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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돌란의 갈림길

On January 30, 2015 0

셀러브리티 영화감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자비에 돌란. 그는 미래의 영화계를 밝혀줄 위대한 시네아스트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운 좋은 나르시스트 천재 소년일까요?

1,2 스트레이트 남자, 게이 소년, 스트레이트 소녀의 삼각관계를 다룬 <하트비트>에 본인의 감정을 이입한 자비에 돌란. 3,10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영화의 장르적 성격을 강조한 작품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트랜스젠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을 살포시 포갠다.
4,7,8,9 <마미>는 2014년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꼬장꼬장한 시네아스트들의 눈길을 끌었다.
5,6 <탐엣더팜>은 ‘일기장 영화’라는 비아냥거림이 따라붙을 것이라는 우려와 무관하게 자비에 돌란 스스로 본인의 과거는 이토록 아름다웠노라고 말한다.
11 <나는 엄마를 죽였다>는 포에틱 게이로 유년 시절을 보낸 자비에 돌란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최신의 천재 감독
영화계에서 천재라는 호칭은 그다지 낯선 상찬은 아닙니다. 사실 천재라고 불리는 영화감독은 꽤 많았죠. 우선, 작품성을 공인해주는 영화제에서 나이 어린 감독이 주목을 받으면 그는 천재가 됩니다. 새로운 영화적 형식 실험을 선보여도 언론은 쉽게 천재라는 호칭을 붙여줍니다. 수많은 예를 들 수 있어요. 칸 영화제에 경쟁작을 보낸 최연소 감독이었던 스티븐 소더버그도 한때는 천재였습니다.

발랄한 색채의 프랑스식 잔혹극을 만들던 프랑수아 오종도 한때는 천재 엄친아 영화감독이었습니다. <카프카>를 거쳐 <브레이킹 더 웨이브> 같은 영화를 통해 ‘도그마 95’라는 모종의 선언을 획책한 라스 폰 트리에도 ‘천재과’ 감독이었죠. <메멘토>로부터 <인터스텔라>까지 영화 속에서 시공간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마 현존하는 천재형 감독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을 겁니다. 이런 천재의 조건에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지면 천재 감독들은 뭇 영화배우 못지않은 스타가 되기도 하고, 패션 화보도 찍고, 뭇 예술 애호가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도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자비에 돌란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천재 감독일 겁니다. 갓 열아홉 살이 되었을 때 영화 <나는 엄마를 죽였다>를 만든 것이 새 역사의 시작이었어요. 데뷔작으로 칸의 선택을 받았고, 이후 왕성하게 촬영하고, 찍는 대로 영화제에 출품하고, 심사위원들은 상을 떠안겨주는 일련의 과정이 몇 년간 반복되었습니다. 그 결과 자비에 돌란은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이 차기작을 기다리는 공인된 명장의 반열에 들었지요.


독특한 멋의 승부사

데뷔작 <나는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 좀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마구잡이로 만든 티가 뚝뚝 묻어났어요. 어머니를 싫어하는 게이 소년이라는 단순한 설정 속에서 조금은 억지로 드라마를 뽑아냈고, 설정상의 앙상함을 문어체 대사와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화면을 통해 잔뜩 부풀린 모양새였거든요. 그 영화가 이상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이상함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자비에 돌란은 이제껏 무수한 영화가 파격을 통해 낯선 상황을 연출하려 할 때 버릇처럼 거쳐온 궤적에 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창작자라면 보통 본인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부한 설정과 표현을 줄이는데, 그의 영화에서는 자칫 낡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창작자의 걱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조금쯤 되바라진 이 영화의 제목도 사실은 사회에 반하는 정서를 슬쩍 이용하는 수많은 창작물이 공유하는 미감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의 대부분은 새롭다기보다는 새로움으로 평론가와 관객을 유혹하는 영화가 가진 특성을 모아둔 것처럼 보였어요. 아마 그런 점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천재에 항상 따르는 비아냥거림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껍데기뿐이고 멋을 부렸다는 얘기죠. 젊은 예술가에게 붙일 수 있는 최상의 찬사 뒤에는 과대평가에 대한 우려가 항상 뒤따릅니다. 하지만 만일 그가 단순히 과잉된 멋으로 승부하는 그렇고 그런 감독이었다면, 칸의 꼬장꼬장한 심사위원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을까요?


감독의 알리바이
그의 연출 경력을 따라가다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본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죠. 게이 소년으로서의 개인적 경험을 영화적인 상황 안에 떨궈놓는 방식으로 모든 영화를 만든 겁니다. <나는 엄마를 죽였다>는 유약한 포에틱 게이로 유년 시절을 보낸 자신의 삶을 영화로 번안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연달아 만들어진 <하트비트>도 마찬가지였죠. 스트레이트 남자애를 동시에 좋아하게 된 게이 소년과 스트레이트 소녀의 삼각관계를 다루면서, 불가능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사랑에 눈뜬 본인을 직접 이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로렌스 애니웨이>와 <탐엣더팜>에서도 지속됩니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불가능한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하트비트>와 대구를 이루는 영화인데, 자비에 돌란은 트랜스젠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의 마음에 자신의 과거를 슬며시 포개놓고 있어요. 심지어 <탐엣더팜>에서 스릴러의 문법을 흉내 내며 폭력에 관해 다뤘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제 내밀한 피학적 쾌락에 대한 부끄러움 없는 고백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그의 영화를 보다가 마치 닳고 닳은 형용사로 빼곡히 채운 남의 연애편지를 우연히 펼쳐본 것 같은 난감함이 엄습한다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의 과거는 이토록 아름다웠노라 전시하는 당당함에 대해. 영화 속 인물과 밀착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자비에 돌란의 영화는 바로 자비에 돌란 자신이 되는 것이었죠. 한데 이런 영화 만들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자비에 돌란과 그의 세대 특유의 반투명한 정체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영화에서 등장하는 빈티지 의상과 소품은 특정한 시대적 배경을 묘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거죠. 오히려 깃털 같은 자유를 얻게 되고, 그 자유 속에 멋이 있는 겁니다.


자비에 돌란의 갈림길
2014년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마미>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 중 가장 모범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곧, <마미>의 훌륭함 속에는 그동안 자비에 돌란의 영화가 품었던 ‘이상함’이 상쇄되어 있다는 것이죠. 마치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자비에 돌란은 낮과 밤, 날씨와 같은 전통적인 요소를 이용해 캐릭터의 감정선을 안내하는 능수능란함은 물론, 화면 비율의 변화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법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작정하고 계산한 노림수는 노련한 배우 덕에 마치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물오른 기교처럼 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모범적이고 그럴듯한 속성은 천재의 신작이라기에는 좀 김빠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자비에 돌란은 이제 ‘멋’의 세계를 벗어나려는 걸까요? 말도 안 되는 ‘멋’을 통해 ‘웰메이드-예술-영화’라는 것에 이상한 틈새를 만들어 넓히는 편이 훨씬 ‘멋’진 영화 만들기가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자비에 돌란의 가능성은 엿보입니다. 1:1 화면이라는 파격적 형식을 영화 전반에 태연하게 적용한 점은 분명히 인스타그램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느끼는 화면 비율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반짝이는 몇몇 장면을 떠올려보면, 그는 여전히 어여쁜 게이 소년입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나 셀린 디온 같은 게토의 게이 앤섬을 틀어두고 아직 성별이 명확하지 않은 미소년을 춤추고 노래하게 하는 장면 말이지요. 감독 스스로 카메라라는 도마 위에 올라가는 순간이거든요.

천재는 젊음에 바치는 수식입니다. 자비에 돌란을 천재라고 할 때는 아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노인을 천재로 부르는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거든요. 그래서 천재는 마치 젊음 같은 일종의 특권이에요. ‘사랑한다면 날 따라오라’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 젊음의 특권 말이에요. 그렇다면 나르시스트 천재 소년과 위대한 시네아스트는 양립할 수 있을까요? 안정된 예술 영화의 질서 속으로 뛰어들지, 아니면 좀 더 제 살에 불을 붙여 영화의 영역을 넓힐지, 그 갈림길에서 자비에 돌란의 천재성이 새삼 발휘되기를 기대해볼 수밖에요.

EDITOR KIM YEON JUNG
WORDS HAHM YOUNG JUNE
PHOTOGRAPHER KIM JAN DEE
ASSISTANT RYU MIN YOUNG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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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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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M YOUNG JUNE
PHOTOGRAPHER
KIM JAN DEE
ASSISTANT
RYU MIN YOUNG

2015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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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AN DEE
ASSIS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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