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배달의 민족

On November 13, 2015 0

1700년대부터 지켜온 우리 민족의 신속한 배달 문화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 7년 전쯤이었을까. KBS2 <개그콘서트>에서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의 개그맨이 당시의 청년 실업 사태를 풍자하며 어깃장을 놓던 대사가 있었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이 말만큼 한국 배달의 대단함을 그럴싸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말로 안 되는 것 말고는 다 되는 게 우리의 배달 시스템이다.

특히 음식 배달은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전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른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고, 집에서 삼겹살 세트를 주문하면 고기는 물론 쌈채소와 그릴까지 가져다주는 데다 야밤에도 문을 연 맛집의 음식을 공수해준다니, 말 다했지.

‘신속 정확 친절’의 모토로 무장한 우리의 배달 문화는 어떻게 발전해온 걸까. 시대마다 정점을 찍었던 배달 이슈로 한국 배달의 흐름을 따라가봤다.  


                  

 

 

부유층이 즐겨 시켜 먹던 냉면과 해장국 

18세기 무렵, 부유한 사람들은 종종 냉면을 시켜 먹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황윤석이 집필한 <이재난고>에는 “1768년, 과거 시험을 마치고 점심으로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아마도 당시에는 냉면이 짜장면처럼 시켜 먹던 별미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문신 이유원의 문집 <임하필기>에도 순조가 냉면을 시켜 먹던 기록이 남아 있다. 즉위 초년, 군직과 선전관들과 달구경을 하다 출출해진 참에 냉면을 시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술을 먹고 나서 해장을 하는 건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후기 서예가 최영년이 쓴 시집 <해동죽지>에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효종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을 뜻하며, 조선의 양반이 새벽 3~4시에 하인을 보내 주문해 먹었다고 한다. 


중국집 배달의 보편화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배달 문화의 보편화가 도래한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기점으로 중국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모두가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먹는 배달 음식은 아니었다. 전화가 없던 시절이기에 부유한 집에서는 하인을 가게에 보내 직접 주문하게 했고, 그 탓에 시간은 좀 더 걸렸다. 배달 통도 지금과는 달랐다. 철가방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통이었는데 원통에서 직육면체, 칸막이 구조로 조금씩 변했다. 

1930년대에 신문에 연재하던 염상섭의 소설 <삼대>에는 “청요리집 배달이 닫은 문을 흔드는 바람에 방문들을 여닫고 또 한참 부산하였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 당시 점차 퍼져나가던 중국집 배달 문화의 기세를 확인할 수 있다. 


배달 야식의 아이콘, 치킨과 피자 

국내 최초의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는 1977년에 오픈한 림스치킨이지만, 배달은 1980년대, 양념통닭계의 강자인 페리카나가 처음 시작됐다. 멕시카나, 처갓집, BBQ, 교촌 등으로까지 확대된 배달 치킨의 위력은 날개 돋친 듯이 뻗어나갔다. 주문만 하면 식탁 앞까지 치킨을 대령하는 배달 서비스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었다. 게다가 양념반 프라이드반이라는 마케팅 수단이 배달 문화 발전에 큰 몫을 했다. 

1990년, 도미노피자는 오금점 매장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피자 배달 전문 브랜드로 상륙했다. 30분이 넘으면 2천원 할인, 45분 이상 지연되면 무료로 피자를 서비스했다. ‘빨리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뭐든 답답해하는 한국인에게는 이보다 더 안심하게 하는 약속이 없었다.


                  

 

 

총알처럼 배달하는 퀵 서비스

1990년대 초부터 우리 도로 한복판에는 서류 봉투뿐 아니라 사람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교통이 혼잡한 시간에 극심한 체증을 빚는 차들 사이사이로 이동하는 퀵 서비스의 신속성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수들은 공개 방송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기 시작했고,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에는 배달 기사의 허리를 잡고 울면서 시험장에 도착하는 학생을 다룬 기사도 보도됐다.

<나일론> 편집팀도 1시간 이내로 촬영 제품을 공수하기 위해 퀵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빠른 시간 내에 제품을 받았다는 기쁨에 안도감이 들지만, ‘빨리빨리증후군’이 우리를 워커홀릭으로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힐 때도 많다. 


믿고 맡기는 ‘해주세요’ 

정말 안 되는 게 없다. 가족보다 더 사랑하며 키운다는 애완견 ‘해피’의 밥을 대신 주는 것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 아침에 켜두고 나온 것 같은 보일러 스위치를 내려주는 등 별의별 심부름을 다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이름도 참 정겹다. ‘해주세요’

2000년대 초반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생긴 이 잔심부름 서비스(물론 이상한 서비스는 안 된다)는 강북과 지방에까지 빠르게 확산되었다.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거나 배달 음식의 패키지를 벗겨달라는 허무맹랑한 추가 서비스도 요청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한다. 누구와도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가 존재하는 한, 이 배달 서비스는 망할 리가 없다. 


취향 저격 큐레이션 배달 

정신없이 바쁠 때는 선택을 하는 고민의 시간도 스트레스가 된다. 좀 더 균형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트렌드세터를 위해 큐레이션 배달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과일 배달 업체 까사브로는 5만6천~8만원의 일정 금액을 내는 정기 회원에게 월 2회에 걸쳐 과일 배달을 서비스한다. 질 좋은 과일을 고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마트에 가지 못하는 소비자가 자주 이용한다. 

헤이브레드는 빵 좀 먹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 유명한 베이커리의 빵을 배달해준다. 연희동 피터팬, 성산동 리치몬드, 압구정동 롤링핀 등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제품을 사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플라워 브랜드 키마는 소비자가 한 달에 2~4회로 횟수를 정하면 계절에 맞는 핸드타이드 플라워를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한 큐레이션 배달의 아이디어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들어는 봤나, 드론 배달 

요즘 드론이라는 작은 기계가 젊은 남자 사이에서 신종 취미 생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김동완이 리모컨으로 드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강을 촬영하던 장면 덕에 유명세를 탔다. 미국은 사생활 침해와 보완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스위스는 우체국 택배 시스템을 드론으로 하는 시험 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폭설이나 폭우 사태가 심각할 때, 고산 지역까지도 이동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전망성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의 특송 회사 지오포스트는 4kg의 소포를 무인으로 20km까지 이동하는 배달용 드론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한발 늦었지만 지금껏 배달을 향해 보여준 추진력과 아이디어라면 가장 빨리,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지 않을까.

1700년대부터 지켜온 우리 민족의 신속한 배달 문화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Credit Info

EDITOR
KIM JI YOUNG
ILLUSTRATOR
NA YU JIN
DESIGNER
PARK EUN KYUNG

2015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IM JI YOUNG
ILLUSTRATOR
NA YU JIN
DESIGNER
PARK EUN KYUNG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