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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는 클래식

On September 16, 2008 1

젓가락 행진곡을 뗀 지 1년도 채 안 된 건반악기 문외한이 피아노 공연장에 가서 깔깔대고 웃는다. 어렵고 졸리다는 선입견을 깨며 관객을 불러 모으는 재미난 클래식 공연 이야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때려 부순 백남준과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앉았다 일어난 존 케이지의 퍼포먼스는 파격, 그 자체였다. “왜 안 돼?”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 이들이 보여준 것은 기존에 음악이라고 규정된, 특히 클래식으로 대변되는 전통성과 정통성에 대한 확실한 저항이었다. 그런 플럭서스 정신을 ‘잘못’ 이어받았는지 나는 헨델이 음악의 아버지인지 어머니인지 헷갈렸고, 클래식은 태교 음악으로만 치부해버렸다.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귀가 닳도록 추천하는 <노다메 칸타빌레>도 보지 않았다. 병원이라는 공간만 빌려 멜로물을 만들어낸 <그레이 아나토미>를 볼 때와 다르게 괜히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번외 스페셜인 <노다메 칸타빌레 인 유럽>을 보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술자리에서 젓가락을 휘휘 저으며 이 드라마를 화제에 올렸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에 남은 것은 라이벌 피아니스트의 환상적인 기교를 따라 하려 애쓰던 노다메가 유럽 데뷔 공연에서 모차르트 패션을 하고 나타나 첫 곡으로 ‘작은 별 변주곡’을 연주하는 장면. ‘맞다, 모차르트 음악이었지.’ 꼬맹이 시절 양손을 귀 옆에서 반짝거리며 부르던 그 ‘작은 별’이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장면을 보며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듯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어 두 손을 수갑으로 채우고 등을 돌린 채 폭발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포 미니츠>의 여주인공과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합주를 하다 그녀의 손등을 간질이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걸륜을 보고 나니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지 않은 사실이 원통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공연을 보게 되었다. 한때는 KBS교향악단에서 피아노를 쳤고, 지금까지 1천 곡 이상의 편곡 작업을 했다는 윤효간의 피아노 콘서트는 참으로 우아하지 못한 이름을 내걸고 있다. 목요일 저녁에 찾은 ‘지하’ 소극장은 벌써 6백 41번째 공연이었고(2007년 1월에 시작한 이 콘서트는 오픈런으로 달리고 있으며 내년에는 호주에서 순회공연을 열 예정이다), 무대 위에 나타난 윤효간은 스스로 음악의 스승이라 말하는 비틀스의 ‘헤이 주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피아노 과외 선생께 대들기 시작해 기존 악보의 강세와 반대로 연주하던 것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된 그는 우리가 알던 비틀스의 음악과 전혀 다른 곡을 들려주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누가 봐도 경상도 출신임이 분명한(‘마법의 성’ 후렴구를 “자유리옵게 즈 하늘을 날아가도”라고 부른다) 영어 발음으로 열창하며. 또한 첫 공연 당시 한 음을 계속 세게 내려치다 첫 곡에서 피아노 줄이 끊어져 나머지 1시간 40여 분을 이빨로 때웠다는 말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정도로 말솜씨가 뛰어났다. 그날 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칸 음악 박람회에 참여했을 당시 그가 부르고 연주하는 동요들에 대한 외국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클래식’을 듣고 자라는구나.”

피아노로 동요를 치고 록을 연주하는 아티스트에 경도돼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클래식 공연을 뒤져보았다.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이루마의 콘서트가 1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고, <인어공주>에서 <캐러비안의 해적>까지 월트 디즈니 영화를 수놓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디즈니 온 클래식>도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10월 30일~11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최근 열린 개그맨 전유성이 연출하는 퍼포먼스 성악단 ‘얌모얌모’ 콘서트는 아쉽게 놓쳤지만, 현악기 3중주로 코믹한 마임 퍼포먼스를 펼치는 영국 클래식 그룹 플럭(Pluck)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11월 4일~9일, 마포아트센터)을 연다고 하니 두 손 들어 환영할 소식이다(우스꽝스러운 고무 모자가 트레이드마크인 클래식계의 ‘미스터 빈’ 클래식 버스커스도 또 한 번 오지 않을는지 수소문 중이다). 금난새가 연주 사이사이 해설을 하고, 조수미가 단상 위에 올라 지휘를 하는 등 한층 친절해진 요즘 공연은 이제 ‘놀람 교향곡’처럼 번뜩이는 위트를 발휘하며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그저 웃기기만 하다면 그것은 〈개그콘서트〉지 클래식 공연이 될 수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음악이면 모두 클래식이라고 한 전영혁의 말처럼, 사람들은 한참을 웃었지만 사실은 눈물이 날 정도로 음악이 좋다고 느끼는 무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 에디터: 김가혜
- 사진: 황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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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나일론 매거진 10월호 해당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어 바로잡습니다.

윤효간님은 시울시립교향악단이 아닌 KBS교향악단에서 활동하셨으며, 칸 영화제의 음악축제가 아닌 칸 음악 박람회에서 연주하셨습니다.

윤효간님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에디터
김가혜
사진
황혜정
에디터
김가혜
사진
황혜정

1 Comment

박성득 2009-01-02

강렬한 비트의 락과 감미로운 팝의 조화 ~~ 크리스털 마이어스라는 새로운 보석을 발견한 느낌!! 09년 시작을 make some noise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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