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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On June 05, 2015 0

손 안의 작은 드라마, 웹드라마의 시대가 열렸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다. 세상에나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이 없다며 새로 산 아이폰을 자랑하는 친구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MP3가 있는데 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들으며, 카메라가 있는데 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TV가 있는데 왜 굳이 그 작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는 게 좋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나 역시 아이폰을 예약 구매하고, 카톡이란 메신저를 통해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의 모든 일과를 친구들과 공유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악을 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만화책 대신 웹툰을 보고, 편지 대신 메일, 메일 대신 카톡을 쓰며, 일기장 대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카메라가 아닌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담는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침체되고 있는 하나의 시장이 발견됐다. 바로 TV다.

2010년,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국내 최초로 TV가 아닌 비메오와 인디시트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트위터와 미투데이를 통해 홍보한 이 드라마의 회당 러닝타임은 겨우 5~7분이었고, 모두 12편에 불과했다. 전편을 합쳐도 영화 한 편을 보는 시간보다 짧은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의 정식 명칭은 웹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당시 꽤 인기를 끌었고, 그에 힘입어 2년 뒤 MBC every1에서 방영되는 진기한 행보를 보였다. 당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작품이었음에도,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사실 좀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그때처럼 여전히 큰 TV 화면을 통해 1시간 동안 보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었고, 좀 웃기지만 그게 진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몇 년이 지난 지금, 내가 본 웹드라마 수는 열 손가락을 넘어섰고, 혹시 언젠가 집에 있는 TV에 먼지만 쌓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기민하고 발 빠른 사람들은 미디어 환경이 TV 중심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이미 이동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웹드라마가 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성공 이후 하나 둘씩 나오던 웹드라마의 제작 편수는 지난해 21편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도 5개월 안에 이미 10여 편이 공개됐다. 그리고 초반 <낯선하루> <출출한 여자> 등 독특한 감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던 웹드라마가 그 개념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연예 기획사 IHQ가 제작하고,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독점 방영한 <연애세포>를 통해서였다. 김유정, 김우빈, 백성현, 장혁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드라마는 누적 조회수 6백만 이상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고, 중국과 미주 지역까지 진출했다. 이후 채 반년이 흐르지 않은 동안 본격적인 웹드라마 시장의 판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판에서 지금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연예 기획사와 브랜드다. 소속 연예인이나 계약된 브랜드의 모델 등 이미 출연자는 확보한 상태에서 짧은 방영 시간과 적은 편수만큼 기존 드라마의 1/6 정도 금액만 투자해도 되고, 방송사에 따로 편성을 받지 않아도 되며, 저작권과 판권을 가지고 해당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벌써 JYP픽쳐스의 <드림나이트>, YG케이플러스의 <우리 헤어졌어요>, 엠비오의 , 그리고 이니스프리의 <달콤 청춘>과 <썸머 러브> 등 지금 방영되거나 앞으로 방영 예정인 웹드라마 대부분을 연예 기획사와 브랜드가 제작하고 있다.

이런 행보 덕분에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아이돌이다. 현재 가장 핫한 웹드라마인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SM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고, 엑소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JYP픽쳐스가 제작한 <드림나이트>에는 갓세븐이 주연을 맡았으며, IHQ가 제작한 <연애세포>의 주연을 맡은 포미닛의 남지현은 자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음악뿐 아니라 연기 쪽으로도 발을 넓히고 싶은 아이돌 입장에서는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1~2주면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어 바쁜 스케줄을 활용하기도 좋으며, 무엇보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극을 이끌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때문에 웹드라마를 본격적인 연기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아이돌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엑스의 루나부터 블락비의 비범과 유권, 시크릿의 정하나까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웹드라마 <점핑걸>이 아마 그 기점이 될 듯하다.

이렇게 웹드라마는 적은 투자로 지속적인 부가 가치 창출을 원하는 제작사에게도, 연기 경험이 필요한 신인 배우나 아이돌에게도, 게임이나 메신저 외에 새로운 킬링 콘텐츠를 원하는 대중에게도 반길 만한 이슈임이 분명하다. 이를 반증하듯 네트워크 통신 회사 시스코시스템스는 이런 흐름이라면 2017년에는 전 세계인이 하루 1개 이상의 동영상을 모바일로 볼 것이라는 보고를 내놓았고, 국내의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웹드라마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모든 시작이 그렇듯 아직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시도하는 입장에서도 어색하고 어설픈 부분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 탓인지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이 많지 않고, 팬층이 두터운 아이돌을 이용한 것 말고는 별다른 콘텐츠가 없다는 것 등의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는 거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이 약점들은 웹드라마에게 그만의 장르적 특성을 부여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의 내면을 파악하기에는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재미있는 내레이션을 깔 수 있으며, 탄탄한 스토리를 만드는 대신 자막이나 이모티콘 등을 적극 활용해 그만의 미학적 구성도 꾸릴 수 있고, 작은 화면을 염두에 두고 찍기 때문에 카메라가 피사체에 다가갈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아이돌의 개성 있는 외모와 스타일이 더 살아날 수도 있는 거다. 다만 이 모든 건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과 더 큰 투자를 할 배포 있는 제작자가 더 많아질 거라는 전제하에서다. 사람들은 이미 지하철과 버스, 카페, 집에서 웹드라마가 열어갈 새 시대에 대한 환영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EDITOR KANG YE SO
ARTWORK LEE SANG HEE
ASSISTANT RYU MIN YOUNG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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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YE SO
ARTWORK
LEE SANG HEE
ASSISTANT
RYU MIN YOUNG

2015년 06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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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YE SO
ARTWORK
LEE SANG HEE
ASSISTANT
RYU MI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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