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할리우드식 로케이션

On August 27, 2010 1

여름철만 되면 영미권 제작사들은 중동이나 유럽, 남미로 로케이션을 떠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정작 그들이 찾아간 곳은 너무 이상하거나 지루한 도시같다.

<나잇 앤 데이>, 스페인 세비야
과격한 로케이션 장소로 스페인을 떠올리는 건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공통점이다. <나잇 앤 데이>에는 멋진 총격전이 나오는데, 스페인 산 페르민 축제 때 투우 경기장으로 황소들이 달리는 전통 행사 타이밍에 딱 맞춰,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그는 성난 황소들에게 쫓기면서 악당과 총질을 해댄다. 문제는 평소와 달리 황소 6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가 톰 크루즈를 쫓아간다는 것. 게다가 이 영화에서 묘사된 스페인은 총격전이 아무리 시끄럽게 일어나도 경찰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곳이며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약’을 먹이는 악당이 존재하는 도시다. 황소가 벤츠 전복하는 게 식은 죽 먹기인 도시라는 건 두말할 것도 없고.

<허트 로커>, 이라크 바그다드
<허트 로커>에서 묘사된 바그다드는 물과 공기가 없는 화성보다 더 못한 지역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 해도 바그다드에는 영화나 TV를 보면서 깔깔거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시시때때로 폭발물이 터지며, 풀 한 포기 자라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삭막한 땅이니까. 그뿐인가. 이라크 군인은 폭탄 터트리는 게 인생의 즐거움인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다. 반면, 바그다드의 미군은 남들이 꺼리는 폭탄물 제거를 의연하게 처리하면서 집에서는 시리얼 심부름조차 망설이는 대단한 감수성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바그다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혹시 누군가 이 영화를 봤다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다시 잡아타고 왔을 것이다.

<테이큰>, 프랑스 파리
여자 여행자들이 가장 피해야 할 여행지는 바로 파리다. <테이큰>만 보자면 아버지가 전직 CIA 출신의 특수 부대 요원이 아닌 이상 파리에서 살아 돌아오긴 힘들어 보인다. 혹시라도 파리에 갔는데 사진 찍어준다고 접근한 후에 비용도 아낄 겸 같이 택시 타고 가자는 잘생긴 남자가 있다면 절대 따라가지 말아야겠다. 알바니아 인신 매매단이 가장 극성스럽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처럼 보이는 파리에서 특히 위험한 건 ‘영화의 설명대로라면’ 영어랑 불어를 모두 할 줄 알며 남자친구를 사귀어보지 않은 여자들이다. 파리의 빈티지 시장이 아무리 멋져도 이제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킬러들의 도시>, 벨기에 브뤼헤
인구 11만의 아담하고 소박한 브뤼헤는, 극 중에서 혈기왕성한 킬러로 나오는 콜린 파렐에 의해 ‘시궁창 같은 도시’로 묘사된다. 상관에게서 이곳에 잠시 가 있으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부터 짜증이 난 그는 아름다운 성당과 한가로운 광장, 그리고 남을 귀찮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이 도시가 지루하기만 하다. 벨기에 브뤼헤에서 할 수 있는 최고로 신나는 일은 금세 불이 꺼지는 거리에서 빨리 숙소로 들어와 맥주나 들이켜는 일 같다. 그나마 영화는 콜린 파렐이 브뤼헤에서 영화 촬영 중인 배우 클로이를 만나는 걸로 러닝 타임을 늘리고 있지만, 이 도시를 3백65일 여행한다고 해도 도시 한복판에서 근사한 배우를 만나긴 힘들어 보인다. 브뤼헤에서는 리포터가 뉴스라도 찍을 일이 있을까 의문이다.

<블룸형제 사기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영화 속에서 블룸 형제가 사기와 거짓말을 밥 먹듯해 아무리 적이 많다고 해도 그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만큼 마음 졸인 적은 없을 거다. <블룸형제 사기단>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길거리에서 자동차 폭발 사고가 일어나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곳, 수억원의 몸값을 요구하며 누군가 납치되는 일이 있어도 사람들은 모두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거니 생각하는 도시처럼 보인다. 그리고 주인공 뒤에 배경으로 나오는 건물을 보니 과연 그곳에서 사람이 살까 싶을 정도로 낡고 오래돼 보인다. 길거리에서 멀쩡한 관광객이나 고기 사러 가는 현지 주민 한 명 제대로 앵글에 잡지 않은 감독의 무심함이 영 마음에 걸린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벽은 회칠이 모두 벗겨졌으며 지저분한 물 웅덩이가 가득하고 쓰레기가 거리를 점령한 모습이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담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다. 관광이 국가의 주요 수익이라는 보도에 맞춰서인지 혹은 본드와 말이 통하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택시 기사와 호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최악의 아이티는 군부가 외국의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모습이다. 상처가 가득한 본드에게 누구 하나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남의 배를 훔쳐서 추격하는 본드에게 따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 아이티 국민은 본드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프트>, 러시아 모스크바
주인공 맥스 피터슨은 소심하고 멍청한 남자지만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기사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택시에서 도대체 왜 벨트를 매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안전벨트가 고장 났다고 툴툴거린다. 놀랍게도 영어를 잘하는 택시 기사는 “만약 당신이 벨트를 차면 경찰이 우릴 잡을 겁니다. 그러면 경찰은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고요”라고 말한다. 춥고 음습하고 모두가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모스크바는 음모와 협잡, 그리고 부패로 얼룩진 도시처럼 보인다. 관광지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밖에 없으며 젊은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놀라운 건 모스크바 사람은 첨단 기기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는 거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보면 무장 군인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페루 쿠스코
아무리 지금으로부터 몇 십 년 떨어진 과거가 배경이라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이국적인 풍경의 도시를 미개하게 묘사하는 건 21세기에도 여전하다. 해리슨 포드와 샤이아 라보프는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 페루 쿠스코로 가는데, 길거리에는 거지가 가득하고 사람들의 발은 더러우며 도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 먼지가 폴폴 날린다. 모두가 영화 촬영(!)을 의식한 듯 페루 전통 의상 판초를 입고 있는 건 또 뭔가. 게다가 원주민은 나무를 타고 다니며, 잘 싸우다가도 해리슨 포드가 총만 들이밀면 도망가는 비겁함을 보인다. 놀란 얼굴들은 하나같이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데 신기한 건 해리슨 포드가 뭘 물으면 또 친절하게 잘도 가르쳐준다는 거다.

에디터 나지언

Credit Info

에디터
나지언

2010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나지언

1 Comment

권정희 2009-09-30

비..감히 왠만한 아이돌그룹이 대적하지 못할 정도로 카리스마와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 가수.

마지막 페이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