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어디 가서 아는 체하기 좋은' 리스트

On February 16, 2009 0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 리스트 중 친숙한 이름이 하나도 없다고 절망하진 말자. <나일론> 독자의 신년 다이어트 계획엔 도움을 못 주지만 2009년 지금 ‘어디 가서 아는 체하기 좋은’ 각 분야의 주목할 만한 리스트를 만드는 데는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21세기가 끝나기 전에만 외우면 된다.

television:
프린지 vs 일레븐스 아워

올해도 미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두 편의 흥미진진한 작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프린지>와 <일레븐스 아워>다. <프린지>와 <일레븐스 아워>는 함께 시청하며 비교해볼 만한 구석이 있다. 전자는 시리즈를 비롯해 ‘미드의 제왕’이라는 제리 브룩하이머다. 후자는 <로스트>로 ‘미드의 전설’을 창조한 J.J 에이브러햄스다. 그럼 두 편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프린지>는 ‘과학적’ 오류와 폐해를 여성 FBI 요원 올리비아 던햄과 그 오류의 시발점인 과학자 월터 비숍이 풀어낸다. <일레븐스 아워> 역시 미스터리한 ‘과학적’ 사건을 정부에서 위촉한 과학자 제이콥 후드와 그를 경호하는 여성 FBI 요원 레이첼 영이 해결해 나간다. 이처럼 두 편은 내러티브 구조가 비슷하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연속성에서 차이가 있다.

<프린지>는 <로스트>의 창시자가 제작에 나선 만큼, 에피소드가 지속될수록 캐릭터와 그들 사이에 얽힌 사건은 미궁에 빠져든다. 이에 반해 <일레븐스 아워>는 명확한 귀결을 각각의 에피소드 말미에서 끌어낸다. <로스트>의 열혈 시청자라면 <프린지>의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면서도 과학적인 ‘체’하는 미궁에 매료될 것이고, 등의 범죄 수사물에 흥미가 있는 이라면 <일레븐스 아워>의 물리적 현실성에 빠져들 것이다. 시즌 1의 10여 에피소드가 미국에서 이미 방영된 지금, 현재까지의 승자는 <프린지>가 아닐까 싶다. <프린지>의 시작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와 사건이 흥미진진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올리비아 던햄 요원의 연인(!)이 그녀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 시청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이주영(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 편집장)

music :
플릿 팍시즈 vs 글라스베가스

2008년 하반기에 영국과 미국 음악계를 달군 밴드는 단연코 글라스베가스와 플릿 팍시즈다. 영국에서 데뷔한 글라스베가스는 멤버의 출신지가 글래스고와 라스베이거스라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고, 플릿 팍시즈는 미국 밴드임에도 영국 전통음악과 포크 사운드가 결합된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밴드 모두 장르적으로는 슈게이징과 드림팝의 지류에 속했지만 글라스베가스의 음악이 전기기타의 리버브가 만드는 공감각적 정서에 집중하는 것 같다면, 플릿 팍시즈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포크 스타일에 타악기나 현악기가 구성하는 서정미에 주력하고 있어 두 밴드의 음악은 닮은 듯 다르고,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정작 2008년이 끝날 무렵 영미권의 음악 매체와 수용자들은 두 팀을 2008년의 베스트로 뽑았다. 그만큼 신선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사운드라는 얘기다. 이 음반들은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두 팀 모두 곧 라이선스화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혼자 있을 때나 둘이 있을 때나 심야나 오후나 상관없이 감상하기에 적합한 음악으로 독특한 서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글라스베가스는 ‘목욕탕 사운드’의 정수라고 할 만한 소리를 선보인다. 싱글 히트곡 ‘Daddy’s Gone’이나 ‘Polmont On My Mind’를 추천한다.

플릿 팍시즈는 아름다운 설원이 연상되는 ‘White Winter Hymnal’과 목가적인 관조가 느껴지는 ‘Tiger Mountain Peasant Song’, 그리고 히피 시대의 포크 록이 연상되는 ‘Your Protector’를 추천한다. 맑은 보컬과 대조되는 타악기의 두근거리는 긴장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차우진(음악 칼럼니스트)

wine:
라피트 레정드 시리즈 vs 레 오 드 레스탁

올겨울 국내에서 론칭한 ‘라피트 레정드 시리즈(Lafite Legende Series)’와 ‘레 오 드 레스탁(Les Hauts de Lestac)’ 모두 세계적 명성의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밸류 와인임이 분명하지만, 예전 같으면 한결 비싸고 명망 있는 와인들로 향했을 스포트라이트가 경기 침체라는 날벼락 탓에 저렴한 이들의 몫이 됐다. 라피트 레정드는 보르도 5대 샤토의 하나인‘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child)’에서 대중을 위해 마련한 보급형 와인이다. 보르도 최고의 테루아를 일상에서 즐겁게 마시도록 했으니 일종의 ‘선심 쓰기용 와인’이라 해도 좋겠다. ‘와인쟁이’들 사이에선 예전부터 5만원 이하의 프랑스 와인은 재미도 개성도 없는 데다 맛이 떨어진다는 해묵은 오해가 있다. 라피트 레정드를 맛보면서 그것이 오해로 머물러야 할 헛소리임을 깨달았다. 입안을 강하게 터치하지 않아 부담이 덜한 타닌과 가벼운 과일의 아로마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초보자와 애호가 모두에게 어필할 맛이다. 보르도 AOC급 와인은 대개 깔끔한 뒷맛과 단정한 균형미로 승부수를 던지는 타입이 많은데, 그런 면에서 라피트 레정드는 정답에 가까운 풍미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레 오 드 레스탁은 프랑스 1위이자 전 세계 3위의 와인 생산 업체인 카스텔 그룹에서 작심하고 만든 고품질 AOC 와인이다. 개인적으로 10만원 미만의 프랑스 와인을 보고 우아하다는 표현을 갖다 붙이는 것을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인데, 레 오 드 레스탁의 농축된 맛과 은근한 여운을 경험하고 나서는, ‘충분히 우아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동급의 프랑스 와인에서 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과일 향을 최대한 풍성하게 올리고 텍스처와 복합미를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와인에 대한 심미안이 우리보다 나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물건’임을 알아차리고 열렬한 구매로 화답하는 중이다. 단일 브랜드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무통 카데’의 아성을 위협할 도전자를 가르는 승부이기도 하기에 2009년 ‘착한 와인 대결 구도’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진백(<와인 앤 더 시티> 저자)

architecture:
56 레오너드 스트리트 vs 오르도스 100
지구를 들썩이는 건축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마다 세상의 ‘미친놈’은 모두 건축가라는 사실을 새삼 인정하게 된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트라이베카에 57층 높이로 세우는 ’56 레오너드 스트리트(56 Leonard Street)’는 스위스 건축 회사 ‘헤르조그 & 드 뫼롱’의 작품이다. ‘젠가’에서 영향받아 층마다 블록을 엇비슷하게 쌓아 올리는 게 특징이며, 건물 사면을 통유리로 만든다. 이 건물이 완공되는 2010년에 어떤 ‘돈 많은’ 사람들이 입주하는지 큰 뉴스가 될 것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재난 영화에도 물론 등장할 테고. 더 큰 논란은, 내몽골 주거 개발 프로젝트 ‘오르도스 100(Ordos 100)’이다. 내몽골의 오르도스 평원에 1백 명의 건축가에게 1백 개 빌라의 건축 시안을 맡기는 프로젝트로, 중국 건축가 아이 웨이웨이가 ‘헤르조그 & 드 뫼롱’과 함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준 이라가시 등 1백 명의 건축가를 선정했다. 클라이언트는 중국의 젊은 갑부 차이 지앙이다. 건축가들은 건조하고 바람 부는 기후를 고려해 친환경적인 건축을 시도하지만 무모한 계획이라는 논란은 여전하다. 만리장성의 전적이 있는 중국인의 이 엄청난 계획은, 인류의 재앙일까, 건축학적 혁명일까?

movie :
랜스 해머 vs 코트니 헌트
‘선댄스’만큼 절묘한 영화제 타이틀은 아무리 뒤져봐도 없어 보인다. 서부 개척 시대 백인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한 인디언 춤 ‘선댄스(Sundance)’에서 빌려왔기 때문이다. 타이틀처럼 매년 선댄스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제2의 구스 반 산트를 놓치지 않고 배출했다. ‘2008년 내가 만날 가장 흥분되는 스릴러 중 한 편이다.’라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찬사를 들은 <프로즌 리버> 역시 선댄스 화제작으로, 신예 감독 코트니 헌트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생계를 위해 불법 이민자 밀입국에 손을 대고 파멸해가는 레아의 이야기를 듣는 건 관객에게 가혹하고 시린 경험이다. 한 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레아의 갑갑한 심경은 <파고>를 연상시키는 눈 덮인 모호크의 풍광과 어우러져 배가된다. <발라스트>의 랜스 해머 역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자로, 지금 할리우드를 가장 들뜨게 만드는 새로운 피다.
<발라스트>는 흑인 빈민이 대다수인 미시시피 지역을 배경으로 하며, 한 남자의 자살 이후 남은 가족이 겪어야 하는 비정한 현실을 담는다. 그럴듯한 음악도, 근사한 대사도 없다. 다르덴 형제의 촬영 기법을 닮은 핸드 헬드 카메라가 불안한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간다. 실제 그 지역에 사는 비전문 배우를 고용하고 인공 조명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광을 활용했으며, 별다른 내러티브의 구성 없이 영화 순서대로 촬영했다. 감독은 이렇게 느리고 정직한 방법으로 한 가족을 통해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폭력적인 이 지역의 공기를 포착한다. 의외로 해머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의 시각 효과 전문가로 영화계에서 7년이나 일한 경력의 소유자다. 베를린 영화제가 이례적으로 신인 감독의 첫 장편을 경쟁 부문으로 선정할 정도로 이 감독의 능력은 지금 영화계에서 화제다. 벌써 그들의 다음 작품을 엿보고 싶다. 이화정(<씨네21> 기자)

icon:
이자벨 맥널리 vs 셸비 키튼
<가십 걸> 때문인지 패리스 힐튼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유행을 선도하는 여자애는 어릴 때부터 가격표를 보고 물건을 사지 않는 부잣집 출신들이 돼버렸다. 코리 케네디의 친구이자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사장 딸인 이자벨 맥널리는 ‘마이 스페이스’ 하나로 패션 업계의 떠오르는 아이콘이 됐다. 사실 이자벨은 좀 못생겼다. 피오나 애플을 닮은 게 그닥 자랑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종류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엄청나게 낡은 단화와 대충 걸쳐 입은 듯한 차림새로 명품이니 뭐니 우습게 아는 태도를 보여준다. 광고에 이어 영화까지 찍었으니, 코리 케네디보다 유명해지는 일만 남았다. 그녀에 비하면 모델 셸비 키튼은 텍사스 출신의 전형적인 미국의 금발 미인이다. 찍은 광고도 모두 아베크롬비&피치, 아메리칸 이글, 어반 아웃피터스로 미국적인 브랜드들이다. 청순한 소녀와 섹시한 여자를 넘나드는 예쁜 얼굴인데, 할리우드 누아르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어딘지 모르게 힘들게 성공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영화라면 그녀가 맥널리보단 더 나을 것 같은데…

novel:
니콜 크라우스 vs 주노 디아스

떠들썩하게 문단에 등장하지 않는 작가는 사후에나 빛을 본다. 그것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작가’라는 억울한 타이틀로. 그러니 니콜 크라우스를 둘러싼 소동, 열두 살에 헨리 밀러, 에인 랜드를 읽었고 발간한 두 편의 소설이 지루한 뉴욕 문단의 충격이 됐다는 것쯤은 참고 보자. 여성 작가가 제인 오스틴처럼 평생 궁상맞게 혼자 사는 건 옛날 얘기다. 그녀의 남편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역시 ‘시끄럽게’ 등단한 조너선 사프란 포어다. 2년 전 <옵저버>가 밤늦게 클럽에서 노는 대신 일찍 결혼한 뉴욕의 젊은 커플을 ‘뉴 빅토리안’이라 명명했을 때, 대표적 사례가 ‘히스 레저와 미셸 윌리엄스’ ‘리브 타일러와 로이스턴 랭던’, 그리고 저들이었다. 크라우스가 들창코의 추녀라거나 포어가 감자칩만 먹는 ‘너드’라고 의심했다면 오산이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사랑의 역사>를 들고 있는 파파라치 컷을 보고, 읽은 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칙 릿’ 소설인 줄 알았는데. 정말 열세 살에 <백년의 고독>을 읽었구나 싶은 철학적인 소설이다. 하지만 진짜 <백년의 고독>의 부활은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다. 첫 단편집 이후 11년 만의 장편소설인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입담에 크라우스도 낄낄거리고 읽었을 게 뻔하다.

graphic :
익스페리멘털 제트셋 vs 대니얼 이톡
나는 네덜란드 그래픽디자인 팀 익스페리멘털 제트셋(Experimental Jetset)과 영국 그래픽디자이너 겸 작가 대니얼 이톡(Daniel Eatock)이 올 한 해 보일 행보에 관심이 있다. 양측 모두 ‘새로운’ 인물은 아니다. 내가 대니얼 이톡 작품을 처음 본 것이 1998년이니, 적어도 그는 10년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다. 익스페리멘털 제트셋 역시 1997년에 암스테르담에서 결성된 디자인 집단이다. 둘 다 커리어 중반에 도달한 셈인데, 이톡은 그간의 작업을 정리한 책 <대니얼 이톡: 임프린트(Imprint)>를 지난해에 내놓았고, 제트셋은 마침내 바로 며칠 전 몇 년째 갱신되지 않은 웹사이트(www.jetset.nl)를 전면 쇄신해 열었다. 둘 다 특정 형태나 스타일보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훨씬 중요시한다. 언어적 아이디어를 되도록 명쾌한 시각적 형태로 번역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둘 다 일반적 디자인 작업뿐 아니라 순수 미술 작업을 병행한다. 둘 다 자신의 작업을 정연히 설명하는 일에 크게 집착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톡의 아이디어가 좀 더 미묘하고 개인적이고 시적인 데 비해, 제트셋은 더욱 지적이고 정치적이며 문화적 ‘코드’에 기초한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톡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가 한 다른 작품을 비교해봐야 하고, 제트셋 작품을 이해하려면 디자인·미술·음악·정치·철학에 대한 일정 지식이 필요하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두 작품 모두 아이디어 자체의 실질적 의미보다 오히려 그 아이디어가 시각 이미지로 부호화된 방식을 풀어내는 과정의 미적 즐거움이 감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져서, 한번 게임의 자물쇠를 풀면 다소 공허한 뒷맛이 남는다. 개념적 작품의 물신화라는 역설을 얼마나 영리하게 피하느냐가 두 디자이너 집단에게 중요한 도전이 아닐까 싶다. 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


photo :
피터 서덜랜드 vs 팀 바버
‘<페리스의 해방>이나 <조찬 클럽> 같은 영화는 나도 봤는데.’라고 말해봤자다. 피터 서덜랜드는 스케이트 보더들을 촬영하고 영화 <페달>을 만든 모든 과정을 저 두 편의 영화로 설명하곤 한다. 확실히 21세기에 사진가로 뜨려면 일단 젊은 청춘에게로 앵글을 돌려야 한다. 그의 사진엔 아이팟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도시의 소음을 걷어낸 듯한 차분한 침묵이 있다. 축구장의 아이들이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젊은이들. 하지만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은 ‘사슴’ 시리즈다. 춥고 황량한 숲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은 사슴들은,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조지 클루니가 한밤중에 고향 근처의 숲에서 말을 쓰다듬는 장면 같다고나 할까. ‘레이먼드 카버라면 나도 읽었는데.’라고 말해봤자 역시 소용없다. 팀 바버와 우리가 다른 게 있다면 그는 10대였을 때 찍은 사진을 모아 이란 사진집을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창피를 당하는지 20세기 내내 봐왔다. 하지만 온라인 갤러리 ‘타이니바이시스(tinyvices.com)’로 명성을 얻은 그는 자신의 출판사 ‘TV books’로도 욕을 먹지 않는다, 게다가 잡지 <더 저널>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왠지 모르게 천진하다. 겨우 79년생이라는 걸 알아서일까, 사진이 좀 덜 추워서일까. 간혹 엎드려 자고 있는 소년의 머리맡에 필요한 만큼의 햇빛만 비치는 걸 보면 감상이고 뭐고 일단 당장 전화해서 어떻게 찍은 건지 묻고 싶어진다.

design :
캄파나 형제 vs 부흘렉 형제
최근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그들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떠오른 것이 ‘친환경 디자인을 얼마나 진지하고 기발하게 구현하는가’다. 이에 올 한 해 행보를 주목해야 할 가구 디자이너는 바로 브라질 출신의 훔베르토&페르난도 캄파나 형제와 프랑스의 로낭&에르완 부흘렉 형제. 건축·공학·법률을 전공하고 ‘취미’로 시작한 디자인이 본업이 된 캄파나 형제는 자투리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콜라주 같은 의자, 낡은 스쿠터 타이어 중앙에 바구니를 짜 넣은 쟁반, 500m가 넘는 로프를 엮어 만든 의자 등 일상 폐자재를 활용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기발하다 못해 기괴하게까지 여겨지는 캄파나 형제의 도발적인 ‘폐자재’ 가구는 사용해보면 정말 편안하고 편리하다. 최근 그들은 ‘숯’에까지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한편 장식미술 학교에 다니는 형을 보조하면서 동생 역시 장식미술을 전공해 필립 스탁을 잇는 프랑스의 대표적 모던 디자이너로 인정받은 부흘렉 형제는 개념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듈 가구를 제안하며 공간과 건축 디자인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작업은 모두 ‘근본’을 중시한, 개념적인 측면을 진지하게 반영한 디자인으로 표현되면서 단순한 가구와 공간을 넘어선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의자가 자란다’는 콘셉트의 의자 ‘식물성(Vegetal)’이다. 세계적 가구 브랜드 비트라에서 출시할 부흘렉 형제의 ‘식물성’ 의자는 4년여 간의 연구를 통해 탄생한 것으로, 19세기 북미에서 등장한 일종의 나무-조각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나무가 자라면서 의자가 된다는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의자가 자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연의 생장 과정을 의자의 구조로 흡수하여 유기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의미다. 2009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판매될 ‘식물성’ 의자는 새로운 디자인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민(프리랜서 라이스프타일 에디터)

gallery:
다이치 프로젝트 vs 에어 드 파리
스트리퍼이자 컬트 영화배우로 말론 브란도, 버트 랭카스터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고 알려진 리즈 르네의 ‘남자를 사로잡는 법’ 전시를 여는 갤러리가 또 있을까? 소호의 26개 상점에 26명의 작가가 설치한 ‘쇼핑’이라는 프로젝트는? 올레그 쿨릭이 갤러리에서 2주 동안 개로 산 악명 높은 퍼포먼스는? 시실리 브라운, 커트 카우퍼,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을 편애하는 것만 봐도 갤러리 ‘다이치 프로젝트(Deitch Projects)’의 도발적인 성향은 알 만하다. 뉴욕을 떠나기 전 2시간만 있다면, 다이치 프로젝트를 갈지 ‘오프닝 세레모니’ 숍에 갈지 망설이다가 시간을 다 허비하고 말지도 모른다. ‘

에어 드 파리(Air de Paris)’는 <나일론> 독자라면 꼭 가봐야 할 갤러리다. 필립 파레노, 조셉 그리즐리, M/M (Paris), 조시 스미스 등 에어 드 파리의 취향을 보면, 좀 거기 끼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힘들면, 이 갤러리에서 지금껏 만든 팸플릿이라도 훔쳐오고 싶다.

city:
베이루트 vs 류블라냐
아직도 베이루트에선 폭탄이 터지고 류블라냐에선 영어가 안 통해 손짓 발짓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21세기 이후엔 여행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은 사람이다. ‘중동의 파리’라 불리며 엘리 사브 같은 디자이너를 배출한 레바논의 베이루트엔 톱숍(Topshop)과 같은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고, 대학생이 유독 많은 젊은이의 도시 류블라냐 사람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하메드 알 아민 모스크만으로도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베이루트는 <뉴욕타임스>가 2009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언급한 도시기도 하다. 모스크와 지중해, 그리고 수준 높은 레스토랑과 쇼핑할 만한 상점들이 유럽만 좋아하는 보수적인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냐는 도시 전체를 숲이 둘러싸고 있어 ‘살기 좋은 도시’로 항상 손꼽힌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의 빈과 헝가리 근처여서 카페 문화와 갤러리 문화가 발달해 있다. 현대미술 신에서 중요한 그레고르 포냐르(Gregor Podnar) 갤러리가 있는 곳이 바로 류블라냐다. 헝가리와 체코에서 관광객들 뒤통수 때문에 멋진 사진 한 장 못 건졌다면 류블라냐로 발길을 돌리는 게 좋겠다. 물론 명심해야 한다. 관광객이 파도처럼 밀려와 이 도시들을 망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 에디터 : 나지언

Credit Info

에디터
나지언

2009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나지언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