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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만난 <배두나>

On December 31, 2009 1

우린 1년 만에 만났다. 그 사이 배두나는 <공기인형>으로 칸에 다녀왔고, 눈 밑에는 작고 귀여운 주름이 살짝 생겼으며 좀 더 차분해졌다. 그리고 엄마에게 손뜨개를 모아 책을 내도록 권유했다. 그녀가 엄마의 니트웨어를 요즘의 트렌디한 옷과 어울리게 입는 법을 몸소 보였다.

가슴에 레더 포인트가 있는 구조적인 블랙 원피스는 후세인 샬라얀 by 수퍼노말, 크리스털 포인트가 있는 골드 투 핑거 링은 모두 아나 셰필드 by 수퍼노말, 머리에 모자처럼 쓴 넥 워머는 두나 어머니가 만든 것.

<두나맘 스타일 니트>를 보니 엄마의 니트를 직접 뉴욕에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50개나 들고 가서 찍는 게 실은 만만치 않았어요. 혼자 커다란 가방에 제 옷 들고 다니면서 찍은 거예요. 사진은 친구가 찍어주고요.
뉴욕 거리에서 옷 꺼내서 입고 찍은 거예요?
네. 그 추운 데서 갈아입고요. 하하. 스타일리스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머니의 니트를 가지고 책을 내자고 한 건 두나 씨 아이디어였나요?
네. 연극배우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람들은 저희 엄마가 집안일보다 사회 활동을 더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살림꾼이세요. 뜨개질, 요리 등 못하는 게 없어요. 할아버지께서 엄마의 끼를 누르라고 서예도 가르치고 요리 학원이나 양재 학원에도 보냈대요. 근데 이번에 엄마가 전시를 한다고 1년 동안 뜨개를 하신 거예요. 완성된 걸 제가 보고 ‘엄마, 이거는 우리만 쓰기 너무 아깝다’ 했어요. 거기서부터 제 고생이 시작됐어요. 하하.
예전 인터뷰에서도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엄마가 짜준 니트 모자라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짜준 니트를 입고 학교에 갔나요?
아기 때부터 엄마가 옷을 만들어줬어요. ‘doona’라고 수까지 놓아서. 평범한 목도리는 안 만들어주셨어요. ‘에지 있는’. 하하. 왜 요즘에 모자에 목도리 달린 것 많이 나오잖아요.
10년 전만 해도 그런 게 없었어요. 98년인가 99년에 모델로 데뷔했을 때 촬영하러 일본에 갔어요. 그때 일본 하라주쿠 길거리에서 그 비슷한 모자를 사왔는데 엄마가 형태를 개량해서 만들어줬죠. 가장 좋아하는 건 목에 리본을 단 우주인 모자예요.
옷을 입는 것에서도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엄마가 맞춰놓은 옷이 놓여 있었어요. 어릴 땐 멋쟁이였어요. 엄마가 당신의 옷은 신경 쓰지 않아도 우리 3남매 옷은 패셔너블하게 입혀주셨거든요. 오빠 별명은 장국영이었어요. 만날 까만색 롱코트에 흰색 머플러 두르고 다녀서.(웃음) 친구들이 초등학교 때 제 옷 때문에 깜짝 놀랐대요. 딱 달라붙는 까만 가죽 원피스에 보라색인지 빨간색인지 하는 스타킹을 신고 나타났다나요. 제가 가장 옷을 못 입었을 때가 중학교 때부터 모델 되기 전까지에요. 혼자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거든요.

스트라이프 블랙 블라우스는 시스템, 레더를 믹스한 저지 팬츠는 토크/서비스, 벨벳 소재의 왕관 모자는 제이미앤벨, 머리에 쓴 우주인 모자는 두나 어머니가 만든 것.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엄마가 주신 옷을 거부하게 됐군요?
네. ‘이제 내가 입을 거야’ 하면서 끔찍한 스타일이 시작됐죠. 제가 봐도 좀 심했어요.
뜨개에 요리에 요즘 두나 씨 취미 생활을 보면 어머니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옆에서 보고 배운 건가요? 아, 내가 엄마랑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엄마가 못 살겠다고 그러시죠. 절대 안 가르쳐주셨거든요. 여자는 무재주가 상팔자라고, 몰라야 안 하고 살게 되지, 알면 여자의 삶이 고달파진다는 거예요. 근데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엄마가 안 가르쳐주니까 몰래 보면서 독학으로 했어요. <괴물> 때도 그렇고 <썸데이> 찍을 때도 그렇고 배우들에게 목도리를 하나씩 다 만들어줬거든요.
엄마가 하라고 하면 안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자식이니까요.
배우 일도 엄마가 등 떠민 적도 없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최근엔 미싱도 샀어요. 엄마 영향을 많이 받나 봐요. 요즘 혼자 갈비찜도 해보고 불고기도 해보거든요.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연기는 여유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취미 생활은 카메라도 열 몇 개나 갖고 있고 오히려 잘하려고 애쓴다는 느낌이 들어요.
전 원래 뭐 하나에 꽂히면 미친 듯이 빠져요. 엄마가 매번 하는 얘긴데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지우개에 되게 집착했대요. 그 지우개를 피아노 의자 하나 가득 모으고 나서는 친구들 다 나눠주고. 제게 연기는 음, 어떻게 보면 최고의 집착이에요. 근데 그렇게 안 보이는 건 굉장히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제 필모그래피에 대해 신중하기 때문이에요. 아무 거나 막 하기 싫어서 참고 있기 때문이에요. 참는 게 사실 쉽진 않아요. 연기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자꾸 다른 걸 하는 거예요. 만약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건 저다움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만약 연기도 그만 하고 싶을 정도로 무력함을 느낀다면 그건 정말 위험한 상황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볼륨감이 살아 있는 그레이 점프수트는 이브 생 로랑, 양팔에 두른 넥 워머는 두나 어머니가 만든 것.

가끔 까다로운 자신이 불만족스럽진 않아요? ‘난 왜 이렇게 완벽하려고 할까’ 그런 생각.
싫죠. ‘내가 왜 20대 초반부터 신중했을까’ 하는 후회는 있어요. 처음엔 연기 배운답시고 연속극이랑 여러 가지 해봤거든요. 근데 영화만큼은 되게 고집스러웠어요. 엄마 말로는 제가 시나리오 받으면 항상 부정적이래요. 일본 영화감독도 저한테 어떤 기대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독특한 작품에만 출연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요. 내가 좀 막 해야 했는데! 작품 고르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도 가던 대로 가야겠죠?(웃음)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기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봐요.
영화에서만큼은요. 일상생활에서 혹은 연예인으로서는 기대치 따위 잘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근데 지금까지 내 영화를 좋아해주고 날 믿어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대치는 지키고 싶어요. 드라마는 좀 편한 마음으로 골라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걸로.
청춘 영화의 상징인 두나 씨가 1월부터 방영하는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선생님이 됐다니까 살짝 묘한 기분이 드네요.

저는 사실 청춘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케이스죠.(웃음) 스물여섯 살에 <린다린다린다>에서 고등학생 역을 했으니까. 음, 저도 감회가 새롭네요. 데뷔작이 드라마 <학교>였는데 같은 KBS에서 이제 선생님으로 나오니까 웃기더라고요.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봐요. 좀 편해요. 만약 20대 중반에 선생님 역을 했더라면 어색하고 창피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편해졌어요? 옛날엔 선배들 되게 어려워한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선배들은 어려워요.
예의 바른 배우로 인식되고 싶어요? 쟤는 어떻다는 구설수가 나오는 게 싫은가요?
예의 바르게 보이고 싶다기보단 이상한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내가 현장의 분위기를 즐겁게 해야겠다 그런 거요. 전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거든요. 배우 배두나랑 인간 배두나는 좀 달라요. 인간으로서는 조금 무심한 편이죠. 스태프는 제가 되게 개인적이고 남이 나에게 피해 주는 거 싫어하고 나도 피해 주는 거 싫어하고 나에게 너무 잘해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마 안 믿을 거예요.

- 에디터 : 나지언

- 스타일리스트 : 한연구

- 헤어 : 유다

- 메이크업 : 이지영

- 장소 : DARE

[기사 전문은 <나일론> 2010년 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나지언
스타일리스트
한연구
헤어
유다
메이크업
이지영
장소
DARE

2009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나지언
스타일리스트
한연구
헤어
유다
메이크업
이지영
장소
DARE

1 Comment

김혜원 2009-09-23

진쇼츠 별로 관심없었는데, 리시 트루리를 보고 처음으로 진쇼츠가 입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짧은 머리도요.

마지막 페이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