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Star

FIT FOR A KING

On May 15, 2015 0

피 앨런은 <왕좌의 게임>에서는 아직 후계자를 연기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성공이라는 왕좌를 차지했다.



할리우드 힐스에 러시 아워가 찾아왔다. 야자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차도에는 어둑하게 빛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등 불빛이 가득 늘어섰다. 요령 있는 샐러리맨이 끔찍한 교통 정체가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해피 아워를 보내는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배우 알피 앨런은 맥주 한 잔을 들고 스카치 에그를 먹고 있었다. 한 바에서 만난 그는 “같이 드실래요?”라고 권유하며, 영국인 나름의 환대를 보여주었다.

엄청난 호평을 받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테온 그레이조이의 역할을 맡고 있는 앨런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잠시 휴식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드라마는 이번 달에 방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앨런은 다음 날 있을 연극 오디션을 보기 위해 런던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의 농담에 따르면 이렇다. “솔직히 말해, 겨울에는 영국을 탈출하는 거죠.” 앨런은 LA의 따뜻한 저녁 날씨를 한껏 누리고 있다.

지난 밤에는 한국식 고기구잇집에서 고기를 잔뜩 먹고 나서 코리아타운에 있는 유명한 맥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오늘은 매우 중요한 것을 받으러 다녀왔다고 했다. “치아 그릴을 하나 샀어요.” 메뉴판 위에 놓인 번쩍이는 치아 장식을 보며 앨런은 웃었다. “방금 가서 받아왔어요. 아는 여자애가 골드 티스 갓(Gold Teeth God)이라는 친구를 소개해줬거든요. 자기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나의 자식들’이라 부르고, 샌타모니카 피어에서 세례까지 주는 친구예요. 전 세례까지는 받지 않았는데, 새 그릴을 살 때마다
‘야, 이 안에 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냐?’라는 소리를 들어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하죠. ‘야, 내 이가 얼마나 큰지는 알고 말하냐?’”

직접 만나본 앨런은 그가 연기하는 테온 그레이조이의 음울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과는 정반대 모습이었다. 그는 눈치가 빠르고 활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왕좌의 게임>에서의 권력에 굶주렸지만 왕좌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육체와 정신 양면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 캐릭터는 꾸밈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서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극 중 그는 정신이 붕괴하는 경험을 겪는데, 앨런은 그 과정을 통해 역할이 더욱 도전적이고 흥미로워진다고 했다. “테온이 거세당해서 리크가 되고, 리크가 다시 테온인 척하는 과정이 정말 끝내줘요. 정말 좋았어요. 어두운 순간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재미있잖아요. 이리저리 정신없이 꼬여 있어서, 저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는 <저수지의 개들>의 가학적인 장면을 보면서 고통의 복잡성을 배웠다. 앨런이 연기하는 장면 대부분은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촬영했는데,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종파 간의 폭력이 점차 잦아들면서 이곳에는 영상 제작사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앨런의 말에 의하면 <왕좌의 게임>의
첫 시즌은 대니 맥브라이드가 주연한 중세 배경의 코미디 영화 <유어 하이니스>의 세트장을 활용해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동료 배우들이 온 세계의 호화로운 촬영지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반면, 그가 나오는 장면은 훨씬 덜 이국적이다. “벨파스트를 좋아하지만, 세트장은 더럽게 춥단 말이죠. 그런데 스태프는 더 리얼하게 찍고 싶어 하더라고요.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이 이 이상 딱 맞을 수가 없어요. 스페인이라든가 모로코라든가 크로아티아(모두 작품의 촬영지다) 같은 데로 가라고 해도 군말없이 갈 텐데. 햇볕 좀 쬔다고 해서 안 될 건 없잖아요.”

런던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앨런은 영화 촬영장에서 자라다시피 했다. 그는 늘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첫걸음은 느리기 짝이 없었다. 스노보드 강사가 되려고 훈련도 받았지만,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누나인 가수 릴리 앨런은 동생에 대해서 말한 곡 ‘Alfie’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네가 마냥 인생을 낭비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얼른 일자리 구해서 네가 쓴 돈은 갚아야 할 거 아냐.’ 몇몇 단역을 거친 끝에, 앨런은 연극계의 문제작 <에쿠스>에서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대신해 무대에 오름으로써 찬사를 받게 되었고, 2011년에 들어서는 <왕좌의 게임>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가게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앨런은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있을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때 보랏빛으로 머리를 물들인 여자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제 스타일리스트예요’라는 말과 함께 그는 작별 인사를 한 다음 그녀를 따라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앨런의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피 앨런은 <왕좌의 게임>에서는 아직 후계자를 연기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성공이라는 왕좌를 차지했다.

Credit Info

WORDS
DREW TEWKSBURY
PHOTOGRAPHER
SHANE MCCAULEY

2015년 05월호

이달의 목차
WORDS
DREW TEWKSBURY
PHOTOGRAPHER
SHANE MCCAULEY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