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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IGHT OUTTA KOREA 1

On November 02, 2015 0

민낯처럼 까슬거리고, 한낮처럼 타오르는 래퍼 8인을 되돌아봤다.


상의는 퓨쳐 by 샵에스더블유, 블랙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스냅백은 오드퓨처 by 샵에스더블유, 링은 모두 퀀테즈, 슈즈는 본인 소장품. 스타일리스트 남궁철 헤어&메이크업 이소연

상의는 퓨쳐 by 샵에스더블유, 블랙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 스냅백은 오드퓨처 by 샵에스더블유, 링은 모두 퀀테즈, 슈즈는 본인 소장품. 스타일리스트 남궁철 헤어&메이크업 이소연

 


재킷과 크롭트 톱, 스커트, 슈즈는 모두 카이,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악토눈. 치타 #치타의카타르시스는치토스, #마이넘버, #전화번호 바꿨어

재킷과 크롭트 톱, 스커트, 슈즈는 모두 카이,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악토눈. 치타 #치타의카타르시스는치토스, #마이넘버, #전화번호 바꿨어

 

지금 <쇼미더머니4> 열기가 보통이 아니에요. 올티 씨는 바로 전 시즌 참가자로서 기분이 남다를 텐데, 아무래도 비교될 것 같아요.

올티 당연히 그렇죠. 가장 비교되는 부분은 구성인 것 같아요. 작년에는 다양한 신분과 포지션이 많았어요. 학생도 있었고, 처음으로 아이돌 연습생이 본선에도 진출했고,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의 래퍼들 모두가 다 어우러진 반면에 지금은 거의 다 언더그라운드 래퍼잖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은 ‘누가 랩을 얼마나 잘하나’ 보는 맛인 것 같고, 전 시즌은 ‘어떤 막장 드라마가 있을까’ 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얘기를 어필할 때 나올 수 있는 드라마가 작년에는 좀 더 다양한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 유난히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나요?

올티 저는 서출구라고 생각해요. 본명 서명원. 뭔가 제일 와 닿아요. 태도나 행보까지도요.

치타 마이크로닷이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되게 좋아요. 솔직히 보면서 좀 놀랐어요.
 

 

두 분 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렸어요. 출연 전후의 상황에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치타 그건 제 신곡 ‘마이 넘버’의 한 구절이 대신 답해줄 거예요. ‘니 attitude부터 고치고 와 / 그때 생각해보고 얘기 오 아니 못하겠네 / I’ll change my number’.

올티 저는 항상 제 역량만큼의 최대치를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미디어 노출 이후에 제가 해온 것에 대해 엄청 잘한다는 반응을 보면서 이제야 알아보는 것 같은 억울함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는 항상 펀치라인을 써왔고, 항상 랩을 열심히 했는데, 방송 이후에 그게 부각돼서 뒤늦게 사람들이 알아보는 듯한?

치타 ‘이제 좀 내가 달라 보이나 보지?’ 이런 거? 하하. 좀 무서웠나?

올티 맞아. 그런 게 좀 있었어요. 물론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씁쓸했어요.

치타 그 기분 뭔지 알아.
 

 

되돌아가서 그 상황이 된다 해도 출연했을까요?

올티 저는 당연히 했을 거예요. 더 잘했을 거예요.

치타 후회는 없는데, 그냥 당시에 힘들었던 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사람들이 힙합 뮤지션에 대해 가진 선입견이나 오해를 하나씩 풀어줄 수 있을까요?

올티 래퍼들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무조건 랩으로 푸는 줄 알아요. 당연히 그게 음악적으로 이어지면 멋있겠지만, 사람인데 항상 그럴 수는 없잖아요. 예를 들어, 어제 술자리에서 도망간 친구한테 서운하다고, 그걸 다음 날 랩으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발 그런 기대는 안 하면 좋겠어요.

치타 그리고 래퍼는 다 프리 스타일을 잘하는 줄 알아요. 어디 나가면 프리 스타일로 자기 소개해보라거나, 지금 기분을 프리 스타일로 말해달라는데 전 솔직히 못하거든요. 그래서 당황할 때가 많은데 제가 좀 뻔뻔했다면 프리 스타일인 척 준비를 했겠죠. 그런데 그건 하는 친구들이 보면 다 티 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못한다고 해요.

올티 맞아. 그게 미덕인 줄 알아요. 그건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프리 스타일을 못한다고 랩을 못하는 건 아니에요. 비록 제가 프리 스타일 랩을 해왔지만,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에요.

치타 그러니까 프리 스타일을 잘하는 래퍼는 즉흥적인 센스가 특화된 거고, 못한다고 해서 센스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만큼 가사를 더 집중해서 잘 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럼 실력 있는 힙합 뮤지션인지를 대중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요?

치타 그건 매체가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하하. 장난이고요, 어떤 비트에 랩을 해도 자기 스타일이 잘 나오는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닐까요? 내가 어떤 비트에 해도 사람들이 누구라고 알 수 있는 거면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올티 그런 기준조차 대중은 모를 수 있으니까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 래퍼가 랩으로 하는 말이 내 생각이랑 달라도 설득됐다면 잘하는 래퍼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호소력이 있다는 거니까요. 


재킷과 크롭트 톱, 스커트, 슈즈는 모두 카이,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악토눈. 치타 #치타의카타르시스는치토스, #마이넘버, #전화번호 바꿨어

재킷과 크롭트 톱, 스커트, 슈즈는 모두 카이,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모두 악토눈. 치타 #치타의카타르시스는치토스, #마이넘버, #전화번호 바꿨어

 

그런 기준이라면 두 분 다 잘하는 래퍼에 속하겠네요?
올티 네. 저는 참 잘하죠.
 

 

두 분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이 있어요?
치타 힙합이란 게 싫은 걸 더 직설적으로 싫다고 할 수 있고, 좋은 건 더 높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꾸준하지 않고, 기복이 있단 말이에요. 그걸 버텨내려면 스스로 자존감이 있어야 해요. 저 스스로 그럴 만한 힘은 있다고 생각해요.
올티 그냥 제가 누구랑 디스를 붙어도 질 것 같진 않아요. 그런 패기는 있어요. 배틀을 하면서 랩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시비를 걸어온다고 하면 자신이 있어요.
 

 

치타 씨는 며칠 전에 새 음반이 나왔어요. 리스너 입장에서 올티 씨가 신곡을 평가해준다면요?
올티 제가 생각한 주제여서 솔직히 얄미웠어요. 그게 내가 너무 유명해져서 번호를 바꿀 수밖에 없는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제가 번호를 바꾸는 이유는 이런 스타의 시달림이 아니라 자꾸 김미영 팀장한테 와서예요. 하하. 어쨌든 맥락이 비슷한 주제였는데, 그걸 먼저 써버려서 얄미웠고, 얄미운 만큼 잘했다는 거겠죠.
치타 저는 딱 이런 시기에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지금보다 더 잘되면 또 할 수도 있겠지만, 단시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서 생기는 상황에 대한 얘기는 지금이 아니면 하기 힘들잖아요.
 

 

사실 신곡이 생각보다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아요. 확실히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보여준 어둡고 마이너한 이미지와 달라 보이긴 하거든요.
치타 <언프리티 랩스타>가 프로그램 특성상 매번 디스를 하고, 세게 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런 모습만 나온 거지, 저한테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 이번 음악 냈을 때 이런 분위기, 이런 장르를 한다고 안 좋게 말씀하시는 분도 많아요. 뜨더니 갑자기 대중적인 걸 한다고요. 그런데 저는 원래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경계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비트는 여기에도 하고 저기에도 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에요.
 

 

힙합 음악을 하면서 꼭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꼭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좋은 건요?
올티 꼭 필요한 건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 있으면 좋은 건 금시계와 금목걸이.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하하.
치타 자존감이 가장 필요하죠. 그리고 있으면 좋은 건 힙합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요. 어쨌든 힙합은 자신만의 영역이나 길이 있기 때문에 말로는 괜찮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친구들이 있으면 정말 좋아요.
올티 이게 무슨 말이냐면 힙합을 저만큼이나 좋아하는데 힙합을 하지 않는 친구를 말하는 거예요. 저도 그렇거든요.
 

 

그런 친구가 어떤 도움이 되나요?
올티 공감의 폭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제가 하는 장르를 잘 알고 있으면, 근데 더군다나 이게 그 사람의 일이 아니면, 내 일적인 고민이 이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풀려서 좋아요.
치타 그냥 래퍼만 아니면 다요. MC나 그라피티 아티스트처럼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같이 있는 친구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해시태그 3개로 표현해주세요.
올티 #올라 #올레디 #올챙이. 이건 꼭 설명이 필요해요. 우선 올라는 제 시그너처예요. 제가 항상 랩을 시작하기 전에 ‘올라’라고 말하거든요. 말 그대로 제 삶을 좀 더 높은 곳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에서요. 그리고 올레디는 방송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곡이기도 하지만 전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요. 올레디예요. 마지막으로 저는 올챙이 적을 잊지 않고 초심을 지키면서 늘 미성숙한 사람이고 싶어요.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지, 완벽해지고 싶지는 않거든요. 한마디로 개-구린 개구리이고 싶지 않아요.
치타 #치타의 카타르시스는 치토스. #‘마이넘버’ 들어보고 내 이야기다 싶으면 전화하지 마. #전화번호 바꿨다.
 

 

그런데 치타 씨 진짜 번호 바꿨어요?

치타 어제 바꿨어요.


베이지 스냅백은 챔피언 by 샵에스더블유, 패턴 블루종은 디젤, 래글런 티셔츠는 챔피언 by 샵에스더블유, 데님 팬츠는 슈프림. 한해 #자연스러움, #긍정, #브랜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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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녹음실 사진이 올라왔던데 어디까지 말해줄 수 있나요?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건 맞아요. 저희 회사나 제가 속한 팬텀, 저에 대한 고리타분한 편견이 많은 것 같아 그 편견을 깨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동시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충족시키려고 해요. <쇼미더머니4>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서 자유롭게 터치하는 중이에요.
 

 

<쇼미더머니> 이후에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동정론이 불편하진 않아요?

확실히 제게 도덕적인 걸 요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가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제 이름을 검색하는데, “얘는 힙합 하는 애 같지 않아” “이런 애가 있다니”. 이런 글도 있더라고요. 물론 절 좋아해주는 게 감사한 일이지만, 제가 기대하는 만큼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에요. 하하. 그냥 저는 지금 처한 리얼한 삶을 제 음악 안에 담으려는 사람이죠.
 

 

방송을 보고 ‘한해는 왜 지코, 팔로알토 팀에 가지 않았을까’ 하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서출구 씨가 ‘1시간 인터뷰했는데 1분 나왔다’고 하시던데, 아마 모든 참가자가 그럴 거예요. 심지어 현장에는 카메라가 없을 때, 벌어진 상황이나 오고 간 대화도 있을 텐데 방송에서 모든 걸 담을 수는 없잖아요. 브랜뉴뮤직 팀에 가면 제가 편법으로 올라간 것처럼 보일까 봐 다른 팀을 생각하고 참가했는데, 현장 분위기가 절 너무 괴롭히더라고요.

 

분위기가 심각했나 봐요.

브랜뉴뮤직이 점점 성장하는 큰 회사인 건 맞지만, 힙합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는 아니에요. 현장에서 래퍼들과 마주쳤는데 브랜뉴뮤직을 싫어한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 거예요. 제가 대단한 애사심이 있다는 게 아니라 경연이 끝나면 브랜뉴뮤직에서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욕을 먹는 게 과연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차 때부터 브랜뉴뮤직에 가서 누구도 부정 못할 만큼 멋진 무대를 보여주자고 결심했고, 인터뷰마다 브랜뉴뮤직에 가겠다고 얘기했죠. 근데 결국엔 가사를 까먹었고 석연찮게 올라갔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모든 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네 마디를 까먹은 것 때문에 날아갔어요.
 

 

솔직히 네 마디가 아니었다면 어디까지 진출했을까요?

사실 본무대까지 가서 내가 하고 싶은 말 한 번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감이 별로 없었어요.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도 ‘지인이니까 좋게 말해주는 거겠지’라고 생각했고. 근데 심사위원에게 제가 랩을 처음 시작할 때 받은 칭찬도 듣고 새로운 피드백도 받으면서 ‘아, 나도 이만큼 하는 사람이었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우승하자는 욕심이 생겼는데, 가사를 까먹었죠. 하하.

 

뜨거운 이슈가 났을 때, 음원을 발표하는 것도 고려해봤나요?

제가 <쇼미더머니> 탈락 이후에 바로 음원을 냈으면 사람들이 “물 타가지고 낸다”고 했을 거예요. 물론 방송 전에 만든 곡도 있었지만, 맞물려서 음원을 발표하면 제가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음악을 하는지는 묻힐 것 같았어요. 가사 안에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최대한 안 하려고 했지만, 3개월 동안 제 인생의 전부를 몰입했기 때문에 가사에 안 나올 수도 없고요. 전략적으로 낼 수도 있었지만 저도, 회사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잘한 결정 같아요. 

 

아이돌 연습생부터 팬텀 활동, 개인 음반까지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한편으로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들어요.

저 역시 헷갈릴 때가 있었어요. 사람이 일하다 보면 커리어가 쌓이는 느낌이 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여러 가지를 하니까 어른으로 성장하는 느낌은 있어도 음악적으로 쌓이는 느낌이 없었거든요. 솔로 음반을 작업하면서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했는데 그래도 덜 여문 느낌이더라고요. <쇼미더머니> 현장에서 직접적인 평가를 받다 보니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생기고 확신에 차게 됐어요. 음악을 4년 정도 해왔지만 이제야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즐거워 보이면서 차분해 보이네요.

초연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 주변에서 저를 계속 구름 위에 띄우려고 해요. ‘너 <쇼미더머니> 나왔으니까 이제 스타잖아’ 하면서요. 사실 전 이런 반응에서 어떤 진정성도 안 느껴질뿐더러 전혀 업되지가 않아요. 이럴수록 비장하고 차분하게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는 건 감사할 일이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길게 봤을 때 그 속에 갇히면 안 되니까요.​ 

 

랩이 들어간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열려 있나요?

궁극적으로 저는 평생 음악을 할 거라고 생각했을 때, 하고 싶은 장르에 힙합만 있진 않아요. 어릴 때부터 팝, 발라드, 클래식까지 폭넓은 음악을 좋아하고 들었거든요. 지금 힙합을 하고 싶은 이유는 갈증이에요. 힙합을 좋아하는데도 4년간 힙합을 배제하는 활동을 많이 해서 1년 전부터 힙합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지금 그 의지가 표출되는 시기죠. ‘죽을 때까지 힙합만 할 거야.’ 이런 게 아니라 시기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전 음악이 즐거워서 시작했거든요. 제 기분이 불행해지는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데뷔 전에 발표한 믹스테이프 과 <365> 음반 분위기가 다르듯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은 달라지겠죠.

점점 더 제 경험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게 돼요. <365>를 발표했을 때는 팬텀 활동 때보다 나를 더 많이 보여준 것 같았는데, 지금 다시 들어보니 어느 정도 정제되어 있더라고요. 그때까진 제가 저 자신을 헷갈려 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코 욕을 내뱉거나 센 이야기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서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겸손한 게 아니라 100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진짜 시작하려고 발을 내미는 0.5단계 정도? 그래도 최근에 단계를 빠르게 채워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결국엔 100을 채우고 싶죠. 목표는 저만의 색깔을 담은 랩 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 자기 색이 있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는데, 전 아직 색깔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젠 색깔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좀 생긴 것 같아요.
 

 

‘너는 잘하는데 색깔이 없네’란 가사가 거기서 나왔군요.

특별히 피드백을 요구하지 않아도 음악 하는 형들한테 항상 ‘넌 잘하는데 색깔이 없어’라는 말을 듣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재미있는 건 <쇼미더머니>가 끝나고 제가 갑자기 색깔 있는 사람이 된 거예요. 엇박 랩을 하고 플로가 독특한. 전 예전이랑 똑같이 랩을 했는데 이것 때문에 이미지가 생성되더라고요. 결코 이게 나쁜 상황이 아니니까 이 계기를 제가 발전시켜야죠.
 

 

제대로 독기 품은 상황인가요?

보통 힙합 하는 사람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메이저로 올라서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거 했어. 다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게 일종의 공식인데, 저는 반대예요. 블락비 연습생부터가 제 시작이니까요.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자란 사람이고, 아이돌 연습생부터 팬텀이라는 기획된 팀 활동을 하다가 이제야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반지하에 살 때보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워졌지만 음악적인 고민은 더 생겼어요. 착한 이미지도 깨야 하고 색깔도 찾아야 하고요. 여러 가지 할 게 많으니까 음악적 독기가 충만하다고 할 수 있죠.
 

 

자신만 가지고 있는 스웨그가 궁금해지네요. 제 안에는 남보다 더 센 강단이 있는 것 같아요.

남 신경 안 쓰고 뚝심 있게 해나가는. 전 진짜 소위 말하는 계집애 같은 짓 정말 싫어하거든요. 근데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게 남자가 화장을 했다고 여성스러운 게 아니고, 거칠게 말한다고 해서 남성스러운 게 아니잖아요. 전 그런 면에서 내면이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는 강단과 남자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한해라는 사람을 해시태그 3개로 표현해주세요.

하나는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연스러움, 하나는 #브랜뉴뮤직. 저는 브랜뉴뮤직 아티스트임을 부정하기 싫거든요. 예전에 사람들이 비하하면 ‘뭔가 내가 부당한 음악을 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브랜뉴뮤직에서 멋있는 음악 하는 사람으로 편견을 깨고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긍정. 예전엔 부정적인 피드백을 곱씹었다면 지금은 그게 잘 안 들려요. 긍정적인 바이브가 제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나 요즘 행복해’라고 말하기 힘들잖아요. 근데 한 1년 전부터 ‘나 행복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고 행복해요. 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도. 아, 모자가 있어야 자세가 편해지니까 #모자로 해야 하나. 하하.  


의상은 모두 본인 소장품. 씨잼 #노답, #링거, #개쩔탱

의상은 모두 본인 소장품. 씨잼 #노답, #링거, #개쩔탱

 

팔에는 더 이상 새길 공간이 없을 정도로 타투가 많네요.

오른쪽 손바닥에 있는건 저스트 뮤직 로고예요. 왼팔에는 해골로 된 플레이보이를 새겼는데, 그다음 주에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오른쪽 손목에 새긴 로맨스라는 글자는 제 인생의 모토 ‘낭만’을 표현한 거예요.
 

 

왜 낭만이 좌우명이에요?

제가 어릴 때부터 멋지다고 생각한 삶을 한 단어로 만들면 딱 낭만이거든요.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아프리카에 가서 얼룩말도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잖아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 아내, 딸, 아들이 생겼을 때도 그 동심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게 낭만인 거 같아요. 그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는 증거고.
 

 

얼마 전에 발표한 정규 음반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이 뭐였어요?

간단히 풀면 음반 타이틀인 ‘Good Boy Doing Bad Things’예요. 전 제가 굿보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아버지 말을 거역한 적도 없고, 살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어요. 근데 사람들은 제 외모나 생활 습관 같은 것으로 절 판단하잖아요. 저는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던 부분이 저를 나쁘게 바라보는 기준이 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말썽을 부린 적도 없고, 신기하게 공부도 좀 잘했어요. 근데 쭈그려 앉는 걸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그렇게 앉았더니 선생님이 혼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왜 잘못된 건지 정중하게 물었는데, 이미 그 상황은 제가 잘못을 하고 대든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뭐 이건 귀여운 해프닝이지만. 

 

형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때가 많죠.

특히 우리나라가 좀 그런 것 같아요. 영어를 배워도 말하는 것보다 외우고 분석해야 할 것을 종이에 쓰게 하죠. 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 지금의 생각을 어린 시절의 저로 돌아가서 쓴 건데, 누군가는 이걸 방대한 지식으로 해석하려고 해요. ‘This Feeling’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레시피 몰라도 피자는 침이 고이지’ 피자가 레시피를 다 알아야 맛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맛있으면 그냥 먹는 건데…. 지금 그 말이 떠오르네요.

 

맞아요. 노창형이 엄청 멋있는 가사를 쓴 게 있어요. ‘우리는 음악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음악을 하는 것이다’. 오우, Shit. 이거 진짜 멋있지 않아요? 내가 했어야 하는데.
 

 

이번 음반에 즉흥적으로 만든 트랙이 많아요?

대부분 즉흥적인 곡이에요. ‘걍 음악이다’도 아예 가사 안 쓰고 녹음실에서 떠오르는 대로 말하면서 작업한 거예요. ‘2014.12.28’이라는 곡은 아침마다 휴대전화 진동 소리를 듣고 깨는데, 어느 날 아침에 깨보니까 굿모닝의 느낌이 아닌 거예요. 밤마다 즐겁게 놀았는데, 갑자기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죠. 술도 덜 깬 상태로 메모장에 가사 적고 라임만 붙여 바로 녹음했어요.
 

 

작업하면서 특별한 사연이 담긴 곡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역시는 역시’가 그래요. 사실 다른 곡을 써둔 게 있었어요. 근데 그 사이에 여자친구가 생겼고, 여자친구가 ‘말달리자’랑 ‘Good Night’에 제가 노골적으로 쓴 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래서 음반 발표가 며칠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녹음 봐주는 형한테 <쇼미더머니> 보고 오라고 한 사이에 가사를 써서 방송 끝나고 바로 녹음했어요. 래퍼들이 맨날 ‘Real, Real’ 하는데 그게 진짜 어렵다고 느꼈어요
 

 

마음이 불편하면서까지 리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어쨌든 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시는 역시’ 이전에 써둔 곡은 제가 진정성 있게 녹음 못할 것 같았거든요. 여자친구 때문에 내 작품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라 저한테 꼭 있어야 하는 작품도 아니고 앞으로 이 곡 때문에 다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면 없애는 게 맞았던 거죠.

 

영감을 도둑맞는 발상을 담은 ‘케빈’이라는 곡은 가사가 정말 재밌던데, 작업도 즐거웠나요?

 

 

영감은 아직 잘 있나요? 도둑이 오기 전에 자극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래퍼는 랩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앞에 가서 카리스마와 에너지, 제스처로 사람들을 움직여야잖아요. 그래서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나 짐 캐리 같은 사람이 하는 대학 축사 영상을 자주 찾아봐요. 그 사람들 말발은 정말 말이 안 돼요. 숨 쉬는 포인트나 마침표까지 계산하는 느낌이랄까. 아! 저 갑작스럽지만 책 하나 추천 할게요.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인데 이 책 없으면 저 음반 못 만들었어요. 저한테 진짜 도움을 많이 준 책이에요. 간단하면서 메시지가 확실히 담겨 있어요.
 

 

씨잼이라는 사람을 해시태그 3개로 표현해주세요.

#노답, 너무 나쁜 의미 말고 대책 없는 게 더 재밌는 일기장을 만들 수 있잖아요. 뭐가 정말 나쁜지는 사실 다 몰라요. 그리고 #개쩔탱, 마지막으로 #링거.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요즘 해열하는 링거를 맞거든요. 상황 자체가 노답인 거죠. ​ ​

민낯처럼 까슬거리고, 한낮처럼 타오르는 래퍼 8인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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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JI YOUNG, KANG YE SOL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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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I YOUNG, KANG YE 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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