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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TYLE NO MUSIC

On June 08, 2009 0

코트니 러브는 “가짜 샤넬을 입느니 차라리 발가벗고 다니겠다”라고 말했다. 에디 슬리먼, 칼 라거펠트, 필립 림 등의 패션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가짜 샤넬이 아니어도 기꺼이 발가벗을 수 있는 다음의 뮤지션들이다. 스타일에 관한 한 이들의 이름은 외워두는 게 좋겠다.

ARTWORK BY 275C

릴리 앨런 Lily Allen 솔직히 말하자. 릴리 앨런이 항상 옷을 잘 입는 건 아니다. 베스트 드레서에 뽑히는 횟수만큼이나 그녀의 이름은 워스트 드레서 영역에서도 자주 보였다. 하체 비만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어그 부츠를 뻔질나게 신고 다녔으며 부스스한 얼굴에 삼촌 옷을 걸친 듯한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심지어 그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삭발 다음으로 이상한 조잡한 핑크 머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바람피운 남자친구가 매달릴 때 비웃어주고 코카인 하는 동생을 고자질하고 파파라치 코를 부러뜨리는 릴리 앨런이기에 샤넬 드레스에 나이키 에어 포스원 운동화, 싸구려 골드 하트 귀고리를 매치하는 게 그럴듯해 보였다. 그녀는 항상 말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빈틈없이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상상력이 부족해 보여요.” 큼지막한 허벅지를 파파라치 앞에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그녀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느니 맘대로 입겠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여자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던 그녀가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다.
이게 다 칼 라거펠트 때문이다. 첫 음반 을 내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3백50만원 상당의 샤넬 드레스를 산 거라는 ‘샤넬 마니아’ 릴리 앨런이 2009년 샤넬의 f/w 핸드백 광고에 모델로 발탁됐으니 날씬해지고 싶은 심정은 당연하다. 살이 쏙 빠진 그녀는 새로운 싱글 ‘the fear’ 뮤직 비디오에서 PPQ의 귀여운 리본 드레스에 이브 생 로랑의 슈즈를 신고 사랑스럽게 나왔다. 덕분에 우리는 릴리 앨런이 실은 꽤나 예쁜 얼굴이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갖고 싶어. 난 성자는 아니지만 죄인도 아니야. 모든 게 다 괜찮아. 난 점점 날씬해지고 있으니까’라는 ‘the fear’의 가사는 지금 그녀에게 ‘위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를 위한 공식 보도 자료 같다. 촬영할 때 사이즈가 안 맞아 스태프끼리 눈빛을 교환하는 치욕스러운 경험을 자주 한 그녀로서는 날씬해지는 게 신나는 일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제 이브 생 로랑의 쫙 달라붙는 캣수트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흥분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옷이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엄마가 만들어준 베이컨 잔뜩 든 치즈버거는 당분만 못 먹겠지만 말이다.

마크 론슨 Mark Ronson 마크 론슨은 남자들이 재수없어 할 만한 모든 걸 가졌다. 밴드 매니저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존 레논 아들인 숀 레논 등과 친구로 지냈으며, 엘리트 가문 자녀들과 함께 타미 힐피거 광고 촬영도 했다. 그도 파티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지만 정신 차리고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에 매진한 그는 릴리 앨런과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성공시킨 음악 프로듀서이자 DJ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린제이 로한이 론슨 집안 자식 중에서 마크 론슨을 내버려두고 사만다 론슨과 사귀는 건 미스터리다. 게다가 그는 어떤 남자의 경우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안 되는 스타일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에서 선정한 2009년 베스트 드레서 1위에 오른 그는 1960년대 버튼 다운 셔츠 스타일을 재현해낸다. 남들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을 때 그는 폴 매카트니의 더벅머리를 하고 완벽한 맞춤 수트에 포케치프까지 한 상태로 디제잉을 한다.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는 아크네 블랙 진에 벤 셔먼 윙톱 슈즈, 그리고 체크 패턴 재킷을 입는 자연스러움도 보인다.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 영화 <돈 룩 백>을 본 게 제 삶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는 지금껏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멋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솔직히 그의 스타일을 많이 따라 했죠.” 카디건 스타일링은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에게서, 그리고 수트의 감도는 <사무라이>의 알랭 들롱에게서, 셔츠와 바지의 핏은 <네 멋대로 해라>의 장 폴 벨몽도에게서 배웠다(한마디로 하루 종일 잡지나 뒤적거리는 시시한 남자는 아니란 얘기다). 물론 그도 창피한 시절은 있었다. 열네 살 때는 첫 밴드 공연을 위해 엄마 옷장을 뒤져서 플라워 프린트 셔츠와 나름대로 사이키델릭해 보이는 오버코트를 꺼내 입고 머리는 스톤 로지스처럼 덥수룩하게 하고 다녔다. 90년대에 힙합의 영향권을 무시할 수 없던 그는 비스티 보이스를 알기 전까지는 배기팬츠에 스니커즈를 신고 다녔다. 20대에 들어서야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남자가 몸에 피트되는 옷을 입어야 더 멋져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게다가 그는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가 밖에 나가기 전 거울 앞에서 1시간이나 있는 남자는 아니에요. 그루밍 같은 것도 모르고요.”

리지 트룰리 Lissy Trullie 지금 뉴욕에서 일어난, 리지 트룰리를 둘러싼 최근 몇 개월간의 법석은 좀 지나친 구석이 있다. 요즘 버진스와 함께 뮤직 투어를 다니는 그녀의 성공 스토리는 놀랍게도 버진스의 ‘여자판’이라 할 정도로 쏙 빼닮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쇼트 커트를 한 여자들, 그러s니까 진 세버그, 에디 세즈윅, 아기네스 딘을 사랑한다 해도 <타임 아웃 뉴욕>의 문장을 인용해보면 누구라도 조금 놀랄 수밖에 없다. “앤디 워홀이라 해도 리지 트룰리를 사랑했을 거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이나 태도가 그렇다. 마치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니코를 섞어놓은 것 같다.” 솔직하고 담백한 리지 트룰리야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이건 짧은 머리일 뿐인데요”라고 말했지만 음반 수집가인 아버지 덕분에 1950, 60년대 음악에 매료된 환경, 깡마른 몸매에 페도라를 쓰고 1950년대 모터사이클 재킷, 남성용 재킷이나 데님 베스트를 즐겨 입는 패션을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한 이력 중 접시 닦기, 피자 가게 웨이트리스, 수위 말고 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스스로를 루저로 평가하는 리지 트룰리는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지만. “전 웃지도 못하고 춤은 심하게 못 췄어요. 사람들은 항상 제게 말했어요. ‘춤을 좀 춰보고 시선은 위로!’ 전 전혀 괜찮지 않은 모델이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잘 웃지 않고 깡마른 매력을 지닌 그녀는 지금 런웨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필립 림의 2009 f/w 컬렉션에서 그녀는 노래를 불렀고(1960년대 록 스타일을 재현한 그 쇼에서 모델들은 리지 트룰리의 둥근 접시 머리를 그대로 차용한 채 나타났다), 루엘라의 2009 f/w 컬렉션에 카키색 트렌치코트에 골드 글러브, 그리고 골드 컬러 부츠 모습으로 섰다. 하룻밤 사이에 스타일 아이콘이 된 뉴욕 패션 신의 이런 거품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최근 <나일론>과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털어놓았다.
“제가 정말 끔직한 얘기 하나 알려줄게요. 전 만날 똑같은 옷을 입어요. 사람들이 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나 모르겠어요. 그건 패션이 아니에요. 제가 돈이 없기 때문이고 제가 옷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뉴욕의 이스트빌리지 예술가들과 패션 피플이 그녀에게 더 열광할 거라는 데 돈을 걸어도 좋다.

피트 도허티 Pete Doherty 만약 바짓단에 관한 가장 완벽한 모범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한다면 자료의 대부분은 피트 도허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남자들의 손톱 그루밍에 대한 가장 형편없는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한다면 그 자료 역시 피트 도허티가 될 거다. 마약 소지 및 투입 죄로 법정에 출두할 때를 빼고서는 그가 깨끗한 옷을 입은 걸 본 적이 없다. 그는 평생 빨래나 드라이클리닝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군다. 코트의 올은 다 풀려 있고, 모자는 얼룩져 있으며, 셔츠는 옷걸이에 걸어놓지 않았던 게 분명할 정도로 구깃구깃하다. 머리는 감은 걸까? 클린징 폼은 하는 걸까? 아니, 하다못해 화장실 다녀온 후 손은 씻는 걸까? 영국의 <가디언>은 저녁에 선글라스 쓰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피트 도허티 스타일을 따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영국의 윌리엄스버그나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가면 <가디언>을 읽지 않는 젊은이들로 버글거리는 걸 알 수 있다. 에디 슬리먼과 크리스 도넬리도 그 젊은이들과 생각이 같았다. 에디 슬리먼은 스키니 수트에 페도라를 매치하는 피트 도허티에게서 영감 받아 디올 옴므 룩을 완성한 적이 있으며, 카사비앙의 톰 메이건, 악틱 몽키스, 더 스트리츠 등의 뮤지션이 좋아하는 브랜드 ‘지오 고이(Gio-Goi)’의 크리스 도넬리 디자이너는 피트 도허티야말로 이 시대 스타일 아이콘이라며 티셔츠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리고 피트 도허티는 티셔츠에 보란 듯이 ‘drug free’라는 문구를 써넣었고. 스키니 수트, 페도라, 프레드 페리 피케 셔츠에 서스펜더, 칩 먼데이 데님 등 아무렇게나 입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은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가 보인 불안한 긴장과 매우 닮았다. 사실 그에게서 젊은이 특유의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다는 젠체함이 엿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언제나 약간 어눌한 듯한 목소리와 과장된 손짓으로 얘기한다. 그가 집에서 손가락을 허공에 튕기며 캣워크 연습을 하는 장면은 모 타블로이드지에서 선정한 ‘가장 민망한 순간’에 꼽히기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독특하게 보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그야말로 잘 보이고 싶어 죽겠다는 태도와 룩으로 일관한다. 물론 그건 그가 훌륭한 밴드 리버틴스의 멤버였다는 것과 함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이기도 하다.

[* 기사 전문은 <나일론>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에디터 : 나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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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언

200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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