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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

On April 24, 2015 0


이천희는 청계산 아래 산다. 부인과 딸이 사는 집, 동생과 함께 가구를 만드는 작업실 ‘하이브로우(Hibrow)’를 오간다. 얼마 전 출간한 책의 제목처럼 ‘가구 만드는 남자’지만 그렇다고 본업인 연기와 멀리 떨어져 살지는 않는다. 느리지만 게으르지만은 않은 삶, 이천희는 조금 느린 자신만의 시간을 산다.


화이트 티셔츠는 T by 알렉산더 왕, 카무 셔츠는 오프 화이트 by 꼬르소 꼬모, 블랙 팬츠는 BLK DMN, 신발은 반스.


가장 처음 만든 가구가 뭐예요? 4학년인가 5학년 때 만든 국기함요. 다른 애들은 대강 만들었는데, 저는 사포질까지 꼼꼼하게 해서 완벽하게 만들었어요. 입대해서 공구 관리하는 병사를 하면서 관물대랑 옷장도 만들었어요. 소장용으로 처음 만든 건 제가 사는 집에 놓을 가구 일체를 만든 거요. 천장이 삼각형인 옥탑방이어서 기성 가구를 놓을 수가 없었어요. 침대, 소파, 책꽂이, 장식장 등 한 번에 14개를 만들었어요. 꼬박 한 달 반이 걸렸죠.

지금도 남아 있나요? 그 집을 나오면서 대부분 두고 왔어요. 어차피 집에 맞춰 만든 거라 달리 쓸모가 없었거든요. 몇 개는 친구들에게 주었고, 딱 하나 가져온 책장은 아직 쓰고 있어요. 다음에 이사 온 사람은 이천희표 가구를 풀옵션으로 쓰게 된 거죠. 아직도 거기 있을지 궁금하네요.

가장 처음 누군가에게 만들어준 건 기억해요? 선반인가? 너무 자주 만들어줘서 기억이 잘 안 나요. 아, 선반이 아니라 신발장! 공방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친구가 자기도 뭔가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신발장을 만들겠다는데 정말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뚝딱 만들어줬어요.

작업할 때는 어떤 음악을 듣나요? 요즘은 아이튠스 전체를 틀어놔요. 막 2천 곡씩. 예전에는 CD 플레이어에 컴퓨터 스피커를 연결해서 들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면 CD를 바꿀 겨를도 없는 거예요. 하루 종일 같은 음반을 듣다 다음 날에는 꼭 바꿔야지 하면서 또 듣고, 한 달 반 동안 같은 음반만 들었어요. 누가 선물해준 에브리씽 벗 더 걸의 음반이었어요. 가끔 그 음악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가구 생각만 나요.

얼마 전에 <가구 만드는 남자>를 출간했어요. 꼬임에 넘어갔어요.(웃음) 이전부터 캠핑, 서핑, 가구 DIY에 대한 책을 내자는 제의가 많았는데, 거절해왔어요. 제가 새로 쓰지 않더라도 이미 좋은 책이 많으니까요. 이번에는 달랐어요. 실용서도 지침서도 아닌 가구를 만들고 가정을 꾸리는 제 삶을 보여주는 책을 만드는 기회였어요. 그래서 2년이나 걸렸어요. 사진을 고르고 글을 써서 출판사에 보내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의견을 주고, 다시 고민하고 고치면서 만들었어요. 정말 삶의 한 챕터를 정리했다고 할까요.

‘느리지만 게으르지만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가끔 이천희는 왜 한류 스타가 못 되었느냐고 얘기해요. 제 꿈은 한류 스타가 아닌데도요. ‘내가 뭔가를 포기하고 있나’ 고민한 적도 있지만, 저는 조금 느리게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요. 24세 때 가장 막막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뭘 할까 조급해질 때 ‘10년만 천천히 살자, 내 나이를 10년만 줄이자’라고 결정했어요. 그랬더니 해보고 가진 게 갑자기 늘어났어요. 이제는 내 시계로 사는 것이 더없이 편안해요.



서울과 떨어진 곳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사실 조금만 나가도 스타벅스도 있고, 있을 건 다 있어요.(웃음) 그래도 도시와는 달라요. 서울에 있으면 괜스레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뭔가를 해요. 여기서는 하루에 하나만 해야 해요.

일과를 얘기해줄래요. 공방에 갈 때는 가자마자 대청소를 해요. 슬슬 밥을 먹고, 뭔가를 만들어볼까 자리에 앉아요. 사실 하이브로우 식구들이 다들 열심히 일하니까 제가 설 자리가 없어요. 바빠 보이면 도와주고, 책을 읽거나 잡지를 봐요. TV가 없으니까 시간이 정말 많아요. 뒷산에서 키우는 아버지의 강아지한테 밥을 주기도 해요.

이곳이 가장 예쁠 때는 언제인가요? 지금이 제일 안 예뻐요. 이제 곧 꽃이 피면 정말 보기 좋아져요. 여름이나 가을에는 사람이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풀이 무성해서 신기해요. 작년 겨울에 분명 저 뒷산에 들어가서 캠프파이어랑 캠핑도 했는데 말이에요.

가구를 만드는 것만큼 집안일도 잘하나요? 잘해요. 정확하게 혜진 씨랑 저랑 나눠서 해요.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도 하는데 빨래는 안 해요. 대신 마당 쓸고 개똥 치우는 건 제가 다 해요. 요리는 스팸을 잘 구워요. 적당한 두께로 잘라야 타지 않고 전체적으로 맛있게 익는데 그걸 정말 잘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손재주를 물려받았다고 했어요.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뭐예요?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정말 굉장했을 거예요. 집 안의 것 중 뭐가 고장 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서로 고치겠다고 싸우셨어요. 딸인 소유도 손으로 만드는 감각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유로움, 자유분방함을 물려받으면 좋겠어요. 물질적인 거라면 어릴 때부터 만들어온 레고요. 이것밖에 줄 게 없네요. 하하


블랙 티셔츠는 T by 알렉산더 왕, 블루종팬츠는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 신발은 반스, 비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구를 만드는 일과 배우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가구 만드는 게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는데, 사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혼자만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안 한 때가 많아요. 배우만 할 때는 강하게 끌리지 않아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2가지 일을 하니까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배역 외에는 못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가구 만드는 일이 안정되고 동생이 잘 꾸리고 있어서 배우로서도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요.

생각보다 다양한 연기를 해왔잖아요. ‘이천희는 한 건 많은데 뭘 했는지 잘 모르겠어’. 저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예요. 잘한다는 칭찬도, 못한다는 욕도 들어본 적 없어요. 사극도 악역도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대부분 <패밀리가 떴다>로 기억하세요. 모델 일을 할 때도 꽃미남 모델 순위를 매기면 5위에 간당간당 올랐어요. 3위까지 뽑으면 절대 못 들어가요. 재미있는 건 마초 같은 모델 순위에도 오르는 거예요. 아직까지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죠. 저는 연기할 때 캐릭터의 본질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건지도 몰라요.


Credit Info

EDITOR
PARK UI RYUNG
PHOTOGRAPHER
KIM JAN DEE
STYLIST
lee hye young
MAKEUP
jung bo young at aurabeauty
HAIR
hana
ASSISTANT
RYU MIN YOUNG

2015년 04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PARK UI RYUNG
PHOTOGRAPHER
KIM JAN DEE
STYLIST
lee hye young
MAKEUP
jung bo young at aurabeauty
HAIR
hana
ASSISTANT
RYU MIN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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