 듣고 옷 가게가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없는 장소까지 일부러 찾아온다.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거 자체가 감동이에요. 지금은 6층에 있지만 1층으로 내려가고 싶고 더 많은 해외 브랜드도 소개하려고 해요.” 그 덕분에 우리는 물어물어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브랜드를 한곳에서 둘러볼 수 있다. www.mskshop.net KIM YOON JUNG

10. lee dae woong

이대웅, ‘새서울소년단’ 디자이너 마치 한 번도 안 신은 것처럼 깨끗한 흰색 스니커즈만 빼면 이대웅은 저 멀리서 봐도 스트리트 컬처를 평생 좋아해온 사람의 모습이다. 오토바이에 야구 모자, 항공 재킷 스타일의 점퍼, 그리고 넉넉한 바지. 한두 해 걸친 폼이 아니다. 그런데 옷에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이나 에이라이프, 미슈카 로고가 아니라 익숙한 글자와 그림이 보인다. 모자 위에는 서울의 상징인 호돌이 마크가 그려 있고, 점퍼의 팔에는 한글로 ‘새서울소년단’이라고 써 있다. 얼핏 70년대의 청년협회 이름처럼 들리지만, ‘새서울소년단(NSB)’은 한글을 도입한 그의 21세기식 브랜드다. 그런데 촌스럽지가 않다.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때문에 안 예쁘면 입기 싫어요. 솔직히 한글 티셔츠가 취지는 좋은데 입기 싫은 디자인이 많잖아요. 우스꽝스럽게 표현되기도 하고요.” 그가 패션에 대해 떠올릴 때 서울을 빼놓긴 힘들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새벽에 신문을 돌리면서까지 사고 싶은 옷을 사러 동대문, 이태원, 이대 앞을 열심히 돌아다녔고 지금은 춤추는 친구들, 랩 하는 친구들, 옷 만드는 친구들과 함께 홍대 앞에 모여 여자들처럼 어제 뭐 샀는지 얘기한다. 그도 스투시를 존경하고 슈프림의 옷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지만, 그는 서울이란 도시를 사랑한다.

고등학교 때 직접 날염이나 실크 스크린으로 티셔츠를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이대웅은 왜 한글 디자인을 반영한 예쁜 옷은 없을까라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을 만들었을 때의 사람들 반응이 궁금했어요.” 그는 한글이건 아니건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모토 아래 슈프림을 패러디해 슈프림의 한국말인 ‘극한’을 자음과 모음을 나눠 디자인화했고, ‘서울’과 ‘새서울소년단’을 옛날 글자체로 타이포그래피화했다. 결과는, 너무 자랑하는 게 좀 그러니까, 그가 지금 사고 싶은 옷을 살 정도로 인기 있는 브랜드 디렉터가 됐다는 정도로만 말해두자. 옛날 어른들 말씀 하나도 틀린 것 없다지만 ‘돈을 아껴 써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인생의 정답인 건 아니다. 부모님 걱정하실까 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옷을 많이 사고 많이 입어봐야 좋은 옷을 만들 수 있거든요.” NAH JI UN

포토그래퍼 BY 황혜정

에디터 나 지언 , 김가혜 , 김윤정

Credit Info

포토그래퍼 BY
황혜정
에디터
나지언, 김가혜, 김윤정

2010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포토그래퍼 BY
황혜정
에디터
나지언, 김가혜, 김윤정

1 Comment

서진숙 2009-11-20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인터뷰 읽으면서 희님이 더욱 더 매력적인 사람이란걸 알게됐네요~ 덕분에 나일론 잡지도 알게되고~ 앞으로도 더 발전하고 성숙하시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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