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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으로도

On April 24, 2015 0

태그를 보고 옷을 고르듯이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도 믿음직한 드라마.

 


sakamoto yuji

내 집에는 TV가 없다. 벌써 8년이나 되었다. 그래서 꼭 보고 싶은 것만 찾아 본다. ‘이건 꼭 봐야 해’라며 달려든 건 사카모토 유지의 드라마다. 친구가 <마더>를 추천했을 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성, 학대, 치유…. 내게는 힘겹기만 한 단어였다. 하지만 작가가 사카모토 유지임을 알고 생각이 달라졌다. 어릴 때 그가 20대 초반에 쓴 <도쿄 러브 스토리>를 본 적이 있다.

 

짜여진 결말을 향해 인물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인물이 힘차게 나아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가 20년 후에 쓴 작품에 궁금증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2010년 <마더>로 화려한 컴백을 하고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히트작을 내고 있는데, 전기가 신문에 나올 법한 큰 사건을 다룬다면 후기는 사회 문제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비실명 게시판에 오를 만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나는 이쪽에 훨씬 빠졌다.

 

이혼했지만 계속 엮이는 부부, 부부로 살지만 아직 부부가 아닌 커플. 심지어 이들은 서로 엇갈려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최고의 이혼>은 바보처럼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자와 사랑을 하나로 한정하지 못하는 남자의 행동을 유쾌한 방법으로 이해시킨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문제있는 레스토랑>의 제목만 보고 ‘사카모토 유지마저 음식 드라마에 손댔구나’라는 실망이 들었다. 내가 성급했다. 레스토랑이 배경이고 맛있는 음식도 나오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를 다룬다. 때로는 너무 날카로워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사회파 감독다운 문제의식과 더욱 짙고 빽빽해진 유머와 너그러움이 차곡차곡 겹쳐 있다. 사카모토 유지의 20년 후를 기대하는 것이 나만의 일일까? 그래서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좇는다. _박의령 피처 에디터

 

 

 

 

 

 

shonda rhimes

미국 ABC <그레이 아나토미>부터 최신작인 까지, 작가 겸 제작자인 숀다 라임스의 작품은 모든 장르물에 문어발식 연애와 불륜이 난무한다. 모든 인물이 연애를 함은 물론, 시즌이 많아질수록 사건의 전개가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바람, 불륜에 기대는 에피소드를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임스의 신작을 기다리게 되고, 아직도 5, 6년 전의 <그레이 아나토미> 초기 시즌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얽히고설킨 연애 전선을 구경하고 싶은 심리 때문만은 아니다. 라임스는 연애라는 감정을 통해 사람들이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누군가의 앞에서 무장 해제되는 순간을 그리는데,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한다는 것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정치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넓은 인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캔들>의 컨설턴트 올리비아, 법정과 로스쿨에서 사령관처럼 타인을 휘어잡는 의 변호사 애널리스도 외부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에 만무하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이 고군분투하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질 것만 같을 때 누군가가 내 인생과 가치관, 내가 처한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함께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 지친 마음을 쉬게 되는 장면은 유난스럽지 않아 감동적이다.


경쟁이 난무하는 직장이자 전쟁터에 곧 나가야 하는 이들이 섣불리 자신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이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한순간 불타오르는 운명적인 사랑만큼 로맨틱해 보인다. 그러니 라임스의 작품에 무조건 손가락질만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너는 한 번이라도 라임스의 작품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 적이 있느냐. _한여울 전 기자, 자유기고가



 

 

 

jung sungjoo

정성주 작가의 인물들은 전형성에 기대어 출발하지만,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진실은 그 전형성을 배반하는 ‘어떤 맨살’들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나쁜 놈’이라는 상상 가능한 설정 대신, 그들이 사실은 단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은 권력의 노예들이라는 아이러니한 이중성을 드러내 보인다. 그들은 날마다 전략과 전술을 짜느라 골치가 아프다. 많이 가질수록,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 믿고, 이토록 비열하게 살아가는데 진실한 관계는 실종 되고, 남 골탕 먹이는 못된 기술만 늘어난다.

 

내면은 뒤틀려 있거나 지독하게 외롭다. 과연 이 세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존엄과 욕망은 왜 불평등한 거래를 하고 있는가? 어쩌면 이 세계에서 주변화된 약자들, 이방인, 아직 어린 자들이 이 세계의 희망이 아닐까? 그 사유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 <밀회>의 오혜원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뒤, 교도소에서 ‘꿀잠’을 자는 오혜원의 탈태는 이 세계에서 악다구니 치며 쫓는 욕망이 신기루임을 방증한다.


어떤 이들은 오혜원의 구원에 같이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TV 채널을 끄자마자 예전의 오혜원으로 돌아가 저마다의 욕망으로 급히 귀가했을 것이다. 관조의 시간은 끝났고, 우리는 다시 이 거대한 세계에 들어섰으므로. 그런 의미로 내게 정성주 작가는 각별하다. 그의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이 세계를 관조하는 특별한 시공간에 들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를 보는 동안, 마침 출간된 한병철의 신작 <심리정치>를 읽었다. 그의 책 프롤로그는 제니 홀저의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라는 한 문장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이 어마어마한 문장을 읽으면서, 그것이 꼭 정성주 작가의 작품과 닮았다고 생각했다._김윤경 독립 칼럼니스트


 

pyo minsu

시트콤 <패밀리>를 보고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고, 영화 <거인>을 보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지만, 드라마 <호구의 사랑>을 보는 이유가 그가 나오기 때문은 아니다. 고백하건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표민수 감독의 팬이었다. 그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 가진 선함이 좋았고, 작은 역할까지 챙기는 그의 다정함이 좋아서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문제를 미화한다며 비난받을 정도로 말이다. 그건 아마 표민수라는 사람 자체가 기본적으로 선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모든 아티스트는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을 만나면 만든 이는 물론, 그 안에서 연기하는 캐릭터까지 사랑에 빠지고야 만다.

 

그는 이런 선하고 따뜻한 코드를 기반으로 매번 새로운 소재를 다루면서 그걸 흥미롭게 풀어내는 재주 역시 탁월하다. 특히 <꽃미남 라면가게>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호구의 사랑>까지 최근 그는 윤난중 작가와 손잡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통해 코미디 장르에 대한 재능을 뒤늦게 발현 중인데, 오히려 원작의 팬들이 더 많이 지지할 정도로 흥미로운 전개를 펼치고 있다.

 

요즘 <호구의 사랑>을 보노라면 여기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심지어 제작발표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호경 역의 이수경까지) 사랑스러움은 물론이고, 웹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카메라 워킹이 극에 활기를 더하는데, 그에게 이런 능력까지 있었나 싶어 새삼 놀라는 중이다. 쉰 살이 넘었는데도 본인이 가진 따뜻한 감성에 계속 무언가를 더해내는 그에게서 드라마 이상의 것을 느끼고 얻어가는 중이다.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혹시 우연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_강예솔 피처 에디터

 

 

 

 

 

 

jin soowan

진수완이란 이름이 뜨면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내가 꼽는 최고의 작가까지는 아니어도 무르익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작가여서다. 2007년쯤. 드라마 마니아라면 ‘본방 사수’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작품들이 있는데, 내겐 <경성스캔들>이 그랬다.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와 멜로에 유머까지, 드라마로서 취해야 할 거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버무린 ‘모던보이와 독립투사의 이야기’라니, 재미없는 게 이상했다. 사실 진수완은 꾸준히 ‘잘 쓰는 작가’다. 데뷔작 <소년기>를 비롯한 여러 단막극에서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줬고, <학교2>의 ‘어느 날 심장이 말했다’ 편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위대한 작가와 평단, 심지어 공무원도 인정한 드라마 작가는 다만 시청률만 얻지 못했을 뿐이다. 그 후 5년. <해를 품은 달>은 시청률 40%를 넘기며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진수완은 이제 ‘잘 쓰는 작가’에서 ‘잘 쓰고 주목받는 작가’로 거듭났다. 진수완식 글쓰기의 미덕은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한다는 데 있다. 메시지엔 계몽성이 있지만 노골적이지 않다. 미스터리를 주축으로 한 서사에 따뜻한 일상의 유머를 갈피마다 채워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진심 어린 주제를 명징하게 이끌어낸다. 비록 과정이 험난하고 때로는 위악이 필요할지라도 불완전한 현실을 깨고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그간의 작품을 관통하는 진수완의 세계관이다. 그는 어떤 인터뷰에서 “김수현의 카리스마와 송지나의 사회의식, 김정수의 생활감을 닮고 싶다”고 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킬미 힐미>를 통해 진수완은 자신이 원하는 어떤 궤도에 올랐음을 뚜렷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_이사민 칼럼니스트

태그를 보고 옷을 고르듯이 작가의 이름만 보고 골라도 믿음직한 드라마.

Credit Info

EDITOR
PARK UI RYUNG
ILLUSTRATOR
kIM GYUSEUL

201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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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PARK UI RYUNG
ILLUSTRATOR
kIM GYU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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