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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 사이

On February 06, 2015 0

연기하는 감독 혹은 영화 만드는 배우 3명을 만났다


- 조현철 감독이 입은 블랙 컬러의 터틀넥은 A.P.C. 최시형 감독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써틴먼스.


오늘 감독도 배우도 아닌 모델이 되어봤는데, 어떠셨어요?
조현철 정말 부끄러웠어요.

구교환 아버지가 방배동에서 30년째 사진관을 운영하시는데, 사진관집 아들로서 포즈를 잘 잡지 못했다는 데에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럼 지금 하시는 감독과 배우라는 직업 중, 어느 쪽에 재능이 좀 더 있다고 생각하세요?
구교환 그걸 저도 꼭 알고 싶어요. 둘 중 하나에 조금의 재능이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하고 있을 뿐이에요. 즐기는 파트가 있다면 편집과 사운드 디자인 등의 후반 작업에 재미를 많이 느껴요. 나름 전투 같은 촬영을 마치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이런저런 반성이 현장에서 한 실수를 극복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 같은 기분이 들어요. 편집을 하며 이야기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신의 순서를 바꾼다든지, 찍을 땐 몰랐던 정서의 음악이나 대체 영상 등을 삽입해 신의 분위기를 살리거나 뒤엎는 것에 대한 희열을 느껴요.

최시형 재능이라는 것을 정의하기도 힘들고, 그것을 판단할 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 경우에는 더 잘하고 싶고, 노력하는 것이 연출이에요.

조현철 전 이도저도 아닌 거 같아요. 연출하는 사람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해요. 그렇다고 전문 연기자라기에는 약점이 너무 많고요. 요새는 딴생각을 많이 해요. 요리를 배운다든가 미국 가서 세탁소를 한다든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거 같아요.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최시형 시나리오 단계에서 촬영 단계로 갈 때보다 더 유동적이고 편의성이 높아서인 것 같아요. 그 대신 한계도 분명하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제 영화에 저 자신이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오는 영화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조현철 사실 편해서예요. 설명하는 데 시간 들이지 않고 빨리 찍을 수 있잖아요. 근데 이제 제 영화에 제가 나오는 건 저도 그만하고 싶어요. 나대는 것 같거든요.

구교환 저는 저 자신의 경험과 정서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연기력을 떠나서 등장인물의 패턴이나 호흡을 가장 가깝게 알고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꼭 ‘내 영화에는 내가 나와야 해’ 같은 공식은 없어요. 지금 단편 영화를 연출 중인데 거기엔 제가 나오지 않거든요. 대신 남자 주인공 이름이 요환이에요. 국요환. 제 이름은 구교환이고요.

만약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면, 어떤 부문을 받고 싶으세요?
구교환 관객상요. 이름 그대로 관객이 주는 상이잖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이 영화를 지지해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최시형 감독상이나 작품상이죠. 그 외로는 촬영, 음악, 미술 등 스태프가 받는 상도 좋을 것 같아요.

조현철 아무 거나 주시면 감사하게 받아야죠. 이왕이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이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부러운 점과 이 부분만큼은 나머지 2명보다 내가 나은 것 같다고 생각되는 점은요?
조현철 최시형 감독님은 제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엄청 팬이었어요. 감독님이 주연으로 나오신 <불을 지펴라>라는 제 인생의 단편 영화 중 하나예요. <경복>도 좋았고요. 거기서 최시형 감독님이랑 한예리 씨가 나오는 장면이 좋았는데, 보면서 ‘저 두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그 자체로 영화구나’ 싶었어요.

구교환 감독님은 얼굴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서 부러워요. 얼마 전 영화제 포스터를 같이 찍었는데 너무 비교돼 괴로웠어요. 외모도 그렇지만 사람 자체가 되게 매력 있어요. 구교환 시형 씨의 여유, 현철 씨의 은근함, 그나마 나은 건 내가 제일 형이라는 점.

최시형 외모가 동안인 거? 하하.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나요?
구교환 <웰컴 투 마이 홈>이라는 짧은 영상이 있어요. 새 카메라를 사서 성능도 알아볼 겸 친구들과 테스트 영상처럼 간단하게 찍어본 거예요. ‘남자가 스파게티를 해먹는다’라는 단순한 설정으로 4시간 정도 촬영했어요. 부담 없이 찍어서 정말 부담 없이 나왔는데, 그 ‘부담 없음’이 즐겁고 좋았어요.

최시형 <불을 지펴라>와 <경복>요.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다음 영화이기를 바라죠.

조현철
전 그냥 다 불태워버리고 싶은 작품들뿐이에요. 누가 잘 봤다고 칭찬해줘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연기하고, 연출할 때 항상 이 점은 꼭 가져가자고 마음먹는 게 있다면요?
최시형 연기할 때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할 때를 제외하고 최대한 연출과 상대 배우 촬영감독 등을 이해하고 믿으려고 노력해요. 연출할 때는 예술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하고요.

구교환 작품마다 저 자신에게 새로운 미션을 주려고 해요. ‘이번에는 배우의 움직임이 부각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이번에는 카메라 앵글이 부각되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이번에는 섹스 신이 나오는 영화를 찍어보자’처럼 별거 아니지만 매번 다른 미션을 생각해요. 배우로서 참여할 때는 감독의 성향이 어떤지를 파악하려 하고요.

조현철 잘하자.

- 최시형 감독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써틴먼스.

일을 하면서 징크스 같은 게 있나요?
최시형 첫인상이 안 좋은 사람과 친해져요.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촬영 후 한동안 제 삶이 영화 제목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구교환 잘 안 씻는 거? 사실 징크스라기보다는 귀찮아서요. 하하.

감독과 배우를 겸하는 사람 중에 질투 날 정도로 부러운 사람이 있다면요?
최시형 굳이 한 명 고르라면 역시 기타노 다케시.

조현철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 카사베츠 등 그냥 잘하는 사람은 다 부러워요. 좋은 영화를 보거나 좋은 연기를 보고 있으면 우울해져요. 저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거든요. 스스로 열등감이 심한 거 같아요.

배우로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과 감독으로서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요?
조현철 옆에서 작업하는 걸 보고 싶은 건 최동훈 감독님.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는 송중기 씨.

구교환 둘 다 주성치요.

결정적으로 영화판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영화가 있나요?
구교환 영화 <희극지왕>요. 노량진에서 삼수를 하던 시절에 하이텔 주성치 동호회에서 내려받아 본 영화였어요. 주인공이 “노력! 분발!”이라고 외치는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숨도 못 쉬고 봤어요. 지금도 가끔 보면서 힘을 받는 영화예요. 노력! 분발!

최시형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왕가위 감독의 <타락천사>고요. 영화판에 뛰어들자 마음먹은 건 <그때 그 사람들>요.

조현철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어릴 때 영화 보고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기는 했는데…. 중학교 다닐 때 산책하다 갑자기 마음먹은 거 같아요. 그때 혼자 만화를 그리거나 산책하면서 액션 장면을 떠올리는 일이 많았는데, 그게 영화에 나오거나 영화를 찍는 일이랑 비슷하게 느껴졌나 봐요. 물론 그 당시 <쉬리>가 엄청 흥행하면서 영화 시장이 활황기를 맞았죠. 괜스레 영화를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촬영하지 않는 날에는 주로 뭘 하나요?
최시형 촬영하지 않는 날은 대체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해요. 그 외에는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거나,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만화책을 봐요. 야외 운동도 좋아하는 편이고요.

구교환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해요. 그래서 누워서 1m 반경 안에 게임기, 티비, 노트북, 만화책들을 놔둬요. 50시간 이상 정도 플레이하는 콘솔용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데, 지금 만들고 있는 단편 촬영이 끝나면 침대에 누워서 할 거예요.

조현철
저도 누워 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해 지면 1시간 정도 걷다 와요. 영화도 잘 안 보고 책도 안 읽어요. 새해에는 좀 달라져야겠어요.

얼마든지 원하는 걸 찍을 수 있도록 제작비가 충분하다면 어떤 영화를 하고 싶나요?
구교환 외계인과 우주가 나오고, 지구 종말이 찾아오는데,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

최시형 톱스타들이 나오고 비틀스나 유명 밴드의 음악이 깔리는 장 뤽 고다르 같은 영화요.

조현철 <반지의 제왕> 같은거요. 어릴 때 게임이나 만화를 엄청 좋아했어요. 주로 파이널 판타지나 타이의 대모험 같은 거요. 그때 그린 그림도 대부분 판타지물이에요.

결국 배우를 하기 위해 감독을 하는 건가요? 감독을 하기 위해 배우를 하는 건가요?
최시형 감독을 하기 위해서요.

구교환 배우든 연출이든 어떤 모습으로 참여하든 영화를 하고 싶어요. 전 영화가 정말 좋거든요.

조현철 둘 중 하나라도 밥 벌어 먹을 정도로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DITOR KANG YE SOL PHOTOGRAPHER KIM YEON JE
STYLIST SHIN YOON JU
HAIR JI HYUN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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