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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협주곡과 안초비 가요

On May 14, 2010 1

<미슐랭 가이드> 비평가들은 프랑스에 화장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레스토랑의 화장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생겼는데 왜 그들 중 단 한 명도 음식점의 음악은 평가 기준에 넣지 않는 걸까?

난 노르웨이 버스 터미널 매표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베른트 비에른손’이라고 잘못 부르는 여직원 때문에 불평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작가 빌 브라이슨처럼 되고 싶진 않다. 난 어디까지나 까다로운 미국인이 아니라 무슨 일에도 참으라고 배운 한국인이며, 드럼 앤 베이스, 슈게이징 록, 크렁크 앤 비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에 익숙한 미국인이 아니라 록이면 록, 힙합이면 힙합, 가요면 가요가 전부라고 배워온 한국인이니까. 하지만 그날 저녁에 대해선 몇 자 적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타이 음식점에 갔다. 일단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 대화는 왠지 매끄럽지 않은 분위기였다. 한 명이 얘기할라 치면 다른 한 명은 못 알아듣고, 또 다른 한 명은 냅킨이나 물을 달라고 점원을 부르기 일쑤였다. 엉망진창이 된 기분 탓에 우리는 탈출하듯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문틈으로 노래가 새어나왔다. 맙소사. 지금 우리가 듣는 게 JK 김동욱 맞니? 방금 전까지 저기서 저런 노래가 나왔어?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는 저 억울한 목소리 때문에 모두 불편한 심정이었던 게 아닐까? 게다가 저런 노래를 틀 때는 꼭 볼륨을 최대한으로 올린다. 문제는 이런 거다. “저기요, 음식이 너무 짠데요”라고 말할 순 있어도 “저기요, 이 음악은 좀 아니지 않나요?”라고 말할 순 없다는 것.


멕시코 레스토랑에는(조영남이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던) 볼레로 삼중창단 트리오 로스 판초스의 노래가 나오고, 그리스 식당에는 목이 쉰 듯한 그리스 가수 하리스 알렉시우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왜 타이 음식점에선 이런 걸까? 이국적인 향기로 가득하지 않은, 나름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이런 오류는 종종 발견된다. 젊고 감각적인 프렌치 레스토랑을 찾아갔다가 속사포 랩을 힘차게 하는 힙합이 나와서 급체할 뻔한 기억, 이탈리아·프랑스 음식 등 인기 있는 메뉴는 다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송아지 안심 구이와 샤프란 리소토를 부드럽게 입에 넘기려는 순간 스피커에서 나온 빛바랜 샹송의 기억 등 말이다.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은 좋은 노래인데 왜 그러냐고? 글쎄, 지금 우리는 한밤중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 게 아니지 않나. 국내 TV CF에도 사용된 이 노래의 문제점은 우리가 너무 많이 들었다는 데 있다. 살살 녹는 가리비 구이를 씹으면서 ‘노래가 지겹다’는 짜증을 느끼고 싶진 않다.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한국이 사랑하는 팝’ 종류의 음악을 금지해야 한다. CF에 사용된 노래, 수백 번 리메이크된 노래, 지하철에서 파는 노래, 지금 길거리만 걸어도 들을 수 있는 인기 있는 팝 등 우리가 너무 많이 들은 노래를 레스토랑에서 트는 순간 우리는 음식과 그날 우리가 하고자 한 대화가 아니라 음악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왜 음악은 테이블보 위에 떨어진 한 점의 불손한 케첩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 걸까?


레스토랑의 음악은 그날 주인의 기분,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의 음악 취향, 틀 수 있는 음악의 종류에 따라 너무 많이 바뀐다. 지난주 화요일에 갔을 때와 음악이 많이 다르다면 종업원의 얼굴이 바뀌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물론 레스토랑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할지 헤매는 사람을 위해 음악을 선별해주는 서비스 사이트도 있다. 하지만 거기 역시 정형화된 공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맥주 바에서는 무조건 빠르고 인기 있는 노래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이제는 외울 것도 같은) 켈리 클락슨의 ‘Since U Been Gone’과 블랙 아이드 피스의 ‘Let’s Get It Started’를 틀어주는 식이다. 다소 재수 없는 얘기지만 베를린의 일식 집에서 에어(Air) 같은 조용한 프렌치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었을 때, 로테르담의 햄버거 집에서 젊고 재기 발랄한 북유럽의 2인조 록 밴드 PMMP의 음악을 들었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음악을 음식만큼이나 세심하게 골라준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날의 새우 상태와 화장실에 있는 휴지의 개수가 더 중요하다면, 자, 최후의 방법이 있다. 아이튠즈 라디오라도 틀자. 음악을 틀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몽롱한 앰비언트 장르에서부터 쿵작거리는 레게 비트까지 당신이 원하는 노래가 다 있으니까.

- 에디터 : 나지언

Credit Info

에디터
나지언

201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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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지언

1 Comment

윤혜영 2009-09-27

역시 에픽하이스타일의 인터뷰 너무 귀엽네요^.^화보도 너무 귀엽게 찍은듯 ㅋㅋㅋ 특히 2번째화보에서 투컷의 포즈와 표정 너무 맘에 드네요 ㅋㅋㅋ이번에 미국아이튠즈 탑100위안에 들었다는데 너무 자랑스러워요 ㅎㅎ항상 멋진 활동과 멋진음악들려줘서 너무 고마운 에픽하이 ! 이번앨범도 30트랙에다가 미니북까지!!발매하자마자 구매했는데 미니북에는 제가 직접 앨범의 한부분에 참여할수있는 공간 까지 있더라구요 ㅋㅋㅋ 재밌었어요 ㅋㅋ 노래도 최고최고최고!! 이번앨범도 기대이상이였음 ㅋㅋㅋ앞으로도 좋은활동 기대할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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