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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talents, 이하나

On February 06, 2009 1

“착한 옆집 동생 같아요.”류의 구태의연한 표현은 딱 질색이지만 이하나야말로 우리 옆집 302호에 살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여배우에게 없는 것들이 이하나에겐 너무 많다.

아이보리 플라워 장식의 언더웨어는 스카이 블루 슬리브리스 톱.

화이트 체인 프린트 톱과 블랙 코튼 재킷, 화이트 랩 스커트는 모두 앤 드뮐미스터, 화이트 스트랩 슈즈는 셀린, 레드 스팽글 하트 브로치는 톰그레이하운드.

이하나가 음악가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대학에서 생활음악을 전공했으며 포크 록, 보사노바, 팝, 대중음악에서 인디 뮤직까지 가리지 않고 즐긴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기타를 치며 멋진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익숙하다. 밴드를 만들고도 그놈의 무대 공포증 탓에 연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음악 프로그램의 MC 자리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이 인터뷰야말로 그녀에겐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 같은 거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면서 의미 있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싸한 공기를 어떻게 하면 뜨겁게 바꿔야 할지 도통 모르겠거든요. 게다가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이 나오면 더 굳어져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이런 장난을 쳐도 되나’, 머릿속이 완전 복잡해지니까요. 오히려 게스트가 분위기를 띄워주니 고맙고 미안하고…. 이렇게 제가 인터뷰를 ‘당하면서’ 어떤 질문이 마음에 와 닿는지,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답을 유도해내는지를 배우고 생각하려고요.”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끝나고 <페퍼민트>의 진행자가 이하나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러브레터>에 나와 기타를 치고 자작곡을 부르며 뜻하지 않게 큰 웃음을 주었을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케렌 앤 같은 목소리를 지닌 배우’라는 찬사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하필이면 왜?’라는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이런 경우 할리우드 영화 속에선 대개 ‘(남모르는 곳에서 피땀 흘리는 장면을 삽입한 뒤) 엄청나게 잘해서 기립 박수를 받으며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지만 안타깝게도 첫 방송 녹화를 마친 그녀는 울어버리고 말았다. “윤도현 선배님이나 이소라 선배님처럼 잘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그렇게 못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그냥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해줬을(지도 모르는) 위로의 멘트와 충고 한마디조차 받아쓰기 하듯 되새기고 연신 고마워하며 어쨌거나 지금 이하나는 8번의 <페퍼민트>를 무사히 마쳤다. 이젠 어떤 뮤지션이 나와도 잘도 웃으며 잘도 얘기한다. 살짝 허스키한 저음이 스튜디오를 울릴 때마다 ‘기타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인터뷰 내내 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가씨, 노래 한 곡 부탁해요.” 하면 당장이라도 불러줄 것만 같았다.

네이비 체인 장식의 모직 코트는 에린 브리니에,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는 필라소피 디 알베르타 페레티

<나일론> 어때요? 무지 꼼꼼히 보시던 걸요? 너무 좋아요. 사진 톤이 일단 예쁘고요, 뮤지션이 많이 나와서 흥미로워요. 뭐랄까, 저랑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면이오?) 강하지 않아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점도요.

그러고 보니 작품 속에서의 이하나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굉장히 밝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바로 친구가 되는 성격인 줄 알았거든요. 낯을 가리지 않지만 아주 적극적이지도 않아요.
A형이지만 아빠가 O형이라서 O형의 쾌활한 피도 좀 섞여 있는 것 같고요. 대개는 조용하고 진지한 편이에요. 그래도 놀 때는 또 엄청 재밌게 놀아요. 완전 푼수처럼요. 여러 성격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다중이에요, 다중이.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성격은 뭐예요? 큰 걸 바라지 않는 거요. 항상 넘치고 항상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위로 막 올라가고 싶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명품 안 가져도 되고, 보석은 전혀 관심도 없고요. 그런 욕심 없는 거 보면 아직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보석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요. 그런가요? 하하. 저 보석 마니아 되는 거 아니에요?
<페퍼민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처음 녹화 때의 떨림과 지금의 긴장감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달라진 게 있다면 먼저 관객의 눈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앞에 누가 앉아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유를 찾고 보니 얼굴이 보이고 눈이 보이는데 왠지 응원해주는 것 같았어요. 제가 또 오버를 잘해서 아닐 수도 있지만, 하하. 그렇게 믿고 싶고 또 그렇게 믿고 있으면 떨리지 않아요. ‘앞에 보이는 저들은 내가 긴장하고 떨리라고 있는 분들이 아니야. 바보같이 내가 왜 긴장을 하고 있지?’ 이런 다짐을 하죠. 처음엔 그저 불안했다면 지금은 관객과의 소통에 대한 설렘이 생겼달까요. <페퍼민트>를
보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얼마나 열렬히 박수 쳐주시는지를 생각하면 열심히 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조바심은 많이 줄었어요.
<페퍼민트>를 하면서 무대 공포증도 좀 없어졌겠어요?
그럼요. 이것도 차차 나아져요. 생각해보니 얻는 게 더 많아요.
김정은의 <초콜릿>도 보나요? 꼭 보죠. 다 봐요. 예전에 이소라 선배님이 한 거, 윤도현 선배님이 한 거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봐요. 저도 그분들처럼 자연스러워질 날이 오겠죠. 그럼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평이 대부분이고 실제로도 그래요. 사실 그분들도 처음부터 썩 잘하진 않았잖아요. 고맙습니다. 정말 재미없고 뻔한 대답일 테지만, 더 열심히 할게요.
고맙습니다는 말을 굉장히 잘하는 것 같아요. 보기 좋은 걸요.
아, 네. 고맙습니다. 아이고 또 해버렸네.

비딩 장식의 테디베어 티셔츠는 프라다, 블랙 레더 재킷은 대큐트 바이쿤(Dacute by KOON), 멀티 컬러의 플라워 브로치는 톰그레이하운드.

<페퍼민트>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람들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무경계’를 꼽아요. 김광민이 나오다가 김건모가 나오다가 또 장기하가 나오고…. 저도 너무 좋아요. 제가 막 주장한 건 아니고요, 제작하는 분들이 그렇게 콘셉트를 잡은 건데 그 부분에선 만족해요.
하나 씨에게 그래도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분은 물론 아버지겠죠? 그럼요. 늘 ‘잘 봤다.’고 말씀해주시고 친구 같은 충고도 해주세요. 저에게 음악이 주는 푸릇푸릇한 감정과 행복을 알게 해준 분이니까요.
팝, 보사노바, 포크 록 등 뭐 하나 못 부르는 게 없다고 들었어요. 어떤 장르를 부를 때가 가장 좋고 편해요? 전 조용하게 부르는 게 좋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그냥 부르는 듯 마는 듯 물 흐르는 것처럼 부르는 거요.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뭐예요? 세상에 훌륭한 악기가 분명 차고 넘치지만 저는 인간이 지닌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악기와도 어울리면서 또 어떠한 악기도 사람의 목소리는 흉내 낼 수 없잖아요. 전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가장 위대한 악기라고 생각해왔어요.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는 것 같은데 지금 가지고 있는 mp3에서 가장 좋은 3곡만 골라주세요. 제니스 이안(Janis Ian)의 at Seventeen, 리처드 보다(Richard Bona)의 Esoka, 찰스 트레넷(Charles Trenet)의 La Mer.
연기보다 당분간 MC에 비중을 많이 둘 거라 얘기한 적이 있어요. 한창 배우로서의 경력을 다질 참이었는데 아깝지 않아요? 요즘 생각이 정말 많아요. 딜레마에 빠져 있죠. 그래도 <페퍼민트>가
안정되는 게 가장 먼저예요. 연기자 이하나를 기다리는 분도 있을 테니,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작품 계획은 있어요.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데 그거 외에 듣고 싶은 타이틀 있어요?
‘기분 좋은 배우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제가 진행을 미숙하게 해서 저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제가 상처를 받는 건, 제가 진행을 제대로 못해서 욕먹는 것 때문이 아니라 저로 인해 누군가 불편해지는 거예요.
그래도 드라마 <태양의 여자>로 우수연기상까지 탔잖아요. ‘기분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걸요. 백번이고 거절해야 마땅한 상이에요. 주인은 명확히 있는데 ‘왜 나에게?’라는 생각에 한없이 부끄럽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면서 솔직히 화도 났어요. 시상식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되뇌었어요. ‘모두 알고 있다. 이 트로피가 누구 손에 가야 하는지….’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어요. ‘연기를 열심히 잘해야지.’라는 약속도 사실 그분과는 무관한 것 같고요. 지금까지도 앓고만 있어요.

그레이 프린트 나시 톱과 핑크 니트 카디건은 마르니, 그레이 니트 카디건은 끌로에, 그레이 벨티드의 루스한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레드 스트라이프 슈즈는 스티븐 메이든, 밀짚모자는 버버리 프로섬.

예전에 영화 <식객>의 전윤수 감독님이 ‘이하나는 실전에 강한 배우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정확한 동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는 건데 전 몸을 좀 사리는 편이에요. 똑같은 동작을 두 번 하면 이상하게 어색해지거든요. 실전에서 좀 더 진정성 있게 하기 위해서 리허설 때는 세세한 표정까지 신경 쓰지 않을 때도 있어요. 감독님이 자주 말씀하셨죠.
“불안불안했는데 실전이 한결 좋구나.”
드라마 <연애시대> <메리대구공방전> <태양의 여자>, 영화 <식객>…. 이하나 캐릭터에게 모아지는 공통점이 있어요. 고정화된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 부분에서는 오히려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캐릭터와 진짜 이하나와는 사실 갭이 있는데 다들 “어, 많이 다르네?”라고 하세요. <연애시대>가 제 드라마 첫 작품인데 운 좋게도 매력 있는 캐릭터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대본이 너무 재밌고 또 데뷔작이라 한 신도 버릴 게 없다는 생각으로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그땐 제가 또 시간이 많을 때라서요. 주인공 아니라도 배역만 좋으면 회사를 설득해서 하고 싶어요.
정말 힘들 때 이하나식 처방 같은 게 있어요? 노트와 펜을 약 찾듯이 찾아요. 뭔가 해결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서요. 왜 조바심이 나는지, 순차적으로 솔직하게 다 종이에 써요. 쓰다보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카페에 가서 냅킨에 쓸 때도 있고요. 쓰고 나서 정리가 되면 그냥 버려요. 대신 여정을 떠났을 때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그런 마음의 변화를 기록해요.
작년 한 해 이하나가 가장 잘한 일은 뭔가요? 그 열차를 탄 일. 이상하게 일이 잘 풀린 때를 떠올려보면 그 시기 전에는 항상 여행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특히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기차는 음악을 듣게 하고 별 생각 없이 차창 밖을 보게 하고…. 그렇게 가다보면 진짜 생각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기차를 타고 지방엘 혼자 다녀왔는데 기차 안의 시설이 되게 좋더라고요. 유럽만 운운하던 걸 반성했죠. 이방인이라는 기분 대신 사람 냄새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연예인에게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매력이 있다면요?
연예인이라고 하면 아직 쑥스럽고 생소해요. 여전히 혼자 버스도 타고, 식당에도 가요. 일할 때를 빼고는 변하지 않으려는 점? 일반인 포스? 근데 이게 매력인가요?

- 에디터 : 이민정

- 스타일리스트 : 김성일, 이진규

- 메이크업 : 최신오

- 어시스턴트 : 이경원, 홍윤희

Credit Info

에디터
이민정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이진규
메이크업
최신오
어시스턴트
이경원, 홍윤희

2009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이민정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이진규
메이크업
최신오
어시스턴트
이경원, 홍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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