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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다섯 남자

On February 06, 2009 0

아니, 이건 농담이 아니다. 요즘 우리를 웃기는 <개그콘서트> 다섯 남자가 카메라 앞에서 웃었다.

 

안상태
지금 쓰고 있는 알 없는 안경은 멋인가? 위장이다. 이런 거 진짜 재수 없어 하는데…. 평소에 비니를 눈썹 아래까지 내려 쓰고, 이 안경 쓰면 지하철 타고 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본다.
개그맨도 이왕이면 멋있는 사진 찍고 싶지 않나? 당연하다. 안 그런 사람 없지 않나? 프로필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시간이 안 났다. 잡지는 작정하고 멋있게 찍으니까 사진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오늘 인터뷰도 그걸 노렸다.
황현희, 김대범과 친하다고 들었다. 미니홈피 사진을 보니 셋이서 폐인 생활도 많이 한 것 같다. 극단 때부터 7년이나 됐으니까. 우리는 나름 바르게 산 건데, 생활 자체가 힘든 거였다.
한동안 침체기였던 <개그콘서트>가 요즘 다시 화제다. 사람들은 재미있으면 좋아한다. 내 생각으로는 공개 코미디가 이슈다, 리얼 코미디가 대세다 하는 게 딱히 없는 거 같다. 인터넷이 워낙 잘돼 있으니까 재미있는 건 금방 소문이 난다. 그러다 재미없으면 두 달 후에라도 없어지고.
지금까지 최고의 파트너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김진철 아니겠나. 호흡이 느린 편인 나를 빨리빨리 잘 이끌어주었다. 애드리브도 좋았고. 
다른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 중에 재미있게 보는 거 있나? ‘웅이 아버지’가 웃기더라
안어벙, 안상순, 누렁이 등 지금까지 캐릭터 위주의 개그를 했다.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찾나? 예전 기억에서 많이 찾아낸다. 주변에서 본 사람이나 있을 법한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더 재미있어하는 거 같다. 내가 또 연기를 있을 법하게 하지 않나? 캐릭터를 먼저 잡고 그다음에 어떻게 웃길 것인가를 고민한다.
안상태 기자 캐릭터는 어디서 나왔나? 먼저 생각한 건 연기를 어색하게 하는 캐릭터였다. 배우가 아니라 가수가 연기를 하는 뮤직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어색한 거다. 자기 여자친구를 발견하고 놀라는 거였는데, 발견도 안 했는데 놀라는 연기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안일권과 함께 ‘어색극단’을 짰는데 젊은 사람들은 좋아했지만, 나이 든 분들은 전혀 이해 못하는 분위기였다. 제작진 쪽에서 계속 수정해서 7번을 고쳤고, 기자로 바뀌면서 어색한 콘셉트에서 억울한 콘셉트로 갔다. “난 줄리엣 사랑했고, 결혼하고 싶을 뿐이고.”에서 “난 지뢰 밟았고.”로 간 거다.
리얼 버라이어티 욕심은 안 나나? 방송에서 많이 떠드는 편은 아니다. 보통 예능 프로 나가면 계속 떠들라고 하는데 리얼은 안 그런 것 같더라. ‘1박 2일’ 너무 좋아해서 해보고 싶다.
리얼 버라이어티 안에서는 저마다의 캐릭터가 정해진다. 만약 출연한다면 자신의 어떤 성격이 부각될 거 같나? 후배들이 그러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너무 진지한 면이 있단다.
영화에도 출연했고, 연기 경험이 다양한 편이다. 정극과 다른 점이 있나? 공개 코미디는 영화와 달리 표현의 한계가 많다. 속삭이는 건 전달이 안 된다. 하지만 아드레날린 분비는 최고다.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흥분된다. 살아 있는 것 같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기대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초조하지 않나? 평소에 웃겨야겠다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다. 근데 NG 내서 재밌는 걸 재미없게 하는 건 정말 속상하다.
‘안상태 기자’ 할 때도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나만 보이지만 막상 무대에 등장하면 관객들이 앞에서 손 흔들고 난리가 아니다. 그래서 최근 한 2주간 머리가 멍해지는 바람에 재미없게 나왔다. 자숙의 시간을 갖고 다시 웃기고 있다.
롤 모델이 있나? 요즘엔 서너 살 애들도 “난…” 이러면서 내 개그를 따라 한다. 그럼 그 아이들이 나중에도 내 생각이 날 거 아닌가. 나도 어릴 때 이주일 선생님 개그를 따라 한 게 기억이 난다. 나중엔 선생님처럼 존경받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개그맨 되고 가장 뿌듯한 경험이 뭔가? 여든 되신 할머니가 손녀랑 같이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있다. 공연 끝나고도 자리를 안 떠나시기에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해서 손녀가 모시고 온 거였다. 정말 감동 받았다. 할수록 더 보람된 일 같다.
상 욕심은 없나? 물론 상 받으면 좋다. 신인 때 한 번에 두 개를 받았는데, 상이라는 게 독이 될 수 있다. 좀, 자만하게 되더라. 이번에 상 못 받은 걸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안상태 기자 나오고 최고로 웃긴 방송 내용이 뭔가? 한인 아파트 화재 현장 이야기?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한인 아파트 화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5층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건물 6층까지 왔는데…. 난, 7층 살고 있고, 어제 이사 왔을 뿐이고, 우리 가구 나전칠기고!”
잘될 것 같은 후배 있나? 오지헌 보면서도 사람이 웃기게 생겼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박지선 보고 알았다. 지선이한테 “네 외모 가지고 개그 아이디어 내면 속상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니요. 전 평범하게 생긴 거 같아요.” 그러면서 계속 진지하게 말을 하는 게 웃기더라. 지선이가 잘될 것 같다. 똑똑하기도 하고 마인드도 좋다. 나중에 분교 가서 선생님 할 거란다. 개그우먼 됐는데 선생님 되면 좀 그렇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왜요, 개그 우먼이 선생님이면 애들이 더 좋아하잖아요.” 하는 데 감동했다.
지금보다 더 인기가 많아져도 <개그콘서트>는 계속할 건가? 물론. 나가라고 할 때까지 할 거다.

 

김대범
아침에 인터넷 뉴스에 이렇게 떴다. ‘도움상회의 정치 풍자, 욕먹는 게 당연하다’. 조심스러워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대답을 해도 이런 분위기라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도움상회’의 처음 취지는 뭐였나. 보람상조에서 혹시 전화 오지 않았나. 보험 회사, 상조 회사의 독특한 광고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탤런트가 나와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사망 시 천만원’ ‘마지막 가시는 길 편안히 모시겠습니다’라는데 안 좋은 얘기를 어찌 저리 웃으면서 하는지 의아했다. 이걸 패러디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불특정 다수에게 명분 있는 개그를 하고 싶었다.
<개그콘서트>가 다른 개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전국노래자랑〉이 20년 됐고, 국내 최초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는 10년 장수했다. 무게감과 노하우, 이웃 같은 정다움, 새로운 방향이 공존한다. 선Q배가 후배를 이끌어주지만,선배라고 해서 방송 분량을 더 많이 주는 건 아니다. 공정하다. 재미있으면 우선권이 있으니 기를 쓰고 아이디어를 짜게 된다.
<개그콘서트>를 집에서 다시 봤을 때 가장 재미있는 코너는 뭔가. ‘할매가 뿔났다’. 파격적인 데다 너무 웃기다. 장동민은 지금 가장 물이 올랐고, 유세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부러울 정도다. 
개그맨이 되기 전부터 원래 주위를 웃기거나 웃기는 일에 희열을 느꼈나. 오락부장은 늘 나였다. 그때 유행하던 건 바보 개그였지만 난 앞에 나가 허무 개그를 했다. 무려 20년 전에 허무 개그를 한 거다! “동네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하면 사람들이 막 나름대로 대답을 한다. 그럼 내가 “그냥 죽었습니다.” 하면 완전 폭발적이었다. 그런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롤 모델은 누구인가. 짐 캐리, 앤디 카우프먼, 기타노 타케시, 주성치 등 배우고 싶은 이들은 너무 많지만 닮고 싶지는 않다. 김대범스러운 개그맨이 되고 싶다.
다른 개그 프로그램도 챙겨 보는 편인가.  <웃찾사> <개그야>는 반드시 보고, 쇼 프로그램, 시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는 거의 다 보는 편이다. <인간극장>은 죽어도 본다. 진지한 것에서 개그 코드를 찾아내는 게 좋다. 보면서 표현법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요즘 개그는 전문성을 요구해서 그냥 “내시로 만들어주겠습니다”보다 “조선 시대 정이품 내시로 만들어주겠습니다.”라고 해야 더 먹힌다. 
돈도 많이 벌었나. 난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동료에 비해 많이 번 건 아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우리네 일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군대에서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때 대대장님이 그러더라.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중심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 주변에 계속 머물 수 있을 것이다.” 한 달에 10만원을 벌더라도 개그맨이 되자 결심했다. 못 먹을지언정 가슴은 채울 수 있을 거라는 허황되지만 당당한 꿈을 꿨다. 길거리 공연을 하던 어느 겨울날 상태 형이 ‘돈 못 벌어도 이거 계속하자.’고 하더라. 좋은 사람들 만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꿈같은 시절이다.
유독 개그맨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공개하더라. 실없고 철이 덜 들어 보이는 게 개그맨이지만 깊이가 있는 사람이 많다. 여자친구 공개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동방신기가 애인을 공개하면 난리가 나겠지만 난 누구 하나 깜짝 안 한다. 오히려 축하를 받지.

 

황현희
사돈의 팔촌에까지 감사한다 어쩌고의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짧은 수상 소감 좋더라. 근데 영혼을 팔아서까지 웃겨야 하나? 개그맨이라고 그런 자리까지 가서 일부러 웃겨야겠단 생각은 없었다. 솔직한 생각을 얘기한 건데, 개그맨은 다 웃더라.(웃음)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거다.
개그맨이라고 바보 분장하고 망가지는 것보다 품위를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정장 개그’라고나 할까? 바보를 잘 못한다. 어렸을 때 영향을 받은 사람이 주병진 선배님이나 김병만 선배님 스타일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망가지는 거 잘하고 싶은데 어색하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웃는 건 확실히 어색하다. 무뚝뚝한 게 낫다. 최근 3, 4년간 방송에서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다. 황현희는 좀 안 웃으면 좋겠다는 분도 있다. 실제로는 되게 잘 웃는다. 개그할 때 많이 참는 거다.
요즘 잘나간다는 건 느끼나? 그건 잘 모르겠다. 근데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말만 하면 다 기사가 돼서. 창렬이 형과는 그 기사 나오고 다시 술 먹었다.
인기가 많아져서 그렇다. 이런 인기, 예상했나? 하다보면 된다고 생각은 했다. 사실 내가 눈에 확 들어오는 캐릭터는 아니다. 상태 형이나 세윤이나 동민이 형이나 윤형빈 씨는 캐릭터가 확실했다. 그렇지 못하고 어중간한 분들이 있는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냥 나름대로 계속 황현희식 개그를 선보였다.
솔직히 좀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겸손한 얘기는 사절이다. 물론이다. 이런 쪽에 재능이 있는지 몰랐다.
재능이 있는지 몰랐는데 하고 보니까 잘한다? 안티 좀 생기겠다. 하하. 사실 뭘 해도 잘한다.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유행어 만들 때.
버라이어티 감 좀 잡고 있나? 할 만하단 생각 드나? 5년 뒤를 내다보고 하는 거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20대는 개그맨이 아니다, 30대부터 개그맨이다. 그만큼 여러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나이라는 거다. 이제 30대에 들어섰으니까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공개 코미디를 놓고 싶진 않다. 양쪽 다 잘하고 싶다.
개그 스타일 때문이겠지만 <스폰지>나 <위기탈출 넘버원> 등 진지한 버라이어티에서 선호한다. 나한테서 무슨 똑똑한 말이 나올 줄 알고 기대하는 눈치다. 사실 좀 부담스럽다.
정말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한 걸음이 되기도 했지만, 실제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에 출연하는 데는 망설임이 있었을 듯하다. 개그 소재로 삼던 실제 프로니까.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웃음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판단했다.
코너를 질질 안 끄는 스타일인가? ‘많이 컸네~ 황회장’도 인기 많은데 내렸다. 내가 재미없기 시작하면 안 한다. 나도 재미없는데 시청자는 오죽 하겠나. 기본적으로 한 코너는 10개월 이상 안 하는데 황회장은 좀 길게 했다. 내리려고 했는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가 갑자기 유행어가 돼는 바람에.
뜬금없는 오나미 씨와의 키스신은 어떻게 구성하게 됐나? 그냥 못생긴 여자가 들이대는 콘셉트였는데 PD님이 뽀뽀를 하라고 했다. 근데 뽀뽀하고 나서 반응이 너무 좋았다. 오히려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절대 뽀뽀하지 마라, 오나미 너 죽는다’ 이런 글들 보면서 ‘오오, 그래, 그래, 계획대로 돼가고 있는데?’ 했다.
인터뷰 보니 세게 얘기하더라. PD에게 찍혀서 코너 빨리 내리게 됐다는 얘기도 그렇고. 그런 얘기를 해도 되나? 요즘 추세가 ‘리얼’이고 독한 걸 많이 원해서 웃음을 주려고 그랬다. 숨기고 싶거나 그러진 않다.
개그맨으로서 안 해야겠다는 기준도 있나? 행사 가면 이상하게 되게 창피하다. 돈 벌러 온 것 같은 느낌 있지 않나. 웬만하면 안 한다.
만약 신에게 뭔가 달라고 할 수 있다면 뭘 요구하겠나? 키다.
키? 개그 하는 데 불편한가? 아니면 남자로서? 사는 데 불편하다. 키가 크면 좋겠다. 한 190cm?
살면서 어른이 한 말 중에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건 뭔가? ‘미친놈이 돼라’. 학교 담임이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미친놈이 돼라, 한 분야에 미쳐 있어라.


장동민
유세윤의 건방진 캐릭터는 장동민이 만들어준 거라는 기사가 떴다. 억울하지 않나? 엄청 억울하다. 인간 안 되는 걸 내가 키워줬다.
유세윤한테 돈 빌린 것도 화제다. 안 줄 생각이다. 나중에 보증 서게 하고 차압까지 당하게 할 거다.
2년 넘게 장수한 ‘대화가 필요해’가 막을 내렸다. 애착이 많이 가는 코너였다. 데뷔 초기엔 너무 독한 것만 많이 해서 사람들이 걱정도 했다. 그러다가 ‘대화가 필요해’를 하면서 처음으로 ‘정상적인’ 캐릭터를 했다. 우스갯소리로 “<개그콘서트> 3년 만에 사람 캐릭터 합니다.”라는 말도 많이 했다.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사람들도 적응했고, ‘할매가 뿔났다’를 함께 하면서 연기의 폭이 다양해진 거 같다.  
‘할매가 뿔났다’의 할매 캐릭터는 어디서 나왔나? 내 친구는 자기 할머니랑 똑같다고 하더라. 사실 우리 할머니가 코너 속 할매보다 5만배는 더 심했다.
할머니 역할이니까 ‘그래, 이 새끼야’ 유행어도 허용되는 것 같다. 처음에 여러 단체에서 항의를 많이 했다. 애들 보는 프로그램에서 욕하느냐고. 앞의 내용을 안 들어서 그런다. “내 새끼, 우리 새끼” 할 때는 욕이라 안 하고 그 뒤에 할 때는 욕이라 하고. 사실 그게 언어유희지 않나. 한 번은 “개나 줘 이 새끼야.”를 잘못 들은 시청자 때문에 나를 방송에서 내리라고 한 적도 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때리고 욕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얘길 않다가 왜 개그 프로에는 그렇게 과민반응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렇게 반응할 거면 차라리 안 보면 좋겠다는 거다. 마음을 열었을 때 비로소 웃을 수 있다. 
코너에서 입는 ‘몸뻬’ 바지가 잘 어울린다. 의상 공식 같은 게 있다. 보는 사람들이 ‘나보다 못하구나, 모자라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웃을 수 있다. 잘생긴 사람이 잘 못 웃기는 게 경쟁의식을 일으켜서 그런다. 
<개그콘서트> 들어와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뭔가? 맨 처음에 유세윤, 안상무랑 ‘내비게이션’이란 코너를 했다. 내비게이션 기계가 말을 하면서 사람들 골탕을 먹이는 건데 당시엔 진짜 신선한 개그라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그 코너를 보면서 안 웃으시는 거다.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어린애부터 백 살 할머니까지 내가 원하는 포인트에서 웃을 수 있는 대중적인 개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비나 할매나 모두 쉬운 캐릭터다. 어른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게 보람이 있다.
‘새 코너 같이 하기 싫은 사람 1위’는 벗어났나?사람마다 캐릭터가 있는데, 나는 ‘대화가 필요해’ 하기 전까지 개그맨 사이에서는 ‘웃기는 사람’ 역할이었다. 신인 때 심형래 선배님과 같이 했는데, 선배님이 나보다 덜 웃긴 역할을 맡았다. 그때부터 이미지가 쟤랑 코너하면 ‘쟤가 다 웃긴다’였다. 강유미랑 붙으면 그 어떤 사람도 안 된다. 지금까지 나랑 5년 동안 함께한 유상무는 빛을 못 보고 있다. 
같이 연기했을 때 빛을 잃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나마 세윤이가 발악을 하는데, 그래도 묻힌다.
정극을 하다보면 리얼 버라이어티 출연은 겁나지 않나? 사실 가장 어려운 건 <개그콘서트>다. 강호동 형이 ‘대화가 필요해’에 나왔는데 공개 코미디 무대에 처음 나온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말 긴장 많이 하더라. 그런 걸 보면 ‘우리가 대단한 무대에 서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왕년엔 ‘그까이꺼 대충’ 유행어로 주석의 곡에 피처링도 했었다. 진짜 랩이나 노래를 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남 부러워하는 거 없는 성격인데 딱 하나 부럽다. 노래 잘 하는 거.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딱 한 곡만, 정말 잘 해 보는 게 소원이다.
잘될 것 같은 후배 있나? 박영진. 예전에 <개그콘서트> PD님이 신인인데도 나나 세윤이를 좀 좋아라 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쟤들은 무대 나가서 관객을 가지고 놀잖아.”라고 했는데, 그 말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영진이는 자기만의 개그 스타일이 있고, 신인답지 않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올해 목표와 장기 목표가 궁금하다. 유상무를 밀어줄 거다. 같이 코너를 하든지 뭘 하든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지. 물론 나도 잘 해야 하고. 아주 먼 목표는 세윤이 돈 갚는 거? 세윤이 애기 낳으면 애들 장학금 같은 걸로 주던가.

윤형빈
오늘은 누구? 하하. 손담비와 샤이니가 방청객으로 온다고 해서….
‘왕비호’가 뜰 거라고 예상했나. 그렇다. 사실 욕하는 것 같지만 모두 공감하는 부분을 건드리면서 결국 칭찬으로 끝나니까.
독설을 퍼부은 연예인 중에 그래도 ‘이건 좀 심했나.’ 하는 뜨끔한 기억은 없나. 이효리 씨에게 미안하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전화 연결을 하는 바람에 통화를 했는데 몇 마디 짧은 대화를 하다가 그만 “이효리 씨도 이제 이모뻘이잖아.”라고 말해버렸는데 순간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거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식은땀이 났다. 이효리 씨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 사과를 전했는데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시상식에서 “어이, 이순재….” 하는 거 보고 좀 철렁했다. 연배 높은 분들이 다 앉아 계시니까 정말 긴장되더라. “어이, 이순재….” 하고 나서 “선생님, 이게 원래 이런 코너입니다.” 하니까 씨익 웃어주셨다. 그 순간 안심이 됐다.
네이버에 ‘윤형빈’이라고 쳐봤나. 가장 기억에 남는 멘트는 뭐였나. ‘윤형빈 살인’이다. 악플에는 이골이 났지만 청부 살인을 하겠다는 건 섬뜩한 얘기니까. 그런데 댓글을 다는 네티즌이 거의 초등학생, 중학생이라더라. 인격적으로 덜 완성된 사람들이 쓰는 거니까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심한 말을 쓰는 애들을 누군가 엉덩이 터지도록 때려주면 좋겠다. 
의상은 누가 골랐나. 동대문에서 샀다. 반바지는 내가 고르고 티셔츠는 경미가 골라줬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데 조금은 귀엽게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빨간 하트가 그려진 티셔츠를 골라주더라.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내가 패션에 관심이 많다. 콘셉트가 ‘기괴한 남성복 런웨이’다.
연예인이라는 게 참 올라가는 건 어려워도 내려가는 건 한순간인 것 같다. 개그맨이 가장 심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개그맨은 하나도 없을 거다. 하지만 개그맨은 가장 잘 뭉친다. 시상식 보면 알잖나.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민다고, 어려운 후배 있으면 선배들이 알아서 띄워주려는 그런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너무 좋다. 
윤형빈은 노래를 잘 부르잖나. 하하. 잘은 못하지만 즐겁게 한다. 6인조 밴드 오버 액션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데, 2, 3개월 후에 2집이 나온다. 개그가 직업이라면 노래는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거다. 이 곡이 뜰까, 뜨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으면서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니까 행복하게 한다.
울컥할 때 부르는 노래가 있나. ‘서른 즈음에’와 ‘비상’.
윤형빈의 꿈은 뭔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나는 MC가 되는 거, 또 하나는 가정에 소홀하지 않는 거다. 김제동 선배에게 방우정이라는 좋은 스승이 있듯 나에게도 스승이 있다. 언젠가 그분이 “너 누가 가장 훌륭한 MC라고 생각하느냐.”라고 해서 여러 선배 이름을 댔다. 하지만 그분은 송해 선생님이라고 말씀하셨다. 송해 선생님은 진행을 넘어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는 분이라고 했다. 정답이었다. 나이 지긋한 분이 나오면 예의를 갖추고 꼬맹이가 나오면 바로 할아버지가 된다.  
<개그콘서트> 멤버 중에서 누구와 가장 친한가. 음…. ‘토이스토리’의 정경미라고, 하하. 정경미 포에버!

 

Credit Info

2009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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